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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귀향 (세르반테스를 만난 조선인)
작가 : 윤준식 YOON
작품등록일 : 2022.1.23

[연재를 시작하며] (연재는 1-44장까지 이어집니다.)

‘제 책이 빨리 출판되기를 원하는 사람 중에는 중국의 황제가 계십니다. 한 달 전쯤 일입니다. 황제께서는 친히 중국어로 편지를 쓴 후, 사신을 보내 저의 [돈키호테]를 보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황제께서는 학교를 세워 스페인어를 가르치겠다고 하셨으며, [돈키호테]를 교과서로 쓰겠다는 것과 제가 그 학교의 학장이 되어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돈키호테] II, ‘레모스 백작님께 올리는 헌사’ 중)

한 사람의 ​간절한 소망은 수 백년을 뛰어넘는 것일까?

세르반테스의 펜을 움직여 [돈키호테]에 남겨진 한 영혼의 흔적!

400년 넘게 기다려왔고,

너무나 애절했기에 또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이베리아 반도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한반도 남쪽의 한 마을로 이어진 무지개!

그 허구같은, 그러나 역사적 실체의 다리를 건너본다!

(본 이야기는 [돈키호테]라는 소설 속 한 귀절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작품 [돈키호테]는 물론, 당시 세계를 누볐던 스페인의 역사와 동시대 아메리카, 그리고 아시아(조선, 중국, 일본, 필리핀, 마카오) 등의 역사를 통합할 수 있는 문학과 역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내용을 구성하게 된다. 15년 간의 자료 수집을 통해 내놓는 역사 이야기이자 소설로, 몇 가지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밝히며, 특히 임진왜란 이후 전개된 1600년대 초 스페인과 조선 간의 관계를 이어줄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 들어있다.)

 
27. 헌사 (Dedicatoria al Conde Lemos)
작성일 : 22-01-30 15:53     조회 : 175     추천 : 0     분량 : 7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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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헌사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받아 든 석희는 훈을 불렀고, 그들은 함께 책을 펼쳤다.

 

 첫 부분에 ‘레모스 백작에게’라는 헌사가 있었다.

 

 거기에는 중국에서 온 사절단을 통해 중국의 황제가 [돈키호테] 속편이 빨리 출판되고, 그 책으로 세르반테스가 중국에 와서 직접 스페인어를 가르치기를 원했다는 내용이 써있었다.

 

 말하자면, 세르반테스가 언급한 중국 황제가 보냈다는 사절단은 쓰네나가의 유럽 사절단이었으며, 실제로 작가와 대화한 사람은 석희와 훈이다.

 

 마드리드로 오는 중에 석희는 [돈키호테] 읽기에 깊이 빠졌다. 세르반테스와의 대화를 통해 확인한 것이지만, 그는 분명 고려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석희 자신이 세르반테스를 조금이라도 일찍 만났더라면, 그리고 그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더라면 [돈키호테] 속편에 조선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넣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스페인 독자들이 간절히 찾고, 유럽의 여러 나라 말로 출판되고 있는 작품이었기에 그 아쉬움은 더욱 컸다.

 

 그러나, 앞으로 있을 석희와의 동행을 통해, 세르반테스는 분명 돈키호테의 모험을 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석희의 마음을 설레게 했었다.

 

 한편, 마드리드에 있는 세르반테스를 생각하면서, 빨리 그를 만나 자신이 궁금했던 것, 그리고 유럽을 다니면서 보고 경험하고 생각했던 일들을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함께 동양으로 갈 준비를 하자고 말할 참이었다.

 

 그러나, 마드리드에 도착하자마자, 호세가 먼저 자신을 찾는다는 소식에, 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석희는 급히 훈을 불렀고, 함께 수도원 문 밖으로 나갔다. 호세가 와있었다.

 

 “석희씨, 세르반테스씨가 아주 위독하다라요.”

 

 “뭐라고요? 아니, 지난 번 만날 때는 건강하셨는데, 어찌된 일입니까? 그간 무슨 일이라도…?”

