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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하얀 달, 메아리
작가 : r라
작품등록일 : 2022.2.2

젊은 농사꾼 수여리. 하늘에 떠 있는 붉은 달을 발견했다.

강가에 빠진 자신의 반려동물 황순이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 순간, 다른 세상으로 떨어져 버렸다.

그 곳은 밤하늘에서나 볼 수 있었던 달이었다.

 
5.
작성일 : 22-02-02 16:30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7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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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하! 어디에 있어!”

 

 첸은 로하를 찾기 위해 왕궁 안을 열심히 뛰어다니며 찾기 시작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이 왕궁. 참 쓸데없이 넓고 복잡하다. 이 곳에서 사람 한 명 찾기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 진짜. 하필 오늘 같은 날.”

 

 첸은 기다란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토해냈다. 오늘은 전 여왕 제느 아사베와 그의 남편 브자르 베르만의 첫 추모식이였다. 원래라면 진작 치뤘어야 했지만, 아사베의 시신을 찾지 못해 미루고 미루다 결국 오늘로 날을 잡은 것이다.

 

 충격이 크겠지. 로하의 이런 행동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부모 또한 블러드의 저주로 인해 돌아가셨기에 로하의 마음을 어림잡아라도 짐작할 수 있다. 아사베… 그녀가 실종된 지 벌써 6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사건은 종결 되었고, 결국 시신은 찾지 못했다.

 

 [제 어머니이자 전 여왕이었던 제느 아사베의 시신을 찾는 일은 이만 중단합니다. 고작 시신 하나 찾겠다고 이렇게 많은 인력들을 쏟아내는 것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판단됩니다. 현 시점에서 큰 혼란을 겪고 있는 메아리를 재정비하도록 하죠.]

 

 로하가 답지 않은 표정과 어투로 내렸던 명령이었다. 그런 모습에 ‘역시 피는 못속이나.’ 라며 수긍하면서도, 처음 본 냉혈한 같은 모습에 의아했고, 더 이상 순진무구한 어린 아이가 아니어야 한다는 사실에 씁쓸했더랬다.

 

 아사베가 생전 첸에게 했던 부탁이 머리속에서 맴돌았다. 아직도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너무나 생생하게. 마치 옆에서 속삭이는 것처럼….

 

 [난 누구도 믿지 않지만, 비센 형제라면 믿을 수 있지. 로하는 베르만을 많이 닮아서 이 곳에서 오래 버티지 못할거야. 그 아이가 평생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네가 옆에서 지켜 줬으면 좋겠구나.]

 

 사실 아직까지도 그녀의 죽음이 믿겨지지 않는다. 로하가 앉는 그 자리에 아사베가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었다.

 

 “형. 찾았어?”

 

 저 멀리서 댄이 달려오며 물었다. 동생의 얼굴 또한 난처한 표정이었다.

 

 “네가 모르는 걸 내가 어떻게 아냐?”

 “아. 그런가.”

 

 댄은 어깨를 들썩거리며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귀여운 놈. 이 왕궁에서 제느 로하를 잘 알고 있는 것은 자신이라는 걸 수긍하는 태도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철딱서니 없게. 위치에 맞게 행동해야지.”

 “형. 예의를 갖춰. 이젠 형이 동생 대하듯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곧 여왕식도 치룰 건데, 뒷감당 어떻게 하려고 그래? 그리고 사랑하는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당연한 태도 아니겠어?”

 

 동생은 저게 문제다. 공주의 호위무사라는 자리는 그저 공주의 안위만 지키는 것이 아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으로써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안전한 길을 갈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하는 몫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저렇게 항상 금이야, 옥이야. 싸고 돌기만 하다니. 메아리의 미래가 걱정될 정도다. ‘반제느의 습격’ 때문에 무너져 갔던 왕권을 아사베가 여왕식을 치루자 마자 체계를 잡으며 견고하게 쌓아올린 자리다. 그런 자리를 이 핏덩이들이 잘 지켜낼 수 있을까.

