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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로맨스, 그 찌질함에 관하여
작가 : 열해
작품등록일 : 2022.1.2

찌질한 과거를 청산하고 다시금 사랑을 시작하려던 나.
찌질함은 결코 벗어낼 수 없는 것이었다!

 
18화
작성일 : 22-02-04 15:37     조회 : 187     추천 : 0     분량 : 5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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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화>

 

  윤희씨는 가게 일을 알려주거나 다른 잡담을 나눌 땐 나를 굉장히 귀찮아하고 불친절하게 대했지만, 손님을 맞이할 때와 소설 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눈빛이 반짝였다. 손님을 대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연기와도 같은 것이라면, 소설 쓰기는 그녀가 진심을 다하는 행위였다. 그래서, 반짝일 수 있던 것이다.

  초보 입문자인 난 배울 게 정말 많았다. 이젠 선생이 아니라 학생이 되어 문창과 출신인 그녀의 가르침을 받게 되었다. 그녀의 반짝임을 이어받아 나 역시 눈을 부릅뜨고 꼼꼼히 메모까지 해가면서 기초 지식을 습득해나갔다.

 

  “쓰기에 정해진 틀이 있는 건 아녜요. 시놉시스라고……. 그러니까 개요, 개요는 알죠? 개요부터 쓸 수도 있고, 그냥 닥치는 대로 쓸 수도 있고요. 저 같은 경우엔 어느 정도 전체적인 스토리 가닥을 잡고, 그다음에 살을 붙여나가는, 그런 식의 방법을 쓰죠.”

  “그나저나 윤희씨, 윤희씨는 웹소설에 어떻게 발을 들이게 된 거예요? 솔직히 저도 학과는 좀 다른 면이 있지만, 문학에 대해 많이 공부도 하고 알기도 많이 안다고 생각하거든요. 웹소설 시장에 대해서는 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면도 있지 않나요?”

  “맞아요. 뭔가 웹소설은 소설이 아니라 애들 장난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죠. 어쩌면 저도 조금은 그랬을 수도 있고요. 그런데, 실제로 웹소설 작가로 활동하는 사람들이랑 소통해 보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어떤 부분이요?”

  “달라졌다기보단, 저랑 잘 통하더라고요. 재밌었어요. 글 읽는 것도 너무 좋았고요. 굉장히 자유롭잖아요? 그리고 작품성도 정말……. 놀라웠어요. 이야기 세계의 범위? 그런 게 정말 넓어질 수 있었죠. 아, 여기 웹소설계의 전설적인 인물이랄까? 그 작가님 작품있는데 한번 보세요. 이거 보면 이게 어떤 느낌이구나, 아실 거예요.”

  “전설이요? 웹소설에도 그런 분이 있어요? 에이.”

  “정말이에요. 얼마 전에 해외에 판권 수출한 드라마 있죠? 화랑전설이라고……. 그거 이 작가님이 쓰신 거예요.”

  “네? 그게 원작이 있었어요? 그 원작이 웹소설?”

  “맞아요. 아, 여기있다. 이거 보세요.”

 

  난 윤희씨가 보여준 작품, 정확히는 작품을 집필한 작가의 이름을 보고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작가의 필명은 ‘불꽃남귀’였다. 불꽃남귀 작가의 본명은 한병모. 내 고등학교 동창이자 대학까지도 동문이었던 그 병모. 병모가 웹소설계의 전설이라니. 은근히, 아니 대놓고 무시했던 그 친구가 이젠 쳐다보지도 못할 곳에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마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어안이 벙벙해있는 날 보며 윤희씨가 더 놀란 표정을 짓는다.

 

  “아니, 벌써 그렇게 놀랐어요? 놀랄 만한 부분은 몇 화 지나고 나오긴 하는데…….”

 

  난 잠을 줄이면서 병모의 웹소설 작품들을 쉴 새 없이 읽고 또 읽었다. 컴퓨터 화면이라 눈은 좀 피로했지만, 어떤 작품이든 다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장르도 다양해서 지루할 틈이 없을 지경이었다. 실로 놀라웠다. 병모가 만들어놓은 세계는 그 범위가 방대했다. 난 결코 따라갈 수 없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놓았다. 병모의 작품을 읽다가 치졸한 마음이 생기고 말았다.

  ‘병모한테 연락이라도 해볼까.’

  연락처를 알지도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손을 내밀면 병모가 잡아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조금은 들었다. 그렇게 한창 생각하다 말기로 했다. 난 여전히 찌질한 존재란 걸 확인하는 꼴 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대신 윤희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희씨는 처음엔 살짝 불쾌해하는 것 같았다. 자신의 집필 시간을 방해받았다고 여기는 듯했다. 그렇지만 또 소설 얘기를 하니까 금방 빠져서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럼 윤희씨, 윤희씨는 뭘 쓰세요?”

