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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시나의 결혼기록 (완결)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2.2.2

결혼이주 여성들의 삶을 소재로 한 로맨스소설입니다. 이 글 속에는 네 명의 결혼이주 여성이 등장하는데 넷 다 중요한 주인공입니다. 네 명의 여성이 한국에서 겪는 결혼생활과 시행착오를 나름 사실적으로 너무 무겁지 않게 담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지원의 활약
작성일 : 22-02-04 21:55     조회 : 188     추천 : 1     분량 : 9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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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원의 활약

 

 지원이 있는 사무실에도 경찰들이 조사를 한다면서 왔다갔다했다.

 경찰들은 이반을 도둑으로 99% 지목하는 것 같았다.

 “이게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바로 본국으로 추방되야하지만, 용의자가 일단 깨어나서 조사를 받아야하고, 절도죄나 도난당한 물건에 대한.......... ”

 공장장 장병철은 현관문 밖까지 나가서 돌아가는 경찰들에게 공손하게 90도로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신경써주셔서~~”

 지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이반이 다 뒤집어쓰게 생겼잖아? 아우. 미치겠네. 분명히 이반이 한 짓이 아닌데, 이렇게 쉽게 이반이 뒤집어쓰는 걸 보면 분명 회사 내부에 누군가가 연관되어있어.’

 지원은 마음이 심난해서 인터넷 서핑을 시작했다. 그런데 인터넷에 마스크 홍보티저가 많이 떴다. 그런데 마스크 반값세일이라는 것이 눈에 띄었다. 지원이 이리저리 제품들을 둘러보는데 아무리 봐도 눈에 익은 마스크들이 눈에 띄었다. 포장도 지원의 회사제품과 똑같았다.

 ‘이건 아무래도 우리회사제품같은데~~ 그런데 우리는 이 싸이트에 물건을 올린 적이 없는데~~ 이건 분명히 누군가 훔친 마스크를 팔기 위해서 올린거야.’

 지원은 휴대전화기로 인터넷 속의 마스크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인터넷 싸이트에서 마스크를 구매했다.

 

 란은 공장에서 이반이 마스크박스를 여러번 훔치다가 경비 지필구에게 머리를 얻어맞고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동네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를 들었다.

 “진작에 바람이 났어도 났을거라고 생각했다카이. 여편네가 평소에도 실실 웃으면서 돌아다니는기이 바람기가 있어보이더라고.”

 동네 할망구들은 혀를 끌끌 차면서 시나의 욕을 했다.

 “그래도 시집온지 11년동안 지가 벌어서 남편, 자식 다 먹여살리고, 시부모 봉양하고 그랬는데... 불쌍하기는 하잖아요. 그렇다고 시부모가 생활비를 한 푼 줬나? 시동생들이 그 고생하는 거를 알아주나? 온 식구들이 머슴처럼 부리면서 사람대접도 올케 안해주고....”

 그나마 젊은 이장댁이 시나의 편을 들어주면서 눈물을 닦았다. 그러자 심술궂은 동네 할망구가 이장댁의 팔을 꼬집어뜯었다.

 “큰일날 소리를 한다. 그집 식구들 중에 누가 들으면 맞아죽는다카이. 그렇다꼬 여자가 바람이 나서 새서방을 따라간다고 자식새끼까지 내삐리고 이혼하자고 설치는 거는 아이지. 놀다가도 잘못을 싹싹 빌고 숙이고 들어와도 시원찮을판에 뭘 잘했다꼬 지가 먼저 이혼소리고? 응? 세상 망조다. 망조라. 요새 젊은년들 차말로 큰일이라카이.”

 

 란의 얼굴은 불편하고 복잡해보였다. 란은 다음날 병원으로 시나를 찾아갔다.

 “어떻게 밥은 좀 먹었어?”

 란이 시나에게 도시락을 건넸다.

 “요즘 내 얘기로 온동네가 떠들썩하지?”

 시나가 묻자 란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주 유명인사가 되셨어. 우리 시나. 신경쓰지말고 밥이나 먹어. 우리 왔다갔다하다가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깟 남의 말 뭐하러 신경써?”

 “그런데 이반은 반응이 좀 있어?”

 “손가락이랑 발가락이 조금씩 움직여. 곧 눈을 뜰지도 몰라.”

