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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에이브 - 폰데라 탑을 찾아서
작가 : 서보리
작품등록일 : 2022.1.28

에이브가 살고 있는 시밀로 행성에 어느때 부턴가 행성에 살고 있는 종족들이 파괴되고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는 시밀로 행성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 에이브는 그 힘의 원천을 찾아 떠나는데..

에이브의 조력자들과 에이브는 과연 다시 시밀로 행성의 평화를 찾을 수 있을까?

 
4화 마주치다
작성일 : 22-02-02 14:33     조회 : 189     추천 : 0     분량 : 8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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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브가 만트리 숲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넘어가며 조금씩 밝은 기운이 스러졌다.

 

 “휴~~~~~~”

 

 데미에게 밟혀 일어났을 때만 해도 아직 날이 훤했는데 지금은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싶을 정도로 어두워졌다.

 

 저녁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직 일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생각과 그 귀찮음에 에이브는 한숨만 나왔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뜨거웠던 날씨가 조금 시원해졌다.

 

 로세아계절은 한 낮에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삐질 삐질 날 정도로 더운 계절이긴 하지만 그나마 저녁엔 뜨거운 기운이 조금 수그러든다.

 

 시밀로 행성은 총 3계절로 나뉜다.

 

 높고 푸른 하늘의 눈부심, 상쾌하고 싱그러운 바람의 냄새, 하얗고 노랗고 빨간 빛깔의 정원들, 마을 아가씨들의 옷차림은 더욱 화려하고 경쾌하여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마을 청년들의마음은 자꾸 들떠 하던 일을 팽개치고 자꾸만 꿈을 꾸게 하는, 모든 식물이 눈을 뜨고 싹을 틔우고 모든 동물이 기지개를 켜며 움직이기 시작하는 계절인 플라바.

 

 플라바는 만물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하는 소생의 계절이라 할 수 있다.

 

 플라바가 지나갈 무렵 태양이 힘찬 기운으로 시밀로 행성 전체를 들쑤시며 밀려들기 시작한다.

 

 나무와 풀들의 키가 불쑥 불쑥 자라고, 찬란한 태양이 그 어느 때 보다 강한 햇살을 보내며 지나가는 여행자의 옷을 슬며시 벗겨내는, 뛰노는 아이들을 부르는 파도소리, 일하는 젊은이에겐 부지런한 땀방울을 선사하는 로세아는 성장의 계절이다.

 

 그렇게 열정의 태양같은 계절을 지나면 이젠 쓸쓸한 밤바람과 버석하게 마른 나무의 냄새를 가진 나이거로 접어들며, 집안 식탁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일찍 저녁을 지어먹곤 한다.

 

 나이거는 차가운 은둔과 잠시 멈춤의 계절이다.

 

 지금은 로세아, 열정의 계절… 에이브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다른 계절에 비해 낮이 긴 편이지만 그래도 밤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조금 있으면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아 자칫 돌아가는 길이 번거로워 질 수 있었기에 에이브는 서둘러 파이어 나무에서 가지를 잘랐다.

 

 근처에는 파이어 나무는 얼마든지 땅에 떨어져 있어 금새 양 손 가득 벌려서 안을 만큼을 모을 수 있었다.

 

 파이어 나무와 만트리 가루는 이 행성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자원이다.

 

 만트리 나무 열매는 색깔에 따라 맛이 다른데 데미와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맛은 핑크빛 만트리 나무 열매의 가루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기 때문에 빵으로 구워 먹기도 하고 떄로는 얇게 구워서 과자로 먹기도 한다.

 

 에이브가 가장 좋아하는 만트리 열매는 고기 맛을 내는 갈색 만트리 열매다.

 

 갈색 만트리 가루를 반죽해서 볼처럼 만든 후 연한 크림 빛깔의 만트리 가루와 소금을 물에 풀어 끓이다가 크림 스프 안에 갈색 만트리 볼을 넣으면 마치 육수와 고기의 맛이 나는데 이걸 먹고 나면 에이브는 자신의 키가 한뼘 정도는 더 큰 듯한 느낌이었다.

