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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당신을 위한 단편소설
작가 : 우주안에책
작품등록일 : 2022.1.3

이야기 세상 속 당신을 초청합니다.

 
인간육성(3)
작성일 : 22-01-26 16:46     조회 : 192     추천 : 0     분량 : 4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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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눈을 뜨고 잠을 자는 모든 순간은 스텟을 올리기 위한 시간이었다. 친구와의 연락이 서서히 끊어지고 매주하던 놀이 같은 모임 또한 사정을 말하고 나왔다. 가끔 올라간 스텟창만 멍하니 바라보다가 잠을 자곤 했다. 이미 지능은 80스텟을 달성했고 언어와 관계 역시 50씩 올려놨다. 혼자 남겨진 방 안에서 나를 부려먹을라고 전화하던 편의점 사장님도 모임을 위해 밤새 자료를 수집하며 떠들던 녀석들의 목소리도 가끔은 그리웠지만 아직 내 목표를 위해서라면 참을 수 있었다. 무시당하고, 웃으며 상처받은 기억들이 방안을 어둡게 만들 때 환하게 비치는 컴퓨터 화면에는 다음 주 면접 볼 대기업 자기소개서와 스텟창 사진이 있었다.

 

 ‘어떤 스텟을 올리시겠습니까?’

 

 “지능”

 

  스텟은 한순간도 멈춘 적이 없었다. 잠을 자다 악몽으로 잠재 스텟이 없어지는 꿈을 꿨던 날에는 하루 종일 스텟창만 바라보며 하루를 보냈다. 쌓여가는 배달음식의 잔해들, 면접사진 찍는 일 외에는 나가지 않아 말수는 한마디 할까 말 까였다. 매 순간 쌓여가는 스텟은 달콤하고 놓칠 수 없었다. 그리고 더 이상 인간으로 위장한 사람이 아닌 인간으로서 살고 싶었다. 정상적인 돈벌이, 안전한 위치, 자기만의 보금자리 하나라도 얻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게 아닌 세 가지 모두를 위해 살고 싶다. 그리고 바로 지금이다.

 

 “어떤 인생을 살아오셨나요?”

 

 면접관은 신기해하며 물었다.

 

  “매주 학우들과 모임을 통해 지능을 쌓고 집에서 꾸준한 언어 공부를 통해 끈기와 성공의 모습에 동기부여를 받아 매 순간이 저에게는 기회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내 스텟은 최상위권이다. 면접을 보기 5분 전에 또 스텟을 올려 지능, 언어, 관계는 이미 100을 찍었다. 내 옆에 세명 더 앉아있지만 그 모습은 참으로 불쌍한 생쥐 같았다. 어떻게든 합격의 문턱을 오르기 위해 부들부들 떨며 올라오는 모습이 예전의 나랑 달라 보이지 않았다. 면접관의 질문 또한 형편없었다. 스텟을 쌓기 위한 노력과 업적을 물어보고, 내 성격과 진짜 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다. 면접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미 누구를 뽑을지 정한 듯 종이 넘기는 소리가 빠르게 들려왔다. 이미 불합격자들의 종이는 한 뭉텅이로 마지막 면접관 손으로 건네어졌다. 형식적인 인사와 가식적인 웃음을 짓고 방안에 나왔을 때는 허탈했다. 문밖에서는 1스텟이라도 올리기 위해서 몇십 년을 살아온 사람들이 서로를 물고 뜯으면서 자리를 사수하려고 힘을 부쳤고, 성실하고 열정적인 사람들은 짧은 시간에도 자신의 자기소개서 몇십 번 읽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같은 옷 색깔, 같은 머리인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한심했다. 아무나 붙잡아 말해주고 싶었다. 모든 면접 본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너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아 그래서 너 스텟이 얼만데?”

 

  소음과 뜨거운 공기 사이를 비집고 문밖으로 향했다. 한 달 전만 해도 오늘을 위해 달려왔던 내 모습이 창문을 통해 흐릿하게 비쳐 보일 때 그때와 전혀 다른 얼굴이 보였다. 죽은 사람처럼 생기도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 내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인생은 재미가 없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며 빨간 벽돌로 쌓인 ‘코리아’ 건물을 비추고 있을 때 스텟 차에서 알람이 울렸다.

