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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경성몽중록: 당신을 위하여
작가 : 이후
작품등록일 : 2022.1.24

1895년 조선 여인 희수, 1921년 일제강점기로 타임슬립하다. 왜 이곳에 왔을까? 왜 자꾸 이상한 꿈을 꾸는 걸까? 꿈과 현실 사이, 과거와 미래 사이, 끊임없이 고뇌하며 진정한 자신을 찾아나가는 청춘들의 기록.

 
1. 1895년 조선
작성일 : 22-01-25 00:02     조회 : 315     추천 : 0     분량 : 5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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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895년 조선

 

 얼마 전부터 이따금씩 희수에게는 이상한 꿈이 찾아왔다. 눈앞의 동무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서책을 읽다가도, 혹은 홀로 앉아 하릴 없이 사람들을 구경할 때에도.

 꿈의 내용은 항상 같았다.

 

 붉은 혼례복을 입고 복잡한 저자거리를 이리저리 헤매이는 희수. 지나는 행인들이 희수를 이상한 사람 보듯 쳐다본다.

 "여긴 어디지?"

 분명히 조선이지만, 또 분명히 조선이 아닌 곳이었다.

 "저건...!"

 한참을 헤매던 중 처음 보는 무언가가 덜컹거리며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희수에게 가까이 닿도록 멈추지 않는다.

 "아!"

 두려움에 희수는 눈을 꼭 감는다.

 

 정신을 차려 눈을 뜨면 다시금 희수는 현실로 돌아와 있었다. 희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찾아왔다가 제멋대로 물러가는 그런 꿈이었다.

 "또인가?"

 이 꿈을 볼 때면 어딘지 모르게 섬뜩한 한기가 희수의 목덜미를 스쳐 지나갔다.

 마치 꿈이 경고라고 하는 것처럼.

 "하..."

 이럴 때면 고개를 흔들어 얼른 그 느낌을 지워보려는 희수다. 오늘 희수는 저자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집 뒤의 동산에 올랐다.

 "서책이나 읽자."

 아무도 없는 곳에서 서책을 읽는 것이 희수의 유일한 취미였다. 한장 한장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가 너무나 좋았다.

 척척척척

 하지만 오늘은 책장이 넘겨지는 소리가 아니라 요란스러운 소리만이 희수의 귓가를 맴돈다.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군인들의 행군 소리였다. 국모가 일본놈들에게 죽임을 당한 이후 조선은 크게 달라졌다.

 "참... 나라가 어찌 될런지..."

 하지만 이내 희수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내가 누구를 걱정하는 거야?"

 지금 당장 희수가 걱정해야 할 것은 군인도, 조선도 아닌 근미래의 저 자신이었다.

 "너의 혼사감을 내 찾고 있으니 걱정 말거라."

 며칠 전 아버지의 말씀이었다. 사실 걱정은 커녕, 희수는 마을의 또래 여자 아이들보다 자신의 혼사가 늦춰지는 걸 내심 기뻐하고 있었다. 마음에도 없는 혼인을 올리고 누군가의 부인, 어머니가 되어 평생을 살아간다는 게 상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아시면 크게 꾸지람을 들을 생각이었다.

 이때 희수를 부르는 누군가의 목소리.

 "윤희수!"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유선의 쾌활한 목소리였다. 근심에 빠져있던 희수가 유선을 보고 미소지었다.

 "어찌 여기까지 올라왔어?"

 희수의 물음에 유선이 머쓱해한다. 그러자 희수도 무언가 짐작이 간다는 표정으로 유선에게 물었다.

 "어머니께 또 혼이 난 것이야?"

 그러자 유선이 민망해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아이! 어머니가 창들을 꺼내 모두 닦아놓으라고 했는데 내가 또 깜빡했지 뭐니?"

 유선은 마을의 새끼 무당이었다. 어릴 적 신병을 심하게 앓은 유선을 마을 무당이 신딸로 삼았다. 어디서 이것 저것을 주워 들은 또래 아이들이 유선을 놀림거리로 삼았을 때 유선의 동무가 되어주던 게 희수였다.

 "그래서 도망 온 것이구나?"

 유선을 놀리는 희수의 밝은 얼굴 속 보이는 깊은 수심에 유선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무슨... 일이 있는 거지?"

 유선을 속이기는 어려웠다. 유선은 희수를 가장 오랫동안, 가까이서 봐온, 유일한 동무였으니까.

 "오늘이야. 아버지께서 내 지아비를 데려오신다는 날이..."

 오고야 만 것이다. 가족에게 티는 내지 않았지만 유선에게는 이따금씩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던 희수였다.

 "난 혼인이 싫어, 유선아."