 

 에이브의 키는 다른 또래들 보다 큰 편이라 벌써 데미보다 머리 하나가 큰 정도였는데 데미는 에이브에 비해 성장이 더딘지 겨우 또래와 비슷한 정도이다.

 

 그럴 때면 에이브는 데미가 갈색 만트리를 잘 안 먹어서 작은 거라며 어머니에게 데미를 위해 갈색 만트리 볼을 더 많이 만들어 달라며 뒤돌아서는 입꼬리를 올렸다.

 

 이렇게 소중한 만트리 나무와 더불어 또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생필품이 바로 파이어 나무이다.

 

 파이어 나무는 가지 안에 가지가 있고 그 중앙은 뚫려 있어 안의 가지를 돌려 빼게 되면 불씨가 조금씩 일어나 가지의 끝까지 돌려빼면 완전히 불을 피울수가 있다.

 

 만트리 나무가 있는곳에는 파이어 나무가 단짝처럼 서 있는데 그래서 이 두 가지를 한번에 구하는 편이 일하기엔 수월했다.

 

 “데미 기집애.. 맨날 만트리 나무 열매 따면서 파이어 가지도 같이 좀 주워가면 누가 뭐래? 하여튼 이기적인 기집애 라니깐…”

 

 또 한번 데미 욕을 궁시렁 거리던 에이브는 공터에서 담아갈 자루를 안 가져왔다는 사실을 깨닫자 이것 또한 데미 탓이라며 다시 궁시렁 거리기 시작했다.

 

 에이브는 어쩔 수 없이 양 팔 가득히 파이어 가지를 안고는 앞이 보이지 않아 휘청거리며 집 쪽으로 걸어갔다.

 

 어느새 해는 3행성을 넘어가 짙은 어둠만이 깔려 있는 가운데 태양을 대신해 달이 태양의 자리에서 훤히 비추고 있다.

 

 “아 젠장.. 늦었다고 혼나겠는데? 앞이 잘 보이질 않으니 뛸 수도 없고.. 이럴 땐 라이더를 타면 얼마나 좋을까?”

 

 라이더는 마을에 한 대 밖에 없는 귀중한 물건으로 아무나 아무때나 탈 수 있는 건 아니다.

 

 볼로 나뭇가지를 1년 이상 말려서 입자 곱게 갈아 만든 가루를 다른 물질과 섞어 라이더 연료 투입구에 넣으면 하늘로 날 수가 있는데 볼로 가루 외에 들어가는 물질에 대해서는 아무나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오직 라이더 학교에서만 이를 가르치는데 라이더 학교는 시밀로 행성의 중앙에 위치한 악토리타 대륙에만 있다.

 

 라이더 학교는 볼로 가루 제조과, 라이더 파일럿과, 라이더 제작과 이렇게 세 분야로 나눠져 있는데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이 곳을 들어가기란 내 맘대로 행성 자리 바꾸기였다(그 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뜻)

 

 라이더는 볼로 가루의 양에 따라 하늘에 떠 있는 시간이 결정되는데 만약 그 시간을 잘못 계산하기라도 하게 되면 바로 땅으로 추락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라이더 파일럿은 정확한 시간 계산을 해서 중간 중간에 세워 둔 정류소에서 볼로 가루를 다시 채워야 했다.

 

 게다가 라이더 본체를 혼자 완성할 수 있는 라이더 제작자는 아직도 행성에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귀중한 라이더를 아무에게나 운전하게 할 수는 더 더욱 없었다.

 

 라이더 파일럿 5년차 이상을 구한다는 것도 무척 어려운 일이다.

 

 에이브가 살고 있는 코리나 대륙에서도 라이더는 몇 대 없었는데 그 귀한 라이더가 이 아블루비 마을에 딱 한 대 있다.

 

 이 마을에 그 유일한 라이더인 세피아가 있는데 세피아는 그 소중한 라이더를 집 앞 창고에서단단히 감싸서 보관 중이다.

 

 하늘을 비행하며 가고 싶은 곳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라이더 파일럿은 모든 소년의 동경의 대상이다.

