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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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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일희삼
작품등록일 : 2022.2.1

소개팅이 엇갈려 우연히 만난 극작가와 연극배우가 11살이라는 나이차를 극복하고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사랑의 아픔을 치유하는 이야기.

 
제 3화. 운명을.
작성일 : 22-02-03 00:36     조회 : 207     추천 : 1     분량 : 6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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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나랑 작품 하나 같이 해보자.”

 

 성현 선배가 대뜸 제안해왔다. 성현 선배가 속한 극단이 우수극단으로 뽑혀 예술지원금으로 작가 한 명을 더 뽑을 수 있게 됐다는 거다.

 

 “이거 진짜 좋은 기회야. 이번에 눈독 제대로 들면 오픈런도 가능해.”

 

 당연히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갑자기 불어 닥친 북새바람에 쉽게 대응하지 못하듯, 선뜻 수락할 수 없는 민석이었다. 허겁지겁 주는 대로 받아먹다가는 금방 체할 게 분명했다.

 

 “학교 다니면서 써놓은 글 없어? 잘하면 내가 연출 봐줄 수도 있으니까.”

 

 “쓸 만한 거 딱 하나 있긴 한데…… 그때 그거야. 졸업 작품 때 한 거.”

 

 “그거 발표하기 어려우면 새로 하나 써 보자. 내가 도와줄게. 우리 대표님이랑 얘기 잘 해 볼 테니까 우선 하겠다고 해. 막상 계약금 들어오면 글 쭉쭉 나와. 돈이 왜 좋냐.”

 

 “그런가……”

 

 “당연하지. 너 돈 벌려고 글 쓰지 봉사하려고 쓰냐.”

 

 “그럼 배우는? 나 아는 배우 없는데.”

 

 민석의 머릿속엔 여인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을 알았다면 대놓고 물어볼 수 있었을 텐데. 아니다. 어쩌면 여인만 콕 찝어서 물어보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천천히 알아가면 됐다.

 

 그 다음 성현 선배의 말을 들은 순간 민석은 조금의 고민도 없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우리 배우들이 도와줄 거야. 그럼 하는 걸로 알고 있을게.”

 

 . . . . . .

 

 민석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노트북 컴퓨터를 켰다. 오래된 연식의 노트북이 힘겹게 부팅되면서 소음을 냈다. 요즘 부쩍 들어 쿨러 돌아가는 소리가 심상치 않다. 민석은 계약금을 받으면 제일 먼저 노트북을 수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민석의 초조한 마음 때문인지 몰라도 노트북이 켜지는 데에는 평소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민석은 괜히 키보드를 만지작거리며 배경화면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한글 파일이 켜지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토록 글을 쓰고 싶은 게 얼마만인지 몰랐다. 잠들기 전에도, 길을 걸을 때에도, 잠에서 깼을 때도 온통 글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그녀를 만났을 때. 민석의 욕구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맞죠? 유자차 갖다 주셨던. 소개팅 엇갈려서 서로 민망했잖아요.”

 

 민석은 공연장 앞에서 수줍게 웃으며 다가온 그녀의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오로라를 처음 본 사람들은 정말 문자 그대로 넋을 잃고 바라본다고 했다.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환상을 도저히 머리가 받아들일 수 없어 황홀함의 이상이라고 말했다.

 

 지금 민석의 기분이 딱 그랬다.

 

 그렇게 눈부시게 예쁜 얼굴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목소리가 사랑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마치 오로라처럼 민석을 마구 끌어당겼다. 지구의 자력 때문에 오로라가 생긴다고 하지 않는가.

 

 “아, 아닌가……?”

 

 민석이 아무 반응 없자 갑자기 여인의 행동이 조심스러워졌다. 민석도 그제야 자신이 아무 말도 없이 멍청하게 서 있었다는 걸 알아챘다.

 

 “네! 카페…… 맞아요. 어서 오세요……”

 

 민석은 맘대로 지껄이는 자신의 혀를 잘라내 버리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은 마음인데.

 

 “이번에도 반겨주시네요?”

 

 그녀가 웃었다.

 

 자신의 바보 같은 행동에 그녀는 털털하게 웃었다.

 

 “우연히 이렇게 두 번이나 만나기 쉽지 않은데. 우리 뭐라도 있는 거 아니에요?”

 

 그녀가 여전히 깔깔 웃으며 말했다. 민석은 그 미소가 좋았다.

 

 “사실 세 번째예요.”

