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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시나의 결혼기록 (완결)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2.2.2

결혼이주 여성들의 삶을 소재로 한 로맨스소설입니다. 이 글 속에는 네 명의 결혼이주 여성이 등장하는데 넷 다 중요한 주인공입니다. 네 명의 여성이 한국에서 겪는 결혼생활과 시행착오를 나름 사실적으로 너무 무겁지 않게 담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새로운 희망
작성일 : 22-02-02 10:54     조회 : 213     추천 : 1     분량 : 4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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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새로운 희망

 

  요즘은 감자나 마늘을 캐는 일에 베트남사람이나 중국사람들이 인력업체를 통해서 많이 왔다. 그들은 마을의 빈집이나 논밭 사이에 설치해놓은 컨테이너에서 단체로 숙식을 하면서 이 마을 저 마을의 일을 하기 위해 몇 달씩 살다시피했다. 그러다가 농촌에 일거리가 없어지면 다른 곳으로 갔다가 가을이 되면 다시 단체로 돌아왔다. 캄보디아인이었던 시나는 베트남사람들을 자주 만나다보니 어느 정도 베트남말에 익숙해져서 웬만한 말은 다 알아들었다.

 베트남사람들은 일을 할때 식사를 따로 제공받지 않고, 식대를 돈으로 받은 뒤 직접 음식재료를 구입해다가 밥을 공동으로 지어 먹었다. 돈을 벌러 왔기 때문에 적은 돈으로 푸짐하고 많은 양을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나는 일을 하러온 베트남여인들 중에서 ‘낌’과 ‘아이’라는 여성들을 알게 되었다.

 시나가 일을 하는 육묘장 바로 옆에 넓은 논밭에서 감자, 양파, 마늘을 캘 때까지 그녀들은 몇 달동안 머물렀다. 낌과 아이는 멀리떨어진 동네보다 시나가 일하는 육묘장의 화장실을 이용하기위해서 자주 왔다. 일을 하다가 뜨거운 햇볕이 견디기 힘들면 육묘장 옆의 커다란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서 낮잠도 잤다. 나무그늘 아래에는 젊은 남자들도 와서 쉬곤 했다.

 마음씨 착한 시나는 작년에 담가놓고 남아도는 김치와 텃밭에서 나는 케일같은 채소를 낌과 아이가 머무르는 컨테이너로 가져다주었다. 컨테이너는 여러 개였고 젊은 청년들도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이십대 중반 정도의 나이였다.

 ‘외국에 와서 얼마나 힘들까?’

 시나의 남편은 그런 시나를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거 갖다주지마라!”

 “우리끼리 다 먹지도 못하잖아요.”

 시나는 남편의 말에 신경쓰지 않았다.

 시나는 반찬과 야채를 나눠주기 위해 낌과 아이가 있는 컨테이너에 자주 들렀고 한번 가면 두어 시간씩 손짓발짓을 섞은 수다를 떨다가 왔다. 그들의 활기찬 기운이 시나에게 옮겨져 시나는 즐거웠다. 그런 시나의 모습을 보고 또 동네의 늙은 여자들은 숙덕거렸다.

 “저 봐라. 저..저저 남편있는 여자가 외국사람들하고 시시덕거리고.”

 그러자 그 중에서 비교적 젊은 이장집여자는 시나를 두둔했다.

 “맨날 늙은 할마씨들하고 아픈 남편하고만 있다가 지도 좋겠지요. 뭘 그카십니까?”

  어느 날은 남편이 장애인오토바이를 타고 베트남사람들의 컨테이너로 시나를 찾으러왔다.

 “여기서 뭐하노? 응?”

 남편은 화가 난 것 같았다.

 “점심때가 되도 집에 와서 밥 줄 생각도 안하고?”

 시나는 남편에게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아침에 다 차려놨잖아. 밥통에서 밥만 푸면 되는데.”

 한창 수다를 떨던 시나는 화가 났다. 시나는 컨테이너에서 나와서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이 뒤따라왔지만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동네사람들이 니보고 뭐라카는 줄 아나? 니 요새 바람났다고 온 동네가 쑥덕거린다!”

 “누가 그따위 말 하고 다니는데? 내 앞에 데리고 와봐라!”

 시나는 남편을 노려보았다.

 시나의 뒤에서 남편이 뭐라고 궁시렁거렸지만 시나는 목욕탕 안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다.

 ‘답답하다!’

 며칠 후에는 베트남친구 ‘낌’과 ‘아이’가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노래방에 가자고 했다.

 시나는 단 한번도 노래방에 가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일찍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밥을 지어놓고 남편에게 미소언니와 다문화모임에 간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베트남친구들의 오토바이의 뒤에 매달려서 노래방에 갔다.

 의외로 낌과 아이는 한국노래도 잘 불렀고, 노래방 기계에는 베트남 노래도 있었다.

 시나는 처음으로 사람들틈에 섞여서 신나게 놀았다.

 밤 11시가 다되어 마을 입구에 도착한 시나는 불꺼진 시집의 마당으로 살그머니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 남편이 자지 않고 있었는지 불을 켜고 소리쳤다.

 “니 도대체 누구하고 어디갔다오노? 엉?”

 남편은 얼굴에 새파랗게 날이 서있었고, 시부모의 방에도 불이 켜졌다.

 “미소언니랑 다문화모임에 갔다온다고 말했잖아.”

