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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노트맨
작가 : happydwarf
작품등록일 : 2022.1.30

눈을 뜨니 이 넓은 서울에 아무도 없었다. 도대체 사람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내가 알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5
작성일 : 22-01-30 18:17     조회 : 185     추천 : 0     분량 : 3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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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잤을까? 이제는 시계용도로 들고다니는 폰을 들여다보았다. PM 11:05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야네 집에 도착했을 때가 오전 12시도 안 됐었는데 거의 하루의 반을 누워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서 몸을 일으켰다. 첫날에는 술집 소파에서 잠시 눈을 붙이다 일어났던 거여서 오랜만에 숙면을 취한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한결 개운한 기분으로 방을 나섰다. 거실에 나오니 불도 켜지 않은 상태로 어두운 것이 고야는 아직 자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거실과 부엌에 불을 켜고 갈증이 나서 물부터 찾았다. 집은 좋은데 흔해빠진 정수기는 안 보여서 냉장고를 열었더니 비싸다는 생수가 한쪽 벽면에 가득 들어있었다. 이 물이 훔친 것이든 원래 있던 것이든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그저 누가 장난을 치는지가 궁금할 뿐.

 

 "야! 일어나. 저녁에 맛있는 요리 해준다며!"

 

 나는 시원하게 500ml 생수를 한 호흡에 벌컥벌컥 들이켠 후 고야를 깨우러 안방으로 향했다.

 

 "야, 지금 몇 신데..?"

 

 분명 안방에서 옷도 안 벗고 뻗었었는데 고야는 방안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잠을 잤던 흔적은 있어서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그냥 먼저 일어났던 고야가 혼자서 장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TV도 나오지 않는 집에서 무엇을 하면서 기다릴까 하다가 갑자기 아침에 나랑 싸우다 발목을 삐어서 절뚝거리며 걷던 고야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이, 다리도 아픈 놈이."

 

 뭐, 생각보다 별로 안 다쳤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집안 곳곳을 다시 한번 둘러보다가 서재에서 꽂혀있는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영어로 된 원서가 생각보다 많아서 고야가 실제로 머리가 좋았던 것인지 아니면 그 녀석 특유의 허세인지 헷갈렸다. 해독하기 힘든 책들은 뒤로하고 한 켠에 있던 만화책이나 집어 들었다. 역시나 심심할 때는 만화책만 한 것이 없었다. 요즘은 스마트폰이나 대형화면으로 웹툰을 읽어주는 음성서비스가 많지만 역시 종이책을 넘기며 읽는 맛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만화책도 거의 소장용인지 거의 새것처럼 깨끗해서 더욱 기분이 좋았다. 읽으며 혼자서 웃다가 뒤로 넘어가서 뒤통수를 책상다리에 찧었지만 오랜만에 실컷 웃고 나니 좋아서 아픈 것도 잊고 말았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아직도 고야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폰을 보니 오분 차이로 날이 바뀌었다. AM 12:05. 슬슬 초조해졌다. 무슨 문제라도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하여 외투를 걸치며 집을 나섰다.

 

 

 

 강남은 고등학교만 다녔지 동네에 관심이 없어서 어디에 뭐가 있는지 잘 몰랐다. 집 밖을 나서면서 고야가 없다면 다시 들어올 수 없는 집인데 그냥 여기서 기다릴까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주인도 없는 집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우스워 그냥 발걸음을 재촉했다. 금방 근처에서 찾을거라 생각했는데 어느새 1시 30분이 되었다. 멀리 가지는 못했을 텐데 아무리 소리를 치고 찾아보아도 내가 외치는 소리 끝에는 기분 나쁠 정도의 정적만이 남았다. 주변의 마트는 아무리 조그만 구멍가게도 다 들어가 보았다. 혹시나 붕대를 가지러 갔나 싶어서 약국이 보이는 곳에도 뛰어다녀 보았다. 그렇게 뛰어다니다가 도저히 안돼서 집 앞에 세워진 페라리를 끌고 근처를 돌아다니며 찾아다녔다. 고야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심장이 다시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럴 리 없지만 고야가 장난을 치는 것이라면 제발 지금이라도 나타나주길 기도했다.