 란은 시나의 눈치를 살피면서 말했다.

 “그런데 경찰들이 회사에서 조사한다고 왔다갔다하는 걸 봤는데, 이반 깨어나도 감옥간대. 물건훔친거랑, 불법체류자라고. 깨어나면 훔친 마스크값 다 물어내고 해야된대. 그리고 여기 병원비는 어쩔건데? 자기 돈 있어?”

 란의 말을 들은 시나는 눈앞이 캄캄했다.

 란은 주위를 조심스럽게 살피더니 시나에게 말했다.

 “이거 내가 장병철이 다른 사람과 전화통화하는 거 들은건데~~ 자기 아무한테도 내가 말해줬다고 하면 안돼. 장병철이 마스크훔친 범인을 아는 것 같아. 누군지는 모르지만 통화하면서 러시아에서 온 새끼한테 뒤집어씌우면 돼. 뭐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어. 나 장병철이랑 사겼어. 이거 우리남편 알면 나 죽는거 알지? 그러니까 자기 남들한테 함부로 말하면 안돼.”

 시나는 분노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랬구나. 우리 이반이 더러운 누명을 쓴 거구나!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지?’

 시나는 손톱을 물어뜯으면서 궁리를 했다. 한국말도 서툰 그녀가 섣불리 누군가에게 말을 했다간 된통 당할 것이 뻔했다. 그래서 시나는 밤새 고민하다가 지원에게 전화했다.

 

 병원 앞 벤치에서 지원과 시나가 함께 앉아있었다. 시나가 지원에게 란이 전해준 이야기를 해주었다.

 “누군지 밝힐 수는 없지만 제 친구가 공장장이 다른 사람과 통화하는 내용을 들었대요. 이반은 누명을 쓴거라고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전 외국인이고 그 회사 사정을 잘 모르니 이반을 어떻게 도와야할지 모르겠어요.”

 지원은 시나를 바라보면서 연민의 정이 생겼다. 시나처럼 지원도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저렇게 전부 내던지고 뛰어들 수 있을까? 시나가 부럽기도 했다.

 “알겠어요. 이반이 누명을 쓴 것 같은 정황이 많아요. 제가 한번 방법을 생각해볼게요. 이반이 이렇게 아픈데 나도 이반이 감옥에 가는 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요. 이반은 나한테 동생같은 아이에요.”

 

 지원이 돌아간 뒤, 시나가 병실로 돌아오자 누워있던 이반이 스르르 눈을 떴다.

 “이반, 내가 보여? 내가 누군지 알겠어?”

 시나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이반은 눈을 깜박거렸다.

 시나가 병실을 뛰쳐나가서 의사를 불러왔다.

 “선생님, 이반이 눈을 떴어요. 저를 알아보는 것 같아요.”

 의사가 이반의 눈에 불빛을 비추면서 말했다.

 “일단 좀 더 경과를 살펴봐야겠습니다. 보호자분, 좀 조용히 하세요.”

 이반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들을 경찰서에서 경찰이 나와서 시나에게 말했다.

 “일단 용의자가 깨어났다는 연락이 와서 조사차 나왔습니다만. 아직 완전히 의식이 돌아오고 그런 것은 아니네요. 아주머니. 용의자가 정신을 차리는대로 수사를 해야하니까 이거 제 명함 받으시고 연락주세요.”

 “형사님. 이반은 마스크를 훔치지 않았어요.”

 시나가 경찰을 따라가면서 말했다.

 “다른 사람이 훔친 것 같아요.”

 “아~~ 네. 아주머니. 알았습니다.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누구시죠?”

 경찰이 시나에게 귀찮은 듯 손을 휘휘 젓다가 문득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 사람은 러시아에서 혈혈단신으로 혼자 입국했던데요? 엄마나 누나는 아닌 것 같은데?”

 시나가 머뭇거리면서 얼굴을 붉혔다. 그러자 경찰은 알만하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아~~,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아무튼 저 환자가 마스크도난사건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었으니까. 의식이 돌아오고 몸이 회복되면 경찰조사를 받아야합니다.”

 “그럼 감옥에 가게 되나요?”

 시나는 큰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한채로 물었다.

 “그렇겠죠. 혐의를 벗지 못하면. 일단 물품횡령죄에, 불법체류까지 하고 있었으니까.”