 

 민석이 그녀의 웃음이 끝나기 전에 말했다.

 

 “네?”

 

 “엊그제 공연 봤어요. 너무 잘 봤어요. 배우인 줄 몰랐는데.”

 

 “정말요? 어머…… 그 부끄러운 작품을 보시다니.”

 

 “아니에요! 완전 푹 빠져서 봤어요. 특히 마지막 키스신은……!”

 

 민석은 이때 길가로 뛰어들고 싶었다.

 

 “하하하…… 사실 이번 작품이 제 첫 주연, 첫 키스신 연기였어요.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하지만 그녀는 별로 신경을 쓰는 듯 보이지는 않았다.

 

 그때 찬 겨울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훑고 지나갔다. 민석은 그제야 두 사람이 길 한 가운데에 서 있다는 것과 도시개발사업으로 인해 생긴 소음들이 귓바퀴에 매달리는 걸 느꼈다.

 

 “혹시 괜찮으시면…… 커피, 아니 유자차라도 한 잔 하실래요?”

 

 지난 몇 개월간 여자 뿐 아니라 모르는 사람에게 한 마디 걸어보지 못한 민석이 드디어 말을 건넨 순간이었다.

 

 민석은 막상 물어보고 더욱 겁을 먹었다. 여인은 거절할 게 분명했다. 소개팅이 엇갈려 겨우 10분도 만나보지 못한 낯선 남자가 유자차를 마시자고 하다니…… 커피도 아니고 차도 아니고 콕 찝어서 유자차……

 

 민석은 상상 속에서 남이 되어 여인과 자신을 바라보는 제 3자가 되어 보았다. 정말 멍청하기 짝이 없었다. 만약 민석의 주먹이 다른 자아를 갖고 있었다면 분명 민석의 코를 쥐어박았을 것이다.

 

 “좋아요.”

 

 “네?”

 

 “방금 연습하고 나오는 길이었는데. 목이 좀 건조했거든요. 제가 살게요.”

 

 의외의 대답이었다. 민석은 그동안 상상했던 여인의 모습들을 떠올렸다. 그를 향해 미소 짓고, 그를 향해 말을 걸고, 그와 함께 차를 마시고, 걷고, 손을 잡고, 볼에 키스를 하는. 혼자서 여인을 두고 글을 쓰며 혼자만의 망상에 빠졌었다는 걸 어쩌면 그녀에게 들키지는 않을까. 막상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녀와 무슨 대화를 할 수 있을까.

 

 그녀와 공통점은 있을까.

 

 어색하진 않을까.

 

 다리를 떨지는 않을까.

 

 바보 같이 웃다가 내 삐뚤빼뚤한 잇몸이 보이지는 않을까.

 

 그녀의 눈동자를 넋 놓고 바라보다가 실례를 저지르지는 않을까.

 

 상상 속의 그녀는 민석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어쩌면 그 상상 속 대화들이 실제로 오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소개팅으로 만나는 자리는 아니잖아. 찬우가 그랬다. 남녀가 만나는 건 꼭 연인이 되려고 만나는 건 아니라고. 친구 사이. 친구 사이가 될 뿐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친구가 되려면 많은 조건이 필요한 건 아니니까. 꼭 같은 반이어야하고, 같은 대학을 나오거나 같은 과를 졸업해야하고, 같은 회사의 동기, 군대 동기만 친구가 되는 건 아니다.

 

 우연히 두 번, 아니 세 번이나 만난 사람과도 좋은 친구가 될 거라고 민석은 생각했다.

 

 “아니에요. 제가 살게요. 너무 뜨겁지 않은 유자차로.”

 

 . . . . . .

 

 “제 공연은 어떻게 본 거예요?”

 

 여인이 이제 막 카운터에서 유자차 두 잔을 받아온 민석에게 물었다. 민석은 이번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트레이에 안전하게 유자차를 가져왔다. 그럼에도 마치 오래된 흔들다리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었다.

 

 여인은 마치 재미있는 놀이라도 되듯 지난번 카페의 지난번 그 자리로 가자고 했다. 하지만 민석은 불과 몇십 분 전에 예슬과 함께 그 카페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어쩌면 종업원이 자신을 알아보고 짧은 시간에 두 여자를 만나는 걸 이상하게 여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민석은 다행히 예쁜 카페를 길 건너에서 발견해 그리로 들어갔다.