 

 “형. 나는 이 쪽으로 가볼게. 공주님 찾으면 [참] 보내!”

 

 [참] 여왕과 고위 관직들이 서로의 위치나 급한 전달 사항이 있을 때 전달해주는 새였다. 항상 자유분방하게 날아다니지만, 부르면 언제나 쏜살같이 날아오는 전달자들.

 

 댄은 바람같은 속도로 멀어졌다. 댄이 사라지고, 하늘에서 익숙한 초록새가 우아한 날개짓을 하며 첸의 어깨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로하의 참? 이봐, 로하는 어디에 있어?”

 “짹!”

 “...짹?”

 “짹, 짹!”

 

 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상한 일이다. 참은 다른 새들과는 달리 사람의 언어를 쓴다. 게다가 다른 참도 아닌 로하의 참이 ‘짹’ 이라니. 설마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참은 따라오라는 듯 첸을 바라보며 바삐 날개짓을 했고, 참의 속도에 발맞춰 낯선 길로 들어섰다.

 

 “여긴…”

 

 참은 왕궁에서 한참이나 동떨어진 작은 호수 앞에 멈추었다. 그리고 낯설고 낡은 나무문. 여긴 분명 어렸을 적에 와본 적이 있던 곳이다.

 

 제느의 서재. 그들의 모든 역사와 힘의 원천이 새겨져 있다는 곳. 제느의 피를 가진 자들만이 들어갈 수 있고, 그녀들에게 선택된 남자들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신이 지키고 있다고 전해지는 메아리에서 가장 특별한 곳. 이 곳을 아는 사람들 또한 고위 관직들 몇 가문만 알고 있고, 언급 자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그런 곳이었다.

 

 6대 여왕 제느 하프시아가 통치하던 시절, 반제느들이 이 서재을 파헤치기 위해 왕궁 안에서 전쟁을 치뤘었다고 들었다. 그것이 ‘반제느의 습격’ 이라 불렸던, 왕권을 무너트린 그 전쟁이었다.

 

 [제느의 서재에 들어갈 수 있다면 신의 선택을 받은 것이며, 신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은 왕권을 잡는 것이다.] 라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떠돌 정도로 신비스러운 이 곳. 그러나 아무도 이 곳을 연 자는 없었다. 어떤 공격으로도 저 낡아빠진 나무문을 부술 순 없었으니까. 패기나 호기심이 왕성한 가문 몇 명이 시도했으나 처참히 실패했고, 그 가문들은 제느의 노여움을 사 후손까지 모두 몰락했다. 한 마디로, 여긴 제 정신이 박혀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찾지 않는 그런 위험한 곳이었다.

 

 아직 살 날이 많은데 호기심 하나로 죽을 순 없지. 첸은 몸을 빙글 돌려 로하를 찾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끼이익-.’ 거리는 기분 나쁜 소리에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굳게 닫혀 있던 나무문이 누군가 조심스럽게 여는 듯 천천히 문이 열리고 있었고, 그 안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로하…?”

 

 그는 홀린 듯 서재로 걸어갔다. 큰 목소리로 로하의 이름을 연신 외쳤으나 돌아오는 것은 고요한 침묵 뿐이었다.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애써 억누르며 한 계단, 한 계단.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캄캄할 줄 알았던 서재는 너무나도 환했다.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것처럼. 많은 책들이 곳곳에 꽂혀 있었지만, 알 수 없는 단어들 뿐이었다. 좀 더 안으로 들어서자 보라색의 영롱한 빛이 어떤 문 앞에서 타오르듯 빛나고 있었다.