 

 벌써 몇 달째 에이브는 세피아에게 라이더 운전법을 알려 달라고 조르고 있었지만 사실상 굉장히 복잡한 법칙을 배워서 응용해야 하기 때문에 세피아가 알려준다 하더라도 배울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라이더를 타고 집까지 편하게 가고 싶다는 에이브의 이룰 수 없는 바램을 뒤로 하고 터덜거리며 걸어가는 깜깜해진 숲 위에는 너무 멀리 있어 잘 보이지 않는 행성들이 반짝거리며 하늘을 수 놓는다.

 

 파이어 나무 가지를 하나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조심스레 집중해서 걷다 보니 갈 길이 너무 멀어 이러다가는 한 밤중이 지나서도 집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았다.

 

 차라리 아까 데미를 만난 공터에 놓고 온 자루에 파이어 나무를 넣어서 가는 편이 훨씬 빠를 듯 했다.

 

 숲에 가는 시간보다 두 배 이상 걸려 데미와 헤어진 자리로 왔을 때에는 이미 시간이 너무 늦어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됐다.

 

 에이브는 일단 가져온 파이어 가지를 모두 내려놓고 허리를 쭈~욱 폈다.

 

 “에구구구 허리야.. 얼마 걸리지도 않는 거리를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걸어온 거야?”

 

 

 에이브는 놓고 온 자루를 찾아 여기 저기 두리번거리는데 갑자기 근처에서 두런거리는 말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공터에 나올 사람이 없기에 누구냐고 물어볼까 하다가 퍼뜩 얼마전 숲 속 사건이 생각이 나 입을 다물고 조용히 풀 숲에 앉았다.

 

 공터라고 하지만 풀이 꽤 높이 우거져 있어 실상 앉아 있거나 특히 누워 있으면 누가 있는지 찾기가 어려운 곳이다.

 

 그래서 낮에도 데미가 몇 차례나 그 곳을 지나가면서도 에이브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었다.우거진 풀 숲 사이에 숨을 죽이고 앉아 있자 그 두런거리는 소리는 무거운 발자국 소리와 함께 더욱 더 가까워졌다.

 

 

 “분명해.. 며칠 후면 폭풍해일이 이 곳으로 밀어 닥칠거야. 머 이미 해일이 시작된 걸 느끼고들 있겠지만 얼마전부터 날씨가 더워지고 습해지기 시작했잖아. 오늘 아침에 바닷가에 나가보니 해수가 낮아져 있어.

 

 이건 우리 느낌 뿐 아니라 해일에 대한 분명한 징조야..”

 

 그러자 낮지만 맑은 목소리의 남자가 말한다.

 

 “우리가 막을 수밖에 없겠군. 모두 죽게 할 수는 없으니.. 몇이나 나타날지 모르겠지만 폭풍 해일이 밀려오는 날 그들이 나타날거야. 다들 주의깊게 보라구.. 우리의 목적은 해일을 막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모르진 않겠지?”

 

 또 다른 쉰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아예 마을에 위험에 대해 알려주고 내일부터라도 대피하라고 하는 건 어때? 그게 더 쉬운 방법이잖아”

 

 그러자 아까 예의 낮지만 맑은 목소리가 말했다.

 

 “대체 어떻게? 그리고 그걸 누가 믿겠어? 다들 코웃음치면서 미친 놈 취급할 게 뻔한데.. 우리가 그걸 어떻게 아냐고 물어보면.. 우리는 그걸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고 말할거야? 누가 그걸 믿겠냐고? 게다가 우리는 그들과 달라.

 

 우리 모습을 보면 오히려 그들은 우리 말을 더 믿지 않을 거라구”

 

 쉰 목소리의 남자가 다소 빠르게 말했다.

 

 “믿지는 않겠지.. 하지만 의심 많은 자들이라도 피해 준다면 우리 일이 좀 수월해지지 않겠어? 내일 아침에 이 마을 수장의 집에 곧 해일이 온다는 내용을 적어서 몰래 놔두자구..”

 

 그러자 맑은 목소리가 “음…” 하는 소리를 내더니 간격을 두고 말했다.