 

 다시 자리로 돌아가면서 얼마나 겁이 났는지. 민석은 사실 카페에 들어서면서부터 여인에게 함께 차를 마시자고 한 걸 후회하기 시작하던 참이었다. 먼저 말을 거는 스타일도 아니었고 모임이나 회식을 가더라도 남들의 얘기를 들으며 있는 둥 마는 둥, 남이 웃으면 따라 웃고, 슬퍼하면 따라 슬퍼하던 식이었다. 그런 그가 이제 겨우 세 번 만난 여자와 단둘이 자리를 갖다니.

 

 ”성현 선배가 초대해서 갔었어요. 같은 학교 후배거든요.“

 

 ”정말요? 성현 작가님 후배였구나. 어떻게 이런 우연이 또 있죠?“

 

 그녀는 의외로 별 얘기를 하지 않아도 배꼽을 잡고 웃었다. 이제 막 탈피한 나비가 여린 바람에도 흔들리듯이 가볍고 부드러운 웃음이었다.

 

 그 순간 민석은 괜히 왔다는 생각을 구기고 구겨 저 멀리 떨어진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그러면 작품 쓴 것도 있어요?“

 

 ”남들 보여줄 만한 건 하나 있어요.“

 

 ”어떤 내용이에요?“

 

 ”좀 민망하긴 한데……“

 

 ”민망하긴요. 무슨 얘긴데 그래요? 더 궁금해지는데요?“

 

 그렇게 말하곤 그녀가 유자차를 한 잔 마셨다.

 

 아직 뜨거울 텐데…… 민석의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입술을 가볍게 데었는지 황급히 컵을 떼어냈다. 그러면서 머그잔에 가득 차 있던 유자차가 출렁이면서 컵 밖으로 조금 튀었다. 흘린 유자차가 여인의 웃옷에 튄 걸 보고, 민석은 얼른 카운터로 가서 냅킨을 가져와 여인에게 건넸다.

 

 ”미안해요. 원래 이렇지 않은데…… 조금 긴장이 되나봐요.“

 

 ”긴장이요?“

 

 ”제 첫 주연 작품을 보러온 훌륭하신 작가님이잖아요.“

 

 민석은 이 일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작가라는 이름으로 불린 적이 없었다. 그랬던 그에게 그녀가 처음으로 작가라고 불러주었다.

 

 그녀도 민석도 함께 긴장을 했다는 말에 겨울나무처럼 굳어 있던 민석의 표정에 조금씩 미소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녀와 단 둘이 있게 될 상황에 겁을 먹었던 그는 어느새 그녀와 있는 것이 편하고 설레었다.

 

 사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여인과 함께 대화를 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해보지도 못했다. 그건 마치 길을 잃어 나무 열매를 쪼아먹던 참새에게 길을 물어보는 것과 비슷한 거였다. 그저 우연히 스친 사람. 그럼에도 기억 속에 오래 남아 한동안 간절함을 가졌다가 이내 현실을 받아들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비참한 진실을 마주할 준비를 해야 할 상황이었다.

 

 ”고마워요. 저한테 작가라고 불러준 첫 번째 사람이에요.“

 

 완전히 긴장이 풀린 민석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그러자 그녀는 별 게 다 고맙다는 표정으로 그를 부드럽게 보았다.

 

 ”그 깐깐하기로 소문난 성현 작가님이 자기 작품에 초대할 정도로 점찍어 둔 사람이라면, 좋은 작가님인 게 분명하죠.“

 

 ”사실 새 작품을 기획 중이에요. 적어도 두 달 안에 완고를 낼 생각이에요.“

 

 ”어머. 두 달 만에 글을 쓸 수가 있어요? 확실히 작가들은 다르구나.“

 

 ”아니에요. 무작정 써 내려가는걸요. 저도 제 글이 맘에 안 들 때가 엄청나게 많아요.“

 

 민석은 성현 선배가 제안했던 일에 대해선 꺼내지 않았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일이기에 민석도 섣불리 김칫국을 마시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여인을 만나 얘기를 하면서 더더욱 희곡을 빨리 써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민석이 글을 빨리 써낼수록 연습을 일찍 시작할 수 있을 테고, 그러면 여인을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이 더욱 짧아지리라.

