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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댕댕이인줄 알았는데, 늑대라니!
작가 : 블랙다이아몬드
작품등록일 : 2021.12.26

# 여주.
- 홍임수(여, 35살, H 푸드의 대리)
“동생 대신 내가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
물에 빠진 동생을 구하지 못하고,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팥쥐가 된 철벽녀.


# 남주
-지국장(남, 30살 H 푸드의 낙하산 인턴.)
“외로워서가 아니라, 누나를 사랑해서. 누나의 가족이 되고 싶은 거야!”
교통사고로 가족은 잃은 그에게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준 그녀를 위해, 세상 밖으로 나온 순정남.

#서브 남
-최재현(남, 37살 H 푸드의 본부장)
“무서운 꼬맹이, 겁쟁이 오빠한테 시집와라.”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기에 대세를 따르는 실속파.

#서브 녀.
김희주(여, 30살, H 푸드의 이사)

“쫓겨난 주제에, 뭐가 그렇게 당당해! 그래서 더 짓밟고 싶어.”
열등감에 모든 걸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가식적인 콩쥐.

 
제14화-나한테는 우리 누나가 조국이야!
작성일 : 22-01-29 01:22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5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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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지발싸개 같은 놈 적선 좀 해주게, 끌고 와.”

 

 희주의 지시에 수행원 3명이 지국장을 에워싼다.

 

 “가시죠.”

 

 점잖게 말하는 수행원을 훑어보던 지국장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비릿하게 웃었다.

 

 “갑시다. 이왕이면, 음침하고 조용한 장소로 부탁해요. 그래야 그쪽들을 쓸어버려도, 내가 무탈하지.”

 

 희주의 승용차를 따라 지국장을 태운 수행원들의 차가 뒤따라갔다.

 

 승용차가 멈추자, 자발적인 포로가 된 지국장이 차 밖을 힐끔거렸다.

 

 ‘아~진짜. 창의성도 없네. 겨우 부도난 아파트 공사장이야.’

 

 수행원에 이끌려 차에서 내린 지국장은 헛웃음이 나왔다.

 

 90년대 뮤직비디오에서나 나올법한 왕좌 의자에 처녀귀신처럼 머리를 흩날리며 희주가 앉아 있다.

 

 지국장은 수행원들에게 동정의 눈빛으로 욕했다.

 

 ‘니들 돈 얼마나 받길래. 저런 미친X랑 일하냐? 웬만해서 동정 안 하는데, 너희들은 좀 짠하다. 안 쪽팔려? 꿈에 나올까 무섭다.’

 

 수행원 3인방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허공을 쳐다봤다.

 

 다리 꽂은 희주가 지국장의 얼굴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싱긋 웃었다.

 

 “음침하고 조용한 곳으로 왔는데, 마음에 들어?”

 

 “성의가 없고, 창의력도 없고. 내 취향은 아니야.”

 

 “그래? 그쪽 취향은 뭔데? 바다? 드럼통?”

 

 “난 산을 좋아해. 그래서 말이야, 다음번엔 내가 그쪽을 산채로 잡아서 폐가에 순장해줄게. 기대해.”

  산채로잡아서 순장해줄께. 기대해.”

 

 발밑에 납작 엎드려도 시원찮을 판에 기세등등하게 깐죽거리는 지국장이 불쾌한 희주는 히스테리컬한 목소리로 협박했다.

 

 “무식하고 천박하면, 말귀라도 밝던가. 얼굴만 잘생기면 뭐 해. 쯧쯧쯧. 친절한 내 설명에 감동하지 말고, 잘 들어. ”

 

 “개떡같이 생겨서, 혜안도 어둡고. 쯧쯧쯧. 개소리를 넣어둬.”

 

 “하! 대한민국은 H 공화국이야. 한마디로 H그룹의 입김이 안 닿은 곳이 없다는 뜻이지.”

 

 지국장은 중지 손가락으로 귀를 후벼파며, 희주를 같잖다는 듯 일갈했다.

 

 “아~진짜. 누가 무식한지 모르겠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제 1조 1항도 모르는 미개인아, 입 닥치시죠.”

