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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무협물
신풍기협
작가 : 윤신현
작품등록일 : 2016.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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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와 함께 떠났던 강진혁은 무공을 배워 고향 친구들에게 돌아온다.
그리곤 사부의 유지를 받들어 강호로 나선다.
무인으로 사는가? 무림인으로 사는가?
두 가지 기로에서 고뇌하며 꿋꿋하게 나아가는 강진혁의 걸음.
이제 바람이 불고 천하는 또 다른 전설을 보게 될 것이다.

 
제 9 화
작성일 : 16-07-14 11:21     조회 : 433     추천 : 0     분량 : 8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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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第三章 산동악가(山東岳家).

 

 

 

 “초일류 정도인가.”

 본의 아니게 산동악가주의 연무를 보게 된 강진혁이 살짝 안쓰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초일류의 경지는 분명 대단한 경지였다.

 수백만 명의 무인들 중에서도 오르는 이가 극히 적은 경지였으니까.

 다만 아쉬운 이유는 중년인이 산동악가의 주인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명문세가라 불리우는 가문의 수장이 지닌 무위로 초일류의 경지는 많이 모자란 게 사실이었다.

 못해도 절정지경에는 올랐어야 했다.

 그러나 중년인은 절정에 오르는 마지막 벽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 정도랄까.”

 담벼락 위에 편하게 앉아 조용히 산동악가주의 연무를 지켜보던 강진혁이 눈을 반짝였다.

 그의 무재는 평범한 수준이었지만 그렇다고 모자라지는 않았다.

 게다가 평생 동안 꾸준히 고련해서 그런지 기본기가 탄탄했다.

 그 말인 즉 한 번의 계기만 주어진다면 언제라도 절정지경에 오를 수 있다는 소리였다.

 스윽.

 쉬지 않고 연무를 계속하는 산동악가주를 바라보던 강진혁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러자 반으로 조각난 옥패가 달빛을 받아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강진혁은 옥패와 산동악가주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이내 담벼락에서 모습을 감췄다.

 

 

 다음 날 아침.

 드디어 공고문으로 알린 무사 모집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하지만 이변은 없었다.

 마지막 날에 몰릴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마지막 날의 지원자는 단 두 명에 불과했던 것이다.

 강진혁까지 합해도 세 명에 불과한 숫자.

 애초의 목적이었던 열 명의 반도 채우지 못하는 숫자였다.

 그에 총관 대리를 맡고 있던 오 노인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무사 모집으로 인해 산동악가의 현시점을 처절하리만치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후우…. 셋 모두 나를 따라 오게.”

 그 중 마지막에 찾아온 두 명은 무공의 무조차 모르는 초보자였기에 오 노인의 한숨은 더욱 깊어졌다.

 처음부터 가르칠 생각을 하니 앞날이 막막했던 것이다.

 그러나 오 노인은 그렇다고 두 사람을 야박하게 대하진 않았다.

 마지막 날에 찾아온 두 형제가 과거 산동악가에 입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먼 길을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아서였다.

 오 노인은 세 사람을 이끌고 연무장으로 향했다.

 자격시험을 치르기 위해서였다.

 원래대로라면 무사들로 바글바글 거렸어야 할 연무장이 지금은 초라할 정도로 한적해 보였다.

 “으음.”

 자격시험을 주관하기 위해 먼저 연무장에 도착해 있던 산동악가의 유일한 장로, 악평후가 무거운 침음을 흘렸다.

 오 노인이 단 세 명을 데리고 오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답답해지고 침음이 절로 흘러나왔던 것이다.

 그러나 악평후는 그러한 기색을 애써 숨겼다.

 비록 숫자가 적다고 하나 이 세 사람은 산동악가를 보고 지원한 자들이었다.

 그러니 허무한 감정은 되도록 숨기고 고마운 표정을 지어야 했다.

 세 사람이 무안해 하지 않도록.

 “이번에 지원한 세 명입니다, 장로님.”

 “데려오느라 수고했소. 자격시험은 내가 볼 터이니 총관 대리께서는 일을 보시게.”

 “그럼 저는 물러가겠습니다.”

 비슷한 연배였으나 오 노인은 악평후에게 공손히 대답하며 목례하고는 자리를 떴다.

 그렇게 되자 널찍한 연무장에는 악평후를 비롯한 세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스윽.

 악평후는 나란히 서 있는 세 사람을 유심히 바라봤다.

 그 중 그의 시선이 가장 먼저 닿은 이는 바로 강진혁이었다.

 세 사람 중 나이가 가장 많기도 했거니와 척 보니 무공을 어느 정도는 익힌 듯 해보여서였다.

 “이름이 무엇인가?”

 “강진혁입니다.”

 “약간 특이한 이름이군. 어디 출신이지?”