 

 ‘성공을 경험한 소년은 2개의 스텟을 동시에 올릴 수 있습니다’

 

  피식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게 뭐라고 다시 내 혈액을 흥분시키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쌓아둔 복이 터진 걸까, 그때 그 전화가 없었다면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아무것도 예상이 되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쉬워졌고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허한 내 마음과 달리 거울로 내가 보일 때면 그럭저럭 볼만했다. 주변에는 내 스텟을 공개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한테 내 모습은 괴리감 그 자체이다. 누구를 배려하는 내 모습이 옳은 건지 괴리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현실이 옳은 건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가끔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한 가지 있다.

 

 “태초에 그 소년이 말한 시작은 무슨 뜻이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가끔 내가 그 소년이라면 어땠을까 상상하며 시간을 보낸다. 하루의 해가 누구보다 일찍 저물 때 아직도 꺼지지 않는 불빛들은 하나의 별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다음 주부터 출근을 하는 직장인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일찍 자 둬야 한다.

 

 ‘어떤 스텟을 올리시겠습니까?’

 

 “힘, 창의 스텟”

 

  스텟은 올리고 자야 한다.

 

  “자, 앞으로 지호 씨가 일할 마케팅 홍보부고 지호 씨는 지능하고 뭐 다른 스텟도 워낙 훌륭해서 어디 뭐 손색이 없겠네, 팀장님 여기 새로운 팀원 왔습니다”

 

  “반가워요 마케팅 홍보 1팀장 박경원이라고 합니다. 보니깐 서류에서도 그렇고 스텟이 좀 훌륭한데 이제야 사람이 들어온 것 같네요, 저기 미연 씨 지호 씨 자리 좀 안내해 줘요”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사람과 사람으로 일하는 기분을 태어나면서 처음 느껴본다. 항상 누구 밑에서 을로 살아오다 드디어 동료와 팀으로 구성된 조직에서 일하게 될 모습은 꿈에도 그리웠다.

 

  “지호 씨 여기 노트북하고 기본적인 구성은 준비가 다 돼있고, 식사는 이따 12시에 같이 내려가서 해요 특별히 궁금한 거는 저에게 말해주고 이따 봅시다”

 

 “아 넵! 알겠습니다”

 

  깨끗하게 정돈된 책상과 그 위에 내 얼굴 사진이 붙어있는 나만의 사원증, 처음에는 실감 나지 않았지만 막상 들어오고 몇 분 앉아보니 첫 성공의 시작임을 깨달았다.

 

  “우선은 기획안부터 정리를 시작해 볼까”

 

  일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동안 스텟을 꾸준히 올려서 그런지 하나도 막힘없이 술술 풀려나갔다. 일이 재미있었다. 남들이 하는 야근은 왜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루에 다 할 수 있는데 그거를 왜 못해?”

 

 직원들의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

 

  “지호 씨 어디 엘리트 코스 밟았어? 일도 잘해, 영어도 잘해, 사교성도 좋아 뭐 빠지는 게 없네 집안이 금수저 집안인가 부러워 진짜”

 

  “에이 제가 잘한 게 아니라 우리 팀원이 잘한 건데 칭찬이 너무 과분합니다 팀장님”

 

  영양가 없는 대화지만 이 순간만큼은 꾸준히 스텟을 올린 나에게 칭찬하고 싶었다. 몇 년이 지나면서 승진도 연속으로 이루어졌다. 업적과 실적은 보장하며 일을 하였기에 이미 회장님에 눈총까지 받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결과이다. 하루 동안 2개의 스텟을 꾸준히 올리고 매일매일 한 달, 일 년, 몇 년 동안 그 일을 반복해왔기에 어떠한 문제도 나를 가로막지 못했다. 어김없이 칼같이 퇴근해 빈 공원에 앉아 스텟 참을 보며 놀랍고 신기했다.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스텟이구나..”

