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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드라큘라와의 조우
작가 : 명별
작품등록일 : 2022.1.23

드라큘라로 상징되는 현시대에 굴복해 가는 인간군상들을 그려나 볼까나 ㅋㅋ

 
명함이라도 받아둘 걸 3부
작성일 : 22-01-25 04:24     조회 : 168     추천 : 0     분량 : 5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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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유로운 마음으로 의자에 앉아 드라큘라에게 받은 스위스제 아비싸 손목시계를 닦았다. 나에게도 이런 호사스러운 순간이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비싸 시계는 파텍 필립 보다 비싼 시계브랜드로 솔직히 나의 1회 채혈량 500mL보다 엄청나게 값비싼 시계라고 생각했다. 드라큘라는 내 혈액에 대한 대가치고 터무니없게 높은 가격의 상품을 청구하더라도 별다른 불만 없이 그것들을 전해줬다. 아무리 비싼 것을 청구해도 그는 정당한 계약에 의한 거래라면서 전혀 개의치 않았다. (내 생각에는, 나의 무리한 요구는 불공정계약인데도 그는 끝까지 ‘정당한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처음 계약할 당시 불공정계약의 피해자는 ‘내’가 될 것이라고 염려했지만 실정은 그 반대로 돌아갔다. 아마도 드라큘라에게는 인간들의 가치체계와 다른, 또 다른 그들만의 가치체계가 있는 듯하였다.) 나는 ‘정당한 계약에 의한 거래’라는 드라큘라의 주장에 더욱 고마움을 느꼈다. 그러나 그에게 고마움을 느낄수록, 이에 비례해 커지는 내 불안감 또한 숨길 수 없었다. 광고 문구처럼 그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드라큘라에게 흡혈을 당할 때마다 나는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왠지 드라큘라가 나의 마음을 알게 되면 내 자신이 싸구려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자존감을 위해서라도 나는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드라큘라의 말대로 나는 계약에 의해 정당하게 피를 빨리고, 그는 정당하게 흡혈을 하는 것뿐이라고. 드라큘라도 피를 빨아야 살 수 있고, 나는 그런 그에게 혈액을 공급하는 것뿐이라고. 드라큘라의 말대로 나는 정당한 계약을 통해, 정당한 거래로,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뿐이다! 애초부터 스스로의 피를 값어치 없게 볼 필요는 없었다. 그와 나의 거래관계로 서로에게 불만 있는 쪽도 없으니, 이런 것이 바로 윈-윈 인 것이다.

  나는 유리처럼 한 달에 한 번씩 생리를 하는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와 나의 거래관계가 자연법칙처럼 여겨진다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질 것 같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가끔씩 그와 나의 거래가 오래 된 것처럼 느껴질 때면 두려울 때가 있다. 어쨌든 피를 빨리는 쪽은 내 쪽이니까.

 

  흡혈을 하기 위하여 드라큘라가 방문했다. 드라큘라의 모습에 익숙해 질만도 됐지만, 쉽게 적응되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읽던 책을 내려놓고 목을 길게 내밀었다. 그는 가는 신음을 토해내며 내 피를 빨아 먹기 시작했다. 갑자기 경동맥을 타고 드라큘라의 입안으로 빨려 나가던 혈액이 멈춰 섰다. 그는 흡혈을 하다말고 나에게 버럭 화를 내었다. 아마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세계 신화사전’을 보고 화를 내는 것 같았다.

 

 “아직도 신화를 믿나? 어리석은. 이런 책을 읽는다는 것은 너의 스펙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해!”

 

  그는 샐러리맨신화, 창업신화, 성공신화, 건국신화, 개천에서 용 나오는 신화, 이집트신화, 그리스신화, 아무튼 ‘신화’라는 글자가 박힌 단어는 모조리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는 신화들은 서로가 서로를 엄청나게 시기하고, 질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의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렇게 나는 인간의 성장주기를 곤충의 성장주기로 바꾸느라 무척 애를 먹었지. 앞으로 저런 스펙에 하나도 도움 안 되는 책은 집어치우고 나의 신화에 대해서만 읽도록!”

 

  그는 나에게 19세기 때 양장제본된 것 같은 오래된 책 한권을 던져 주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나도 모르게 하품을 하자 그는 “네가 아주 미웠을 때가 있었지”라며 뜬금없는 말을 꺼내놓았다.