 

 “이렇게 무식해! 아~ 답답해! 답답해. 알아서 기라고. 죽기 싫으면.”

 

 “한낱 기업 주제에 공화국? 단단히 쳐 돌았구나. 어디서 사기를 쳐~!

 

 지국장의 페이스에 말린다는 생각에, 자존심이 상한 희주가 입술을 짓씹었다.

 

 “뭐해! 저거 처리해. 반드시 내 앞에서 무릎 끓여.”

 

 희주 앞으로 나온 3명의 수행원이 지국장을 둘러쌌다.

 

 한쪽 입꼬리를 올린 지국장이 대련을 준비하듯 국민체조를 했다.

 

 “하나씩? 그냥. 빨리 끝내게, 한꺼번에 덤벼줬으면 좋겠는데.”

 

 수행원 3인방은 지국장의 선전포고에 코웃음을 쳤다.

 

 “내 주먹 한 방이면 넌 저세상이야.”

 

 그들 중에 막내로 보이는 수행원이 지국장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날아오는 주먹을 가뿐히 피한 지국장은 앞차기로 막내 수행원을 그 자리에서 기절시켰다.

 

 “읍쓰~ 미안! 일어나? 벌써 기절하면 어떡해?”

 

 “이런 젠장! 우리 막내.”

 

 생각보다 날렵한 지국장의 몸놀림에 바짝 긴장한 수행원들이 동시에 덤벼들었다.

 

 먼저 주먹을 날린 수행원의 팔을 꺾은 지국장은 그를 방패로 삼아, 발차기로 공격해오는 수행원에게 던져줬다.

 

 수행원끼리 부딪쳐 몸개그 하듯 쓰러진 그들에게 3단 돌려차기로 기절시켰다.

 

 “아저씨들한테는 유감이 없지만. 저기 생기다 만, 개떡 같은 미친X에겐 아직 볼 일 남았네요. 그러니, 얌전히 계셔주세요.”

 

 지국장은 해맑게 웃으며, 수행원들의 넥타이를 풀어 그들의 손과 발을 사이좋게 묶어줬다.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콧대를 세운 희주가 점점 다가오는 지국장을 보고 아연실색하며 뒷걸음을 쳤다.

 

 “저리 가. 내가 누굴 줄 알아! 나 건들면, 대한민국에서 숨 쉬고 살 수 없어! 똑똑 알아둬.”

 

 비웃음을 머금은 지국장은 악다구니치는 희주에게 심드렁하게 응수했다.

 

 “내가 제일 잘 나가~H그룹이 미쳤다고! 널 후계자로 앉히겠냐. 망할 생각 아니면. 양심적으로, 미쳐도 곱게 미쳐라.”

 

 쥐 몰이하듯 다가오는 지국장에게 질겁한 희주가 제 발에 걸려, 길바닥에 엎어졌다.

 

 “저리 가! 내가 누굴 줄 알아. 나 건들면, 너 무사하지 못해! 누가 뭐래도, 나는 H그룹의 상속녀라고. 감히~ 너 따위가!”

 

 “전생에 앵무새였어? 고장 난 녹음도 아니고. 그놈의 H그룹 상속녀 말고! 할 줄 아는 말 없냐? 어휘력 수준이 이렇게 딸려서야. 어떻게 살래?”

 

 희주를 가소롭게 내려다보던 지국장이 한 대 칠 기세로 손을 올렸다.

 

 “내 얼굴은 건들지 마! 얼굴 때리기만 해봐! 가만 안 둬!”

 

 지국장은 겁먹은 고슴도치처럼 몸을 잔뜩 웅크린 희주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아! 악! 안 놔! 놓으라고. 당장.”

 

 본의 아니게 하늘을 우러러보게 만든 지국장은 냉혹하게 협박했다.

 

 “너한테는 H 그룹이 대한민국이지만. 나한테는 우리 누나가 내 조국이야!”

 

 지국장의 뜬금없는 사랑의 맹세에 희주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하나도 안 멋있거든! 중 2병 걸린 애도, 너처럼 안 말해! 징그럽게 왜 이래? 어~ 오글거려.”