 “감옥에 안가는 방법은 없나요? 형사님? 혹시 훔친 물건값을 모두 물어주면 감옥에 안가도 되나요?”

 시나는 애절한 목소리로 매달리듯 물었다.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아마. 회사에 물건값을 모두 물어주고. 회사 사장에게 싹싹 빌어보면 무슨 수가 생길 수도 있지 않겠어요? 아주머니? 그런데 불법체류자라서 감옥에 안가더라도 러시아로 바로 강제출국될 겁니다.”

 경찰이 엄청난 극비사항을 알려주는 것처럼 시나에게 말했다. 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은 돌아서서 시나의 순진함에 히히덕거리면서 웃었다.

 “참 저 아줌마 순진하다. 순진해.”

 경찰을 배웅하고 돌아선 시나는 병실로 들어가서 자신의 가방에서 통장을 꺼냈다. 한국으로 와서 11년 동안 여기저기 일을 해주고 틈틈이 모은 적금통장이었다. 시나는 은행으로 달려가서 적금을 해약하고 돈을 가방에 모두 넣었다. 그리고 택시를 잡아타고 청춘마스크공장으로 갔다.

 “어머? 시나? 웬일이세요? 여기.”

 지원이 사무실 앞을 기웃거리는 시나를 보고 반갑게 문을 열었다.

 “저기, 사장님을 좀 뵙고 싶어요.”

 “사장님을 왜요?”

 “오늘 병원에 경찰이 왔었어요. 그런데 훔친 마스크값을 모두 물어주면 이반이 감옥에 안갈수도 있을 거라고 해서 사장님께 부탁을 좀 드리려구요. 저 돈 갖고 왔어요.”

 시나는 머뭇거리면서 말했다.

 “아! 잠시만요. 제가 사장님한테 여쭈어보고 올게요.”

 지원은 사장실로 갔다. 사장 한상구와 공장장 장병철이 함께 있었다.

 “사장님,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손님? 누구?”

 “저~~ 이반의 지인이 찾아왔어요. 사장님께 꼭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는데 들어오라고 할까요?”

 순간 공장장 장병철의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뭐 만날 필요 있겠습니까?”

 한상구 사장은 뭔가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들어오라고 해봐. 그놈한테 한국에 아는 사람도 있었나?”

 시나는 사장실에 들어서자 한상구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사장님~~ 한번만 봐주세요. 이반이 깨어나도 감옥에 가게 된다고 들었어요. 잃어버린 물건값을 모두 물어드릴게요. 제가 돈을 준비해왔어요. 이반 감옥에 안가게 한번만 살려주세요. 네?”

 시나는 한상구 사장에게 돈봉투를 꺼내보였다. 공장장 장병철이 시나를 일으켜세우면서 소리질렀다.

 “일어나! 이 여자가 여기가 어디라고 와서 이래? 지금 돈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한상구사장은 시나를 멀거니 바라보더니 장병철을 말리면서 말했다.

 “아니야. 일단 놔둬. 이 아주머니가 이반과 무슨 사이야?”

 공장장 장병철이 한상구에게 귓속말을 했다. 그러자 한상구사장은 빙긋 웃었다.

 “참! 그놈 능력도 좋다. 그 사이에 언제 여자도 후렸지?”

 시나는 애원하듯이 한상구사장을 바라보았다. 한상구는 시나를 좀 안됐다는 듯이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봐요. 아주머니. 정확한 조사결과가 나와봐야알겠지만 이 사건은 이미 검찰청으로 넘어가서 내가 용서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도난당한 마스크값이 얼만 줄이나 알아요? 자그마치 삼천만원이 넘어요. 아주머니 성의는 가상하지만, 이제 어쩔 수가 없어요. 그러니 그만 돌아가세요.”

 

 시나는 힘없이 한상구사장의 사무실을 나왔다. 지원이 시나를 병원까지 차로 데려다주었다.

 시나가 병원으로 들어오자 병원행정실 직원이 시나에게 다가왔다.

 “저기요. 환자분보호자분 되시죠?”

 “네. 그런데요?”

 “응급실로 실려온 환자라서 저희가 치료를 했는데, 저 환자 불법체류자라면서요? 회사에서 가입한 보험적용도 안되고요. 그래서 치료비 때문에요. 치료비가 엄청 밀렸어요? 우리도 지금 입장이 곤란해요. 치료비 못내시면 환자 더 이상 치료 못해요.”

