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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태호와 하나 이야기
작가 : 은별하
작품등록일 : 2022.1.19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하나는 짝사랑하는 영어 선생님에게 고백을 하고, 어린 제자의 고백에 가슴에 파동이 일어나는 태호. 과연 두 사람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1화>
작성일 : 22-01-19 04:08     조회 : 293     추천 : 0     분량 : 5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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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성남 여자 고등학교 상담실

 “김하나, 지금 뭐라고 했어?”

 태호는 방금 하나가 한 말이 믿기지 않아 되물었다. 상담실 책상에 천천히 앉으며, 자신 앞에 긴장하고 있는 하나를 쳐다보았다.

 30살 담임인 태호는 19살 제자인 하나의 고백으로 멘붕 상태였다.

 “선생님을 좋아한다고요.”

 “………”

 3년 동안 짝사랑한 태호였다. 오늘 졸업식이 있는 날, 드디어 고백을 하게 되었다. 오늘이 아니면 절대로 오지 않을 날이었다.

 그래서, 큰 용기를 내 고백을 했다. 하나는 고개를 들어 짙은 밤하늘 같은 그의 검은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커다란 키에 남자답게 생긴 이목구비 중에서도 하나가 제일 좋아하는 게 그의 눈이었다. 깊고, 잔잔한 그의 눈을 보고 있으면 한없이 빠져들어 우주에 붕 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의 눈빛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드디어 고백했으니 그가 어떤 말을 할지 기대되었다. 아니, 두렵기도 했다.

 “그... 말은 날 남자로 좋아한다는 거야?”

 태호는 자신이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알기 위해 하나에게 다시 물었다.

 “네, 그것도 아주 많이.”

 하나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태호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그녀에게 다가와 작은 이마를 짚었다.

 태호의 커다란 손안에 하나의 얼굴이 다 담길 정도로 그녀의 얼굴은 작았다. 188cm 의 태호와 168cm 의 하나였다.

 열은 없는데?

 태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하나의 얼굴을 살폈다. 커다란 두 손이 하나의 얼굴을 감싸고 요리조리 보자, 하나의 얼굴이 더 빨개졌다.

 그가 무척 가깝자, 시원한 코롱 향이 맡아졌다. 시크하면서도 뒤 끝 향이 달달했다. 마치 그처럼. 때로는 사납다가도 한없이 다정한 면도 보여주는 남자였다.

 하나는 그의 품에 안기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살며시 손을 말아 쥐었다. 태호는 발그래한 하나의 얼굴을 보자, 괜히 목이 막혔다.

 하얀 얼굴에 긴 속눈썹이 느리게 팔랑거리는 모습이 마치 슬로모션 같았다. 태호는 갑자기 어색해져 얼른 하나의 얼굴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두 발자국 멀어졌다. 그는 난감한 듯 헛기침을 하고는 짐짓 가볍게 말했다.

 “열은 없고, 졸업할 때 되니까, 장난이 치고 싶어? 느닷없이 좋아한다니, 김하나가 날 남자로 좋아한다니... 이게 말이 돼?”

 “말이 안 될 건 뭐에요? 선생님을 좋아한다고요. 이런 제 마음을 선생님께 꼭 알리고 싶었어요”

 하나의 당당한 모습에 당황스러워, 태호는 어쩔 줄을 몰랐다. 영어 선생님에 총각 선생님이다 보니 여학생들한테 많은 고백을 받았다.

 그때마다 헛소리하지 말고 공부나 하라고 면박을 주며 돌려보냈다. 그런데, 3년동안 봐 온 하나의 고백에 난감하고 당황스러웠다.

 “하.하. 그래. 김하나. 네 나이에 선생님을, 그것도 나같이 멋진 총각 선생님을 좋아하는 건 당연하지. 맞아, 나 같은 사람을 안 좋아하기는 힘들거야, 그치?”

 “선생님!”

 태호의 장난스런 말에 하나의 이마가 살짝 구겨졌다. 가끔 저렇게 잘난 척하는 그를 보면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하나의 얼굴이 살짝 못마땅한 표정으로 변하자, 태호는 헛기침을 했다. 갑자기 상담실이 덥고 불편했다.

 그냥 하하호호 웃고 지나갈 수 있다면 좋겠구만, 진지한 그녀의 모습에 참 난감했다. 다른 녀석들처럼 넘어가고 싶었지만, 왠지 태호는 가슴이 욱신거려 가볍게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 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선생님도 진지하게 받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오늘 졸업식이라 더 이상은 자신의 마음을 감추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하나는 오늘 큰 용기를 내 고백을 한 건데, 태호가 저렇게 장난으로 받아들이니 속상했다.

