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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로맨스, 그 찌질함에 관하여
작가 : 열해
작품등록일 : 2022.1.2

찌질한 과거를 청산하고 다시금 사랑을 시작하려던 나.
찌질함은 결코 벗어낼 수 없는 것이었다!

 
14화
작성일 : 22-01-28 00:17     조회 : 187     추천 : 0     분량 : 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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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화>

 

 

  두 선생은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나는 계속해서 욕설을 퍼부었다. 태어나서 처음 뱉어보는 단어들을 아무렇지 않게 쏟아냈고, 소리가 커지자 안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서 뛰쳐나왔다.

 

  “뭐야, 백 선생! 왜 그래?”

  “저 개 같은 새끼들이! 계속해봐, 미친놈들아!”

 

  몇몇 선생님들이 날 멀찌감치 떼어 놓고서야 겨우 진정이 되었다. 나는 뭔가 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 그녀에 대해 언급하는 말을 듣고 너무 흥분했던 것이다. 두 선생은 거의 날 정신병자 취급을 했고,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무엇 때문에 내가 그토록 날뛰었는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그녀에 대해 언급하는 것 때문에 화가 났다고, 난 말하지 못했다. 그냥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사실 둘러대는 게 아니라 팩트이긴 했다. 두 선생이 여자 선생님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 언급했는지.

  다들 ‘원래 그런 인간들이야’라며 나를 달래주었다. 하지만 모두의 눈빛은 오히려 날 수상쩍어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뭘 그렇게까지’와 같은 메시지를 던지는 듯했다.

  나로 인해 전체 회식 자리는 얼렁뚱땅 마무리되어 버렸다. 2차 자리를 원하는 사람들만 따로 모이고 나머지는 귀가하는 식으로 정리가 되었고,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민망해서 자리를 지킬 수가 없었다. 혼자 택시를 타고 가려는데,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그녀의 메시지였다.

 

  ‘성현쌤, 무슨 일 있어?’

  ‘아뇨. 그냥...’

  ‘나랑 전에 갔던 곳에서 한 잔 더 할래?’

 

  문득 그녀만 두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는 것이 실수였음을 깨달았다. 이상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이들이 있는데, 끝까지 지켜줬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는 바로 그러자는 답장을 보냈고, 그녀와 다시 단둘이 2차를 갔다.

 

  “아까 왜 그랬어? 무슨 일 있었던 것 아냐?”

  “사실은…….”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어이없어하면서도, 자상하게 나를 달래주었다.

 

  “근데, 성현쌤이 이번엔 실수를 했네. 그 사람들, 사람들이 왜 피하는지 알아?”

  “그냥 완전 또라이들이라서 그런 것 아녜요?”

  “여기저기 이상한 소문내고 다니는 사람들이야. 그래서 일부러 피하는 거야. 괜히 또 성현쌤 휘말릴까 걱정이네.”

 

  이상한 소문이라니, 더 화가 났다. 그런 사람들이 선생이란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게 놀라웠고, 홧김에 술을 계속 마셔 버렸다. 그녀는, 내 기분을 알고는 맞춰주려 애써주었다.

 

  “그래, 어차피 내일 주말인데 오늘은 기분 좋게 마시자. 자, 나도 따라 줘.”

 

  그녀 덕분에 순식간에 화가 가라앉았다. 괜찮아진 것 이상으로, 오히려 기분은 고조되었다. 그녀가 날 바닷속에서 꺼내 구름 위로 끌어 올려주는 것 같았다. 그녀와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비로소 온전히 인지되었다. 우린 한 쌍의 연인처럼, 달달했다. 난 술에 취해서인지 한 번도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도, 술술 내뱉을 수 있었다.

 

  “선, 생님. 제가 좋아하는 거 알죠?”

 

  혀가 꼬인 목소리로, 난 ‘꼬장’을 부리고 있었다.

 

  “나도 너 좋아해 성현아. 학생 때 얼마나 이뻤는데. 네가 나 구해줬었잖아.”

  “아니! 학생 말고! 저는 여자로 좋아한다고요.”

  “뭐야, 나같이 나이 많은 사람을 뭐하러 좋아해. 아직 젊은 사람이.”

  “그때, 그때 기억나요? 저 군대 가기 전에. 키, 키스.”

  “…….”

  “선생님도 나 좋아했던 것 맞잖아요. 왜 결혼했어요. 기다려줬어야죠…….”