 

 기겁하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내심 희주도 온전히 사랑받은 임수가 부러웠다.

 

 “갈기갈기 찢겨서 죽기 싫으면, 우리 누나 앞에서 얼쩡거리지 말라고! 이 개떡아.”

 

 겁먹은 희주의 눈동자가 질투심으로 불타올랐다.

 

 달빛 아래 고혹적인 칼날처럼 차갑게 내려다보는 지국장의 눈매에 굴욕감을 선사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렸다.

 

 그녀는 일부러 지국장의 신경을 긁어대듯, 앙칼지게 언성을 높였다.

 

 “사랑? 하하하.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먼저 버리는 게, 사랑이고, 조국이야! 대한민국 유구한 역사이래. 나라 팔아먹은 놈들과 다이아몬드 반지에 팔려간 여자가 더 텅텅거리며 잘 살아”

 

 희주의 악담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지국장은 손아귀 힘을 자랑하듯, 그녀의 뺨을 짓눌렀다.

 

 “너 같은 쓰레기는 늘 버림만 받아봐서, 사랑이 우습겠지. 단 한 번도, 그런 사랑을 받아 본 적도 없으니까! 안 그래.”

 

 짓눌려 일그러진 얼굴에 고통보다, 임수에 대한 열패감에 희주는 발악하듯 쏘아댔다.

 

 “난 버림받은 적이, 한 번도 없어! 내가 그들을 버리면 버렸지. 니들의 사랑이 얼마나 대단하지, 한 번 부숴볼게.”

 

 희주의 도발을 비우듯 지국장은 그녀의 이마에 딱밤을 갈겨줬다.

 

 “악! 너 죽고 싶어. 내 얼굴 건들지 말랬지. 어떡해! 혹이라도 나봐. 죽여버릴 거야.”

 

 혹이 난 희주의 이마를 보며 흡족한 표정을 짓던 지국장이 그녀가 들고 있던 차 키를 빼서 던졌다.

 

 “집까지 걸어가려면, 발이 편해야지.”

 

 “또…뭐 하려고! 내 몸에 손만 대봐. 죽을 줄 알아! 그 더러운 시선 치워. 당장.”

 

 “어이가 없네. 생기다 만, 개떡은 줘도 안 먹어. 나도, 이상형이라는 게 있다고! 구두 벗어. 이~씨!”

 

 강제로 구두를 벗기려는 지국장을 할퀴고 때려보지만. 역부족이었다.

 

 “싫어! 내 아가는 건들지 마. 대한민국에 딱 하나뿐인, 신상이라고! 이 무식한 놈아.”

 

 병적으로 구두에 집착하는 희주를 보며 질린다는 표정으로 지국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야! 너, 허언증 있지! H 그룹 상속녀는커녕, 너 개털이지. 너 엄마 카드 몰래 긁어서, 구두 샀지.”

 

 모멸감과 열패감에 몸을 떨던 희주가 홧김에 핸드폰을 지국장의 얼굴에 던졌다.

 

 “나이스 캐치! 물론 내가 반할 정도로, 잘생겼지만. 연락처는 줄 수 없어. 임자 있는 몸이라서. 미안.”

 

 날아오는 핸드폰을 얄밉게 낚아챈 지국장은 삐딱하게 웃었다.

 

 “으~아! 아~악.”

 

 달밤에 발광하는 미친X처럼, 희주가 괴성을 질렀다.

 

 묶여 있는 수행원들에게 걸어간 지국장은 그들의 핸드폰마저 배터리를 수거해갔다.

 

 “개떡이랑, 오붓하게 걸어가세요. 여러분 조심히 들어가세요.”

 

 분을 못 이겨 괴성을 질러대는 희주의 눈앞에서 지국장이 보란 듯이 배터리를 던져버렸다.

 

 지칠 줄 모르고 울분을 토해내는 희주를 보며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각 난 지국장은 입꼬리를 올리며 제안했다.

 

 “대한민국에 하나밖에 없다고 했지. 너의 아가만을 위한 특별한 대우를 기대해봐.”