 

 ”엄청 좋은 글일 거예요. 무슨 내용인지 살짝 귀띔해줄 수 있어요?“

 

 ”사랑 얘기를 써 볼까 해요. 로맨스. 말수도 없고 바보 같은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면서 바뀌는 얘기요.“

 

 ”벌써 좋은데요? 혹시 작품 완성되면 꼭 알려주세요. 그때 스케줄 없으면 오디션 보러 갈게요.“

 

 ”오디션이요?“

 

 ”세 번이나 우연히 만난 작가님의 작품이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그런 작품에 출연하면 또 얼마나 재밌을지 기대되기도 하고요. 그리고……“

 

 여인의 다음 말은 민석의 귀를 의심하게 했다. 어쩌면 호기심과 우연의 마법 때문에 한 말일 수도 있다. 그리고 별 뜻 없이 말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말을 할 때 그녀의 표정을 직접 보았다면. 나한테 호감이 생긴 건가? 라는 민석의 생각이 헛된 망상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세 번이나 우연히 만난 작가님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민석은 그 뒤로 나눈 얘기는 거의 기억나지 않았다. 마치 한 대 치명타를 얻어맞은 권투선수가 그 다음 라운드에서는 정신력과 본능으로 싸우듯. 민석은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앉아 있는 게 아니었다. 그만큼 그녀의 그 한 문장은 너무나도 강력했다.

 

 

 

 ”그러고 보니까 이름을 안 물어봤네요. 이름이 뭐예요?“

 

 민석이 그 다음으로 정신을 차린 건 여인의 이 질문 때였다. 거의 30분 동안 민석은 그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웃고 슬퍼했을 뿐이었다. 민석은 혹시나 자신이 기계적으로 대답한 게 들키진 않았는지, 그게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는 않았을지 뒤늦게 정신이 들었다. 하지만 여인은 그런 것 쯤 개의치 않는 듯 민석이 질문에 대답하기를 호기심 있게 기다리고 있었다.

 

 ”구민석이에요.“

 

 ”민석 작가님이구나. 성현 작가님보다 후배면 그보다 동생이겠네요? 스물다섯?“

 

 ”네, 맞아요. 딱 스물다섯이에요. 바로 알아맞히셨네요?“

 

 ”제가 사람 나이는 기가 막히게 잘 맞추거든요. 혹시 제 나이도 맞춰볼래요?“

 

 ”음…… 스물아홉? 서른?“

 

 ”기분 좋으라고 거짓말하는 거죠?“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너무 높게 부른 건 아니죠?“

 

 그녀는 한참을 웃더니 말했다.

 

 ”저 서른여섯이에요. 고마워요. 어리게 봐줘서. 나도 좀 어리게 불러줄 걸 그랬나? 눈치 없이 바로 맞췄네.“

 

 ”거짓말. 엄청 동안이세요.“

 

 민석은 사실 그녀의 나이를 들었을 때 별로 놀라진 않았다. 물론 머릿속으로 빠르게 그녀와 11살 차이가 난다는 것과 자신이 태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초등학교 5학년을 다니고 있었다는 걸 계산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나이는 상관없이 이미 민석은 그녀가 너무 좋아져 버렸다.

 

 ”제 이름은 안 물어봐요?“

 

 ”아. 이름이 뭐예요?“

 

 ”이지혜예요. 우리 서로 이름도 알았으니까 잘 부탁해요.“

 

 지혜가 악수 손을 내밀었다. 민석은 지혜가 알아채지 못하게 책상 아래에서 손에 묻은 땀을 바지에 황급히 닦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부드러웠다.

 

 이지혜. 민석은 그녀의 이름은 마음속으로 불러보았다. 심장이 조여오는 듯 쿵쾅쿵쾅 뛰었다. 지금까지 상상만 하던 그녀의 이름과 나이를 알아서인지, 아니면 그녀의 따듯한 손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시간과 함께 그의 심장도 멈추는 기분이 들었다는 건 사실이었다.

 

 ”혹시 전화번호 알려줄래요?“

 

 지혜의 손을 놓는 동시에 민석의 입에서 저절로 말이 튀어나왔다. 민석도 말해놓고 깜짝 놀랐다. 평생 여자의 전화번호를 물어본 적 없는 그였다. 혹시 그녀가 불쾌해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그…… 희곡 나오면 연락 드리려구요.“

 

 민석이 황급히 같잖은 이유를 대자 지혜가 귀엽다는 듯이 웃었다.

 

 ”좋아요. 대신 꼭 연락주셔야 해요.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꼭 드릴게요.“

 

 그녀가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다.

 

 황홀했던 민석은 지혜와 만난 1시간이 모두 기억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이름과 미소, 기다리고 있겠다는 말 딱 세 가지는 분명하게 기억했다.

 

 예슬은 어느새 기억 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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