 

  그녀는 말이 없었다. 나처럼 그녀도 취해 있었다.

 

  “성현아, 나 졸려. 인제 그만 가자.”

 

  그녀는 황급히 계산을 하더니 도망치듯 나가버렸다. 그리고 난 쫓아갔다. 우린 오래전 그날처럼, 아무도 없는 골목길을 걸었다. 그때처럼 그녀를 그냥 보낼 수 없었다. 다시 한번 그녀의 손을 잡고, 돌려세워서, 품에 안았다. 조용히 두 손으로 얼굴을 붙잡고, 입을 맞추었다. 그날과 다르지 않았지만, 난 여기서 그때와 다른 선택을 했다. 여전히 손을 놓지 않았고, 골목에 즐비했던 모텔 한 곳으로 들어갔다. 우린, 분명 사랑을 나누었다.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이미 떠난 뒤였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암막 커튼이 쳐진 방안처럼 머릿속도 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대충 샤워를 하고, 동네 국밥집으로 가서 속을 달랬다. 집에 갔을 때 부모님은 어디 모임이라도 가셨는지 보이지 않았고, 옷가지를 던져놓은 채 침대에 바로 누워버렸다. 주말 내내 잠만 잤다.

 

  월요일 아침. 학교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게다가 시험이 끝난 다음 주여서 학교 곳곳에선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시험에서 해방된 아이들은 온종일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활기차게 뛰어놀았고, 수업 시간에도 선생님들은 영화를 틀어주거나 게임을 하는 등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학교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걱정스러워졌다. 지난 회식 때 불미스러운 일로 나를 이상하게 여기는 이들이 늘어났을 것 같아서 발걸음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그 일을 입에 담거나, 나를 어색하게 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정말 여느 날과 같았다. 아니, 이상하리만큼 그 어떤 날보다도 훨씬 밝은 모습의 학교였다. 걱정 따윈 집어 던지고 나 역시 기분 좋게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다행히 내가 욕을 퍼부은 배남건, 장은철 선생은 원래도 학교에서 부딪힐 일이 없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쓸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신경 썼던 사람은 오직 그녀뿐이었다. 그녀는 왜 연락이 없었을까. 그녀마저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연스레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가서 말을 걸어볼까, 메시지를 다시 보내볼까 여러 차례 고민했지만, 역시 답은 나오지 않았다. 언젠간 답이 오겠지, 하며 기다리기로 했다.

  점심시간엔 박혜민 대신 곽예진이 날 찾아왔다. 박혜민이 찾아와 시험이 어쨌느니 저쨌느니 떠들 줄 알았는데, 코빼기도 비추질 않았다. 대신 곽예진이 지난 시험에 대해 질문이 있다며 시험지를 들고 왔다. 우린 한동안 문제에 대해 논하였고, 연이어 국어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눴다. 곽예진은 원래도 성실하고 참 예쁜 학생이었는데, 국어라는 같은 키워드로 대화를 주고받다보니 더욱 기특하게 느껴졌다. 저녁 때 밥도 사주고, 앞으로도 많이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진아, 힘들 때나 지칠 때 있으면 연락해도 돼. 선생님 연락처 알지?”

  “네! 감사해요, 쌤! 안 그래도 전에 혜민이랑 같이 오려고 했는데, 이번엔 꼭 사주세요!”

  “그래, 그러자. 열심히 잘하고!”

 

  곽예진이 나가고 뿌듯함을 느끼는 가운데 문득, 곽예진과 박혜민의 얼굴이 겹쳐서 떠올랐다. 한동안 고민했던 그 감정, 설마 내가 학생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고민했던 그 순간들이 떠오른 것이다. 조금 전 곽예진을 만나며 박혜민에게 느꼈던 것과 일치하는, 똑같은 감정을 느꼈던 것이다. 이것은 이성 간 사랑의 감정이나 연애의 감정 따위가 아니었다. 그저 예쁘고 성실한 학생에게 교사로서 느끼는 뿌듯함, 기특함 같은 것이었을 뿐. 찌질하게 살았던 과거 덕분에 여자에게 느껴지는 감정의 종류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이었다. 뭔가 가슴을 짓누르고 있던 큰 돌덩이가 갑자기 사라진 시원함이 밀려왔다. 이 기분을 혼자 알고 있기가 아쉬울 정도로. 갑자기 난 주변을 막 돌아보기 시작했다. 정말 알리기라도 할 작정이었는지. 그리고 그때 멀리서 자신의 옆자리 선생님과 커피 한 잔을 사 들고 오고 있는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눈이 마주친 그녀는 재빨리 시선을 돌렸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그녀가, 생각났다. 열아홉 살 때, 내게 처음 와주었던 그녀.

