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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멸망하는 세계에서 벗어나는 방법
작가 : 해디타
작품등록일 : 2022.1.15

“그러면, 어쨌다는 거지?”

기가 찬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고의 흐름을 끊는듯한 소리에 번쩍 눈이 뜨였다.
눈을 뜨고 처음 마주친 건, 자신을 향해 검을 겨누던 그 남자의 얼굴이었다.

“누, 누구세요?”

당황함에 제 위에 놓인 천조각을 부여잡고 벌떡 일어나 몸을 물렸다.

“누구냐니, 내가 묻고 싶은 말이군.”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남자가 입을 열었다.

“갑자기 나타나, 갑자기 쓰러지고, 갑자기 일어나더니 내게 누구냐고 묻나?”

냉랭한 말투에 이제 막 일어난 머리에 피가 돌았다. 눈을 껌뻑이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천천히 반추해본다.

.
.
.
세계구급 순장에 저항하는 성녀 노아의 이야기입니다.

 
#4. 이동
작성일 : 22-01-19 13:50     조회 : 156     추천 : 0     분량 : 5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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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좋아요. 그럼, 안내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가시죠.”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어 에스코트하는 케인을 보고 노아는 속으로 짧게 감탄했다. 이 세계의 예법일까? 손동작과 스텝 하나하나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저도 모르게 조금 쑥스러워져 고개를 숙였다. 한층 가까워진 거리에서 속삭이는 듯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발밑을 조심하십시오.”

 “―앗!”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발이 돌부리에 걸렸다. 몸이 휘청이고 시야가 빙글 도는 순간 케인이 다급하게 몸을 받쳤다.

 

 “죄, 죄송해요.”

 “아닙니다. 숲은 아무래도 장애물이 많아서, 신전에서 나온 일이 별로 없으시다면 충분히 힘드실 수 있습니다.”

 

 케인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아마도 급하게 도망치느라 해졌을 신발과 여기저기 부딪힌 흔적이 남은 발이 보였다. 입을 다문 그가 고민하다가는 다시 입을 열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네, 네? 꺅―!”

 

 발이 허공에 뜨는 느낌에 노아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단단한 팔에 안겨 넓은 가슴에 기댄 채로 남자의 목에 팔을 둘렀다. 이, 이게 바로 그 말로만 듣던 공주님 안기?!

 

 “불편해도 조금만 참아주세요.”

 “으, 네!”

 

 불안함에 남자의 목을 꼬옥 안았다. 발이 공기 중에 노출되자, 그제야 얼얼하고 쓰린 느낌이 전해져왔다. 자신도 모르고 있던 부분까지 눈치채주다니. 새삼 그의 배려에 감사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길이었다.

 그런데―.

 

 ‘말을 타야 한다고는 얘기 안 했잖아!’

 

 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노아는 생각했다.

 

 “괜찮으십니까?”

 

 걱정스레 이쪽의 상태를 묻는 남자의 말에도 간신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케인도 그런 그녀를 눈치챘는지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승마에 익숙하지 않으시지요. 되도록 흔들림을 줄이려고 하고는 있습니다만…….”

 

 케인으로서는 최선을 다한 결과일 것이다. 다만 노아로서는 정말 난생처음으로 말을 타는 경험이었던 터라 무섭고, 아프고, 어색했다.

 

 “어, 어떻게든 해볼게요.”

 “……그럼, 좀 더 몸에 힘을 빼보십시오.”

 

 케인의 앞에 앉은 노아는 말의 고삐를 잡은 그의 팔 안에 기대어 조언대로 최대한 힘을 빼보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하아…….’

 

 타는 듯한 땡볕 아래 익숙하지 않은 자세로 말을 타고 이동하자니 영 죽을 맛이었다. 긴장한 몸 여기저기서 땀이 흘러내렸다.

 그런 그녀를 눈치챈 것인지, 케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잠시, 쉬었다 갑시다.”

 

 이미 한참 전에 말라버린 숲에서는 나무 그늘 같은 건 기대할 수 없었다. 생기를 잃은 나무에 노아를 살짝 기댄 뒤, 케인은 제가 가진 손수건에 수통의 물을 살짝 적셨다.

 

 “여기, 잠깐 머리를 식히시지요.”

 “감사합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원망스러운 날씨에 그늘막이 되어주는 촉촉한 수건은 그야말로 신의 은혜와도 같았다.

 

 ‘분명, 저 수통의 물도 귀한 것일 텐데.’

 

 적인지 아닌지도 몰랐을 자신에게 먼저 물을 먹이고, 지금은 탈진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사람. 노아는 케인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꼈다.

 

 ‘……좋은 향기.’