 행정실 직원은 시나에게 병원비 청구서를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시나가 읽어도 이해를 할 수 없는 영어로 적힌 글자도 있었다.

 총 합계 1258만원 이라고 적힌 글자가 보였다.

 이반은 뇌출혈로 뇌수술을 했고, 머리를 맞은 부분이 부어서 저체온요법도 썼다고 했다. 저체온요법을 굉장히 고가의 치료술이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넘도록 중환자실에 누워있었으니 그 정도 병원비가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세상물정을 몰랐던 시나는 병원비 청구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많은 돈을 어떻게 마련하지?”

 시나는 병원 의자에 주저앉았다. 시나는 남편과 손아랫동서가 들고 왔던 땅문서를 떠올렸다.

 그러나 시나는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

 

 13. 누명을 벗다.

 시나가 병실로 돌아가자 이반이 눈을 뜨고 시나를 바라보았다.

 시나는 이반의 손을 잡고 울먹이면서 물었다.

 “이반, 나 누군지 알아보겠어? 내가 누군지 알겠거든 눈을 깜박여봐. 응?”

 이반은 힘겹게 눈을 깜박거렸다. 시나는 울먹이면서 이반의 손을 얼굴에 비벼대면서 말했다.

 “깨어나줘서 고마워. 정말 고마워. 이반.”

 

 이반은 나날이 빨리 회복되었다. 하지만 머리를 가격당해서 뇌출혈이 있었기 때문에 항상 좀 멍한 표정이었다.

 “환자는 극도로 안정을 취해야합니다.”

 시나가 이반에게 죽을 먹이고 있었다. 그때 병원으로 누군가 걸어들어왔다.

 시나의 친정아버지였다. 시나는 깜짝 놀라서 숟가락을 떨어뜨렸다.

 “아버지? 언제 한국에 오셨어요?”

 시나의 친정아버지는 시나와 이반을 바라보았다.

 “사위가 돈을 보내서 어제 비행기로 한국에 왔다. 너 지금 여기서 뭐하는 거냐?”

 시나는 아버지를 밖으로 끌어내면서 말했다.

 “아버지, 이 사람은 아픈 환자에요. 우리 밖에 나가서 조용히 얘기해요.”

 밖으로 나온 친정아버지가 시나에게 말했다.

 “시나, 집으로 돌아가자. 네 남편과 아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어.”

 “전 안가요. 그런 말씀 하시려거든 아버지 캄보디아로 돌아가세요.”

 “이서방이 얼마나 애가 탔으면 나를 한국으로 불렀겠니? 여자란 한번 결혼하면 그 집 귀신이 되어야해.”

 시나는 원망스러운 눈으로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니요. 한국에서도 살다가 정말 안맞으면 이혼하는 사람들 정말 많아요. 저는 11년동안 그 집 종노릇만 했어요. 남편도 남편노릇 한번 한 적도 없고요. 저는 이제 그 사람과 헤어지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어요.”

 “자식이 있지않니? 자식생각을 해야지.”

 “아버지는 왜 자식인 제 생각은 눈꼽만큼도 안하셨어요? 왜 11년 전에 불구인 남편에게 돈을 받고 저를 팔았어요? 왜요? 왜? 왜 내 인생을 그렇게 만들었어요?”

 시나는 눈물을 흘리면서 소리쳤다.

 “왜 내가 그런 집에서 계속 종노릇을 하면서 살아야해요? 왜 모두 나한테만 참고 살라고 강요하는건데요? 왜요? 저는 이혼할테니까 아버지가 남편에게 받은 돈은 아버지가 벌어서 돌려주세요. 더 이상 저를 찾아오지 마세요.”

 그녀의 친정아버지는 아무말도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미안하다. 가난하고 힘이 없어서 널 그런 집에 보냈구나.”

 시나는 눈물을 닦고 병실로 뛰어왔다. 시나의 친정아버지는 말없이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서있었다. 시나의 친정아버지가 병원 밖으로 나오자 시나의 남편이 차를 몰고 다가왔다.

 시나의 친정아버지가 뒷좌석에 올라타자 시나의 남편이 물었다.

 “장인어른, 시나가 뭐라고 하던가요?”

