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공포물
기현상 칼럼니스트
작가 : ILooK
작품등록일 : 2022.1.21

생방송 중 실종된 스트리머, 사랑에 온 몸과 마음을 불태우는 사람, 아름다운 형상과 함께 나타난 알 수 없는 전염병 그리고 갑작스레 아귀가 되어 나타난 조상까지. 이미 일어났으나 아직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단편 형식의 짧은 호러 소설과 이를 마무리 짓는 칼럼 방식의 이야기입니다.

#공포 #미스테리 #괴이 #한국 #전설

ilook.at.the.light@gmail.com

 
2-5. 지귀
작성일 : 22-02-02 20:00     조회 : 199     추천 : 0     분량 : 452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교대 업무를 위해 비품 약, 의료장비와 응급 약물의 개수를 파악하던 젊은 간호사가 선배 간호사의 말에 깜짝 놀라 손을 멈췄다.

 

 

 "진짜요?"

 

 

 "그래. 폐쇄병동에서 가장 좋은 독실 쓰게 될 사람이 김태성래. 스토커에 대한 망상장애가 있었는지 사람도 여럿 죽이고 다친 사람도 많다나 봐. 뭐, 입원 전에 대충 검사를 했다고는 하는데...... 우리 쌤 성격 알잖아. 근데 듣기로는 여자한테 유독 공격적인 성향이라고 하니까 괜히 호기심에라도 얼쩡거리지 마. 알았어?"

 

 

 “네? 네...”

 

 

 선배 간호사는 이야기를 끝마친 뒤 퇴근하기 위해 바쁘게 자리를 떴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젊은 간호사가 환자 차트를 확인하다 눈을 빛냈다.

 

 다른 간호사 업무량이 많은 데다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이직을 고민했지만, 어디에도 이 병원만큼 월급이 높은 곳이 없었다.

 

 다른 친구 간호사들은 월급과 복지, 업무 환경에 대해 그를 부러워하며 입사 방법을 물었지만 신이영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한 채 매번 대답을 얼버무렸다.

 

 차라리 업무 환경이나 복지가 나빠 돈을 이렇게 많이 받았으면 마음은 더 편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이 병원은, 높으신 분들의 도피처였다.

 

 

 도저히 로비로 벗어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뒤 그게 밝혀졌을 때, ‘혈기왕성’한 부잣집 자식들이 다른 사람을 죽였을 때 법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피처였다.

 

 물론 ‘치료’를 위해 가끔 ‘특정한’ 약물을 쓰기도 하는 병원이기도 했다.

 

 모든 것을 알고 난 뒤 신이영은 충격을 받았다.

 

 어쩌다 보니 이쪽으로 흘러들어왔으나 신이영은 본래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간호사직을 택한 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알아버린 뒤, 발을 빼지도 못한 채 전전긍긍하던 그에게 진실로 웃음 짓게 하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김태성라니, 김태성라니!

 

 

 무서운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야기보다 '김태성'이라는 이름이 고막에 박혔다.

 

 이야기를 전해 준 선배 간호사는 잘 몰랐겠지만 젊은 간호사는 김태성의 오랜 팬이었다.

 

 20대 초반밖에 되지 않은 젊은 간호사의 어린 시절, 힘든 시기를 김태성이라는 배우를 보며 견뎌냈고 그가 작품 활동을 하지 않은 시기에도 꾸준히 팬 활동을 이어가며 그를 응원했었다.

 

 

 신이영은 피해자에 대해 안타까움보다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는 망상을 겪는 김태성이 얼마나 힘들어할까, 하는 걱정부터 들었다.

 

 이곳의 환자 대부분은 진짜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간혹 정말 정신 질병을 앓는 사람도 입원하기도 했는데 그들을 맡는 게 퇴근 준비를 하고 있던 선배 간호사를 비롯해 신이영이 할 일이었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이는 망상을 현실로 느끼며 괴로움을 겪는다는 걸 본 경험은 드물었지만 실제로 옆에서 보니 김태성이 더욱더 안타깝게 느껴졌다.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이야기로만 들은 사람들과 평생 팬으로서 함께 한 김태성을 저울질하자면 당연히 그에게는 김태성 쪽으로 추가 기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간호사는 김태성이 있다는 폐쇄병동의 독방으로 다가갔다.

 

 위험인물인 만큼 가디언 두 기가 문 앞에 서 있었다.

 

 문에 설치된 투명 유리막을 통해 김태성을 살펴본 간호사가 저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냈다.

 

 정말 그의 우상이 자신이 일하는 곳에 입원해 있었다.

 

 

 "오빠..."

 

 

 조금 마르고 헝클어진 머리였지만 여전히 잘생긴 얼굴이었다.

