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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흡혈 퇴마사
작가 : 제이드Q
작품등록일 : 2022.1.2

빙하 속 바이러스, 우주로 부터 날아든 괴물질에 의해 초토화된 지구.
흡혈귀 출신 파로크는 지구 정화를 위해 인간으로 환생한다.
숨어 있는 사악한 영혼들을 퇴마하는 임무를 맡고 내려온 파로크의 앞날은..

 
지원군 2
작성일 : 22-01-22 17:01     조회 : 182     추천 : 0     분량 : 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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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시무룩한 얼굴로 파파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저만치 앞쪽에 주택 하나가 보였다.

 

 그나마 주위에 널려있는 크고 작은 건물보단 멀쩡해 보이는 곳이었다.

 

 파파의 안색이 밝아졌다.

 

 저기!

 

 -헥헥

 

 속도를 올렸다.

 

 ***

 

 한쪽 눈을 치켜떴다.

 

 얼핏 사람이 아닌 짐승의 그것처럼 보이기까지 한 적갈색 눈동자 속으로 들어온 천장.

 

 이내 깜박 잠이 들었다는 걸 알아차리며 즉각 몸을 일으켰다.

 

 잠들어 있는 사이 누군가 온몸을 짓뭉개 버린 것처럼 삭신이 쑤셨다.

 

 그럴 만도 했다. 제대로 된 식사는커녕 냅다 술만 처마셨으니까. 게다가 밖에 나가 비까지 맞고 말았다.

 

 눈동자가 침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다물고 있던 내 입이 쩍 벌어졌다.

 

 아직까지 잠에 빠져 있는 에오.

 

 ‘잠자는 공주도 아니고.’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니다. 잠버릇이 험한지 그녀의 이불은 한쪽으로 완전히 젖혀 있었고, 위로 말려 올라간 잠옷 사이로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그녀 곁으로 다가가 이불을 덮어주었다.

 

 순간 눈을 뜰까 봐 긴장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쓸데없이 오지랖이 넓은 놈이라고 중얼거리면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콕콕

 

 조금 전, 잠결에 들었던 소리.

 

 뭐지? 새소리 인 것 같기도 하고.

 

 물이 튄 거실 가장자리로 빙 돌아 창문을 살폈다. 비는 그쳤고, 어두컴컴한 하늘이 엿보였다.

 

 대충 어림잡아 보 건데. 해가 뜨려면 한두 시간 정도는 더 있어야 될 것 같다.

 

 잘못 들었나, 생각하며 주방으로 가려던 참이었다.

 

 -콕콕!

 

 “파파!”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망설임 없이 현관 앞으로 다가갔다. 솔직히 밖에 누가 있을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개 박살 난 지구에 생존자가 있다는 것도 믿을 수 없었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새벽에 한가하게 남의 집 문이나 두드리는 짓을 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보이지 않는 무수한 혼령과 악령들이 생존자들을 가만히 내버려 둘리도 없었고.

 

 손을 뻗어 문을 잡아당겨 열었다.

 

 차가운 공기가 훅, 얼굴을 덮쳤다.

 

 어두컴컴한 밖, 뚱뚱한 새 한 마리가 공중에 떠 있었다.

 

 “......?”

 

 생각지도 못한 생명체의 등장에 살짝 벙쪘지만.

 

 “웬 새냐.”

 

 “파파!”

 

 반갑다는 듯 살찐 새가 안으로 기어들어 오려 했다. 재빨리 앞을 막아섰다.

 

 “파파?”

 

 왜 그러냐는 눈빛으로 날 보는 동그란 눈동자.

 

 새라기보단 둥근 털 뭉치에 분홍 깃털을 가져다 붙여놓은 것 같은 몰골로 날 쳐다보는 저 녀석이 반가 울 리 없었다.

 

 아군인지 적인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말이 통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지금 시간은 아직 해가 뜨기 전이니까. 분명 예의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머리 텅텅 빈 녀석일 테고.

 

 “훠이훠이.”

 

 손을 들어 허공을 휘저었다.

 

 녀석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다시금 파파, 하고 외친다.

 

 더는 못 봐주겠다고 판단했다. 전쟁과 전염병, 그리고 타락영혼들이 우글거리는 마당에 순수하고 깨끗한 생명체가 아직까지 숨이 붙어 있을 리 만무했다.

 

 진즉에 빙의 되어 죽었을 테니까.

 

 “저리 가. 저리 가라니까.”

 

 다시금 손을 휘휘 내저으며 문을 닫으려 했다.

 

 “규규규!”

 

 “아이 깜짝이야!”

 

 눈살을 찌푸렸다.

 

 “저리가 임마! 확! 치킨 만들어 버리기 전에!”

 

 “파파파.”