 시나의 친정아버지는 차 뒷좌석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돌아오지 않겠다는군. 자네가 결혼할 때 우리집에 주었던 돈을 모두 돌려주라고 하더라고.”

 시나의 남편은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날밤 시나의 남편은 농약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모두가 자고 있어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시나의 남편은 깡소주를 병째 들이켰다. 그리고 농약을 마셨다. 잠시후 입에서 거품을 뱉던 시나의 남편은 그대로 자리에 쓰러졌다.

 다음날 새벽 시나의 친정아버지가 농약을 마시고 피를 토하고 쓰러진 시나의 남편을 발견했다.

 “사람살려!”

 119차가 급히 도착해서 시나의 남편을 실었다. 시나의 시어머니는 마당에 털썩 주저앉아서 땅을 치면서 울었다.

 “아이고, 지호야. 아이고 내 아들 죽네. 사람하나 잘못 들어와서 내 아들 잡아먹는구나. 나쁜 년!”

 119 구급차가 병원으로 들어섰다. 실려들어오는 시나의 남편 옆에 시나의 친정아버지가 따라들어왔다. 응급실에서 위세척을 하는 동안 시나의 친정아버지는 시나가 있는 병실로 찾아갔다.

 “왜 또 오셨어요? 아버지?”

 시나는 친정아버지를 보고 반가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 옆에 이반이 일어나 앉아서 약간 멍청한 표정으로 시나의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이서방이 농약을 마시고 자살기도를 했단다. 지금 이 병원 응급실에 있어.”

 시나는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멍하니 있었다.

 “이혼을 하든 어쨌든 사람이 죽어간다. 가서 한번 봐야지 않겠니?”

 응급실로 가자 위세척을 마친 남편이 중환자실로 실려가고 있었다.

 시나는 복잡한 마음으로 누워있는 남편을 바라보았다.

 ‘왜 당신은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기만 해? 왜 나를 놓아주지 않아? 끝까지 이런 식으로 나를 붙잡고 늘어지는구나. 미워. 정말 미워.’

 시나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졌다. 열 여덟살에 국제결혼을 한 남편의 몸은 뼈밖에 남지 않아 앙상해보였다. 그동안 시나의 남편도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알 수 있었다.

 다행히 시나의 남편이 마신 농약은 맹독성이 아니어서 시나의 남편은 곧 의식을 되찾았다.

 시나의 남편은 곁에 앉아있는 시나를 바라보면서 애원했다.

 “시나~~ 나를 버리지 마라. 난 너 없으면 못 산다. 내가 나 혼자 우리 종길이 어떻게 키우라고~~. 흑흑흑. 제발 돌아와라. 제발. 아니면 나를 죽이고 가라. 나를 죽이고 가서 그놈하고 살아라. 칼로 나를 콱 찔러죽이고 가라고~~”

 시나의 남편은 시나의 손을 붙잡으면서 매달렸다. 시나는 남편의 손을 뿌리치면서 병실을 뛰쳐나왔다. 시나는 병실복도 한켠에 서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사는게 왜 이다지도 힘든것인가?’

 시나의 마음은 천갈래만갈래로 찢어져서 걸레가 된 듯했다. 시나는 눈물을 훔치면서 이반이 있는 병실로 돌아갔다. 이반은 머리를 다쳐서인지 어떨 때는 멀쩡해보이다가도 다른때는 넋을 놓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이반과 농약을 마시고 쓰러져누운 남편을 한 병원에 눕혀놓고 시나는 어찌할바를 몰랐다.

 

 다음날도 시나에게 시동생 철구와 명구가 찾아와서 사정을 했다.

 “형수님, 형님은 형수님없으면 못삽니다. 우리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입시다.”

 둘째 시동생 철구가 시나에게 땅문서를 내밀었다.

 “이거, 형수님 앞으로 명의이전한겁니다. 그동안 부모님 돌보고, 형님과 사신다고 정말 욕보신 거 저희 다 압니다.”

 “아니요. 싫어요. 이런다고 저 집으로 돌아가지 않아요.”

 철구와 명구는 시나에게 강제로 땅문서를 갖다 안겼다.

 “집으로 돌아오시든 안오시든 그건 알아서 하시고요. 일단 받으세요. 저희는 갑니다.”