 

 주변을 살피던 지국장은 맨홀 뚜껑 쪽으로 걸어갔다.

 

 쭈그려 앉은 지국장은 맨홀 뚜껑의 구멍을 심각한 표정으로 요리조리 살펴봤다.

 지국장의 의도를 눈치챈 희주가 다급히 외쳤다.

 

 “안~돼! 내 아가! 다치게만 해봐. 죽일 거야. 당장 그만 못 둬. 신상이라고. 신상!”

 

 “싫은데~!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드디어 마음에 든 맨홀 뚜껑의 구멍을 찾은 지국장은 하이힐 굽을 과감하게 꽂아버렸다.

 

 맨홀 뚜껑에 박제된 구두를 망연자실한 얼굴로 쳐다보던 희주는 그 자리에서 까무러쳤다.

 

 “잘 가. 죽을 때까지 다시는, 보지 말자. 못생긴 개떡아. 아! 신상도, 잘~가.”

 

 차 키를 되찾은 지국장은 희주에게 갚아 주듯, 그들의 차 키를 저 멀리 던져버렸다.

 

 “잘 가. 미친X아~ 그런 싸구려 도발은 다시는 하지 말고. 꿈에서라도 보지 말자. 개떡아.”

 

 기절한 희주를 뒤로한 채, 지국장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영실아. 형 좀, 배달해줘라. 여기가 어디냐면,”

 

 

 ***

 

 영실의 오토바이 뒷자리에서 내린 지국장은 집안에 주차된 승용차로 걸어갔다.

 

 조심스럽게 차 창문을 두드리자, 뒷좌석 차 창문이 스르르 내려갔다.

 

 “오셨습니까. 도련님. 아가씨는 곤히 주무셔서, 깨우지 않았습니다.”

 

 뒷좌석에 잠들어 있는 누나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장 집사의 보고에 건성으로 대답했다.

 

 “네.”

 

 행여 내가 누나를 깨울까, 뒷좌석 차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숨을 참으며 내 팔을 누나의 목덜미와 오금을 받쳐 들고 끌어안았다.

 

 신줏단지 모시듯 나는 천천히 집 안으로 들어갔다.

 

 누나의 침대에 눕히고서야, 한숨을 돌렸다.

 

 “누나 말처럼 아직도 어린애인가 봐! 누나 하나도 못 지키고…미안해. 누나.”

 

 

 ***

 

 적막감이 감도는 마당에 쭈그려 앉은 영실은 장 집사의 눈치를 살폈다.

 

 “괜찮겠죠. 할아버지.”

 

 “그래야지. 그래야만 하고.”

 

 집 밖으로 나오는 지국장을 보자 걱정스러운 얼굴로 총알처럼 뛰어갔다.

 

 “…형… 괜찮지? 괜찮은 거지. 누나도 형도?”

 

 걱정하는 장 집사와 영실을 안심시키려고 너스레를 떨었다.

 

 “짜증 나는 진득이 좀 떼어놓으라고, 실랑이 좀 했지. 별일 아니야. 한 참 바쁠 시간에 불러내서. 미안하다. 밥 살게. 입금했다.”

 

 “형 일인데, 당연히 달려가야지. 무슨 우리 사이에 돈을 줘. 송금할게.”

 

 “받아. 그래야 다음에 또 부르지.”

 

 지국장이 할 말이 많은 얼굴로 장 집사를 쳐다보자, 영실은 조용히 집 밖으로 나갔다.

 

 청바지 뒷주머니 속에 넣어둔 약병을 꺼내 장 집사에게 건넸다.

 

 “이 약에 대해서 알 수 있을까요? 장 집사님.”

 

 “우울증 약이네요. 근데 이걸 왜?”

 

 “젠장! 한집에 살면서. 등신같이 누나의 우울증도 눈치 못 채고…사랑한다고 지껄이고. 정말 최악의 남자죠. 장 집사님.”

 

 화를 삭이듯 한숨을 몰아쉰 지국장을 힐끔거린 장 집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우울증약이 갑자기 튀어나온다는 게. 확실히 비정상적인 일이죠.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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