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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드라큘라와의 조우
작가 : 명별
작품등록일 : 2022.1.23

드라큘라로 상징되는 현시대에 굴복해 가는 인간군상들을 그려나 볼까나 ㅋㅋ

 
명함이라도 받아둘 걸 2부
작성일 : 22-01-24 07:26     조회 : 172     추천 : 0     분량 : 5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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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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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모르게 외치듯 큰소리로 말하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의외로 그는 너무나도 평범하게 생겼다. 어디서나 마주칠 법한 그 얼굴에 별 다른 감흥이 일지 않았다. 그러나 잠시 뒤 그가 드라큘라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스치자, 오히려 그 평범함에 나는 몸서리 쳐지게 놀라게 되었다.

  나는 놀란 마음으로 그를 다시 바라봤다.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서 예사롭지 않은 살기가 느껴졌다. 어쩌면 그의 말을 거역했다가는 이대로 살해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드라큘라가 아니라 치더라도 남의 집에 무단침입에 이렇게 당당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필시 범상치 않은 인물인 것만은 틀림없었다. 드라큘라가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온몸에 또 다시 소름이 끼쳤다. 드라큘라가 계약을 강제하지 않았지만,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으면 그가 나를 필연적으로 죽일 것만 같았다. 나는 그날 계약서에 서명을 하였다.

 

  인터폰소리가 들린다. 유리가 왔다. 뜯다만 스트레쳐블 폰 박스를 감춰놓고 유리에게 현관문을 열어줬다. 아직 유리에게 드라큘라에 대한 말을 꺼내지 않았다. 굳이 그녀에게 드라큘라를 숨기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내게는 비밀유지의무도 있지만, 어차피 드라큘라가 생리주기처럼 찾아온다는 말을 하더라도 그녀는 믿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단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뿐이다. 말할 수 없는 것들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니까. 유리는 회원들 때문에 힘들었다며 냉장고에서 사과를 꺼내 먹는다. 유리는 대학 때 만난 두 살 연상의 여자 친구다. 그녀는 서양미술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동네 헬스장에서 요가를 가르치고 있다.

  학교를 졸업할 무렵 유리는 나에게 헤어지자고 통보하고 인도로 훌쩍 떠나버렸다. 그야말로 아무런 예고도 없었다. 너무나 갑작스런 통보에 나는 어리둥절했다. 유리의 ‘헤어지자’는 말은 나에게 폭력적으로 다가왔다. 유리에게 나란 인간은 쓸모없게 된 물건이 되어버려 반품 처리당하는 것 같았다. 나는 유리에게서 배신감을 느꼈다. 그러나 한편으로 자신의 필요에 따라 손쉽게 관계를 정리할 줄 아는 그녀의 능력이 부럽기도 했다. 나는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유리가 인도에 있는 동안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연이어 취업에 실패했다. 세손전자를 필두로 돈워리 은행, 꼼지락 보험, 부러워 상사, 기찬타 물산, (주) 구원에 지원했지만 연신 낙방하였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취업을 위해 나름 노력하였지만, 경쟁자들과 비교하기에 나의 스펙은 한참이나 모자라 보였다. 초조한 심정으로 100여 군데의 기업체에 지원한 부침 속에서 간신히 나는 한 군데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간혹 ‘누구나 부러워하는 회사에 입사 하였지만 갑갑한 조직문화에 질려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세계 일주를 떠나요.’ 따위의 능력자에 관한 기사를 읽으면 하루 종일 소화가 안 되었다. 나는 유리가 떠난 뒤에도 가끔씩 그녀의 SNS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한국으로 돌아 온 사실을 알고 그녀에게 만나자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렇게 나는 유리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 시체처럼 회사에 다니며 받은 월급으로 그럭저럭 유리와의 데이트를 즐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봐요. 김 기 준 씨! 김기준 씨는 이런걸 보고서라고 제출하는 겁니까! 양심도 없어요? 이런 보고서로 무슨 피 같은 월급을 타먹겠다는 겁니까. 김기준씨 동기인 장하나씨 기획안 좀 봐 보세요! 능력이 안 되면 눈치라도 밝던가!”