  “뭘 쓰냐뇨? 소설 쓰죠.”

  “그게 아니라, 어떤 소설을 쓰냐고요.”

  “요샌 판타지를 주로 쓰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그게 대중적으로 먹히는 것 같더라고요.”

  “윤희씨 글 읽는 사람은 많아요?”

  “예전보단 늘어나긴 했어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전 어떤 글을 써야 할까요? 당장 생각나는 소재 같은 게 없어서 말이죠.”

  “입문자에게 가장 좋은 글쓰기는 본인 얘길 쓰는 거예요.”

  “제 얘기요?”

  “요즘엔 에세이랑 소설의 경계가 거의 없다고도 하거든요. 심지어 에세이 소설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예요. 그리고, 그게 젤 잘 써질걸요?”

  “내 얘기라…….”

 

  내 이야기를 쓰는데 판타지가 가능할 리 만무했다. 그렇다고 무협이나 아이돌 이야기를 쓰기에도 어려움이 있었고. 윤희씨는 과감히 ‘로맨스’를 추천했다. 사랑은 누구나 다 하는 것 아니냐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얘길 써보라고 권해주었다.

 

  “사랑 이야기라…….”

 

  윤희씨와의 통화 이후 몇 날 며칠 사랑 이야기를 짜내고 짜내보았지만, 굉장히 뻔하고 흔한 이야기들만 떠올랐다. 시한부, 출생의 비밀 같은. 그런데 그 창작의 고통이, 전혀 괴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험난하고 외로운 여정이었지만, 굉장히 즐겁고 유쾌했다. 자신감이란 게 생겼다. 무언가 이뤄낼 수 있을 것 같은.

  저녁에 부모님을 모셔놓고 모든 사정을 털어놓았다. 그간 있었던 일들에 대해 숨김없이 모두, 다. 아버지는 얼굴이 시뻘게져서 잔뜩 화낼 듯한 기세였지만, 내 마지막 한마디를 듣고는 모든 아쉬움을 털어내셨다.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저에게 맞는 일 하면서요.”

 

  나는 사실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스스로 공무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이는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 과거를 감추기 위한 자기방어 수단이었음을, 사실 알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그 꿈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릴 적 명절에 모인 친척들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가족들을 안정적으로 먹여 살리기 위해 억지로 선택한 직업이었다고, 그래서 아버지의 형제자매들은 아버지에게 늘 고마워했었다. 그리고 아버진, ‘그냥 하지말고, 할 거면 대성해라’라는 말을 남기고는 방으로 들어가셨다.

  솔직히 내 말은 좀 억지스러운 면이 있었다. 교사가 되겠다는 말을 꺼냈던 건 나였으니까. 아버진 반대했었다. 그럼에도 강하게 설득했던 나였는데……. 그땐 내가 정말 찌질했던 것 같다. 내 인생을 설계하고 선택하는 데 오직 한 여자만, 그것도 그 여자의 마음을 얻겠다는 한 가지 목표만을 내세웠으니까. 웹소설 작가는 그런 면에서 굉장히 탁월한 선택이었다. 포기하겠다는 마음을 먹는다고 크게 문제 될 게 없었다. 더군다나 다른 직업을 가지고도 내 노력에 따라 충분히 해낼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되는 것이었다. 그 정도로, 이 세상은 자유로웠다.

  윤희씨 말대로 난 사랑 이야기를 써보기로 했다. 윤희씨 방식을 따라 개요부터 짜보기로 했는데, 진도가 잘 나가질 않았다. 어쩌다 이야기가 물 흐르듯 진행되면, 그건 다른 이야기를 따라하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뻔하디뻔한 장면들만 반복되는 듯했달까.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보아도, 답답함만이 반복될 뿐이었다. 결국, 또다시 윤희씨의 도움을 요청했다.

 

  “본인 얘기 쓰신 것 맞아요?”

  “제 얘기요? 사랑 얘기 써보라고 하셔서…….”

  “그러니까, 본인의 사랑 이야기를 써보라는 거였죠.”

  “아…….”

  “물론, 많이 써보면서 실력이 늘면 상상력만으로 충분히 이야깃거리가 만들어지겠죠. 그런데, 처음부터 그게 되기가 힘들거든요.”

  “제 얘길 그대로 쓰면, 그건 좀 뭔가…….”

  “팩트에 픽션이 가미되는 형식인 거예요. 소설답게! 편하게 쓰세요. 그 누구도 태클 걸지 않을 테니까.”

 

  그녀의 조언은 꽉 막힌 수로가 뚫리듯 내 안에 물길을 열어주었으나, 그런데도 난 선뜻 손가락을 움직이진 못했다. 나아가면 되는데, 노를 젓지 못하고 있었다. 나에겐 그 사랑이 아픈 이야기였으니까. 스스로 날카로운 칼날로 온몸에 상처를 내가면서, 그렇게까지 글을 써야 하는지, 조금은 두려웠다. 나의 지난날들은 오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잔뜩 오염된 상태였다. 정확히는 타인에 의해 더럽혀진 상태. 사람들에게 내세울 수 없는, 치졸하고 영악한 교사로서의 삶을 살았던 그런 사람이 되어 버린 나였다. 그런데 며칠 뒤, 이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극적이라면 꽤 극적이었다.