 희수가 그렇게도 두려워하던,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그 날이 오고야 만 것이었다.

 유선의 어두운 얼굴을 보자 희수는 애써 밝은 얼굴로 일어서 푸른빛의 치마에 묻은 흙을 털었다.

 "이제 내려가자. 시간이 얼추 된 듯 싶다."

 희수를 따라 유선도 일어섰다. 오늘따라 동산에서 희수의 집까지 닿는 길이 어찌나 짧게 느껴지는지 야속할 따름이었다.

 "곧 보자!"

 인사를 전하는 희수의 얼굴이 어딘가 슬퍼보여 유선은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유선이 희수의 손을 급하게 잡는다.

 "희수야, 내가 네 점을 본 적이 있어."

 의아한 표정의 희수가 물었다.

 "내 그리 점 한번 봐달라고 했을 때도 모른 척 하더니 무슨 일이야?"

 "아직 뭣도 없는 몸이라 점을 봐줄 수도 없었어. 이번에 보니 너는 평생을 무병장수, 부귀영화한단다!"

 "그래? 그것 참 다행이구나! 어찌 되었든 잘 살긴 한다는 말이지?"

 유선의 말을 들은 희수의 얼굴이 조금은 밝아졌다.

 "그럼. 내 점이 아니더라도 이미 한양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가 너의 아버지인데 어찌 네가 못 살 수 있단 말이냐?"

 "또 그 소리니?"

 역시 유선이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희수를 웃게 해주는 동무. 희수가 유선에 손을 꼭 잡는다.

 "고마워. 유선아."

 희수가 저 멀리 사라지자 그제서야 유선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내게 가장 먼저 무언가 보인 사람이 너였어."

 유선이 처음 희수를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희수를 보면 보이는 것이 있었다.

 "흑흑"

 울음 소리가 새어나갈까 입을 양손을 틀어막고 어둠 속에서 서러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중년의 여인, 그게 바로 유선이 본 미래의 희수였다.

 "어찌 내 눈에 이런 게 보이는 것이냐, 희수야?"

 하지만 유선은 이렇게 거짓말을 해서라도 희수에게 힘이 되고 싶었다. 자꾸만 되내이면 정말 그리 되지 않을까라는,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희망으로.

 

 잠시 뒤, 희수의 본가.

 희수가 앞마당에 들어서자 초조함에 이리저리 거니는 아버지가 눈에 보인다.

 "아버님!"

 아버지가 반색하여 희수에게 다가온다.

 "내 오늘은 어디 나가지 말고 머물라 하지 않았느냐? 네 지아비될 사람이 벌써 와 있단 말이다."

 "예?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분명 시간이 안 되었는데..."

 "어찌 되었든 지금 사돈께서 사랑채에 와 계시다."

 급히 사랑채로 향하던 아버지가 불안한 표정으로 희수의 손을 잡았다.

 "희수야, 네가 혼인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것을 내 알고 있다."

 당황한 희수

 "아, 아버지! 그건..."

 "하지만 오늘은 네 본분을 기억해야 한다. 너는 이 집안의 장녀이니 말이다."

 간절한 아버지의 얼굴에 희수가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어차피 해야 할 혼인이다.'

 누마루에 오르자 양장을 입은 두 사내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옆에 앉아있는 또 한 명의 사내.

 '뭐 저리 사람이 많지?'

 그때 아버지가 말했다.

 "아이고,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사돈."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사내가 통역을 하기 시작한다. 일본어다.

 '이게 뭐지?'

 혼란스러운 희수. 지아비 될 사람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런 희수는 마치 없는 사람처럼 자리는 화기애애했다.

 "하하. 그럼 이곳에서 치르는 혼례는 최대한 빠른 시일에..."

 희수의 귀에는 웅웅거리는 소리만이 들렸다. 점차 머리가 아파왔다.

 희수가 벌떡 일어섰다.

 "저는 두통이 있어 이만 들어가보겠습니다."

 당황한 아버지가 더듬거리며 말한다.

 "희, 희수야. 좀 참아보거라."

 희수가 화를 억누르며 아버지를 바라봤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요, 아버님."

 희수의 목소리가 부들거렸다. 좀처럼 본 적 없는 희수의 모습에 아버지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희수가 빠른 걸음으로 사랑채를 떠났다. 언젠가 치를 혼인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건 아니었다.

 '어찌 아버님께서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그때 아버지의 다급한 목소리로 희수를 불렀다.

 "희수야! 거기 서거라!"

 그 자리에 멈춰 선 희수. 정말 참을 수가 없다.

 "일본인이라뇨, 아버님.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희수야, 내 말을 좀 들어보거라."