 

 “글쎄 그건 좀 어렵다고 봐. 믿지도 않을테고…일단 최대한 막아보자. 조엘과 미첼은 우선 해일이 밀어닥치면 우리가 해일을 막을 동안 좀 떨어진 곳에서 ‘인플라’들이 나타나는지 감시해.

 

 우리가 해일을 막는다는 걸 알면 그들은 더 큰 해일을 불러올거야. 나머지는 나와 같이 해일을 막자.”

 

 처음 해일이 올거라는 말을 했던 남자가 누군가의 등을 치며 말했다.

 

 “우리가 며칠 후에 힘쓰려면 고기 좀 먹어야 하지 않나? 엊그제 잡은 라이켓도 다 먹었잖아. 오늘 밤 사냥 한 판 어때?”

 

 “지금은 조심해야 할 때야. 안 그래도 우리가 잡은 라이켓 때문에 이 마을에 분위기가 좋지 않아. 오늘 밤은 그냥 만트리 열매로 음식을 해서 먹도록 하자. 사람들이 우릴 믿지 않으면 우리 일은 더 어려워져. 알고 있지 조엘?”

 

 투박한 목소리였다.

 

 “아델.. 니 말이 옳군. 알았어 그렇다면 오늘밤은 만트리 열매로 정찬을 만들어 볼까? 어이 미첼.. 나랑 같이 만트리 나무 숲에 좀 가자구…“

 

 “좋아. 조엘 담아갈 자루 좀 찾아봐. 아까 이 근처에서 자루를 본거 같아”

 

 그 소리에 놀란 에이브는 슬며시 고개를 올려 풀 너머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아까 낮에 여기에서 만난 블래백 같은 남자보다 더 컸으면 컸지 작지 않은 덩치였다.

 

 게다가 보통 사람들이 입는 레퍼 털로 만든 옷이 아니라 보통 사람이라면 생각지도 못할 동물의 가죽을 벗겨 만든 듯한 옷을 입고 있어 험악한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그런 덩치들이 여기 저기를 기웃거리며 다가오자 에이브는 더욱 더 숨을 죽였다.

 

 ‘숲 속에 동물을 죽인 자들이 이 자들이였다니.. 해일은 도대체 무슨 소릴까? 이들은 그걸 어떻게 알고 있지?

 

 우리를 지켜준다는 걸 보니 나쁜 놈은 아닌걸까? 하지만 그게 목적이 아니라고 했잖아.. 그럼 우리를 이용하는건가? 여기서 저들에게 내가 여기에 있었다는 걸 걸리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두려운 가운데에서도 오만 가지가 궁금한 에이브였다.

 

 덩치들은 점점 에이브 쪽으로 다가왔고 일단 걸리지 않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에 에이브는 조심스레 조금씩 엉덩이를 들어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점점 다가오는 육식자들..

 

 에이브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제 와서 ‘저 여기에 있었어요.. ‘라고 하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에이브가 앉아서 옆으로 꾸물거리며 옮기는 속도에 비해 그 덩치들이 이 쪽으로 다가오는 속도는 너무나 빨랐다.

 

 당황한 에이브는 몸을 엎드린 후소리가 안 나게 조심 조심 바닥을 기어가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까지 악착같이 숨어야 하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지만 왠지 그들이 하는 말을 엿들었다는 걸 들키면 안될 것 같았다.

 

 게다가 육식자들이라니.. 동물 뿐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사람도 해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에이브는 순간 오싹해졌다.

 

 '그렇다면 저들의 말을 몰래 엿들은 나도 죽을 수 있다는 거잖아? 젠장.. 난 듣고 싶지도, 육식자가 누군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고.. ‘

 

 점점 속도를 내며 기어가다가 옆에 굴러 떨어져 있던 파이어 가지를 팔로 눌러버리고 말았다.우지끈..

 

 소리가 나자 에이브는 앞으로 뻗던 팔꿈치를 순간 멈췄다.

 

 아니 순간 멈춰져 버렸다..

 

 “지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어? 어이~ 미첼..니가 있는 데서 난 소린데?”

