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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경성몽중록: 당신을 위하여
작가 : 이후
작품등록일 : 2022.1.24

1895년 조선 여인 희수, 1921년 일제강점기로 타임슬립하다. 왜 이곳에 왔을까? 왜 자꾸 이상한 꿈을 꾸는 걸까? 꿈과 현실 사이, 과거와 미래 사이, 끊임없이 고뇌하며 진정한 자신을 찾아나가는 청춘들의 기록.

 
3. 조선이지만 조선이 아닌 곳
작성일 : 22-01-27 01:42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5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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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조선이지만 조선이 아닌 곳

 

 "미친 사람이군"

 사내가 희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주 확신을 하는 듯한 말투에 조금 어이가 없는 희수였다.

 "저기, 선비님!"

 자신을 구해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더불어 미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해명하려 할 참이었다. 하지만 혼례복을 입고 전차에 뛰어들었다가 구사일생한 아가씨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딱 좋았다.

 "아가씨, 괜찮아?"

 "여기가 어디라고 뛰어들어? 정말 죽고 싶었던 게야?"

 "일단 의원에라도 데려다줘야하는 것 아니오?"

 희수에게 사람들이 집중되자 사내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희수만 들릴 듯한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사시오."

 그러고는 빠르게 자리를 뜨는 사내.

 "하?"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라니, 그게 처음 본 사람에게 할 말인가? 난생 처음 들어보는 말에 희수는 퍽 당황스러웠다.

 '아니야, 지금 내 꼴이 그러하지.'

 사내가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도 아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아가씨, 진짜 어디가 안 좋은 거야?"

 사내의 처우에 골몰하고 있던 희수에게 행인이 걱정스러운 듯 말을 걸었다.

 "괜찮습니다."

 일단 몸은 괜찮은 듯 싶으니,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많이 달라지긴 했으나 분명 조선은 조선이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남는다는데 이곳은 조선 중에서도 한양이 아닌가? 바로 희수의 집이었다.

 "저 혹시 흥례문은 어느 방향입니까?"

 희수가 묻자 행인은 정말 걱정이라는 듯 희수에게 답했다.

 "이 아가씨, 정말 어디 머리라도 다쳤나보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흥례문이 엎어진 지 거진 여섯 해가 지났는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여?"

 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어째서 흥례문이 엎어졌다는 말인가?

 "지금 흥례문이 없다는 말입니까?"

 "뭘 들은 것이여? 흥례문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일본놈들 건물이 올라갔어."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흥례문이 없어지고 거기에 일본인들의 건물이 올라간 것일까? 희수는 확인해야만 했다.

 "이, 이곳이 조선 땅, 한양이 맞습니까?"

 행인이 어이없어하며 답했다.

 "그럼, 이곳이 한양이 아니면 어디란 말이야?"

 일단 한숨은 놓았다. 조선은 조선이니 다행이었다.

 "을미년인 것도 맞지요?"

 "응? 무슨 을미년? 어디 시골에서 오셨수?"

 "예? 지금은 을미년이 아니지 않습니까?"

 "당연히 아니고 말고, 육십갑자도 벌써 들어본지가 꽤 됐구만."

 "그럼 지금이 언제입니까?"

 대답을 기다리는 희수의 심장이 그 어느때보다 빨리 뛰었다. 제발 아니길, 제발 아니길 빌었다.

 "다이쇼 10년, 1921년이란 말이오!"

 이게 무슨 말인가? 1921년이라니? 지금이 1921년이라면 희수는 스무해가 훌쩍 지난 시간에 와 있는 것이었다.

 '말도 안돼.'

 "젊은 사람이 안되었구만. 이른 나이에 정신줄을 놓다니."

 놀란 희수가 말을 잇지 못하자 행인도 혀를 끌끌차며 자리를 떠났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던 희수가 행인들을 붙잡으며 물었다.

 "지금이 1921년이 맞습니까?"

 누군가는 희수를 미친 사람처럼 훑어 보기도, 누군가는 걱정하기도 했지만 이들의 답은 모두 같았다. 이곳은 1921년이었다.

 "내가 그동안 보았던 게 꿈이 아니라 미래였구나."

 희수가 주저 앉았다. 그리고 골똘히 생각했다.