 

 오히려 조금 말라 선이 가늘어지고 창백한 얼굴인데 환자복까지 입고 있으니 꼭 드라마 속 병약한 미청년이 나오는 장면 같았다.

 

 그는 침대에 앉아 벽 한 군데를 응시하며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는 듯 신경이 팔려 투명창 너머 신이영이 그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떨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신이영은 잠시 창에서 멀어져 몇 번이고 심호흡했다.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카드는 폐쇄병동의 독방까지 출입이 가능한, 일종의 마스터 카드였다.

 

 먹고 살기 위해, 먹여 살리기 위해 부정부패를 눈감았던 보상이었다.

 

 

 "간호사 신이영, 김태성 환자와 면담하겠습니다."

 

 

 -승인되었습니다.

 

 

 문이 열리고 신이영 간호사가 한 기의 가디언을 달고 병실로 들어섰다.

 

 아직 앳된 끼가 남아있는 간호사의 얼굴이 김태성과 눈을 마주치자 복잡한 표정을 띄웠다.

 

 안쓰러움, 감격, 감동, 설렘 그리고 행복. 폐쇄병동으로 향하기 전, 다급히 덧칠한 화장을 뚫고 두 뺨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초롱초롱한 두 눈에 슬며시 눈물이 고인 건 김태성이 신이영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였다.

 

 

 "이영아."

 

 

 집 앞에서, 신이영이 쫓아다닌 모든 촬영장과 팬 사인회에서 만날 때마다 그를 불러주던 부드럽고 자상한 목소리.

 

 신이영은 확신했다.

 

 세간에서 떠드는 끔찍하고 잔혹한 이야기들, 증명도 되지 않은 채 그럴 것이라 떠드는 그 모든 소리가 헛소리라는 걸.

 

 선배 간호사가 충고했던 '여성에게 보이는 적개심', '혼자 들어가지 말 것'이라는 모든 이야기는 이미 그의 뇌리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왜, 왜 여기 계세요."

 

 

 떨리는 목소리, 큰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신이영은 가디언을 입구에 세워 놓고 조심스레 김태성에게 다가갔다.

 

 김태성은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야기는 들었지?"

 

 

 김태성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신이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앉아있는 침대 근처에 놓여있는 간이의자에 앉았다.

 

 김태성은 동화책을 읽어주는 아빠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 인간의 뼈를 받은 일부터 자신과 이야기하거나 접촉이 있었던 모든 여성에게 일어난 사건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억나지는 않지만, 자신이 패닉 상태에서 집에 불을 질렀다는 사실까지.

 

 그리고 그 사고로 자신의 절친한 친구가 사망했다는 것까지 말이다.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너도 나랑 가까이 지내지 않는 게 나을 거야."

 

 

 신이영의 표정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두 눈에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고, 울컥 치솟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씁쓸하게 웃는 김태성의 모습에서 신이영은 어릴 때 자신의 모습을 겹쳐 보았다.

 

 

 부모를 모두 잃고 갓난아기인 동생을 안은 채 처음 보는 친할머니라는 사람에게 맡겨져 감시 당하듯 자랐다.

 

 친할머니라는 사람은 그의 동생에게는 한없이 사랑을, 신이영은 낯선 침입자를 보듯 그렇게 경계했다.

 

 너무 힘들어 극단적인 선택마저 생각할 때 즈음, 신이영은 스크린에서 김태성을 처음 보았다.

 

 

 정이 고팠고 사람이 고팠던 신이영에게 김태성은 하나의 달빛처럼 빛나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사정을 알고 난 이후부터는 만날 때마다 이름을 불러 주었고 추울 때는 따뜻한 음료를 건네주었으며 더울 때는 냉팩이나 미니 에어컨을 건네주고는 했다.

 

 

 미운 정도 정이라고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힘들어하던 신이영에게 잠시였지만 직접 찾아와서 위로를 건네기도 한 게 김태성이라는 사람인데.

 

 그런 따뜻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일부러 죽이고 다치게 했을 리 없었다.

 

 신이영은 손을 내밀어 김태성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사심은 없었다.

 

 단지 김태성이라는 사람을 여전히 사랑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놀란 표정의 김태성이 신이영을 바라보았으나 곧 그 역시 눈가가 붉게 달아올랐다.

 

 

 "고맙다."

 

 

 눈물이 떨어지지는 않았으나 김태성의 표정에서 신이영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그건 마치 사랑하는 연인을 보는 것 같기도 했고 고난을 겪는 어린 자식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두 사람은 한정된 시간 동안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직후 병원은 발칵 뒤집혔다.