 

 이미 걷잡을 수 없게 커진 호기심은 생각을 되짚어 볼 새도 없이 그의 손을 행동하게 만들었다. 문 앞에 손을 대자, 또 한 번 기분 나쁜 ‘끼이익.’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그 곳엔 9개의 두꺼운 책이 꽂혀 있었고, 신기하게도 돌로 만든 책꽂이 사이 사이엔 예쁜 꽃들이 무성하게 자라난 형태로 짙은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긴장 때문일까. 오른쪽 눈에서 굵은 눈물이 툭, 바닥에 떨어졌다. 숨을 들이마시자 이 향기가 익숙하단 걸 깨닳았다. 스치기만 해도 좋았던 그 향기, 이젠 그리움으로 변해 버린 그 향. 아사베에게서 났던 향기였다. 이미 그의 심장은 터질듯 부풀었다. 난생 처음 느끼는 슬픔과 고통이 순식간에 온 몸을 뒤덮었다.

 

 “아.”

 

 그는 심장을 찢기는 듯한 이 통증이 무엇 때문인지 이제서야 깨닳았다.

 

 아사베의 죽음.

 

 “하, 하하..”

 

 본인이 생각해도 기가 막혔다. 여왕을 사랑했구나, 내가. 지금껏 내가 느꼈던 것은 존경심이 따위가 아니라 사랑이였구나.

 

 한 번 터진 눈물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내렸다. 고작 향기 하나로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들쑤시다니, 역시 그녀는 대단한 여자다. 감탄스러울 정도다. 그런 그의 눈에 9권의 책에 쓰여 있는 글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제 1대 여왕. 제느 아사나.]

 

 첸은 눈물로 흐릿해진 시야 때문에 잘못 본 줄 알았다. 팔등으로 거칠게 눈물을 닦아내며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곤 다시 책등을 바라보았다. 잘못본 것이 아니었다. 너무도 선명하게 써있었다. 제느 아사나. 그 더러운 이름이. 첸의 손 끝이 심하게 떨려왔다.

 

 

 *

 

 

 “어? 야! 너 왜 이제와!”

 “…. 얜 또 왜 이래.”

 

 첸은 귀찮은 것이라도 본 것 처럼 질색을 하며 여리를 쳐다보았다. 여리의 얼굴은 새빨간 홍당무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로하와 짧은 이야기를 나누고 이 곳에 오기 위해 걸린 시간은 고작 30분 남짓일 것이다. 그런데, 그 짧은 사이에 저 검은 머리 얼굴은 왜 저럴까.

 

 “후후. 여기 술 진짜 맛있다. 완전 쓰고, 완전 달아!”

 

 생각해볼 필요도 없었다. 여리는 탁에 놓여 있는 보석이 잔뜩 달린 술병을 들곤 제 입에 가져가 벌컥 벌컥 들이키기 시작했다. 입은 미친 사람처럼 헤벌쭉 웃고 있었다.

 

 “고작 그걸로 취한거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저런 한심한 걸로 로하는 뭘하겠다는 건지.

 

 “너도 와서 마셔! 나 혼자 술마셔서 쓸쓸했다고!”

 “검은 머리들은 술에 약한가보지?”

 “자꾸 검은 머리! 내 이름은 수여리라고!”

 

 칭얼거리는 목소리에 짜증이 치밀었다. 하지만 입을 도려낼 수도 없으니 어쩌겠는가. 저렇게 고주망태가 된 꼴로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기에 첸은 여리의 앞에 앉아 술병을 들어 잔으로 향했다. 그 때, 그의 손에 술병을 낚아챈 여리가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에헤이. 첫 잔을 자작으로 하면 안되지!”

 

 말릴 새도 없이 여리는 아주 공손히 두 손으로 잔에 술을 따랐다.

 

 “왜 두 손으로?”

 “아아. 내가 살던 곳에선 어른한텐 이렇게 술을 따라줘야 하거든. 한 손은 예의에 어긋나.”

 

 이미 반말 찍찍하는 것 부터 예의에 어긋나는데.

 첸은 입을 다시며 술잔에 입을 가져다댔다. 향긋한 꿀의 단내음이 입 안에 퍼져나갔다. 잠이 안올때 간단히 마시고 자는 정도로 약한 주제에 엄청나게 비싼 술이었다. 평민들은 꿈도 못 꿀. 그런 귀한 술을 저런 검은 머리 따위에게 대접하다니. 또 한 번 짜증이 치밀었다.