 '이곳으로 왔으니, 또 돌아갈 방법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살아남아 돌아가야 해.'

 희수가 다급하게 일어났다.

 '일단 집으로 가보자. 스무해면 분명 남은 가족들이 있을 거야."

 "저 옛 흥례문이 있던 곳이 어디인지요?"

 

 행인들에게 묻고 물어 도착한 집터에는 알 수 없는 양식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내가 잘못 찾아온 건가?"

 아니였다. 건물은 달라져 있었지만 집 주변의 동산과 가옥들은 분명 이 건물이 희수의 집이라고 가리키고 있었다.

 일단 희수는 문을 두드렸다. 분명 아는 사람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서.

 "예, 누구시오?"

 간절한 기대는 실망도 큰 법이었다. 희수가 약간은 실망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는 윤희수라 하온데, 혹시 이 건물의 주인이 누구십니까? 윤 정자 찬자 대감이지 않습니까?"

 문을 연 이가 혼례복을 입은 희수를 위 아래로 훑어보며 건성으로 답했다.

 "여긴 일본인이 소유하고 있소. 그쪽이 말하는 양반은 누군지 내 모르겠구만."

 "아...그렇습니까?"

 아무래도 잘못 찾아온 듯 싶어 뒤돌아 나오는데, 누군가 희수의 치마자락을 잡는다.

 "앗!"

 "하유, 김씨! 내가 여기 있지 말라고 몇번을 말했는가?"

 김씨가 희수의 치마자락을 슬며시 놓는다. 아무래도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는 걸인인듯 싶었다. 희수가 놀란 마음을 쓸어내리고 다시 길을 나서려 하자 김씨의 아주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윤...대감..."

 희수가 화들짝 놀라 김씨에게 다가갔다.

 "저 혹시 우리 아버지를 아십니까? 그집 식구들이 어디로 갔는지 혹시 아십니까?"

 김씨가 천천히 희수를 올려다보았다.

 "윤...정찬..."

 기대감에 희수의 마음이 뛰었다. 정말 가족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예! 맞습니다! 윤정찬 대감을 아시는지요?"

 "다... 다..."

 "예? 잘 들리지 않습니다."

 희수가 김씨의 말을 가까이 들으려 무릎을 꿇었다.

 "다... 죽었어..."

 이게 무슨 말인가? 순간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

 "지...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다 죽었다고..."

 그 말을 하는 김씨의 얼굴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지금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어떻게 다 죽을 수가 있어? 그게 말이 돼?'

 그때 얘기를 듣던 건물 관리인도 거들기 시작했다.

 "아! 그때 그 불난리를 말하는 건가? 여기가 그 터였어? 세상에, 불길해라."

 희수는 얼이 빠져 털썩 주저앉았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들어야 했다.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불난리라뇨? 무슨 불난리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벌써 스무 해는 훨씬 지났지? 그때 내가 이만한 어린애였는데 말이지. 시간이 참 빠르다. 빨라.”

 이때, 희수가 벌떡 일어나 관리인의 앞섬을 붙잡았다.

 “히죽이지 말고 똑바로 말하란 말입니다. 스무 해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희수의 심각한 얼굴에 관리인은 미소를 감추고 자신의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 집의 딸이 시집에 든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마을 사람들이 한참을 곡하고 그랬던 기억이 나는군. 잠시 처가 집에 와 있던 남편이랑 같이 발견되었던가 어쨌나.”

 전말은 이러했다. 희수가 혼례를 올린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에 집에 큰불이 났고,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이 죽었다는 것이다.

 “정말 모두가 다 죽었습니까?”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희수의 얼굴에 관리인이 더듬거리며 답했다.

 “내...내가 알기론 그랬어. 그 집 영감, 딸 부부, 막내아들까지 다 죽었다고. 말 그대로 풍비박산이지.”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희재까지 그렇게 되었다는 건 정말 받아드릴 수가 없었다.

 “아니, 근데 아가씨는 누구길래 이리 꼬치꼬치 캐묻는 것이오?”

 관리인이 자신에 대해 쫑알거리는 건 이제 들리지도 않았다. 희수는 생각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최선이 무엇일까?