 

  역시나, 시체처럼 회사에 다니며 적응하기란 힘들었다. 나에게 회사라는 곳은 드라큘라의 관 짝처럼 갑갑한 장소였다. 지금도 같은 생각이지만, 이과장의 말처럼 나는 무능했다. 내게는 구렁이 같은 언변과 유연한 태도, 당황하지 않고 책임전가를 할 줄 아는 미끄러운 말발과 상황대처능력이 없었다. 거기에 생계를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의 모욕과 수치를 감내할 수 있는 끈기와 인내와 뻔뻔함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 과장과 싸우고 사표를 제출한 이후부터 나는 원룸에서 가능한 나오지 않았다. 하루 종일 원룸 안에 틀어 박혀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를 하며 대인기피와 우울증에 시달렸다. 나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말할 수 없는 것들은 보이지 않았다. 대인기피와 우울증은 보이는 것이 아니니, 나는 아프다고 말할 수 없었다. 아프지 않은 나는 방구석에 처박혀 게임만하는 루저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나는 말할 수 없는 세계 속으로 기어들어가 말 그대로 폐인이 되어있었다.

  당연히 유리와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자존감이 나락으로 떨어진 나에게 유리 또한 위로가 되기는커녕 무기력하고, 무능하고, 게으르고, 불성실하다며 나를 비난했다. 유리와 나는 다투는 일이 잦아졌다. 유리는 또 다시 나에게 헤어지자고 했다. 다시는 나 같이 무능하고, 게으른 인간을 만날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면서. 유리와 다투고 나는 원룸으로 돌아와 냉장고에 넣어 두었던 술을 모조리 꺼내 마셔버렸다. 소주, 맥주, 막걸리, 양주. 어렴풋한 기억으로 나는 술에 취한 채 또다시 MMORPG를 했다.

  그 상태로 게임을 얼마나 했는지 모르겠지만 금방 지루함을 느꼈던 것 같다. 게임을 끄고 원룸 창 앞에 서서 담배 한 대를 피웠다. 그렇게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자니 전봇대 너머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새 몇 마리가 전깃줄에 띄엄띄엄 앉아있었고 머리 긴 여자애가 훌라후프를 공중으로 던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이상하게도 속이 텅 비어오는 것 같은 허전함이 느껴졌다. 노랗게 물들어가다 점점 검어지는 풍경이 꼭 유리와 함께 보았던 키리코의 ‘거리의 신비와 우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유리는 키리코의 그림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순간 헛구역질이 솟구쳤다. 목젖에서부터 입 밖으로 모래알갱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3층 창문에서 다급하게 고개를 숙이고 1층 바닥으로 연신 모래알을 토해냈다.

  한참을 토하고 있자니 얼굴 밑까지 모래언덕이 쌓여 올라왔다. 저 많은 모래알갱이가 내 몸에서 나왔다니 믿겨지지 않았다. 그 때 파라솔을 든 초록색 새끼 거북이 한 마리가 뜬금없이 내 혓바닥을 타고 모래언덕 위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거북이는 모래언덕 꼭대기에 파라솔을 꽂고 그늘 안으로 팔베개를 하고 누웠다. 무척 유쾌해 보이는 거북이는 휴식을 취하겠으니 방해하지 말라는 듯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맥주병에 빨대를 꽂고 빨았다. 유쾌함과 비장함의 낙차 사이에서 초록거북이는 미친 것처럼 보였다. 현실이었다. 내가 하는 게임 중에 귀여운 동물 캐릭터가 나오는 게임은 없으니 게임중독은 더더욱 아니었다.

 

  눈을 떠보니 드라큘라가 나를 내려 보고 있었다. 숨이 막혔다. 죽음에 가까운 그의 웃음을 보니 나는 살고 싶어졌다.

