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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경성몽중록: 당신을 위하여
작가 : 이후
작품등록일 : 2022.1.24

1895년 조선 여인 희수, 1921년 일제강점기로 타임슬립하다. 왜 이곳에 왔을까? 왜 자꾸 이상한 꿈을 꾸는 걸까? 꿈과 현실 사이, 과거와 미래 사이, 끊임없이 고뇌하며 진정한 자신을 찾아나가는 청춘들의 기록.

 
5. 춘몽(春夢)
작성일 : 22-01-30 00:05     조회 : 201     추천 : 0     분량 : 4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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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춘몽(春夢)

 저자의 소란스러운 소리에 눈을 뜨는 희수. 잠들며 보았던 천장과 그대로다.

 “꿈이 아니었구나.”

 희수가 한숨을 내쉰다.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 변화는 없었다. 이제부터는 이곳이 희수의 시간이고, 또 현실이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희수.

 부스럭

 혼례복의 사부작거리는 소리다. 미처 옷도 갈아입지 않고 잠에 들었다. 희수가 가만히 혼례복을 내려다본다. 혼례를 치르려 한 것이 새삼 아주 오래전의 일같이 느껴졌다. 왜 그런 것인지 아주 먼 과거의 일처럼 희미했다.

 희수가 고개를 저었다.

 “왜 이러는 거지? 절대 잊어서는 안 돼.”

 그러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문을 여니 가지런히 놓여 있는 옷가지.

 “어, 이건?”

 정현이 두고 간 모양이었다. 하지만 한참을 봐도 정숙한 여인의 옷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남사스러운 옷이었다.

 ‘어찌 여인이 이리 발목을 드러내는 치마를 입는단 말인가?’

 하지만 지금은 옷차림을 가릴 처지가 못 되었다. 혼례복은 방 한켠에 가지런히 개어두고 정현이 두고 간 옷을 입는 희수.

 ‘세상에, 너무나 편하구나.’

 매일 치렁치렁한 치마와 저고리를 입다가 간편한 차림의 옷을 입으니 적응이 되지 않을 정도로 편했다.

 “후…”

 편안함도 잠시 새로운 곳에 대한 긴장에 숨을 몰아쉬고 문을 열어 방에서 나오니 정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는 듯했다.

 “이봐, 자네가 우리 말고 동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갑자기 누군가를 데려와서는 이곳에서 재우질 않나, 시간을 달라지 않나 왜 자네답지 않은 짓을 해?”

 정현이 곤란한 목소리로 답했다.

 “내 자네에게 세세한 얘기를 할 수는 없네. 그저 나를 좀 믿어주면 덧나겠나? 자네가 말한 대로 내가 그리 함부로 움직일 사람인가?”

 “하지만 지금 상황도 좋지 않은데, 어찌 외부 사람을...”

 두 사람이 희수의 인기척을 느낀 것인지 말을 멈추었다. 위를 올려다보는 정현.

 “아가씨! 편히 주무셨습니까?”

 “아… 예.”

 희수가 계단을 따라 내려오자 정현에게 이야기를 나누던 이가 희수에게 다가온다. 긴장에 몸을 움추리는 희수.

 “이 친구가 나이도 한참 어려보이는 분께 자꾸 아가씨, 아가씨하는 것이 보통 동무는 아닌 듯하나... 그래도 동무라 하니 통성명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진오라 합니다. 최진오. 저도 이 친구의 동무지요.”

 아까의 심각한 목소리와 다른 서글서글한 목소리였다.

 “예, 저는 윤희수라 합니다.”

 진오가 희수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당황한 희수가 정현을 바라보았다.

 “아, 이것은 악수를 하는 것입니다.”

 정현이 자신의 두 손을 맞잡고 흔들며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희수에게 악수를 설명하자 진오는 더욱 의심의 눈초리로 정현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희수가 천천히 진오에게 손을 뻗고 두사람은 악수를 한다. 매우 어색한 분위기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스럽네. 사장께서 오시면 다시 얘기해봐야 할 걸세.”