 

 

 간호사가, 의사나 선배 간호사의 허락도 없이 VIP이자 이 병원에 몇 명 되지 않은 진짜 환자를 개별 면담했다는 사실이 보고되었기 때문이다.

 

 신이영 간호사는 징계를 피할 수 없었다.

 

 물론 병원에 입원한 뒤부터 타인에게 반응하지 않는 김태성 환자가 유일하게 정상적인 반응을 보이는 간호사라는 입장은 그를 우쭐거리게 했고 동시에 처벌도 흐지부지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는 다른 모든 업무에서 배제되었으며 담당 의사에서부터 수간호사, 직속 선배 간호사에게까지 돌아가며 한 소리 들어야 했으나 결론적으로 자신이 원하던 환자를 담당하게 되었다.

 

 

 "그럼 오빠, 아, 아니. 김태성 환자. 10시에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회진 돌 때 다시 봐요."

 

 

 수줍게 웃은 신이영이 들고 왔던 물품을 챙겨 방을 나갔다.

 

 

 "봐, 저 아이. 아주 상냥해."

 

 

 신이영이 나간 문을 바라보며 김태성이 혼자 중얼거렸다.

 

 문 옆에는 환자가 자해할 시 곧바로 제압할 수 있도록 가디언 한 기가 서 있었는데, 그 가디언의 카메라 부분이 붉게 변하더니 곧 깜빡거렸다.

 

 

 "맞아. 착한 아이지, 아주 착한 아이."

 

 

 김태성이 한껏 미소 지었다.

 

 붉은색 점은 천천히, 가끔은 아주 빠르게 깜빡깜빡 거렸다.

 

 

 "정일한? 걔랑은 달라. 우리 착한 이영이는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나밖에 없거든. 할머님은 돌아가셨고, 동생이라는 애는 돈 벌어 오는 언니에게 돈이나 갈취하는 몹시 나쁜 아이라서."

 

 

 낄낄낄 웃음을 터뜨린 김태성에게 맞춰 빨간색 불빛이 호응하듯 깜빡였다.

 

 

 "내 꺼, 내꺼지. 그럼 내꺼야. 내꺼라고. 아, 또 마음이 타오르는 것 같아... 라베아. 이 마음을 어쩌면 좋지."

 

 

 두 뺨이 달아오른 김태성이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들이쉬는 공기마저 단 듯 그의 표정에서는 사랑에 빠진 사람의 애틋한 감정과 희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번에는, 그래.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을 거야."

 

 

 절대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9 4. 아귀: 개천에서 난 용 2022 / 2 / 28 208 0 4548   
28 4-9. 아귀 2022 / 2 / 27 185 0 4193   
27 4-8. 아귀 2022 / 2 / 25 204 0 5086   
26 4-7. 아귀 2022 / 2 / 24 182 0 5260   
25 4-6. 아귀 2022 / 2 / 22 199 0 5414   
24 4-5. 아귀 2022 / 2 / 21 376 0 5310   
23 4-4. 아귀 2022 / 2 / 18 179 0 4954   
22 4-3. 아귀 2022 / 2 / 17 199 0 4978   
21 4-2. 아귀 2022 / 2 / 16 203 0 4585   
20 4-1. 아귀 2022 / 2 / 14 198 0 5090   
19 3. 백륜: 도움을 청하세요 2022 / 2 / 11 236 0 4986   
18 3-5. 백륜 2022 / 2 / 10 191 0 5206   
17 3-4. 백륜 2022 / 2 / 9 190 0 5242   
16 3-3. 백륜 2022 / 2 / 8 192 0 4892   
15 3-2. 백륜 2022 / 2 / 7 209 0 5450   
14 3-1. 백륜 2022 / 2 / 4 202 0 5557   
13 2. 지귀 2022 / 2 / 3 198 0 4506   
12 2-5. 지귀 2022 / 2 / 2 200 0 4528   
11 2-4. 지귀 2022 / 2 / 1 202 0 4859   
10 2-3. 지귀 2022 / 1 / 31 202 0 4928   
9 2-2. 지귀 2022 / 1 / 30 201 0 5548   
8 2-1. 지귀 2022 / 1 / 29 200 0 5375   
7 1. 반쪽이: 잃어버린 사람 2022 / 1 / 28 204 0 4731   
6 1-6. 반쪽이 2022 / 1 / 27 200 0 4531   
5 1-5. 반쪽이 2022 / 1 / 26 206 0 5268   
4 1-4. 반쪽이 2022 / 1 / 25 205 0 5905   
3 1-3. 반쪽이 2022 / 1 / 24 205 0 4683   
2 1-2. 반쪽이 2022 / 1 / 23 201 0 5749   
1 1-1. 반쪽이 2022 / 1 / 21 333 0 468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