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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노트맨
작가 : happydwarf
작품등록일 : 2022.1.30

눈을 뜨니 이 넓은 서울에 아무도 없었다. 도대체 사람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내가 알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8
작성일 : 22-01-30 18:18     조회 : 177     추천 : 0     분량 : 4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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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우는 남산 근처에서 비즈니스를 하러 왔다가 상대방이 펑크를 내어 온 김에 전망대레스토랑에서 오랜만에 저녁이나 먹고 갈까 싶어서 올라왔던 길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배가 아파서 화장실을 다녀오니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버리고 아무도 없이 조용했단다. 어딘가에서 무슨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는 줄 알고 레스토랑에서 자리를 잡고 기다리다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 나가 보았는데 밖에도 아무도 없어서 소름이 돋는 중에 아마도 요즘 다시 유행하는 프로그램인 '몰래카메라'에 당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그리고 카메라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만지다가 그릇들 사이도 보던 중이었다고 했다. 나는 내가 알던 지우라기에는 최근까지 다른 삶을 살아온 것 같았지만 그냥 무언가 좀 더 지나면 자연스레 알 것이라 여기며 애써 불안한 마음을 다독였다. 그리고 지우를 만나서 한편으로는 너무 신이 난 나머지 그녀가 이곳에 저녁을 먹기 위해 왔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꼬르륵!"

 "아저씨, 배고파요?"

 지우는 민망한지 나에게서 배꼽시계가 울렸다는 듯이 물었으나 나는 이래나 저래나 좋았다. 다행히 이 근처에 조금만 내려가면 큰 마트가 있었다. 그곳에서 장을 보고 그 근처 식당에서 요리를 해주기로 마음을 먹고 대답했다.

 "네, 우리 늦었지만 밥 먹으러 갈래요?"

 "어디로요? 아저씨 외에는 아무도 없다면서요."

 밥 먹자는 나의 말에 아직도 몰래카메라를 당하고 있다는 조그만 의심이 남아 보였지만 그런 그녀를 따스하게 바라보며 최대한 믿을만한 미소를 띠고 대답했다.

 "저 이래 봬도 매일 스스로 만들어 먹는 사람입니다. 생각보다 맛이 괜찮을 거예요. 장은 이 근처 마트에서 보고 식당도 가까운 데에서 들어가서 만들어 먹으면 돼요. 그럼 저만 믿고 따라오시죠."

 전혀 신뢰가 생기지 않는 눈빛이었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지우가 나의 뒤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지우는 남산을 나온 후 나의 말대로 거리에 지나다니는 어떠한 것도 없어서 매우 당황한 것 같았다. 분명 좀전에 내가 이야기할 때까지만 해도 긴가민가했을 것이다. 어떤 몰래카메라를 해야 이 커다란 도시를 통째로 이렇게 비워둘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녀도 얼마안가 스스로 현실을 자각하게 될 것이었다. 이곳이 매우 독특하고 이상한 곳이라는 것을. 어쨌든 마트에서 맛있는 요리를 해주기 위하여 여러 가지 재료를 보고 있는데 그런 내가 답답하다는 듯이 지우는 김치찌개 밀키트와 메추리알 장조림, 배추김치와 즉석밥을 장바구니에 담고 내게 내밀었다.

 

 "배고파 죽겠는데 그냥 간단히 해 먹죠?"

 항상 배만 채우면 된다던 지우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하하하, 그래요. 저도 배가 많이 고파요."

 

 우리는 걸어서 한 블록도 안 되는 거리에 위치한 깨끗해 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가 한쪽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내가 부엌에서 장본 것들을 먹을 수 있게 데워 가려는데 지우가 혼자 있는 것이 무서운지 나를 따라 들어왔다. 나는 즉석밥과 찌개를 데우고 지우는 김치와 장조림을 접시에 꺼내 담았다. 준비하면서도 몇 번 지우의 배꼽시계가 눈치 없이 울려댔지만 그때마다 헛기침이나 괜히 물을 트는 등의 소리를 내어 민망하지 않도록 했다.

 

 나는 정말 보고 싶던 지우를 이렇게 마주앉아 보고 있었다. 밥을 김치찌개에 말아서 내숭은 집어던지고 시원하게 떠먹는 지우를 보고 있으니 괜스레 눈물이 나서 의식적으로 바깥 건너편 편의점에 시선을 둬야 했다. 지우는 내가 밥을 먹든 안 먹든 사실 본인 배를 채우기만 하면 그만이었던지 열심히 먹더니 몇 분도 안되어 식사를 마쳤다.

 

 "엄청 빨리 드시네요. 그러다 체하겠어요. 물이라도 같이 마시면서 먹어요."

 "뭐, 이거 딱 세 숟가락이면 끝나는 거잖아요. 체할까 봐 천천히 먹은 거예요."

 즉석밥을 세 숟가락이라고 표현하는 지우의 생각은 언제 봐도 놀라웠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우리 이제 어떡해요?"

 내가 배가 고프지 않았던 것을 눈치챘던지 지우는 내가 남긴 밥은 신경 쓰지 않고 나에게 질문을 했다. 그리고 나는 다행히 지우가 좋아하는 것을 몇 가지 알고 있었다.