 “강소성 무석현 출신입니다.”

 간단한 호구조사로 말문을 연 악평후가 순간 눈을 빛냈다.

 노인 치고는 신기하게 맑은 눈동자가 강진혁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무공을 제법 익힌 듯한데, 무슨 무공을 익혔는가?”

 악평후가 본 강진혁의 실력은 이류 언저리 즈음으로 보였다.

 나이를 생각하면 무난한 수준이었다.

 명문대파나 군소방파의 제자가 아닌 이상 저 나이에 일류지경에 드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이것저것 잡다하게 익혔습니다.”

 “그런 것 치고는 상당히 곱상해 보이는데.”

 강진혁의 외모는 결코 곱상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외모가 아니었다.

 오히려 굵직한 얼굴선으로 인해 남자답다는 말이 더 어울렸다.

 그리고 그 말은 잘생기지 않았다는 말과도 같았다.

 한데 그럼에도 악평후가 곱상하다고 말한 것은 바로 손 때문이었다.

 무공을 익힌 이의 손 치고는 상처가 너무 적었다.

 굳은살도 거의 없었고.

 그래서 악평후가 그리 말한 것이다.

 “제가 좀 특이체질이라 굳은살이 잘 생기지 않습니다.”

 “그런가.”

 악평후가 믿기 힘든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따지기도 애매했기에 그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후 악평후는 강진혁의 옆에 긴장한 얼굴로 서 있는 두 청년을 바라봤다.

 “두 사람은 형제인가?”

 “그, 그렇습니다. 제가 형인 장이입니다!”

 “전 장삼입니다!”

 “나이는 어떻게 되는가?”

 “제가 열아홉 살이고 동생이 열여덟 살입니다!”

 악평후의 간단한 질문에도 장이는 기합이 바짝 들어간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러한 형제의 모습에 악평후가 빙그레 웃었다.

 순수하기도 하고 순진하기도 한 두 형제의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던 것이다.

 “확인 차 묻는 것이니 솔직하게 대답하게. 무공을 익힌 적 있나?”

 “없습니다.”

 “저도 없습니다.”

 두 형제가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지만 강평후는 확실하게 하기 위해 물었다.

 그러자 역시 예상했던 대답이 두 형제에게서 흘러나왔다.

 “흐음.”

 어느 정도 틀이 잡혀 있는 강진혁과는 달리 장이, 장삼 형제는 아무 것도 써져 있지 않은 백지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는 말은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좋은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는 말과 같았다.

 하지만 한 가지 걸리는 사실은 두 형제의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 두 형제는 무공을 익힐 시기를 놓쳤다.

 이미 혈맥이 막힐 대로 막힌 상태였기에 상승의 절기를 익힌다 하더라도 두 형제가 높은 경지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러나 잘만 가르치면 또 모르지.’

 지금 산동악가에 가장 필요한 것은 고수였다.

 그것도 산동성을 떨쳐 울릴 정도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그 정도 수준의 고수 한 명만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 뒤를 받쳐줄 든든한 무사들도 필요했다.

 명문세가가 강력한 이유는 대표하는 고수의 존재도 존재였지만 고수 층이 두텁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만큼 산동악가 역시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고수도 고수지만 실력 있는 무사들이 반드시 필요했다.

 “본가의 무사가 되는 과정은 매우 힘들고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본가의 무사가 되겠는가?”

 부드러웠던 악평후의 분위기가 근엄하게 변했다.

 그뿐만 아니라 눈빛 역시도 날카로워졌기에 장이, 장삼 형제는 더욱 긴장한 얼굴로 힘차게 대답했다.

 “예!”

 “자네는?”

 장이, 장삼 형제를 휘어잡는 것 정도는 악평후에게 있어 누워서 떡 먹기나 마찬가지였다.

 연륜으로 보나 무인으로서 보나 그는 두 형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단숨에 두 형제를 휘어잡은 악평후는 무거운 눈빛으로 강진혁을 바라봤다.

 “노력하겠습니다.”

 “이제부터 세 사람은 본가의 수습 무사다. 부디 열심히 노력하여 본가의 이름을 빛내주는 무인이 되어주길 바란다.”

 “예에!”

 “예.”

 기가 바짝 들어 우렁차게 대답하는 장이, 장삼 형제와는 달리 강진혁은 짧게 대답했다.

 굳이 벌써부터 힘을 뺄 생각이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본격적인 훈련은 내일부터 시작이니 오늘 하루는 푹 쉬도록. 내일 눈을 뜬 순간부터는 가히 지옥이라 부를 만 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꿀꺽!”

 대놓고 겁을 주는 악평후의 말에 장이와 장삼 형제가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그러면서 자신들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말만 들어도 끔찍한 일정이 상상되었던 것이다.