 ‘바꿔야 한다. 돌아가서 모든 걸 바꿔야 한다.’

 그게 희수가 내린 답이었다. 이 곳에서 다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우리 가족에게 닥칠 비극을 막는 것. 지금부터는 그게 희수의 유일무이한 목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알아야 하는 것이 한 가지 더 있었다.

 “누가 그런 것입니까? 대체 누가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말입니까?”

 희수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당황해하는 관리인.

 “그건... 잘 기억이...”

 “그 조그만 무당 계집이야.”

 그때 이들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김씨가 말했다.

 “무당 계집이라면...”

 불길한 예감에 희수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설마 유선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김씨는 희수의 마음이라도 읽은 듯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 계집이 맞아. 분명해.”

 ‘이건 사실이 아니야. 증거도 없잖아. 유선이가 어떻게 우리 집에 그런 짓을 하겠어?’

 희수는 이것만큼은 거짓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리 생각하고 싶었던 것일지 모른다.

 “아이쿠,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네. 이제 더 노닥거릴 시간 없으니 둘 다 얼른 가시오. 얼른!”

 관리인이 희수와 김씨를 밀어내고 문을 쾅하고 닫는다.

 “말도 안돼.”

 희수가 문가에서 떨어져 걷기 시작한다. 김씨는 점점 멀어지는 희수를 바라볼 뿐이다.

 

 관리인이 문을 닫자, 그의 뒤에서 들리는 나이 든 여인의 목소리.

 “박서방, 그 아이가 맞는 듯한가?”

 박서방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말씀하신 그 아이가 맞는 것 같습니다.”

 여인이 어둠 속에서 미소짓는다. 기쁜 것인지, 슬픈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일을 말해주었는가?”

 “예, 그런데 걸인 하나가 끼어들어 그만.”

 여인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걸인? 무슨 일인가?”

 박서방이 흠칫 놀라 더듬거렸다.

 “그...그가 무당 계집아이가 윤대감의 집에 불을 지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했군. 그건 걱정말게. 쉽게 해결될 문제이니.”

 

 걷고 또 걸으며 희수는 계속해서 생각했다. 단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것들을. 하지만, 희수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아는 이 하나 없는, 살던 곳과 전혀 다른 이 곳에서 희수가 뭘할 수 있을까?

 가족들이 모두 죽은 것을 알고 나서, 희수는 가장 먼저 유선을 떠올렸었다. 유선에게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자신을 도와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 김씨의 말을 믿고 싶지는 않았지만, 만일 맞다면 유선은 이제 동무가 아닌 희수의 원수일 뿐이었다.

 “어?”

 희수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느샌가 하늘이 어둡게 물들어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살던 시간과 달리, 이곳은 불빛들로 가득해 쉬지 않고 반짝였다.

 “아름다운 곳이구나.”

 미쳤나 싶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풍경 구경이라니. 하지만 희수의 마음이 그러했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광경에 희수는 경이로움을 느꼈다.

 “흑!”

 그때 희수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지금의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감정의 근원을 알 수는 없었으나 희수의 눈에서 쉼없이 눈물이 흘렀다.

 눈물을 주체할 수 없자, 희수는 어둑한 골목 어귀로 들어가 주저앉았다.

 “흑흑, 아버지. 희재야.”

 이제 희수에게는 아무도 없었다. 혼인하기 싫다며 대들 아버지도, 제 삶을 걸고 지켜주려 한 희재도. 시간을 돌려 이들을 살리고 싶었지만 그 방법의 단서조차 없었다. 막막함에 희수는 고개를 묻었다.

 “아가씨?”

 이때, 어디선가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나를 부르는 건 아니겠지. 이곳에 나를 아는 이는 한 명도 없는데.’

 “아가씨 아니십니까?”

 아무래도 자신을 부르는 것 같아 고개를 들어 바라본다. 골목 밖에 누군가가 있는 듯한데 눈물이 시야를 흐려 잘 보이지 않았다.

 “어찌... 어찌 이곳에 계십니까?”

 흐린 형체의 누군가가 희수에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경계심에 몸을 움츠리는 희수,

 “누... 누구십니까?”

 “저를 기억하지 못하시겠습니까? 저 정현입니다, 아가씨.”

 “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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