 

 “과로하신 것 같습니다. 특히, 작년 말 [돈키호테] 속편을 내면서 온 힘을 다 썼다라요. 그러니까 석희씨가 8월 중순에 로마로 떠난 후, 어르신께서는 바로 10월에 작품을 완성했다라요. 출판은 11월에 했다라요.

 

 빨리 완성해서 석희씨가 이태리에서 돌아올 때 쯤, 새로 나온 책을 들고 함께 동양으로 가겠다는 목표로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책을 마무리했다라요.

 

 책을 내자 마자, 긴 여행을 해야 하니, 그간 손대지 못 했던 다른 작품들도 탈고를 하겠다고 급하게 덤볐다라요.

 

 글을 쓰는 것 뿐 아니라, 인쇄소와 함께 해야 할 추가적인 작업들이 정말로 많았다라요. 책 한 권을 내는 것도 힘든데, 이렇게 많은 작업을 하셨으니 몸이 상할 수 밖에 없다라요..

 

 겨울을 맞으면서 기침이 더욱 심해졌다라요. 그리고, 혹독한 겨울을 지나 이렇게 봄이 오면서, 회복될 것이라는 몸은 회복되지도 않고, 이제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 하는 상황이 되었다라요.”

 

 호세의 말을 들으면서도 석희는 걸음을 재촉했다. 훈도 바짝 붙어 달리듯이 걸었다. 석희의 머리는 복잡해졌고, 가는 중의 길거리나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온통 세르반테스에 대한 생각에 몰두했다. 어느덧 막다른 골목, 바로 그의 집 앞에 서있었다.

 

 “어르신,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문을 열어 준 사람이 까딸리나였다는 것도, 그녀와 볼인사를 나누는 것도 잊고, 계단을 부리나케 올라가 다짜고짜 침대에 누워있는 세르반테스를 향했다.

 

 “아, 꼬레아노가 왔군요. 조선 사람. 동양에 함께 가겠다는 약속, 꼭 지키려 했는데…. 이 몸이 내 영혼의 자유로운 모험을 허락하지 않는구려. 난 아직도 할 일이 많은데…. [돈키호테] 속편부터 끝내고, 기존에 쓰고 있던 [뻬르실레스와 세기스문다의 작업]도 마무리해야 하고 해서….”

 

 세르반테스의 상태는 아주 안좋았다. 특히 기침을 많이 했다. 기침 때문에, 말을 잘 잇지 못 했다. 다만, 몸에 비해 그의 눈은 아직도 뭔가를 갈구하는 강한 빛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육체가 영혼의 발길을 따라가지 못 하는 것 같았다.

 

 그의 옆에는 딸 이사벨이 지키고 있었고, 어느새 호세도 그 옆에 바짝 붙어 걱정과 불안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미안하오. 나는 나의 열정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

 

 내 몸까지도 절대적으로 지배할 것이라 생각했지. 그 열정이 얼마나 강했으면 모든 사람이 날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했겠소?

 

 난 늘 ‘미치지 않는다면, 뭔가를 이룰 수 없다’는 말을 되뇌면서 나 자신에 최면을 걸고 살았소. 그게 내가 살아있는 유일한 증거였지.

 

 에라스무스의 [광기예찬]은 나에게 큰 영향을 줬지. 미쳤다는 것이 비난을 받을 일이 아니라는 말에 크게 위안받았소.

 

 세상에는 그 미침 때문에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임을 나는 책을 통해, 역사를 통해 확인했지. 미친 사람은 무모하여 희생될 지라도, 앞뒤를 보지 않고 달려들어 뭔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지. 인간 역사의 대부분은 미친 사람들이 만든 것이지.

 

 나의 무한한 열정은 아메리카에 가서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까 했었지만, 허락을 받지 못 해, 한 때 잠시 꿈을 접은 적도 있었소.

 

 아메리카에 가고자 했던 것은, 나와 내 가족의 빚도 갚고, 나 자신도 새롭게 일어나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토마스 모어라는 사람의 [유토피아]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었소. 그가 말했던 그 이상세계를 직접 가서 확인하고 싶었지.