 반면에 강진혁의 표정은 시큰둥했다.

 아무리 악평후가 겁을 주어도 그는 솔직히 겁이 나지 않았다.

 제아무리 힘든 훈련 일정이라고 해도 지난 12년 동안 사부에게 받은 훈련만큼 지독하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처음 사부를 따라 무공을 익히기 시작했을 때 강진혁은 정말 죽음을 수도 없이 떠올렸었다.

 이러다 죽는 게 아닌가 할 정도의 순간이 그토록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육체는 대단했다.

 죽을 뻔한 위기를 수없이 넘기자 한계의 범위를 계속해서 넓혀갔던 것이다.

 그 결과 강진혁은 현재 그 누구보다 단단한 육신을 지닐 수 있게 되었다.

 굳은살이 거의 없는 것도 다 그러한 이유가 있어서였다.

 그런 강진혁이었기에 악평후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어라?”

 악평후에게서 내일 있을 훈련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들은 후 장이, 장삼 형제와 숙소를 향해 가던 강진혁은 어느 순간 빗자루를 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그는 열 살 가까이 차이가 나는 동기생들을 데리고 숙소를 향해 가고 있었다.

 한데 지금 그는 숙소가 아닌 흙먼지가 가득 덮여 있는 길 위에 서 있었다.

 “뭐해요? 얼른 바닥 안 쓸고!”

 순간 정신을 놓았던 강진혁이 눈을 끔뻑이다가 뒤에서 들려오는 뾰족한 음성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색이 바란 홍의무복을 입은 열네댓 살의 소녀가 날 선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게 보였다.

 동시에 열심히 비질을 하고 있는 장이, 장삼 형제의 모습들도.

 강진혁은 뒤늦게 자신이 숙소로 가던 중에 눈앞의 이 소녀에게 붙들려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왜 내가 비질을 해야 하지?”

 “어? 지금 나한테 반말 한 거예요?”

 “무슨 문제라도?”

 “그야 당연히 있죠! 전 이 악가의 하나뿐인 딸이니까요!”

 악소련이 떡하니 허리 위에 두 손을 얹고서 강진혁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당연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 예우를 해달라?”

 “네. 그래서 저도 존칭을 사용하고 있잖아요. 반말해도 크게 상관없는데.”

 “후후후!”

 나이 차이가 상당한데도 또박또박 자신의 할 말을 하는 악소련의 모습에 강진혁이 웃음을 흘렸다.

 그런데 그 웃음이 그녀에게는 비웃음으로 들렸는지 악소련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지금 비웃은 거죠?”

 “아닌데. 그냥 귀여워서.”

 “에?”

 얼굴선이 굵고 눈썹이 두꺼워 약간은 무섭게 생긴 강진혁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귀엽다고 말해주자 악소련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붉어졌다.

 동시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부모님을 제외하고서 남에게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처음이었기에 악소련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그녀는 또 반말을 한 강진혁에게 따져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뭐, 예우를 받기 원한다면 그리 해주지요, 소련 아가씨.”

 여전히 얼굴을 붉힌 채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는 악소련을 향해 씨익 웃어준 강진혁이 장이, 장삼 형제의 옆에서 비질을 하기 시작했다.

 체격이 두 형제보다 월등히 커서 그런지 그가 한 번 바닥을 쓸 때마다 길 위를 덮고 있던 흙먼지들이 한 사발씩 쓸려나갔다.

 “우와.”

 “대단하다.”

 별 거 아닌 것인데도 장이, 장삼 형제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자신들의 비질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쓸려나가는 흙먼지의 양이 엄청나게 다르자 신기했던 것이다.

 “아앗! 살살 해요! 그렇게 하면 쓸어 담기 힘들다고요!”

 “네네.”

 일은 잘하는 듯하나 마무리가 시원찮아 보이는 강진혁을 향해 악소련이 깐깐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하지만 강진혁은 건성으로 대답하며 비질을 계속했다.

 타다다닷!

 악소련의 잔소리를 들으며 비질을 하던 강진혁이 고개를 돌렸다.

 그의 귀로 급한 기색이 역력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굳은 얼굴로 뛰어가듯 걷는 오 노인의 모습이 잡혔다.

 그런데 정문을 향해 달려가는 오 노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뭘 그리 봐요?”

 “저기.”

 열심히 하던 비질을 멈추고 어딘 가를 보고 있는 강진혁에게 악소련이 다가왔다.

 그에 강진혁은 손가락으로 빠르게 걸어가는 오 노인을 가리켰다.

 “어? 무슨 일이 있으신가?”

 웬만해서는 빠르게 걷지 않는 오 노인이 급하게 발걸음을 옮기자 악소련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보아하니 무슨 일이 생긴 듯했다.