 

 지능 (9.000)

 

 언어 (8.800)

 

 관계 (7.000)

 

 창의 (8.900)

 

 힘 (150)

 

  괴물 같은 스텟이다. 일상에서 힘들거나 어려운 적은 한 번도 있지 않았다. 왜 사람들이 스텟 만능시대라고 말하는지 설득당해 버린 기분이다. 통장에 들어간 돈도 점점 커지며 불어 가고 있었다. 새집을 계약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집들이를 할 생각에 스텟창을 닫으며 부동산으로 향했다. 주식, 코인, 도박에도 지능은 아주 좋은 무기였다. 상대방의 눈빛과 행동 하나가 승리로 이끈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모은 돈은 서울에서 한강이 제일 잘 보이는, 지하가 아닌 지상으로 신분이 올라가듯 이사를 갔다. 시간을 볼 때도 회사를 출근할 때도 더 이상 조급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회사에서 내 자리는 생각보다 높은 자리로 누군가 내 차를 주차해 주고 다른 사람이 내 업무를 보조해 주었다. 여유로웠고 모든 것이 공기처럼 가벼워 보였다. 회사에서 업무를 보던 중 등받이 의자에 기대앉아 말했다.

 

 “이렇게 쉬운 세상을 사는 내가 참 다행이다”

 

  하나의 알림 창이 떴다. 조금 많이 놀랐다. 정확히는 끝이 보이지 않는 잠재 스텟이 무서웠다.

 

 ‘스텝을 올리는 소년은 세상을 사랑하고, 태초에 근접합니다’

 

  그 뒤에 있는 부가 설명에는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이렇게까지 올려서 도대체 어쩌자는 생각이었다.

 

  ‘1시간마다 스텟 5개를 동시에 올릴 수 있습니다’

 

  항상 깜빡했던 한 가지 내용을 잊고 있었다. ‘태초’에 대한 열쇠는 ‘만렙’이고 2년 전 내 모든 것을 바꾼 전화를 건 소년의 이야기도 생각이 났다.

 

  “모든 것은 처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심장 깊숙한 곳에서 내가 해야 하는 숙명이 느껴졌다. 매번 책으로 보던 그 아이는 도대체 무엇이고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이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삶은 포기할 수 없었다. 태초를 알아도 나는 다짐했다.

 

  “만약 이 모든 것이 악이라도 사랑하겠어, 모든 것은 놓칠 수 없어”

 

  다짐을 하고 몇 개월이 지난 뒤 이상한 문자가 스텟창에 보였다.

 

 지능(A)

 

  “뭐야 이거 왜 영어야? 등급 표인가?”

 

  몇 개월이 흘러 스텟을 올릴 때마다 숫자가 아닌 언어로 표기되었다.

 

 언어(G)

 

 관계(A)

 

  무시하며 일상을 보냈지만 남은 두 스텟도 내가 올린다면 곧 바뀔 거라고 느껴졌다. 이미 언어로 바뀐 스텟은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마치 어떻게든 만렙을 달성하라고 만든 설계라고 느꼈다.

 

 힘(I)

 

 창의 스텟 하나만 남겨두고 있었다.

 

  “이거 등급 표가 왜 이 모양이야 지능은 a인데 언어는 g야?”

 

  각 언어에 뜻이 있다는 것을 나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다. 그저 그런 등급 표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창의 스텟 언어를 보자 모든 생각이 바뀌었다.

 

 창의(N)

 

 A-G-A-I-N

 

  “어.. 게.. 인.. 한 번 더..?”

 

  선선한 가을바람이 집으로 타고 들어와 이리저리 놀다 나갈 때, 회사 퇴직금으로 풍요롭게 살고 있을 때, 하나의 알림 창이 올라왔다.

 

 ‘소년은 다시 한번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의미심장한 마지막 글이 보였다.

 

 ‘태초의 소년으로 진행하겠습니까?’

 

 궁금했다. 태초는 과연 어떤지 소년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

 

  “소년,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왜 같은 선택을 한 거죠”

 

 “인간은 각자 다르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작가의 말
 

 항상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한 부분과 고쳐야하는 부분은 꼭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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