 

 “할 줄 아는 말이 그것밖에 없어? 파파가 뭐야, 파파가.”

 

 “규규!”

 

 “그것도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못 알아 듣겠어.”

 

 “.......”

 

 뚱뚱하고 둥그런 분홍 소세지 같은 새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잔뜩 풀 죽은 얼굴, 손톱보다 작은 눈구멍이 흔들렸다.

 

 불길했다. 꼭두새벽부터 남의 집 문을 두드리는 것도 그렇고. 노란 부리 사이로 내뱉는 이상한 말도 그렇고. 말이 아니리 그냥 아무 뜻 없는 울음소리인가.

 

 멀뚱히 녀석을 쳐다봤다.

 

 분명 솜 뭉치야. 쿠션 따위가 변신한 건가? 바이러스에 변이된 거 치곤 너무 허접해 보이는데.

 

 쓸데없는 잡생각들이 빠르게 머릿속을 휩쓸었고, 그러는 동안 난 완전히 잠이 깨어 버렸다. 본의 아니게 새벽 공기를 듬뿍 마셔서 상쾌하기 까지했다.

 

 눈앞에 버티고 있는 이 망할 살찐 새만 아니라면 그럭저럭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하며 모닝 커피 마시기 딱 좋았을 시간인데.

 

 “파파...”

 

 이젠 애원조로 내게 매달린다.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순순히 뒤돌아 가버리진 않을 거라 판단했다.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눈동자를 또르르 굴리곤 있지만, 고집이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랬었다면 진즉에 달아났겠지.

 

 “파파? 그게 네 이름이야?”

 

 “파파파!”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양 볼이 불룩 튀어나오자 손가락으로 꾹 눌러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그래, 알았다. 파파. 근데 나 지금 바쁘거든? 담에 와주라. 알았지?”

 

 이번엔 조금 더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녀석이 살짝 웃는다. 여전히 파파, 라는 말을 내뱉으면서.

 

 

 ***

 

 

 눈이 부실만큼 새하얀 빛살이 에오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곧장 응축되어 빠른 속도로 적을 향해 나아갔다.

 

 상대는 강력한 마왕 군단. 그 수가 셀 수없이 많았다.

 

 그녀 곁엔 7명의 천사들이 있을 뿐. 모두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절대 물러설 수 없었다.

 

 승리하면 빛의 군단이 되어 전 우주를 뒤덮은 악을 제거할 수 있지만, 실패하면 바로 소멸이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겁을 집어먹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신성한 빛을 머금고 악에 맞서 싸우는 천사들은 이미 죽음도, 소멸도 각오하고 있었다.

 

 -피슈슈슉!

 

 에오의 손을 떠난 기다란 창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머리에 달린 뿔. 검푸른 얼굴 위에 박힌 시뻘건 눈동자. 털이 숭숭 박힌 몸에 두른 단단한 갑옷 사이로 빛이 스며들자 괴로운 듯 적들이 사납게 그르렁거렸다.

 

 신성한 빛을 품은 길고 묵직한 창이 적의 심장을 관통했다.

 

 -끄아아악!

 

 마왕의 몸통이 산산조각났다.

 

 -파파박!

 

 병사들의 머리 위로 빛이 스며들자 공포와 두려움에 질려 비명을 내질렀다.

 

 ‘악에 맞서는 자여! 그대의 용기와 의지는 전 우주를 지키는 힘이 될 것이며...

 

 하늘이 갈라지고 땅이 진동했다.

 

 -쿠쿠쿠쿵!

 

 에오와 맞서선 마왕 군단은 빠르게 소멸되었다.

 

 한쪽 날개가 찢겨 나간 채 피를 토하던 그녀의 눈동자 속으로 푸른 하늘과 물기를 머금은 초록색 초원이 드러났다.

 

 

 그녀가 천천히 눈을 떴다.

 

 꿈이었다.

 

 꿈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그것. 그녀의 전생이었다.

 

 “나 엄청 용감했었구나.”

 

 아름다운 보랏빛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전생 기억은 매우 희미했다.

 

 그저 악을 물리치기 위한 전투, 그녀만의 공간에 머물러 있을 땐 주로 날개를 다듬는 일이나 몸을 가꾸거나, 힘겨워하는 인간들을 돕기 위해 애썼다는 것.

 

 대충 그 정도로만 알고 있던 참이다.

 

 그러나 방금 본 꿈속의 장면은 너무 생생했고, 강렬했다.

 

 몇 번 눈을 깜박이던 에오가 웃었다.

 

 “나 대단한 천사였네.”

 

 그녀가 몸을 일으켰다. 이불을 젖히고 나서 침대 아래로 빠져나왔다.

 

 두 팔을 위로 쭈욱 펴며 기지개를 켰다.

 

 “너무 오래 잤나?”