 “따라가 볼까요?”

 “그래요.”

 고민하는 악소련을 향해 강진혁이 넌지시 말을 꺼냈다. 그러자 악소련이 기다렸다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강진혁은 아직도 비질에 열중하는 두 형제를 이끌고 오 노인이 사라졌던 방향으로 이동했다.

 

 빗자루를 든 채로 세 사람을 이끌고 걸어가던 강진혁이 피식 웃었다.

 옆에서 걷고 있던 악소련의 모양새가 상당히 웃겼기 때문이다.

 마치 엿들으러 가는 것처럼 살금살금 걸어가는 모습이 한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연상케 했다.

 그 뒤로 뭣도 모르고 따라오는 장이, 장삼 형제의 모습도 웃겼다.

 “다 왔다.”

 웃는 사이 강진혁은 오 노인의 모습이 보이는 장소까지 도달했다.

 그런데 오 노인은 혼자 있지 않았다.

 그의 앞에는 두 명의 남자가 거들먹거리는 자세로 서 있었는데 한 명은 사십대 초반의 장년인이었고, 다른 한 명은 이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청년이었다.

 “어서 썩 나가지 못하겠느냐!”

 “허어, 한때나마 명문으로 불렸던 산동악가 치고는 손님 대접이 너무나 야박하구려.”

 “누가 손님이란 말이냐, 누가!”

 “그야 나 아니겠소, 오 노인.”

 통통한 체격의 장년인이 능글맞게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그런데 그의 눈동자에는 짙은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

 근본적으로 깔보는 심보가 두 눈동자에 서려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오 노인이었기에 그는 격노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런 오 노인의 반응에도 장년인은 느물거리는 표정으로 받아 넘기기만 했다.

 “썩 꺼져라!”

 “그리 독촉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내 나갈 것이오. 가주를 뵌 후에.”

 “일 없다! 어서 나가라!”

 “흐음. 이렇게 나오면 좋지 않은데 말이오. 내 알기로 악가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듯 장년인이 재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슬쩍 말을 흘렸다.

 그 말에 오 노인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그의 말대로 현재 산동악가의 사정은 좋지 않았다.

 가세가 기울어짐에 따라 소유하고 있던 상단과 표국을 어쩔 수 없이 팔았다.

 수입보다 지출이 커지게 되자 정말 눈물을 머금고 팔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산동악가의 사정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식솔들에게 그동안 주지 못했던 월봉을 모두 지급하니 남는 게 없었다.

 그렇게 되자 산동악가는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었고, 결국 지금과 같은 꼴이 되고 말았다.

 한데 문제는 아직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건 네놈이 걱정할 바가 아니다.”

 “그러지 말고 가주에게 날 안내해 주시오. 내 좋은 제안 하나 가져왔으니.”

 말을 하는 장년인의 눈동자가 사악하게 번뜩였다.

 그러나 작은 눈으로 인해 그 눈빛을 본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던 강진혁이 유일했다.

 오 노인은 현재 심리적으로 크게 당황해 보지 못했고, 악소련은 무공을 익히긴 했으나 경지가 낮아 거리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시답잖은 소리하지 말고 나가라! 더 있겠다면 사람을 부를 것이다!”

 “한 번 잘 생각해 보시구려. 내 제안을 듣는 것도 나쁘진 않을 테니까.”

 “그럴 일은 절대 없으니 기대하지 마라!”

 “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요. 흐흐흐!”

 오 노인의 서릿발 같은 기세에 장년인이 뒤로 물러났다.

 더 자극했다간 오 노인이 정말 다른 사람을 데려올 것 같아서였다.

 물론 오 노인이 무인들을 데려온다고 해도 장년인은 두렵지 않았다.

 지금 그의 옆에는 능히 일류고수라고 말할 만한 인물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오면 번거롭게 될 것이 자명하기에 장년인은 이쯤에서 물러나기로 마음먹었다.

 ‘꼭 오늘만 날인 건 아니니까.’

 장년인은 추잡한 웃음을 흘리며 내심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 보이는 산동악가는 이미 침몰해 가는 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급할 게 없었다.

 천천히 원하는 것을 뜯어내기만 하면 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다급해져 가는 것은 산동악가일 테니까.

 “다음에 또 오겠소이다, 오 노인.”

 장년인이 싱긋 웃으며 말한 후 몸을 돌렸다.

 그런 그의 행동에는 짙은 자신감이 서려 있었다.

 이렇게 해도 산동악가에서 자신을 어쩌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는 듯했다.

 “후우우.”

 한숨을 쉬는 오 노인의 얼굴은 잠깐 사이에 몇 년은 더 늙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오 노인의 침울한 기색은 오래 가지 않았다.

 그는 이내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오고는 다시 제 할 일을 하러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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