 

 “근데 넌 싸또를 왜 그렇게 싫어해?”

 “싸또? 그게 누군데?”

 “싸이코 또라이! 공주 말이야, 공주. 이 세상에 공주면 어떻게든 잘보여야 하는 거 아니야? 너 공주한테 너무 건방지던데. 그러다 모가지 날아가면 어떡해?”

 

 이미 여리의 입은 필터링을 알콜로 인해 필터링이 제거된, 한 쪽 나사가 빠져있는 상태였다. 원래도 술을 못마시는 여자인데다 거진 2년 만에 마시는 술이었다.거기에 술 맛은 꿀막걸리 처럼 달달구리 하니, 본인의 주량을 생각할 겨룰이 있을 리가. 생각도 하기 전 훅가버리고 만 수여리였다.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닌데.”

 “하긴, 니들이 어쩌던 내 알 바가 아니긴 해. 그냥 궁금해서.”

 

 여리는 휘청거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술을 가져가 꿀꺽 꿀꺽 물처럼 삼켜댔다. 생각해보면 참 독특한 애다. 보통 생판 모르는 곳에 혼자-. 아니, 혼자는 아니고. 소 한 마리랑 같이 왔다고 해도 공포에 덜덜 떠는 것이 정상일텐데. 이 수여리란 아이는 3~4일 만에 여기에 완벽히 적응해가고 있었다. 아무리 공주와 내가 보호해준다고 한들, 경멸에 찬 사람들의 시선까지 보호해줄 순 없는 노릇. 그런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고 있었다. 게다가 집에 보내줘! 어떻게 보내줄거야! 확실히 돌아갈 순 있는거야?’ 라며 매일 같이 들들 볶아댔는데, 요즘 들어선 그것조차 뜸해졌다.

 

 “근데 넌 생각보다 씩씩하네.”

 “응?”

 “내가 언제 널 죽여도 이상하지 않고, 이방인 임에도 풀이 죽어있지도 않고. 누가보면 여기에 사는 줄 알겠어.”

 “풉!”

 

 여리는 진심으로 첸의 말이 재밌었다.

 

 “대한민국 여자를 얕보지 마라. 우리가 적응력 하나는 끝내주거든. 게다가 내가 너보다 곱절은 어려도 별 꼴을 다 당하고 살아 남은 사람이야. 죽었다면 진작 죽었을걸. 사실 그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기도 하고…”

 “거기도 이런 저주가 있나?”

 “음, 자본주의 저주라는 게 있지. 그거 아주 잔인해.”

 “그건 여기에도 충분히. 왕궁에 지내서 체감을 못하겠지만, 바깥에 나가면 굶어 죽는 백성들이 득실거려. 소수의 욕망은 다수의 희생으로 채워지는 법이니까.”

 “… 그렇구나. 그건 어딜 가도 있구나.”

 

 어지간히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나보군.

 첸은 조금 안타까움을 느꼈다. 비센은 지체높은 장군 가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6대 째 하프시아 여왕이 통치하던 시절까지만 이었고, 반제느에게 정보를 팔았단 누명으로 몰락한 가문이 비센이었다. 그걸 본인의 아버지 비센 루가 겨우 일으켜 세웠고, 다시 왕권 족속으로 들어왔지만, 같은 가문들끼리 무시를 받던 가장 최하층의 처지는 면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조금은 알 수 있다. 하대 받는 집안에서 태어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죽는 게 나쁘지 않다면 여기에서 죽어도 한은 없겠어?”

 

 단순한 농담이었다. 지금껏 수여리에게 건넸던 아무 의미없는 농담.

 

 “난 살아야 해.”