 

 “호밀밭 파수꾼이나 인간실격 따위의 책을 읽고 있었을 때.”

 

 “네?”

 

 “지하생활자의 수기를 읽고 있을 때에는 실제로 죽일 뻔도 했다.”

 

 *

 

  유리와 결혼을 전제로 동거하기로 했다. 유리의 제안이었다. 요 며칠 유리는 헬스장으로 출근하는 것을 버거워했다. 회원수가 줄어들자 사장의 타박이 심한 모양이었다. 침대에 누워 유리는 유튜버가 되고 싶다고 했다. 유리가 아는 지인 중에 100만 구독자를 모은 유튜버가 있다고 했다. 유리는 그를 통해 전업 유튜버라는 것이 결코 쉬운 직업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고 했다. 그러나 더 늦기 전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주특기를 살려 요가강습을 콘텐츠로 올릴 구체적인 구상도 해 놓았다고 했다. 유리는 유튜브 수익창출조건을 달성할 때까지 자신을 후원해 달라고 했다. 나는 유리의 가슴을 만지며 흔쾌히 도움이 되겠다고 했다.

  유리와의 동거 덕분에 출퇴근 할 곳이 필요하게 되었다. 드라큘라에게 흡혈을 위해 좀 더 아늑하고, 비밀스런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근처 부동산에서 미리 봐 놓은 사무실 매물 하나를 드라큘라에게 소개했다. 드라큘라는 예전의 그 소름끼치는 웃음을 다시 지어보이며, 내 제안을 들어 주는 대신 계약을 변경하여야 한다고 했다. 새삼스럽게 계약을 변경하자는 드라큘라의 말에 나는 당혹함을 느꼈다. 그는 나에게 사무실 임대차기간 동안 매월 기존 흡혈량 대비 10%의 혈액을 더 빨리는 조건으로 계약을 변경하자고 했다. 그의 제안이 부당하게 느껴졌지만 나는 동의했다.

  사실, 나도 유리랑 살면서 현물보다 현금이 필요해졌다. 내친김에 나는 드라큘라에게 제56조(급여의 지급) 조항도 바꾸자고 했다. 기존 ‘을이 청구한 물품’에서를, ‘을에게 매월 일천만원’으로 문구를 수정하자고. 드라큘라는 나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

 

  유리는 계획대로 유튜브에 요가강습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다. 나의 원룸 한 편에 유리는 요가매트를 깔고 짐볼과 요가블록을 갖다 놓았다. 나는 틈틈이 유리의 요가강습 촬영과 동영상 편집을 도와주었다. 유리의 채널에 첫 동영상을 올린 날 유리와 나는 조촐한 자축 파티를 열었다. 식탁 위에 레드와인과 연어샐러드를 올려놓고 나란히 앉아 분위기 있는 음악을 감상했다. 붉은 와인이 유리의 목구멍으로 넘어가자, 유리의 얼굴이 발그레 졌다. 나는 유리에게 키스를 했다. 유리의 반응이 민감했다. 그날 나는 유리의 몸을 예뻐해 주었고, 유리도 나의 사랑에 기뻐하였다.

  유리의 유튜브 채널에 20회 차 동영상까지 올렸지만, 기대보다 조회 수와 구독자 수가 저조하게 나왔다. 유리는 나름대로 분석하기를 유튜브 콘텐츠도 선점효과가 있어서,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해 남들보다 먼저 올려야 한다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 요가강습 콘텐츠는 이미 레드오션이 되어있다고 했다. 유리는 콘텐츠의 다각화를 모색해야할 시점이라고 했다. 드라큘라가 구해 준 사무실로 가면서 나는 함께 고민해 보자고 했다.

  유리의 걱정과는 다르게 사무실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사실 그곳은 말뿐인 사무실이었지 사무실이 아니었다. 그곳은 나만의 아지트이자, 꿈의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이런저런 취미 생활을 즐겼다. 게임을 하다, 책을 읽다, 음악을 듣다, 영화를 보다, 이런저런 공상을 하다, 그러나 그것들에 너무 매몰되어 집중하지는 않았다. 과도한 집중으로 혈액이 진득해질 것이 염려되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매일 아침 신선한 야채즙을 마셨다. 고기를 먹은 날에는 혈액 속 지방질을 분해하기 위하여 운동도 열심히 하였다. 나는 그날그날 드라큘라가 지시한 메뉴를 챙겨먹으며 혈액관리를 하였다. 혈당 체크도 물론 잊지 않았다. 드라큘라를 위해서 혈액에 좋다는 것은 무엇이든 가리지 않았다.