 정현이 진오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잠시 나갔다 오겠네. 아가씨, 저와 나가시지요.”

 “예, 그럼 이만.”

 희수가 정현을 따라 나가며 진오에게도 꾸벅하며 인사를 하자 진오도 투박하게 고개를 숙여 답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둘은 이해할 수가 없는 관계였다.

 ‘도대체 누구야?’

 

 새로운 하루를 분주히 준비하는 사람들을 지나 정현과 희수가 나란히 걷는다.

 “당황하셨지요?”

 정현이 희수에게 물었다.

 “앗, 아닙니다. 저 때문에 선비님께서 곤욕을 치르시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정현도 손사래를 쳤다.

 “그건 아닙니다. 규칙을 어기긴 했지만... 절 이해하지 못할 동무들은 아니니 걱정마십시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나가겠다하고 싶으나 갈 곳이 없어서... 제가 참 염치가 없습니다.”

 정현이 웃으며 답했다.

 “제가 아가씨의 상황을 아는데 아가씨께서 나가신다하면 예하고 보내드릴 것 같습니까? 그럴 일은 없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그러고는 정현과 나란히 걸어가는데 희수의 눈에 전차가 들어온다. 어제 희수가 치일 뻔한 그것이었다.

 “저, 저건?”

 정현이 희수가 전차에 놀라는 것을 보고 다급하게 설명한다.

 “저것은 전차라는 것이온데, 사람들이 걷지 않아도 다른 곳에 갈 수 있게 해주는 기계입니다. 무서운 것이 아닙니다.”

 듣고 보니 전차에 사람들이 오순도순 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저... 전차에 치일 뻔하였습니다.”

 “그러셨습니까? 괜찮으신 것입니까”

 정현이 걱정스럽게 묻자 희수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예, 괜찮습니다. 누가 도와주시어...”

 그 차가운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찌 되었든 희수에게 고마운 분이었다.

 “여기 앉으시지요.”

 계속해서 걷다 보니 사람이 많은 도심과는 또 다른 한적한 오솔길에 닿아있었다.

 “들릴 말씀이 있습니다.”

 어두워진 정현의 얼굴에 희수의 얼굴도 따라 심각해졌다.

 “예, 듣고 있습니다.”

 “아가씨가 오신 이곳은 아가씨가 살던 시간에서 스무 해가 지난 곳입니다. 그동안 조선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희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영문을 알지 못하는 희수의 눈에도 조선은 너무나 많이 변해있었다.

 “조선은 지금 예전의 그 조선이 아닙니다. 작금의 조선은 일본이 통치하고 있습니다.”

 희수가 크게 놀라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일본이 통치를 한다는 것이?”

 “들으신 그대로입니다. 일본이 조선의 주권을 강제로 빼앗고 총독부를 설치해 조선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희수의 시간에서도 조선에는 뭔가 심상치 않은 일들이 일어나고는 있었다. 하지만, 이리되었을 줄을 꿈에도 몰랐다. 어찌 남의 나라가 다른 나라의 자유를 빼앗는단 말인가?

 “그... 그럼 우리는 어찌 해야하는 것입니까?”

 희수가 묻자 정현이 먼 하늘을 보며 답했다.

 “수많은 이들이 조선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언젠가는 독립이 오지 않겠습니까?”

 희수가 따뜻하지만 단호한 눈빛을 지닌 정현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어찌 저리 흔들림이 없을까? 어찌 저리 독립이 올 것이라 확신할까?"

 희수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혹... 독립이 되지 않을 거라 의심했던 순간은 없으셨습니까? 벌써 열... 해가 지난 것이 아닙니까?”

 정현이 잔잔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저도 사람인지라 오락가락합니다. 어제는 조선이 꼭 독립을 할 것 같다가도, 오늘은 그런 날은 절대 오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

 “허나 그러한 의심은 뒤로 하고, 그저 믿어보려 하는 것입니다. 독립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요. 그들 중 한 명이라도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는 것이니 말입니다.”