 

 제 머리를 가린 천에 살짝 표정을 숨기며 노아는 작게 숨을 들이쉬었다. 옅은 하늘색의 손수건에서는 조금 무겁지만 시원한 향기가 났다.

 

 ‘저 사람 답네.’

 

 처음 본 사람인 데다 첫인상도 좋진 않았지만 적어도 케인이 자신을 도와주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나는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7년간의 가뭄.

 바깥을 잠깐 둘러본 것만으로도 얼추 짐작되는 황폐함. 그 가운데 그가 가지고 있었을 수통의 물이 여기에서는 정말 생명수와 같은 것임을 노아는 알았다.

 

 생판 모르는 남에게, 그것도 제대로 말도 나눠본 일 없는 사람에게 귀한 물을 선뜻 나누어 줄 수 있었을까. 먹는 것뿐 아니라, 열을 식히는 데도…….

 

 ‘좋은 사람이야…….’

 

 기분 좋은 향과 서늘함에 둘러싸여, 노아는 깜빡 잠이 들었다.

 

 

 .

 .

 .

 

 잠든 노아를 바라보는 케인의 눈이 깊어졌다. 처음 봤을 때는 신전의 추적자인 줄 알았지만, 상황을 파악하고 다시 바라본 그녀의 모습은 도리어 도망자의 모습이었다.

 

 ‘……알베르를 닮았어.’

 

 이 세계에서 신성력이란 비단결 같은 은발과 붉은 눈으로 상징되곤 했다. 초대 제국 미스도라의 성녀, 니르샤가 그러했고, 그녀의 뒤를 이어 신성력을 발휘하던 역대 성녀와 성자들이 그러했듯이.

 

 본디 신의 축복을 받았음을 나타내는 은발과 적안은 지금에 와선 조금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곤 했다.

 

 착취.

 그것이 신전에 팔려가서인지, 아니면 어둠의 세계에서의 착취인지.

 

 물의 신 리트라의 분노로 이 나라에 비가 내리지 않은 지 7년이었다. 신성력을 발휘해 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신의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신전에서 소집하거나, 혹은 어둠의 루트로 거래되거나의 차이였다.

 

 7년간의 가뭄은 상상 이상으로 끔찍했고, 식량난에 부딪힌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라도 팔아 목숨을 부지했다.

 

 그나마 알베르는 여유 있는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신전의 눈을 피해 알베르를 조심스럽게 숨겨서 키워내었고 그건 최근까지 성공한 듯 보였다.

 

 ‘그래, 적어도 알베르가 폭주하기 전까지는.’

 

 부모님이 성도에 다녀오시던 길에 강도들의 습격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알베르는 불안정한 감정을 가누지 못하고 신성력을 폭주시키고 말았다. 본디 잠재력이 뛰어난 편이었는지 큰 파동을 일으켜버린 알베르는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고, 그 신성력을 감지한 신전에서 감사를 나온 것이다.

 

 성안의 비밀 통로를 사용해 한 번은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돌아온 것은 황제의 출군 명령이었다.

 

 신전과 궁의 유착이 의심되는 사항이었지만, 황명을 거역할 수 없어 이를 악물고 나갔다. 알베르에게 조심하길 당부해두었다. 그러나 결국 전장에 나갔다 돌아오니 동생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알베르와 함께 사용인 몇 명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케인의 주먹이 꼭 쥐어졌다.

 

 케인이 보기에, 노아는 꼭 제 동생을 닮았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렇게 쓰러져버린 그녀에게 수통의 물을 먹이고,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 준 것은.

 

 알베르가 그녀처럼 도망치다 물이 없어 쓰러졌다면, 그 앞에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있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 이 나라에서 은발 적안의 신성력 보유자는 권력을 탐하는 자들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그리고, 노아는 그 사실을 모르는 듯했다.

 

 성녀 노아.

 그녀에 관해 모르는 사람은 이 미스도라 제국 내에 없을 것이다. 일반인에게 모습은 드러내지 않지만, 신전의 발표로 그녀의 활약상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물의 신 리트라는 그녀의 아이들에게 물을 조종하는 능력과 함께 치유의 능력도 선사했다.

 

 ‘성녀 노아’는 이 나라에서 병든 자들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도저히 고칠 수 없다는 선언을 듣고도 신전에 찾아가 고침을 받고 나오는 이가 많았다. 물론, 신전에서는 쉽사리 그녀를 만나게 해주지 않았다. 많은 헌금과 고위 사제에게 찔러진 뒷돈으로 간신히 성녀를 알현할 기회를 얻곤 했다.

 

 케인 역시 그녀를 직접 만난 일은 없었다.