 

 커튼이 드리워져 있는 창밖을 응시했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었다.

 

 퉁퉁 부은 얼굴, 잔뜩 헝클어진 채 어깨 위로 흘러내린 검은 머리칼, 구겨진 흰 잠옷.

 

 “근데... 어디갔지?”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던 에오는 그제 서야 초보퇴마사를 찾았다.

 

 뒤를 이어, 어젯밤 땅을 찢을 듯 울리던 천둥소리에 겁을 집어먹고 비명을 지르던 일이 떠올랐다.

 

 그녀가 얼굴을 찌푸렸다.

 

 ‘악마한테도 쫄지 않았는데. 내가 어쩌다가..’

 

 쇠처럼 단단한 가슴, 잡아먹을 듯 사나워 보이는 적갈색 눈동자가 떠올랐다.

 

 파로크의 모습이었다.

 

 얼굴이 화끈거리려는 찰나 그녀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만, 그만!”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초보퇴마사가 잘생기긴 했다. 물론 천사들보단 아니지만.

 

 ‘매력적이잖아?’

 

 다시금 그 말이 떠올랐고, 계속 그녀를 괴롭혔다.

 

 머리를 쥐어뜯던 손을 내렸다.

 

 그녀는 이내 깨달았다. 아무리 자신의 마음을 부정해도 소용없다는 걸.

 

 “으, 정말.”

 

 한차례 주먹을 움켜쥐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녀는 해야 할 일을 떠올렸다. 아주 열심히, 매우 치열하게 맡은 임무를 머릿속에 꽉 들어차게 만들었다.

 

 “정신 차리자.”

 

 중얼거린 그녀가 옷장 문을 열고, 그 안에서 큼지막한 후드티 하나를 꺼내 들어 몸에 걸쳤다. 마음에 드는 옷이 없긴 했지만, 계속 잠옷 입은 꼴을 보여줄 순 없었다.

 

 이런 데서 어떻게 주어진 임무를 마쳐야 할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어질거렸다.

 

 입술을 앙다물었다. 쓸데없는 긴장감은 풀어버리자고 다짐하며 밖으로 나갔다.

 

 현관 앞에 서 있는 파로크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에오의 눈동자는 초보퇴마사가 아닌, 그 앞쪽에 서 있는 털뭉치처럼 둥그런 몸집에 분홍빛을 뽐내고 있는 존재를 향해 있었다.

 

 화들짝 놀란 그녀.

 

 “너....”

 

 입술이 달싹였고, 에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파파?”

 

 살찐 새가 시선을 움직였다.

 

 -파닥파닥!

 

 공중에 둥둥 떠 있던 파파는 잽싸게 안쪽으로 움직여 에오를 향해 날아갔다.

 

 뚱뚱한 것 치곤 행동이 매우 빨랐다.

 

 “야, 너 어디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파파가 에오의 품에 안겼다.

 

 “꺄악! 반가워! 파파!”

 

 “파파파파파파!”

 

 에오와 파파는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쟤네들 서로 아는 사이였어?’

 

 찬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현관 앞에 서 있던 나는 그들 사이에 끼지 못했다.

 

 에오와 파파를 응시하면서.

 

 그들이 매우 가깝고 오래된 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는 파파를 꽉 끌어안고 머리에 입을 맞췄다. 환한 얼굴로 미소짓는 에오의 모습은 매우 기뻐 보였고, 파파란 녀석 또한 반가움에 거의 실신할 만큼 몸을 떨고 있었다.

 

 “크흠.”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던 내 다리에 쥐가 날 때쯤.

 

 에오가 팔을 풀었다.

 

 살찐 새가 허공을 붕붕 날아다녔다.

 

 “파파파!”

 

 “그렇게 좋아?”

 

 “규규규!”

 

 “네가 죽었는지 알고 너무 슬펐어.”

 

 “파파..”

 

 멍하니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갑자기 내가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에오가 저렇게 환한 표정을 지은 적이 있었던가?’

 

 그나저나 갑자기 웬 새람.

 

 윗대가리 녀석이 날 위해 보냈을 리는 없고.

 

 몸을 움직여 현관문을 닫았다.

 

 문소리가 났지만 아무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가버려도 모르겠군.’

 

 근데 뭔가 이상했다.

 

 둘이 친하다는 걸 알겠는데.

 

 저 녀석 말을 어떻게 알아듣는 거야?

 

 에오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쉴새 없이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렇구나. 나도 ... 죽을 뻔... 맞아. 그 망할 새... 죽치고 여기서... 초보... 형편 없어.. 죽을 맛이야...”

 

 그녀가 내 쪽을 슬쩍 쳐다보았다.

 

 떨떠름한 이 기분은 뭘까.

 

 십중팔구는 내 욕을 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파파.”

 

 저놈의 파파. 대체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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