 시나가 남편에게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김미소씨 거기 안갔다카던데. 내가 전화해서 다 물어봤다! 니 어느 놈하고 무슨 짓하다가 왔노? 어이? 바른대로 말해라!”

 “친구들하고 노래방에서 좀 놀다가 왔다. 됐나?”

 남편은 더 화를 내었다.

 “내가 니 그 베트남여자들하고 어울리지 말라고 얘기했제? 그 베트남놈들까지 합세해서 이 밤중까지 기어돌아다니고. 니 어느 놈한테 미쳐서 돌아다니는기고?”

 남편은 계속 닦달하듯이 몰아부쳤다. 시나는 차라리 누구라도 바람피울 상대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신과 결혼한 남편이 너무 얄미웠고, 원망스러웠다.

 시나는 결혼한 후 십년동안 참고 참았던 울분이 폭발하고 말았다.

 “남편노릇도 제대로 못할거면서 왜 나하고 결혼했는데? 나도 사람이다! 나는 더이상 이렇게 못살겠다! 니가 뭔데 니가 내한테 해준게 뭐가 있는데?”

 남편은 시나에게 조립할 부품이 담긴 상자를 던졌다. 순간 ‘쨍’ 쇳소리가 나면서 바닥에 부품들이 나뒹굴었다. 아들 종길이는 일어나서 울기 시작했다.

 시어머니는 방으로 어기적어기적 기어와서 세상망조가 들었다고 방바닥을 치면서 울었다.

 시나는 어디론가 증발해버리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달도 뜨지 않는 그믐날밤, 논밭사이로 바람이 불자 벼는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었다. 시나는 밤바람에 물결치는 대나무숲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울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시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시나는 고개를 들었다. 길쭉한 검은 실루엣이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시나는 두렵지 않았다. 그 그림자가 누구인지 알아차렸으니까. 시나는 앞으로 무작정 내달렸다. 두 그림자가 달빛도 구름 뒤로 숨어버린 어둠 속에서 하나가 되었다.

 “미안해. 너무 늦게 와서...”

 일 년 전 떠날 때와 똑같은 얼굴, 똑같은 모습의 이반이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다시는 너를 못볼 줄 알았는데.....어떻게 네가? 혹시 천사가 된 거야?”

 “시나! 무슨 말을 하는거야?”

 이반이 시나의 얼굴을 감싸며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탄 비행기가 폭발했다고 TV에서 봤어. 전화도 안되고. 난 네가 죽은 줄 알았어.”

 시나는 실감이 나지 않는 듯 이반의 몸을 더듬어서 확인했다.

 “아~~. 그랬었지. 난 그 비행기가 폭발하기 전에 블라디보스톡에서 내렸어. 비행기를 타기 전에 어머니가 위독해서 병원에 있다고 연락이 와서 먼저 내렸는데. 정말 운이 좋았어.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어. 휴대전화는 돈이 없어서 해지한거고. 비행기표를 살 돈을 벌고 비자를 받자마자 여기로 다시 온거야. 며칠 전부터 이 근처에서 너희집을 바라보고 있었어.”

 “이게 꿈은 아니겠지? 부처님이 내게 축복을 내려주신 것 같아.”

 두 연인의 그림자는 하나가 되었고, 어둠속에서 두 사람의 사랑도 더 짙어졌다.

 산바람은 밤이면 더 세차게 불었다. 대나무숲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에 가려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시나의 남편은 이때까지 자신과 그의 부모가 시나에게 그다지 잘못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동남아국가는 대부분 매매혼이었고, 자신처럼 몸이 불편한 남자와 결혼한 외국인 신부가 많았다. 집안에는 자신을 포함해서 아들이 셋이나 있었다. 하지만, 큰아들이 대를 이어야한다는 늙은 부모의 고정관념과 늙은 부모가 죽고 나면 큰아들의 곁에 아무도 없으면 안된다는 이기심에서 이루어진 결혼이었다. 그래서 시나를 데려올 때 자신의 모든 조건을 감안해서 시나의 친정부모에게 많은 돈을 지불했다. 시나의 남편은 그걸로 비정상적인 그들의 결혼에 대한 모든 것이 공정하고 완벽하게 해결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순진하고 고분고분하던 시나가 밖으로 일을 하러 다니면서 이것저것 주워듣고 한국어실력이 늘면서 불만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처음엔 아내를 혼내어서 누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자신과 부모가 시나의 인생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마음속 깊이 시나에게 미안하고 죄스럽기도 했다. 이제는 시나에게 다른 사람이 생겨서 자신을 떠날까봐 불안했다. 근처에도 외국에서 온 아내가 이혼을 하고 자기나라로 돌아가거나,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나서 가출을 한 이야기는 흔히 있었다. 하지만 시나의 남편은 시나의 도움이 없이는 살 수가 없다. 단순히 몸이 불편해서가 아니라 그는 시나에게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를 하고 있었다. 시나가 그에게 주는 정신적인 안정감, 말벗, 누이이자 한 인간으로 교감. 육체적인 관계는 없지만 시나는 그가 이 세상과 소통하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중간매개자였던 것이다. 시나가 다른 남자를 사귀는 것은 차라리 허용을 할 수 있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혹시나 시나가 자신을 떠나는 것이었다. 시나에게는 너무 미안하지만 그는 시나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그건 사랑이니 미움이니 하는 그런 감정 따위의 문제가 아니었다. 시나가 다른 곳에 눈을 돌릴 때마다 그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꼈다.

 시나는 그가 살기 위해서 숨을 쉬는 공기처럼 생존에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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