 

 전설처럼 내려오던 그녀를 만나게 되다니. 처음엔 믿기 어려웠다. 이 어려운 시기, 성녀를 자칭하는 자들은 종종 나타났다. 그러나 전부 가짜임이 드러났고, 신전에서는 매번 그 가짜를 넘어서는 신의 권능을 보여주곤 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물의 결정이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이 공기 속에서, 물을 만들어내는 데도 많은 신성력이 든다. 거기서 물을 다른 형태로 만들어내는 것은 고위 사제와 무녀들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아까의 그 결정은―.

 

 ‘알베르가 만들어냈던 결정보다도 섬세했어.’

 

 동생의 일이다. 신성력에 대해서는 케인도 많이 조사했다. 그래서 알베르의 잠재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만약 신전에 가게 된다면 거의 성녀에 비견될 정도라고.

 

 그런 동생 이상의 능력을 가진이라면, 자칭하는 대로 성녀로 보아도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시점에서 성녀를 자칭할 이유가 없어.’

 

 성녀의 희생으로 이 기나긴 가뭄을 끝낼 수 있다는 신탁이 내렸다는 것이 신전의 발표였다. 그녀를 향하던 존경과 흠모의 시선은 이내 다른 종류의 열망과 원망으로 바뀌었다.

 

 ‘성녀라면서! 희생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

 ‘제국민들이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신전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겁니까?’

 

 7년간의 가뭄이 제국에 남긴 상처는 크고도 커서, 사람들의 목소리는 광기와도 같았다. 그 광기를 짐작했다는 듯, 신전에서 이어 발표했다. 성녀 노아가 신에게 몸을 바쳐 이 가뭄을 끝내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만약, 자신이 아니었다면 노아는 자신이 성녀임을 밝힌 시점에서 신전으로 되돌려지게 되어있을 것이다. 그걸 솔직하게 말했다는 것이 도리어 그녀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으, 응―.”

 

 노아가 몸을 뒤척이다가는 이내 기대어 자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셨습니까.”

 

 노아가 제 머리를 가리고 있는 천에 깜짝 놀라 고개를 젓자 말라버린 손수건이 팔랑하고 떨어졌다. 그리고 케인과 눈이 마주쳤다. 깜짝 놀란 노아가 급히 사과했다.

 

 “죄, 죄송해요! 깜빡 잠이 들었나 봐요!”

 “괜찮습니다. 일부러 깨우지 않은 것이니.”

 

 잘 쉬셨습니까, 하고 말을 건네자 어느샌가 볼이 발그레해진 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슬슬 출발할까요.”

 

 갈길이 머니까요. 마지막 말은 삼키며 케인은 자신의 말에 노아를 올려 태웠다.

 

 .

 .

 .

 

 한숨 자고 난 덕분인지, 아니면 아까보다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여전히 몸 여기저기가 아프지만, 이동은 그럭저럭 버틸 만했다. 제 몸을 기댄 남자의 얼굴이나 주변 풍경을 볼 수 있을 정도로는 회복된 모양이었다.

 

 거리는 여전히 황폐하고 메말라 있었다. 숲을 나와 이동하는 와중에도 폐허가 된 마을이 몇 개 보였다.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이따금 어두운 창에서 시선이 느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노아는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한기에 몸을 살짝 움츠렸다.

 

 그때 귓가에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죄송하지만 잠시 속도를 올리겠습니다. 꼭 붙잡고 계세요.”

 “네, 네?! 꺄악!”

 

 지금까지와는 다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하는 말 위에서 노아는 정신없이 매달렸다. 오로지 떨어지지 않기 위해.

 

 그렇게 달리기 시작하는 둘의 등 뒤에서 스쳐 지나가는 화살의 존재는 케인만이 알고 있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달려 매달린 손의 감각이 없어질 때쯤, 드디어 말이 멈췄다. 노아는 반쯤 혼이 나간 상태로 케인의 도움을 받아 말에서 내렸다.

 

 “어서오십시오, 주인님.”

 “아아.”

 “그 분은?”

 “정중히 모셔라. 내 손님이니.”

 “알겠습니다.”

 

 몸이 떨어지기 전 케인이 고개를 숙이고 입을 열었다.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알베르의 일은 일단 함구해주시길. 곧 찾아뵙겠습니다.”

 

 노아는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를 보며 작게 웃은 케인이 몸을 떼었다.

 

 “그럼, 먼 여행에 지치셨을 텐데 푹 쉬시기를.”

 

 노아는 사용인의 안내를 받아 집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작가의 말
 

 

 지인분이 표지를 그려주셨습니다

 

 여캐천재지인분.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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