 

  유리는 요가강습 콘텐츠와 함께 영화감상, 인도, 일반상식, 요리에 관한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다. 유리의 노력에 힘입어 조회 수, 구독자 수 모두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유리는 내게 각 콘텐츠별 분석 그래프를 보여주며 자신의 콘텐츠 중 요리방송이 조회 수가 가장 잘 나온다고 했다. 요리방송으로 유리의 동영상을 처음 접한 시청자들이 유리의 또 다른 콘텐츠를 시청하는 식이었다. 유리는 조만간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으로 먹는 방송도 진행할 것이라며, 아직 비밀이지만 나를 위한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유리에게 내일 저녁 루마니아 본사에 보고할 거리가 있어 오후 늦게 출근한다고 얘기하고 잠들었다.

  늦은 아침에 일어나 유리와 함께 인근 대형마트로 요리방송을 위한 식자재를 사러갔다. 유리는 이번 요리방송의 콘셉트는 ‘먹방을 겸한 감동’이라고 했다. 시청자들이 동영상을 보고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맛있는 한 끼를 대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고 했다. 때문에 유리는 음식이 화려하거나 거창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유리는 메뉴를 새우볶음밥으로 정했다.

  집으로 돌아와 유리가 새우볶음밥을 만드는 것을 거들어주었다. 유리는 볶음밥을 완성하더니 찬장에서 사과모양의 도시락을 꺼내들었다. 나는 유리에게 “이제 출근 준비를 해야겠어.”라고 얘기하고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에서 세면대에 걸려있는 거울을 봤다. 11월8일. 오늘은 드라큘라를 만나는 날이다.

 

  사무실에 도착해 드라큘라를 기다렸다. 그를 만난 지도 참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드라큘라 덕분에 나는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가 주는 월급으로 나는 풍족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회사에 다닐 때처럼 나의 시간을 송두리째 팔아먹지 않아 무척 행복했다. 딱딱한 책상이나, 컨베어벨트 앞에 서서 노동에 시달릴 필요도 없었다. 나에게 노동이라고 해봤자 그에게 피를 빨리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피를 빨리는 것을 노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노동보다는 상품에 더 가까울 듯싶었다. 어쩌면 그가 전해 준 메뉴대로 식사를 해 피를 생산해 냈으니 OEM(주문자생산방식)에 더 가까울 수도 있다. 아니면 특수고용관계? 하도급? 그냥 일반 상거래관계? 모르겠다. 아무튼 드라큘라는 내게 자비로운 고용주이자 고객님이다. 나는 보다 고품질의 혈액으로 그에게 보답하리라 다짐했다.

  그런데 나를 만나지 않을 동안 드라큘라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지낼까?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나와 같은 또 다른 혈액 공급처를 찾아다니는 것은 아닐까? 그러고 보니 사람들은 드라큘라에 대해 많은 편견과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다.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드라큘라가 마늘과 십자가를 싫어하고, 햇볕이 무서워 낮에는 관 짝 안에 처박혀 잠을 잔다는 것은 모두 다 잘못된 얘기였다.

  마늘을 싫어하기는 하지만 마늘을 보고 죽을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는 않았다. 만약 일상적인 길거리에서 드라큘라를 본다면 남들보다 조금 손톱이 길고 창백해 보일 뿐 보통 사람들과 구분하지도 못할 것이다. 드라큘라는 피를 빨 때만 송곳니를 드러내고 손톱을 기른다. 어쩌면 내가 사무실로 걸어오는 동안 마주친 열 사람 중 세,네 사람 정도는 드라큘라였을지도 모른다. 본인 스스로는 모르고 있겠지만 당신이 그일지도 모르는 것이고. ‘딩동.’ 유리에게 메시지가 왔다.

 
작가의 말
 

 작가의 말은 드라마 찍다 죽었어요. 명복을 빌어주세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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