 희수는 그저 정현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 말하는 정현의 목소리는 어딘가 슬픔이 묻어 있었지만, 눈빛은 흔들리지 않고 강건했다.

 “제가 너무 심각한 이야기를 했나 봅니다. 아가씨께서 굳으셨습니다.”

 정현이 괜히 말을 얼버무린다.

 “왜 자꾸 아가씨라 하십니까? 전 이제 아가씨도 아닙니다.”

 희수가 정현을 보며 장난스럽게 웃어보이자 정현도 웃음을 터트린다. 그제서야 희수는 이곳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곧 사라져버릴 듯한 희망을 좇느라 때로는 지치기도, 절망하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아주 작은 웃음까지도 소중히 감싸 안는 그런 시대였다. 정현도 그 시대의 한복판에 있다는 것 역시 희수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현을 보는 희수의 맘 한켠에는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희수는 일본인과 결혼까지 하려 한 조선인이었다. 어쩌면 자신 같은 사람들로 인해 조선이 이리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을바람이 나무를 스치며 시원한 소리를 낸다.

 “우선은 아가씨를 춘몽에 머물 수 있게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그러려면 아가씨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정현의 말에 희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으로써는 춘몽에 남아 돌아갈 방도를 찾아 가족의 운명, 나아가 더 큰 운명을 바꾸는 것이 희수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그날 저녁

 춘몽에 하나 둘 모여드는 사람들. 정현은 이들이 익숙한 듯 웃으며 인사를 한다.

 “잘 지냈나?”

 “엊그제도 얼굴을 봤으면서 괜히 인사치레는?”

 모두 희수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나이가 많아 보이는 젊은이들이었다. 진오와 희수가 처음 도착했을 때 보았던 여인까지 합해 다섯이 모이자 정현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오늘 이리 모이자 연통을 한 것은 건의할 것이 있어서입니다.”

 진오가 희수를 힐끗 가리키며 말했다.

 “저 여인 때문입니까?”

 “그렇습니다. 저 여인은 제 오랜 동무인데, 사고를 당해 기억이 온전치 않아 도움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그렇기에 몸이 온전해질 때까지만 이곳에서 머물게 했으면 합니다. 규칙에 어긋나는 일임은 알지만...”

 그때 한 사내가 말을 챘다.

 “규칙에 어긋나는 일인데 어찌 건의를 한다는 것입니까? 규칙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여인이 이곳에 무의미하게 머문다는 뜻이 아닙니다. 춘몽의 잡무를 처리할 사람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 때문에 우리가 번갈아 가며 괜한 일을 하지 않고 있습니까?”

 다들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정현의 말을 가로챈 사내가 희수에게 물었다.

 “합의가 된 사항이 맞소?”

 그러자 정현이 희수에게 눈을 맞추며 무언의 신호를 보낸다.

 “예... 예, 맞습니다. 이곳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진오가 손을 들고 말했다.

 “그럼 보안은 어찌 되는 것입니까? 믿을 수 있는 자입니까?”

 정현이 밝아진 표정으로 답했다.

 “그것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내가 내 목숨을 걸고 믿을 수 있는 이입니다.”

 그러자 여인이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자네가 그리도 믿는단 말인가, 저 여인을?”

 그러자 정현이 잠시 망설이다가 희수를 보며 답했다.

 “어린 시절에 어머니와 함께 일본군들에게 겁박을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나를 구해준 게 저 여인입니다. 나를 이곳에 있을 수 있게 만든 이니, 내 인생이 곧 저 여인에 대한 보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조금씩 고개를 끄덕이자 정현이 희수를 보며 살짝 미소지었다.

 “그럼 모두가 동의하는 것으로 알고...”

 “나는 반대하오.”

 그때 문가에서 희수가 어딘가에서 들어본 적 있는,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큰 키에 검은 양장을 입고 어딘가 서늘함을 품고 있던 바로 그 사내. 전차에서 희수를 구해주었던 그 사내였다.

 “나는 저 여인이 춘몽에 머무는 것, 반대란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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