 

 에이브의 이마에서 손등으로 떨어진 땀이 달빛을 받아 반짝거렸고 심장은 미친듯이 두근거렸다.

 

 너무 놀란 나머지 숨도 멎었다.

 

 “어? 미안.. 내가 여기 나뭇가지를 밟았나봐.. 그보다 자루는 찾았어? 조니.. 아무래도 내가 있는 쪽엔 없는 거 같은데?”

 

 멎었던 숨이 다시 쉬어지기 시작했다.

 

 “아 그래? 아까 분명히 어디서 봤는데.. 이상하네.. 그럼 만트리 가루를 어디에 담아오지?”

 

 “내 윗옷을 줄 테니까 팔을 묶어서 담아오도록 해”

 

 “아~ 그러면 되겠군. 아델.. 보기보다 머리가 좋은걸?”

 

 “시끄러.. 어서 가서 만트리 가루나 구해오도록 해. 다들 어서 저녁을 해먹고 쉬어야지..”

 

 “알았다구.. 미첼 어서 와.. 만트리 숲은 저쪽이라구..

 

 내가 만트리 가루를 구하는 동안 넌 파이어 나무 가지나 좀 구해 와.”

 

 “잠깐만..이게 뭐지?”

 

 보통 사람의 2배가 넘는 남자의 발이 에이브 옆에 딱 멈춰섰다.

 

 에이브는 다시 숨이 멎었다. 이제 심장은 터질 듯 쿵쾅거렸다.

 

 “뭐야 조엘? 무슨 일이야?”

 

 조엘의 고개가 점점 아래로 내려왔고 에이브는 머리를 땅에 쳐박고 떨고 있었다.

 

 ‘이제 죽었구나.. 육식자들이 그냥 날 놔둘 리가 없어… 아~ 에이브야~ 니가 이렇게 가는 구나. 인생 17년만에 이렇게 끝나는 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갈색 만트리 볼이나 실컷 먹어둘 걸….

 

 아니야 저들에게 차라리 여기서 잠들었었다고 할까? 난 자느라고 아무것도 못 들은거야.

 

 설마 못들었다는데 엿들었다고 할 증거 있냐구?’

 

 조엘의 고개가 숙여지는 그 잠깐 사이 온갖 생각이 에이브의 머리 속에서 뒤엉켰다.

 

 "조엘, 여기 좀 봐. 여기.. 파이어 나뭇가지가 잔뜩 쌓여 있는데? 누가 낮에 놔두고 갔나봐.”

 

 막 에이브를 발견하려던 순간 곁에 있던 미첼이 말을 들은 조엘은 고개를 돌렸다

 

 “아 그래? 그거 잘됐네. 미첼 오늘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해? 일단 저쪽으로 가져가자”’

 

 미첼은 파이어 가지를 한쪽 팔에 안아 조엘에게 건냈다.

 

 에이브는 자신이 아니라 파이어 가지를 발견했다는 미첼의 말에 땅에 쳐 박았던 고개를 살짝 들었다.

 

 ‘날 못본건가? 아..씨.. 떨려.. 진짜 죽는 줄 알았네.. 휴~’

 

 안도의 한숨을 쉬다가 궁금증이 일어나 그 큰 발을 가진 육식자를 보기 위해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순간…에이브를 감싸고 있던 시간은 정지해 버렸다.

 

 에이브와 마주친 눈동자는 깜박거리지도 않고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맑고 검은 눈동자엔 별빛이 반사되어 쏟아지고 있었다.

 

 그는 이미 에이브를 발견해서 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얼음이 되어 있는 에이브에게 검은 눈동자의 육식자는 마음이 놓이는 미소를 지었다.

 

 “뭐해 미첼? 파이어 나무 가지고 빨리 이쪽으로 오라니깐..일단 다 같이 만트리 숲 근처로 이동하자구”

 

 잠시 에이브를 바라보던 미첼이 허리를 펴고 성큼 성큼 일행쪽으로 가버리자 얼음이 되었던 에이브의 고개가 아래로 툭 떨어져버렸다.