  분명 지금 박혜민, 곽예진의 모습과 난 다르지 않았었다. 국어교사가 되고 싶다며 그녀를 찾아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내 학창 시절과, 지금 이 학생들의 모습은 전혀 다른 게 없었다. 뭔가 헷갈려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그녀가 내게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나와 같다면, 그녀도 날 남자 대신 예쁘고 기특한 학생 정도로 여겼던 것이 아닐까.

  머리가 점점 복잡해지고 있을 무렵, 인터폰이 울렸다. 교감이었다. 당장 교감실이 아닌, 교장실로 오라는 전화였다. 교장실엔 특별한 일이 아니면 절대 갈 일이 없기에, 복잡한 머릿속이 텅 비어져 버렸다. 질문 하나만 남긴 채.

 

  ‘교장실? 날 왜 부르지?’

 

  호흡을 가다듬고 교장실로 들어섰다. 그곳엔, 교장과 교감, 몇몇 부장 교사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엔 박혜민과 이름 모를 남학생 한 명이 함께 앉아 있었다. 모두의 모습을 한눈에 담아보니, 뭔가 심상찮은 일이 벌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백 선생, 이쪽에 앉아요.”

 

  교감은 차분하게 날 자리에 앉혔고, 그 차분함이 더 날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절대 차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듯했으니.

 

  “백 선생님. 제가 얼마 전에도 걱정되는 마음을 전해드렸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또 제보가 들어왔어요.”

  “아니, 교감 선생님. 제가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그저 교사로서, 학생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잠깐. 이번 제보는 조금 달라요. 전에는 선생님과 이 박혜민 학생이 혹시 어떤 불미스러운 관계인 게 아닌가 걱정하는 마음이었는데, 그건 아니라는 것 알고 있습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 박혜민 학생에게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 드리는 바이고요.”

 

  이상했다. 사죄의 말씀을 박혜민에게만 전한다? 나에게는 뭔가 죄가 남아있다는 의미였다. 박혜민과의 관계는 아니라는데,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그리고 박혜민은 왜 여기 앉아있고, 또 그 옆에 남학생은 누구란 말인가?

 

  “제보 내용은, 백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이 박혜민 학생을 괴롭힌다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박혜민 학생에게 먼저 물어보았고, 그리고 여러 가지 확인 절차를 거쳤습니다. 박혜민 학생이 한번 얘기해볼래요?”

  “네. 여기는 제 남자친구고요, 저는 분명 남자친구도 있고 이성적으로 백성현 쌤을 좋아하거나 그랬던 적은 한 번도 없거든요? 근데 이런 의심을 받는다는 게 너무 어이없고 화가 나요.”

 

  남자친구? 그랬다. 남자친구가 있었다. 박혜민도 역시 날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정말 학생으로서, 교사에게 물어볼 걸 물어보러 오는 것뿐이었다. 나 혼자 또 설레발을 쳤던 것이다.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박혜민이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저 쌤이요, 저 밤에 막 불러내려고 하고 그랬어요. 얼마 전에도 학교 끝나고 어디 가자고 꼬시면서…….”

  “박혜민! 뭐야, 너 왜 거짓말해? 무슨 말 하는 거야?”

 

  난 너무 놀라 그 자리에서 소리쳤다. 그런데 박혜민은 멈추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여기요. 여기 증거도 있어요. 저한테 메시지 보낸 것들이요.”

 

  뭔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난 재빨리 머리를 굴려 내가 보냈던 내용들을 떠올려 봤지만, 크게 문제가 될만한 것은 없었다. 시간상으로 너무 늦은 시간이라는 것 말고는. 도대체 박혜민이 왜 저러는 것인지, 난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때 교장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고,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들어왔다.

 

  “교감 선생님, 이리로 오라고 하셔서 급히 왔습니다. 어쩐 일로 저를?”

 

  미소를 지으며 문 앞에 들어선 사람은 내가 욕설을 퍼부었던 배남건 선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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