 "오늘 같은 날에는 별다방의 카라멜 마끼아또 어때요?"

 나의 말에 지우는 눈을 커다랗게 뜬 채 조용히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별다방에서 커피를 만들어본 적은 없지만 다행히 최근에 유튜브에서 별다방 커피머신과 똑같은 기계를 놓고 사용법을 알려주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한 달 전쯤에 나타났다 헛소리만 하고 사라졌던 고야가 에스프레소를 내려먹던 기억이 떠올라 나도 별다방에서 음료를 만들어 먹어볼까 싶어서 호기심에 봤던 영상이었다. 그것이 이렇게 쓰이게 될 줄이야, 사람 일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가까운 별다방으로 차를 타고 이동을 했다. 3층까지 단독으로 별다방이 독점한 건물이었다. 지우도 예전에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은 꼭 가던 분위기가 남다른 곳이었다.

 "어? 여기 제가 자주 오던 곳이에요. 우와! 이렇게 사람이 없는 것을 보니 완전 작품이네요. 아, 너무 예쁘다!"

 "그러게요. 저도 전에 와이프랑 연애할 때 자주 왔었어요."

 내가 말하는 중에 와이프라는 소리에는 눈을 흘기는 지우를 보며 아직 갈길이 멀다는 생각을 하였다.

 "자, 제가 금방 만들어 드릴 테니 잠시만 앉아서 기다려주세요!"

 "네."

 대답도 잘하는 지우는 이제 아무도 없는 이 도시가 조금씩 적응이 되어가는 듯 보였다. 나는 긴장된 마음으로 능숙한 바리스타인 것처럼 흉내를 내기 위하여 노력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잘 안되어서-사실 지우가 안보는 사이에 기억을 더듬어 커피를 만들다 세 잔이나 실패를 하였고 그 실패작들은 조용히 개수대에 부었다- 중간에 잠시 화장실 갔다 온다 하고는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다시 확인한 후에야 그럴듯한 카라멜 마끼아또가 나오게 되었다.

 나는 그녀가 앉아 있는 곳으로 그녀가 좋아하는 카라멜 마끼아또와 내가 좋아하는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가져갔다. 우리는 그렇게 잠시간 뜨거운 커피의 촉감을 즐기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지우가 입술 위에 거품을 살짝 묻힌 채 입을 열었다.

 

 "아저씨!"

 "?"

 나는 표정으로 대답을 마쳤다.

 

 "저, 이거 알 것 같아요!"

 "뭐가요?"

 "이거 분명 평행우주 같은 곳일 거예요. 생각해봐요. 우주에 수많은 지구가 있고 또 그곳에는 수많은 '나'가 있는 것이 평행우주 같은 거 아니에요? 그러니 나는 아저씨와 다른 지구에서 온 것이고 이곳도 수많은 평행우주 중에 특별한 공간일 수 있지 않을까요?"

 "글쎄요."

 분명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막상 눈앞의 지우가 나타나니 이 사람이 내가 알던 지우가 아니라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다. 나는 애써 화두를 돌려보기 위하여 무슨 말을 할까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고 있는 중에 지우가 또 무엇이 생각났다는 듯이 무릎을 치면서 질문을 했다.

 "아! 혹시 아저씨 부인이 쌍둥이를 낳을 때 자연분만이었을까요?"

 "아니요. 음... 첫째 위치가 좋지 않아서 수술을 했어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몰려왔지만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솔직히 말을 했다.

 "그럼 제 말이 맞네요. 저는 몸에 아무런 수술 흔적이 없어요. 특히 배에는 더욱더! 그러니 저는 아저씨가 알고 있는 아내분이 아니라는 거죠. 이보다 확실한 증거가 어디 있겠어요? 그러니 저는 아저씨가 함께 살았던 아내분과는 다른 우주의 김. 지. 우라는 거죠! 내 말이 이해가 돼요?"

 "지우 씨 말이 사실이라면야 당연히 그렇겠죠."

 나는 불안감이 현실로 불쑥 드러났을 때에도 담담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해요? 자, 보세요!"

 갑자기 말을 마친 지우는 내가 보는 앞에서 상의를 들어 올려서 자신의 하얀 배를 보여주었다. 순간 너무 놀라서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볼 것은 다 본 상황. 내가 알던 지우의 배와는 다른 출산의 흔적이 전혀 없는 깨끗한 상태임을 확인했다.

 "후... 정말 그렇네요. 미안해요. 너무, 똑같이 생겨서... 제가 큰 실수를 했어요."

 "아니에요.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 어쨌든 마저 커피나 마시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해봐요."

 지우는 배를 보여주고도 민망한 것보다 자신이 나의 아내라는 신분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 다행스러운지 꽤나 만족한 미소를 머금은 채 남은 커피를 음미하며 홀짝였다.

 

 아, 이 사이코, 괴물, 미친, AI, 외계인, 변태, 이 잡종 자식아! 내가 지우가 보고 싶다 했다고 세상에 다른 지구의 지우를 보내주냐?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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