 

 다시 한 달이 지났다. 나는 여전히 혼자고 이곳이 어딘지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지 그 해답을 아직도 찾지 못했다. 나에게 잠깐 나타났던 고야 녀석도 이제는 꿈이었는지 아니면 고야가 다시 원래 내가 알던 서울로 돌아갔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는 고야가 사라진 그 새벽 다시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우연한 기회에 기가막힌 사실을 발견했다. TV가 나오지 않으니 지금은 나오지 않는 DVD연결기기와 DVD를 찾아서 중고 가게를 열심히 찾아 다니던 날이었다. 다행히 허름한 골목 상가에서 내가 찾던 기기와 DVD작품들이 수없이 꽂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신나게 여행용 캐리어에 가득 담고 집에 돌아와 TV에 연결하기 위하여 설치를 한 후 화면을 켰을 때 갑자기 평소에 와이프가 좋아하던 주말드라마가 나왔다. 그때 얼마나 놀랐던지 귀신을 본 것 처럼 혼자서 비명을 지른 것은 아직도 기억속에 작은 민망함으로 남아있었다. TV가 정상적으로 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생방송 뉴스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혹시 몰라 바로 그 뉴스가 촬영되고 있는 방송국으로 고야가 남기고 간 무지개색 페라리를 끌고 갔었다. 역시나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방송국 내부에 불도 다 꺼져 있었으며 그 어디에도 방금 촬영을 한 것 같은 흔적조차 없었다. 내가 이곳에서 오기전에 보던 프로그램들이 TV를 보지 않았던 기간만큼 회차가 지나가 있었다. 오늘 날짜가 2051년 7월 4일 화요일인데 정확히 오늘 시간과 맞아떨어지는 회차들이 제시각에 각각 방영되고 있었다. TV뿐만이 아니었다. 신호가 잡히지 않던 핸드폰도 데이터가 무제한으로 잘 돌아갔다. 인터넷과 유튜브도 검색하고 시청할 수 있었다. 다만 댓글을 달거나 나를 나타내기 위한 업로드는 에러창으로 연결되어 버렸다. 도대체 어떤 미친놈이 이런 괴이한 놀이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죽일 생각이 없는 것 같기도 했다. 왜냐하면 여기서 현실처럼 느낄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인터넷과 TV였기 때문이다. 나에대한 정보는 뉴스나 인터넷 그 어디에도 없었다. 내가 알던 세상이 내가 사라진 것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듯이 보였지만 나만은 진실을 알고 있었다. 이곳은 싸이코의 놀이공원이 분명했다.

 

 

 

 TV로 내가 알던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후부터 무너져갔던 정신을 다시 세우기 위해 노력했다. 술도 취할 정도로는 마시지 않았고 TV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다시 저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여기서 어떻게든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얼핏 좋은 점을 생각해보면 언제든 스테이크도 먹을 수 있고 비싸서 즐기지 못했던 고급 참치 요리도 마음껏 먹을 수 있기는 했다. 또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슈퍼마켓에 있는 육고기며 생선이며 할 것 없이 모든 제품들이 실제로 사람이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새롭게 채워지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 과정이 궁금해서 마트에서 하루이틀 지켜본 적도 있지만 내가 있을 동안만 그대로였고 내가 문밖을 나갔다 다시 들어오면 어지럽혀져 있던 마트 내부가 가지런히 정리가 되었으며 소비기한이 지난 식품들도 다시 먹을 수 있는 신선한 상태로 진열되어 있었다. 아마도 이곳은 실제 서울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그대로 연결되어 어떤 힘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처음 한 달은 거의 라면이나 소비기한이 긴 식품들 위주로 식사를 하였는데 지금은 날마다 인터넷으로 요리법을 보거나 요리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집밥을 만들어 먹는 소소한 재미로 살아가고 있다.

 

 

 

 오늘은 닭볶음탕을 만들기로 하였다. 매콤 달콤한 맛을 생각하니 입안에 침이 가득 고였다. 요리도 장비빨이다. 계량기구들만 잘 갖추면 누구나 전문가의 맛을 복제할 수 있다. 예전이라면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아무 때나 먹을 수 없었겠지만 이 이상한 도시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맛있는 음식을 스스로 만들어 먹는 기쁨이 크다. 매콤한 양념이 촉촉하게 스며든 닭다리를 뜯으며 재미있는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니 잡스러운 생각이 잠시 사라졌다. 그래도 언제까지나 이곳에 있고 싶은 생각은 절대 없었다. 그냥 맛있는 요리를 아내와 내 자식들에게 마음껏 해주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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