 

  드라큘라와의 계약은 일종의 고용계약이었다. 대략적인 계약내용은 28일 주기로 드라큘라에게 혈액을 제공해야하고, 드라큘라는 그 대가로 내가 청구한 물품을 지급하는 것이었다. 물론 상호협의 하에 계약 내용을 변경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조항이 드라큘라에게 유리하거나, 아니면 아리송한 문구로 작성되어 있었다. 계약서의 ‘을’란에 이름을 적고 서명을 하자 드라큘라는 나에게 45도 각도로 목을 기울이라고 했다. 드라큘라는 양끝이 갈라진 혀로 나의 목을 핥고 경동맥에 자신의 송곳니를 꽂아 넣었다. 드라큘라에게 피를 빨리는 동안 두려우면서도, 알 수 없는 안도감에 젖어들었다. 뭐랄까, 통장에 잔고는 다 떨어져 가는데 때마침 적당한 회사에 취직한 느낌? 나의 피를 탐닉하던 드라큘라는 계약사항을 준수하라 주의를 주며 28일 후에 보자고 했다.

 

  첫 번째 흡혈로 그에게서 유명 프랜차이즈의 외식 상품권과 CGV 영화 관람권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소박한 대가였다. 일주일 동안 나는 내게 벌어진 일에 대해 고민을 했다. 그리고 유리랑 싸운 것을 떠올렸다.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예상대로 나는 이미 차단된 상태였다. 외식 상품권과 영화 관람권을 들고 곧장 유리가 일하는 헬스장으로 갔다. 갓길에 차를 대고 유리가 나올 때까지 차안에서 기다렸다. 날씬한 몸매의 유리가 강습을 마치고 나왔다. 창문을 내리고 유리에게 손 인사를 건넸다. 유리와 눈이 마주쳤지만 그녀는 나를 못 본 척 가던 길로 계속 걸어갔다. 차에서 내려 유리에게 달려갔다. 유리를 붙잡고 근처 커피전문점에 들어가 잠시 얘기 좀 하자고 했다. 유리는 차가운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마지못하겠다는 듯 따라나섰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나는 유리에게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했다. 그 동안 무기력하고, 무능하고, 불성실했던 나에 대해서 처절하게 반성했다면서. 유리는 나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나는 유리에게 그 사이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유리의 눈빛이 반짝였다.

 

 “잘 모를 거야. ‘브람 스토커’라는 투자회사인데, 본사는 루마니아에 있어.”

 

  그날 드라큘라가 준 외식 상품권으로 유리와 맛있게 식사를 하고, 거짓말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영화를 보고도 시간이 조금남아 근처 모텔에서 유리와 오랜만의 섹스를 즐겼다. 유리를 집에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맷조의 잇츠 유어스’를 들었다. 유리와의 섹스처럼 실로 오랜만에 듣는 음악이었다.

  유리네 집에서 나의 원룸까지 가는 길에는 두 가지 방향의 코스가 있었다. 송파대로 쪽으로 차를 몰았다. 핸들을 돌리고, 엑셀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밝고, 기분이 좋아져, 리듬을 타고, 노래의 악보 속으로 들어가 운전하는 것 같았다. 도로는 오선지가 되었고, 핸들과 엑셀과 브레이크는 음표가 되었다. 다시, 도로를 따라 핸들을 돌리고, 엑셀과 브레이크를 밟고, 잠시 신호 중 대기.

  유리네 집에서 나의 원룸까지 운전하는 동안 지금 이 동작을 수십 번은 반복했을 터였다. 어쩌면 내가 운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도로의 신호와 자동차의 조향장치, 가속·제어장치가 내게 운전하는 동작을 지시하는 것 같았다. 자율주행 자동차로 바꾸면 나는 운전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자동차를 주차하고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의 단추를 눌렀다.

 

  드라큘라와 계약을 맺은 후 유리와의 사이도 예전처럼 회복 되었고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갔다. 드라큘라에게 받은 명품 원피스와 핸드백을 유리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동안 갖고 싶었던 개놈 미러리스 카메라, 재미지네 4D게임기, 히미해 고해상도 천체망원경 모두 드라큘라에게 받았다.

  따지고 보면 그와 나의 관계는 선순환 구조였다. 그의 흡혈로 인해 나는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식단을 조절했으며, 맑은 피를 위한 약을 먹게 되었다. 물론 계약으로 강제된 부분이기는 하지만, 주변에서는 이런 나를 보고 외국계 기업에 취직을 하더니 예전과 다르게 자기관리를 잘한다고 칭찬들을 하였다. 나 또한 그들의 칭찬이 흐뭇했다.

 
작가의 말
 

 작가의 맣른 아직 못 달려용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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