 

 긴장의 순간이 사라지자 온 몸에 힘이 다 빠져 맥이 풀려버린 것이다.

 

 누워서 잠시 그대로 가만히 땅에 머리를 대고 있었다.

 

 머리 속은 텅 비어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조엘을 비롯한 육식자들이 낄낄거리며 만트리 숲으로 이동하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에이브는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들의 목소리가 사라지자 그제서야 몸을 뒤집어 하늘을 바라보며 반듯하게 누웠다.

 

 달은 수 많은 행성의 빛으로 보호 받으며 오만하게 에이브를 내려다 보고 있다.

 

 바람은 에이브와 풀 숲을 부드럽게 어루만졌고 풀들은 서로 부딪히며 솨악~솨악~ 꿈결인 듯 흔들려 멀리서 보면 마치 춤추는 듯이 보였다.

 

 어찌 들으면 바람 소리 같고 어찌 들으면 파도 소리 같다.

 

 눈을 감았다.

 

 ‘왜그랬을까?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고서도 왜 그냥 간걸까? 육식자이긴 해도 그들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타난 착한 존재인 것일까? 그들의 정체는 뭘까?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일까?’

 

 가까이서 본 육식자는 낮에 본 블래백 같은 남자와 비슷하게 생겼었다.

 

 맑고 순박한 눈동자.. 선한 웃음.. 인간보다 5풋(약1미터)은 더 큰 키와 큰 덩치..

 

 ‘같은 종족인가?’

 

 어쩌면 낮에 만난 그 덩치도 육식자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육식자…동물을 먹는다는 것 자체를 상상도 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육식이라는 그 하나만으로도 그들은 너무 큰 위협으로 느껴졌다.

 

 육식자들이 아무리 순박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지라도…..

 

 한참을 누워있던 에이브는 너무 많이 늦었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났다.

 

 마음의 안정을 찾은 탓인지 몸은 정상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휴~ 이제 집에 가야지..”

 

 혼자 중얼거리며 일어서다가 오늘 저녁 식사에 쓰기 위해 파이어 가지를 구해오라고 했다던 어머니의 말이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이런 젠장.. 집에 가면 완전 죽었구나. 여기서 육식자들한테 죽나 집에 가서 어머니한테 죽나 마찬가진데 어차피 죽을 거 아까 그냥 육식자들에게 여기 있다고 말해버릴 걸 그랬나?’

 

 게다가 아까 미첼이라는 육식자가 에이브가 구해온 파이어 가지를 거의 가져가는 바람에 이만 저만 낭패가 아니였다.

 

 이제 와서 다시 숲에 가서 파이어 가지를 구해오자니 밤이 너무 늦었고 그냥 가자니 육식자가 가져가고 남은 파이어 가지로는 오늘 저녁때 쓸 양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내일 아침을 해먹기 위해서는 에이브가 새벽에 일어나서 파이어 가지를 구해와야 한다.

 

 이 얼마나 귀찮고 짜증나는 일인가?..

 

 조금 전에 육식자들에게 걸릴 뻔 한 급박한 순간에 대신 파이어 가지를 발견해줘서 속으로 ‘다 가져가세요..나만 빼구요..’라며 감사했던 그 마음은 에 저녁에 사라지고 다만 지금은 내일 새벽부터 일을 해야 한다는 그 사실만이 짜증이 났다.

 

 꼬르륵~

 

 알아서 먹을 걸 달라는 위장의 외침을 듣자 에이브는 잠시 배를 토닥거리며 “기다려~” 친절하게 일러주고는 남아있는 파이어 가지를 배에 깔려 있던 자루에 담아 집으로 향했다.

 

 너무 늦은 탓에 집에 가서 받을 온갖 구박을 생각하며 오만 상을 찡그리는 에이브의 발걸음은 아주 아주 무거웠다.

 

 육식자들이 말했던 폭풍해일에 대해서 까맣게 잊은 채 에이브가 떠난 공터 바닥에는 눅눅해진 공기와 물기를 머금은 듯한 풀사이로 수백 마리의 크립이 어디론가 꾸물 꾸물 이동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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