 

 이미 오래 전부터 스페인의 젊은이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은 아메리카로 떠났소.

 

 그리고 그대도 잘 알다시피, 우리 세대에 이르러서는 아메리카에서 동양에까지 그 영역이 넓어졌지.

 

 내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그대를 만나면서 이제 그 꿈을 이룰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졌소. 그것이 나의 힘이 되었고. 부푼 가슴으로 그대가 오기를 기다렸소. 동양으로 함께 떠나기 위해 말이오.

 

 나의 열정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꼭 믿었는데, 이렇게 침대에 누워, 일어나지 못 하고 있으니, 아마 여기서 내 삶의 모험은 마무리되어야 할 것 만 같소.”

 

 기력은 없었으나,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는 제법 힘을 되찾는 모습을 보였다.

 

 중병에 걸렸다는 사람에게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그의 열정과 기억력은 대단했다. 그는 말을 계속했다.

 

 “[동방견문록]은 물론, 내가 존경하는 포르투갈의 루이스 데 까모에스가동양을 직접 여행하고 쓴 [오스 루시아다스]를 통해,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지. 사실, 그분이야 말로 나보다 더 뛰어난 작가요, 시대의 위인이시지. 난 지중해에 머문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지만, 그분은 더 큰 세계를 직접 가서 위대한 서사시를 썼으니, 그리스의 호메로스와 같은 반열에 오를 분이라고 생각하오.

 

 난 예수회 신부 알레한드로 발리그나도가 쓴 [일본에서의 여러 풍습 모음]이란 책도 읽었소. 책을 읽으면서, 난 이미 동양에 가있는 느낌을 가졌소.

 

 말하자면, 이제는 동양에 대한 이야기들이 각 분야, 여러 사람들을 통해 전해지고 있고, 여행기, 소설, 기록, 그리고 그림 등 많은 것들을 통해 접할 수 있게 되었소.

 

 더한 것은, 그대와 같이 직접 찾아오는 상황에 이르렀으니, 과거 미지의 세계에 머물던 것이, 이제는 가까운 세계가 되었소.”

 

 그때 세르반테스의 아내가 물을 가져왔고, 그는 그것을 힘들게 마신 후, 말을 이었다.

 

 “아, 참! 그대들이 마드리드에 오기 전에도, 그러니까 내가 알제리에서 풀려나 스페인에 돌아온 후, 동양인 사절단이 마드리드에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소.

 

 그 때 난 세상 사람들 사이에서 알려지지도 않았고, 생활에 허덕이던 상황이라, 그냥 소식만을 접했는데, 그게 중국 사람들이라는 말도 있었고, 일본 사람들이라는 말도 있었지. 물론, 나에게는 모두 동양인이지만….”

 

 “네, 저도 일본에 있을 때,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을 소년사절단이라고도 불렀는데, 포르투갈 신부들과 함께 배를 타고, 1582년 2월 20일 일본의 나가사키를 출발하여 마카오와 인도의 고아를 거쳤고, 아프리카 남단을 지나 북쪽으로 올라와 리스본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그 때 일본에는 태평양을 건널 수 있는 배가 없다 보니, 저희들과는 다른 노선을 택했던 것 같습니다.

 

 저희들이 처음으로 일본에서 태평양을 건넌 것이니, 그 때는 그렇게 이동하는 게 당연했을 겁니다.

 

 그들은 1584년 11월 14일, 마드리드에서 전임 왕이신 펠리뻬 2세께 알현한 후, 1585년 3월 22일 로마에 도착해 교황을 알현했고, 다시 왔던 길을 역으로 가서, 1590년 7월 21일 일본에 도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으로부터 거의 30년 전의 일이네요. 서양 선교사들의 도움으로 서양을 배우고, 문물과 학문을 일본으로 가져오겠다는 목적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아, 그 사람들 이야기가 맞는 것 같군. 하여튼, 난 그들을 보지 못 했고, 동양에 대해서는 책과 소문을 통해서만 들었기에, 상상과 환상은 더욱 부풀었지. 작년 그대와 만났을 때, 나의 환상이 실현되는구나 하고 흥분했소.