 

 여리의 풀린 눈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곤 묻지도 않았던 자신의 과거사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시큰둥한 반응으로 듣고 있던 첸은 이야기가 재밌었는지 귀를 쫑긋 세우며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부잣집에 태어났던 그녀는 부모님의 이별로 인해 순식간에 가난이 찾아왔고, 본인은 성인이 되자마자 부유했던 삶을 되찾기 위해 곧바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엔 좋았더랬다. 처음 해봤던 옷장사가 승승장구를 해 꽤 큰 명예와 돈을 얻었다고. 메아리에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옷을 입고 있었고, 무구나 보석, 의식주가 아닌 걸로도 돈이 되나 의아했지만, 그녀가 살고 있는 곳은 복장이 자유롭고 멋을 굉장히 중시하는 곳이라고 한다.

 

 “게다가 살던 곳에선 나 정도면 꽤 잘난 얼굴이거든? 이래뵈도 팔로워가 어마무시 했단 말이지. 옷 입고 얼굴 한 번 SNS에 비춰주면 그 날 매출은 대박이었다고!”

 “그 얼굴이?”

 “내 얼굴이 뭐! 니들이 비현실적인 외모인거라고.”

 “흐음. 근데 왜 옷을 입고 군중들에게 얼굴을 비춰주면 매출이 대박이었지?”

 

 아, 술깬다.

 여리는 입맛을 다셨다. 더 마실 기분은 들지 않았다.

 

 “마케팅 몰라?”

 

 첸은 대답 대신 고개를 기울였다. 하긴, 2g 폰도. 하다못해 유선 전화기도 없는 이 곳에서 뭘 바라겠는가. 기껏 해야 연대기에서 나올 법하게 새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 곳에서. 이건, 뭐. 머리 밀고 절에 들어가 도를 닦고 계신 스님에게 말하는 기분이 들었다.

 

 “…. 아무튼 그런 게 있어. 그렇게 옷 장사만 했으면 괜찮았을텐데. 사람 욕심이 끝이 없더라고. 이것저것 손을 안대본게 없었어. 참 희한하게도 안좋은 일은 터지면 계속해서 터져나와. 마치 ‘지금까지 행복했던 값을 몇 배로 지불해!’ 라는 듯이 이자까지 톡톡 받아가는 느낌이 들 정도였지. 그래, 너무 과한 이자였어. 올라가는 건 참 힘들었는데…. 내려오는 건 너무 빨라. 어떻게든 땅을 디뎌봐도 멈춰지지 않아. 눈 떠보니 지옥. 딱 이 문장이 어울리겠네.”

 “행복하긴 했었나?”

 

 순수한 의도로 물어본 것이었다. 장사로 돈과 명예를 얻었고, 잃었던 부유한 삶을 되찾아왔다고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한결같이 별로였으니까. 아무리 과거형이라도 좋았던 과거를 말할 땐 미소가 번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여리의 얼굴엔 그런 기색 하나 없었다. 오히려-.

 

 “글쎄. 그랬나. 오래되서 기억이 안나네. 아무튼 그때 꼴깞떨다가 말아 먹은 돈 원상북구 할 때 까진 못죽어. 적어도 엄마한테 받은 돈 만큼은 전부 갚고 죽을거야.”

 “로하에게 내주라 하면 되겠군! 돈은 엄청 많으니까. 네가 진짜 메아리를 구원해준다면 그 정도는 해주겠지.”

 “정말 줬으면 좋겠다. 날린 아파트가 현 시세로 10억 정도니까, 20억만 주면 좋겠는데.”

 “아파트? 거기에선 그 정도면 큰 돈인가?”

 “최저시급을 받아가며 물만 먹고 아무것도 안누리고 살아도… 평생 못모을걸. 음, 예를 들면 너희들이 말하는 일반 백성들이 평생 벽돌을 나르고, 물을 길고, 병사로 일해도 모을 수 없다고 할까?”

 “암담하군.”

 “맞아. 암담해. 하지만 괜찮아! 너네 피나 머리카락만 가져가도 순식간에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아!”

 

 무슨 말인지 전부 이해할 순 없었지만, 뒷 말은 확실히 이해했다. 팔아버리겠다는 소리겠지. 검은 머리 주제에 참 건방진 소리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수여리는 아마도 살아서 집으로 돌아갈 순 없을테니. 첸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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