 "아니요, 듣고 싶지 않습니다. 한양에 저들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어찌 저를 저들에게 보내려 하십니까?"

 아버지가 희수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오며 말했다.

 "희수야, 저 분들은 그런 분이 아니다. 고귀한 귀족 가문 출신이시란 말이다. 내가 설마 너를 아무 곳에나 시집 보내겠느냐?"

 "예, 아버님. 지금 충분히 그리 보입니다."

 "생각해 보거라. 지금 이러한 시국일수록 빠르게 움직여야 하느니라. 네가 저 집안에 시집을 가면 우리 집안도 흔들리지 않고 안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저는요, 아버님. 저는 어찌 살란 말씀이십니까? 제 삶은 전혀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희수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아버지는 아무 말이 없었다. 이를 본 희수가 돌아서자 들리는 아버지의 목소리.

 "희재를 생각하거라."

 걸음을 멈추는 희수. 아버지의 목소리가 조금씩 험악해진다.

 "희재의 나이가 아직 어린데 나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네가 희재를 보호해줘야하는데 시댁이라도 강성해야 하지 않겠느냐? 이기적으로 굴지 말아라."

 희수가 아버지를 향해 돌아본다.

 "그것만이 아니지 않습니까? 아버님."

 두 사람 모두 매섭게 굳은 얼굴이다.

 "도대체 어디까지 올라가려 하십니까?"

 "...."

 "아버님 홀로 여기까지 이 집안을 일으키신 것 저도 잘 알고 있고 존경했습니다. 이 나라에서 상인 출신이 이리 출세하는 것이 좀 어렵습니까? 그걸 이루신 게 아버님 아니십니까?"

 아버지가 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다.

 "저와 희재 모두 양반처럼 태어나, 양반처럼 자랐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답이 없는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부터 아버지는 분명 어딘가 달라졌다. 늘 가족만을 생각했던 따스한 아버지는 사라지고, 차가운 머리로 이익만을 생각하는 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아버지에게 눈물이 흐르는 걸 보이기 싫어 희수가 집 밖으로 뛰쳐나간다.

 앞마당에 덩그라니 남아있는 아버지.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니다, 희수야. 나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것이다. 양반 그 이상의 자리로 말이다."

 

 집에서 멀어지도록 한참을 걷고 또 걷는 희수.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이를 가라앉히기 위해 희수가 선택한 습관이다. 다리가 욱씬거리지만 차라리 그게 나은 듯싶다. 몸이 아프면 마음이라도 덜 아플까 하지만 애석하게도 쓰린 마음은 걸을수록, 생각할수록 더욱 아리다.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이건 아니다. 혼인을 한다고 해도 저 사람과는 아니었다. 어찌 일본인과 평생을 산단 말인가? 아니 말도 통하지 않는데?

 하지만 아버지의 말도 계속해서 생각 난다. 다른 말은 다 필요 없었다. 하지만 희재에 관한 아버지의 말은 희수에게도 그럴듯하게 다가왔다.

 "내가 희재를 지킬 수 있다면..."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희재를 키운 건 희수였다. 아버지가 붙여주신 유모가 있지만 그럼에도 희수는 늘 마음이 쓰여 낮이나 밤이나 희재 곁을 지켰다.

 "내가 강해지면 희재가 클 때까지 아버지에게서 희재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

 그때 가까운 곳에서 아이가 우는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으아앙, 엄마… 엄마..."

 "이게 무슨 소리지?"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희수.

 "이러지 마십시오. 놓으란 말입니다!"

 일본군 둘이 여인과 여인의 아이를 둘러싸 위협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현아! 너는 얼른 몸을 피하거라! 얼른!”

 “싫어요!”

 아이가 시끄럽게 울자, 일본군 하나가 아이를 거칠게 밀쳤다.

 “조그만 게 아주 거추장스럽게 시끄럽군. 네 요란한 입을 영원히 못 놀리게 해줄까?”

 일본군이 아이에게 다가가자 여인이 일본군의 다리에 매달렸다. 그러자 다른 일본군이 여인을 세게 걷어찼다. 이를 본 아이가 더욱 세게 울었다.

 “이년 봐라...”

 일본군이 여인을 보고 잔인하게 웃었다. 저들이 뭐라고 하는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두 모자를 모욕하고 있다는 건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저런 천인공노할...”

 분노한 희수의 몸이 떨렸다. 일본군이 여인의 머리카락을 난폭하게 움켜잡자 더 참지 못한 희수가 다가갔다.

 "거기! 멈추지 못하겠는가!"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이후입니다. '경성몽중록: 당신을 위하여'를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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