 

 여기서는 필리핀 이야기가 많이 들리는데, 참으로 신기한 모험을 많이 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소. 그래서 이 번에 가는 김에 필리핀에도 꼭 갔다 오고 싶었소.

 

 물론, [돈키호테]에 이미 인도양에 있는 뜨라뽀바나라던가 깐다야라는 필리핀의 섬 이름을 넣기도 했으니, 먼 세계에 대한 나의 동경과 호기심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오.

 

 멀면 멀수록 독자들에게 던져주는 효과는 더욱 커지니 말이오.

 

 내가 1605년에 낸 [돈키호테]를 보면, 미꼬미꼰 왕국에서 온 미꼬미꼬나 공주, 즉 도로떼아 공주 이야기가 주는 흥미는 내용도 그렇지만, 먼 동양의 나라를 생각하고 의도적으로 지어낸 것이오.

 

 생소하다는 것은 상상을 부르는 일이며, 그것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아주 먼 곳에 있는 것으로 해야, 독자들은 더욱 더 상상을 높이는 것이오. 말하자면 부재가 주는 효과말이오. 나의 둘씨네아처럼….”

 

 세르반테스는 갑자기 자신이 돈키호테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던 그의 모습에 익숙해진 석희와 훈에게는 오히려 낯설지 않은 장면이었다.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영감이고, 그래야 독자에게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하는 것이오. 내가 그리스의 파르나소스 산에 간 것도, 과거 글 쓰는 사람들이 영감을 받았던 그 전통을 따른 것이오.

 

 작가에게 영감의 핵심은 다르다는 것에서 출발하지. 그동안 해왔던 일상의 것도, 눈앞에 보이는 현실의 것들도, 거기에 뭔가 다른 세계에서 얻는 기억이 만났을때, 영감의 샘이 자극되는 것이지.

 

 그리스보다 더 동쪽으로 가서, 그대가 말하는 더 먼 동양에까지 간다는 것은, 바로 그만큼 영감이 더욱 강해진다는 뜻이겠지. 영감의 샘을 만나지 못한다 해도 끊임없이 동쪽으로 가는 것이야말로 작가로서 꼭 해야할 도전이며, 모험이라고생각했던 것이네.”

 

 “네, 지난 번 어르신을 만났을 때 그것을 느꼈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일본, 그리고 조선으로 돌아갈 큰 용기와 동기부여를얻었습니다. 덕분에 희망을 봤습니다.

 

 어르신의 열정이 저의 꺼진 가슴에 불을 지폈습니다. 제가 모시고 동양에 간다면, 조선을 서양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며, 서양의 것을 조선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사실, 로마를 오가는 여행 중에, 저는 어르신과 함께 갈 여행에 대한 희망으로 지금까지 버텨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누워계시니, 저 역시 모든 게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미안하오. 나도 내가 이렇게까지 될 것이라 상상도 못했소. 아마 나는 100살도 더 넘게 살 것이란 착각을 했던 것같소. 상처뿐인 내 인생, 불운한 내 삶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불운이 행운으로 바뀌고, 더 많은 세월 동안 더 많은 모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소.”

 

 세르반테스는 잠시 목을 가다듬더니, 말을 이었다.

 

 “모든 인생은 이렇게 마지막에 와서야 후회한다니까…. 비로소 자신이 유한하다는 현실을 깨닫는 것이지!”

 

 정신은 지난 번과 차이가 없었지만, 세르반테스의 몸 상태는 아주 안좋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자력으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고, 음식을 거의 먹지 않아, 원래의 마른 체형이 더욱 더 앙상하게 보였다.

 

 그런 그가 맑은 정신으로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농담을 하는 것은, 참으로 기적처럼 보였다. 그러나, 여러 정황을 보면, 그나 가족들은 이제 마지막을 준비하는 듯 했다.

 

 “내가 눈을 감기 전에 당신을 이렇게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또 하나의 행운이라고 생각하오. 비록 나를 동양에 가도록 허락은 하지 않으셨으나, 이는 분명 신의 뜻인 것이지.