  곽예진에게 메시지가 왔다. 박혜민이 배남건 선생에게 협박을 받았었다는 내용이었다. 박혜민이 남자친구와 학교 뒤편 분리수거장에서 애정 행각을 벌이던 것을 담배를 피우러 가던 배남건 선생이 목격하게 되었고, 배남건 선생은 이를 몰래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을 해놓았다. 그리고 이를 빌미삼아 박혜민을 협박했던 것. 박혜민은 입시에 민감하던 학생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이 협박에 넘어가고 말았던 것이다. 박혜민은 죄책감에 시달리다 학교에 이를 고백하였고, 결국 배남건 선생은 경찰조사까지 받게 되었다고 했다. 더욱 놀라웠던 건, 경찰이 배남건 선생의 휴대전화를 조사했는데, 몰래 촬영한 불법 영상이 무더기로 쏟아졌다고 했다. 배남건 선생은, 몰카범이었다. 학교 화장실 같은 은밀한 곳에 카메라를 설치했던 것. 이를 계기로 배남건 선생은 구속되었고, 다행히 박혜민의 잘못은 경고 조치로 끝났다고 했다.

  곽예진의 메시지를 받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교감에게 전화가 왔다. 그간의 일을 사과한다면서, 다시 복직할 수 있게 돕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난 대답 없이 전화를 끊었다. 전혀 미련이 생기지 않았다.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대신 용기가 생겼다. 난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보기로 했다.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찌들어있던, 나이가 들어서도 절대 벗어나지 못했던, 그 무섭고도 잔인한 찌질함에 관하여. 나는 찌질함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로맨스를, 한 숟갈 정도 얹어서 말이다.

  윤희씨는 틈틈이 글쓰기에 대한 조언을 해주었다. 본인의 글을 쓰기에도 벅찼을 텐데, 내 글을 다듬어나가는 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쌀쌀맞았던 태도도 변하기 시작했다.

 

  “딱딱하게 나누는 것도 방법이에요. 한 편에 5000자 정도 쓴다고 생각하고요, 그렇게 스무 편을 연재해보세요. 그렇게 연재를 다 하고 나면, 아마 책 한권 분량 정도 될 거예요.”

  “윤희씨는 얼마나 썼어요?”

  “전 사실, 이미 두 편이나 썼어요. 지금은 원래 썼던 작품 탈고하면서, 좀 더 완성도를 높이는 데 신경을 기울이는 중이고요.”

  “두 편이요? 한 편밖에 못 본 것 같은데, 다른 한 편도 볼 수 있어요?”

  “아, 이건 연재하지 않고 공모전에 한 번 보내볼까 해서요.”

  “공모전이라면…….”

  “대형 출판사에서 소설 공모전을 열거든요. 솔직히 될 거로 생각하지 않지만, 뭐랄까……. 제 맘에 들어요. 빛을 봐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달까요.”

  “윤희씨.”

  “네?”

  “우리 오늘 퇴근하고 밥 먹을래요? 소설 얘기도 하고, 또…….”

  “갑자기요? 또 뭐요?”

  “인생 얘기? 그런 것도 좋고요.”

 

  역시나 찌질한 말이었을까. 그런데, 뱉어놓고 후회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밥은 싫은데요.”

 

  역시, 실패였다. 그렇지만 창피하거나 몸둘 바를 모르거나 그러진 않았다. 난 웃으면서 얼버무리기로 했다.

 

  “역시, 쉬운 여자가 아니네요. 윤희씨는. 알겠어요, 일 합시다, 우리!”

  “밥 말고요.”

 

  뒤돌아 가려다 멈추고 난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지금껏 보지 못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밥 말고, 술은 어때요?”

 

  술 약속을 하고 우린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래봤자 1미터 거리, 카운터 앞에 있는 각자의 의자였지만. 우린 글을 쓰다가 번갈아 가며 손님을 맞이했고, 종종 눈이 마주치면 살짝 미소 지으며 소리 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굳이 대화하지 않아도, 즐거웠다.

  내 이야기도 조금씩 틀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윤희씨가 본인 이야기에 만족했던 것처럼, 나도 내 글이 맘에 들었다. 아직 몇 편을 더 써야했지만, 난 다시 맨 처음으로 스크롤바를 올리고, 순간 떠오른 문장을 하나 적었다. 나의 삶과, 나의 사랑, 그리고 나의 찌질함을 담은 글의 제목이었다.

 

  ‘로맨스, 그 찌질함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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