 시동생들은 시나에게 땅문서를 맡기고 도망치듯 사라졌다. 시나는 땅문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저없이 땅문서를 들고 은행으로 갔다. 시나는 은행에 땅문서를 저당잡히고 대출을 받아서 이반의 밀린 병원비를 모두 해결했다.

 시나는 11년간 시댁에서 식모처럼 산 결과물을 이반을 위해 쓰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 정도의 재산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남은 돈은 통장에 입금했다.

 

 지원은 다음날 택배로 마스크 한 봉지를 받았다. 분명히 지원의 공장에서 만든 마스크가 분명했다. 지원은 사장실로 갔다.

 “어. 이지원씨. 웬일이야?”

 사장 한상구가 물었다.

 “저~~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사장님 이것 좀 봐주세요.”

 지원은 자신의 핸드폰에서 동영상을 하나 보여주었다. 그 동영상에는 모자와 마스크를 쓴 남자가 어둠 속에서 마스크박스를 승합차에 싣는 장면이 보였다.

 “이놈은 병원에 누워있는 그 러시아놈은 아닌것같은데...... ”

 “네, 사장님, 이 동영상을 찍어서 저에게 보낸 사람이 러시아에서 온 이반이에요. 이반이 누군가에게 모함을 받은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건 제가 인터넷 싸이트에서 산 마스크에요. 여기 판매처 ‘안전한 나라’ 보이시죠?”

 한상구사장은 마스크를 살펴보면서 지원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건 우리공장에서 만드는 마스크 아니야? 이게 뭐 어쨌길래?”

 “‘안전한 나라’라는 싸이트에 우리 마스크를 공급한 적이 없어요. 누군가 훔쳐낸 마스크를 이 싸이트에 판 것 같아요. 50% 할인을 하는 것을 우연히 제가 보고 구매한 겁니다.”

 한상구사장은 주먹으로 책상을 치면서 분을 참지 못했다.

 “아니, 어느 놈이 감히 공장에서 물건을 빼돌려? 응?”

 “한글도 제대로 모르는 이반이 이런 짓을 벌릴 수는 없다고 사장님도 생각하시죠?”

 “그건 그래.”

 “범인을 잡는 건 사장님께서 직접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셔야되요. 저는 이반처럼 외국에서 온 노동자가 다친 채, 도둑으로 모함받고 감옥가고 하는 걸 바라지 않아요. 그렇게 되면 저희회사 이미지도 나빠지고요. 꼭 진짜 범인을 잡아서 이반의 누명을 풀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동영상은 사장님 핸드폰으로 일단 전송해드릴게요. 그리고 증거로 저도 이 동영상 저희집 컴퓨터에도 저장해두었어요. 혹시 저한테 무슨 일 생기면 제 동생이 이 동영상 인터넷에 올리기로 약속되어있어요. 사장님만 믿겠습니다.”

 지원이 사장실을 나서자 한상구사장이 경찰서로 전화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 여기 청춘마스큽니다. 수사과장님 좀 바꿔주세요...네. 과장님, 한상구입니다. 마스크도난사건에 대해서 좀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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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병원에서 2022 / 2 / 4 200 1 3496   
14 한밤의 도둑 (1) 2022 / 2 / 3 213 1 3023   
13 젊은 연인들 2022 / 2 / 3 193 1 3908   
12 유리의 벽 2022 / 2 / 3 177 1 5482   
11 시나의 시동생들 2022 / 2 / 3 188 1 5070   
10 아름다운 그녀, 란 아잉 2022 / 2 / 3 184 1 5838   
9 상민과 지원 2022 / 2 / 3 198 1 3774   
8 새로 알게 된 사람들 2022 / 2 / 3 173 1 4004   
7 유토폴리스의 지현씨 & 또 다른 그녀 나루터… 2022 / 2 / 2 179 1 3184   
6 새로운 희망 2022 / 2 / 2 214 1 4362   
5 폭풍같이 지나간 첫사랑 2022 / 2 / 2 186 1 3582   
4 그녀의 첫사랑 2022 / 2 / 2 203 1 3909   
3 운곡리의 제삿날 2022 / 2 / 2 200 1 4117   
2 유토폴리스의 단테빛리엔 (1) 2022 / 2 / 2 209 1 2222   
1 운곡리 마을의 시나 (1) 2022 / 2 / 2 331 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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