 

 동양에 갔던 사제들이 이국 땅에서 죽었으나, 나는 가족과 함께 있는 가운데 눈을 감게 하셨소.

 

  대신 그대를 나에게 보내셨고, 이렇게 마지막 순간까지 다시 그대를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오.

 

 비록 고려에 가지는 못 하고 세상을 떠나더라도, 그대를 통해 고려를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오.”

 

 석희가 세르반테스와 이야기를 하는 동안, 두 사람이 들어왔다. 세르반테스는 유언을 위해 이미 공증서기와 종부성사를 위해 신부를 불렀던 것이다. 세르반테스는 그들에게 손 인사를 하였고, 공증서기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의 마지막 순간까지 모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준 그대가 고맙소. 이렇게 되면, 내가 뼈 속까지 모험가이며, 나도 돈키호테와 같은 편력기사임을 증명해준 셈이지. 아울러, 그대가 내 옆에 있는 가운데, 내가 유언을 남길 수 있게 된 점은 참으로 행운이라 생각하오.

 

 그대가 내 마지막 모습을 보게 되었으니, 동양에 가서, 그리고 다시 내 [돈키호테]를 읽으면서 나를 가슴 깊이 기억할 수 있지 않겠소?

 

 앞으로 [돈키호테]를 읽을 사람들에게 세르반테스라는 사람을 증언해줄 수 있는 것이니 나로선 큰 영광인 거지.

 

 나는 그대를 통해 동양에서도, 그리고 그대의 나라에서도 영원히 살아날 것이오. 그게 작가로서 영원히 사는 방법이지. 불멸성! 언제 어디서 건, 내 이름을 말할 때마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살아날 것이오.”

 

 세르반테스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말을 했다. 그 중에서 마지막까지 옆에서 자신을 지켜준 아내 까딸리나에게 남은 재산의 반을 줄 것과 젊은 시절 잠시 만난 여인과의 사이에서 얻는유일한 혈육 이사벨과 호세에게 나머지 반을 나눠주라고 했다.

 

  그동안 이웃으로 자신을 도운 공과 자신이 떠난 뒤에도 가족들을 잘 보살펴 달라는 뜻이었다. 작품 속, 돈키호테가 산초에게 느끼는 깊은 애정을 세르반테스는 호세에게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세르반테스는 말을 하면서 힘이 드는 지, 잠시 멈추고 심호흡을 하기도 했다. 그가 잠에 들자, 신부와 공증서기는 먼저 자리를 떴고, 석희와 훈도 방을 나와 아래 층으로 내려왔다.

 

 “혹시 어르신께서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서기를 불러 유언장도 만들고, 종부성사도 하신 것을 보면, 상태가 호전될 것 같지가 않아 걱정입니다.”

 

 석희는 문 앞까지 나온 호세에게 일러뒀다. 그리고 세르반테스의 집에서 수도원까지는 석희와 훈 만이 걸었다. 세르반테스의 소식을 듣고 그의 집으로 가던 길이나,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주변의 건물을 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말없이 걸었다.

 

 호세와 헤어져 수도원에 들어온 석희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세르반테스와 함께 일본, 중국, 그리고 조선으로 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로마에 갈 때나, 돌아올 때 큰 힘이 되었고, 세르반테스가 말해준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스페인 땅의 여기저기와 중간에 불시착한 프랑스며, 이태리의 여러 도시를 주의 깊게 살펴봤었다.

 

 아울러 기회가 된다면, 그리스에도 가서, 레판토며, 파르나소스며, 트로이 목마의 현장도 가고 싶었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 만큼, 세르반테스가 말해준 것은 석희의 가슴에 불을 지필만큼 크게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마지막이 될 것 만 같은 세르반테스를 보고돌아오는 석희에게는 허탈감과 함께, 모든 동력을 잃은 심정이었다.

 

 
작가의 말
 

 1615년에 나온 [돈키호테] 2권이 동양, 특히 일본과 연결되는 부분이고, 그것은 다시 조선인과 연관지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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