 “하, 김하나...”

 태호가 난감해하자, 하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그를 보았다.

 “죄송해요. 선생님 맘 불편하게 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그냥... 제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해서...”

 하나는 미안해 고개를 숙이자, 태호가 일부러 밝게 말했다.

 “그래, 그 마음이라는 게 말이야, 너희들 연예인 보면 그.. 그래! 덕질! 그 덕질하는 거랑 같은 거야. 나 같이 잘 난 남자를 연예인처럼 생각한 거지. 네가 십대이다 보니까 그런 거야.”

 태호가 자신의 감정을 부인하자, 하나는 울컥했다.

 “그런 감정 아니에요. 선생님 좋아한 지 벌써 3년 됐어요. 연예인 좋아하는 그런 덕질 같은 거 아니라고요. 저 진심으로 선생님 좋아해요. 그러니까, 저한테 기회를 주세요.”

 “기회? 무슨 기회. 지금 나보고 한참 어린 제자랑 연애라도 하라는 거야?”

 장난스럽던 태호의 얼굴이 굳어졌다.

 “선생님...”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기회를 주세요.”

 “안돼”

 “선생님!”

 하나는 너무 억울해 발을 동동거렸다. 그런 하나를 본 태호는 하나에게 등을 보였다. 너무 피곤했다. 그가 거칠게 머리카락을 훑으며 말했다.

 “휴, 더 이상 말장난하고 싶지 않다. 그만하자.”

 “사랑해요.”

 쿵!

 머리카락을 훑던 손이 멈췄다. 태호의 어깨가 긴장으로 잔뜩 굳어졌다.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심장이 저 바닥으로 떨어지다 미친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자신을 보지도 않는 그를 보자, 하나는 눈에 눈물이 가득 찼다.

 “선생님이 어떻게 생각하든 전 선생님 사랑해요. 제가 어려서 제 마음까지 어리고 하찮게 보지 않으셨으면 해요.”

 태호는 눈을 질끈 감았다 거칠게 말했다.

 “김하나, 네가 어려서 사랑이 뭔지 모르는데, 너 그거 사랑 아니야! 난 네 선생이고 넌 내 제자야.”

 태호의 거절에 하나는 눈물을 훔쳤다.

 “선생님만 보면 떨려요. 떨려서 숨이 쉬어지지 않을 때도 있어요. 선생님이 행복한지, 아니면 슬픈지 계속 살피게 돼요. 선생님을 안 보면 미칠 것 같이 그리워요. 이렇게 가슴이 벅차는데, 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에요?”

 “......”

 태호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하나의 목소리에 말을 잇지 못했다. 하나가 자신을 그렇게까지 사랑하는 줄 몰랐다.

 하! 태호의 입에서 묵직한 한숨이 나왔다.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어린 여자가 자신의 제자가 아니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랬다면 하나의 마음을 기쁘게 감사하게 받아 줬을텐데....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뛰는 자신이 불편했다. 어린 제자의 감정을 외면해야 하는 것이 괴로웠다.

 “저 이제 졸업해요. 그러니까, 선생님과 제자라는 이유만으로 거절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저도 곧 성인이니까, 선생님 옆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기회를 달라니... 선생님과 제자였던 두 사람이 연애를 할 수는 없다. 사회통념상 이건 말도 되지 않았다.

 나이 차이가 11살이나 나는 어린 제자와의 연애라니....

 “너 대학 가면 바뀔 마음이야.”

 “아니에요!”

 “대학교 가봐. 나보다 훨씬 어리고 젊은 녀석들이 주위에 많아. 그런 녀석들하고 데이트하다 보면 네 마음이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알게 될 거야.”

 그래, 젊은 또래의 남자애들을 만나게 되면 그녀의 마음도 변하게 될 거다.

 근데, 왜 이렇게 기분이 더럽지?

 태호는 자신이 뭘 느끼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냥 어린 제자의 마음은 대학교 가면 바뀔 것이고, 자신은 이곳 교정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될 것이다.

 그렇게 각자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난 너한테 기회 줄 마음 없어.”

 “선생님!”

 “김하나,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마. 교실로 돌아가. 곧 다들 집으로 돌아갈 텐데, 아이들하고도 작별 인사해야지.”

 “선생님, 그러지 말고 제 말 좀 더 들어주세요.”

 “김하나! 그만하랬다? 너 자꾸 이러면 나 정말 너 보기 힘들어, 알아?”

 “흐흑, 선생님.”

 “울어도 소용없어. 그만하고 교실로 돌아가.”

 태호는 조용히 울기 시작하는 하나를 보자, 이마가 구겨졌다. 여자가 우는 건 딱 질색이었다.

 보기 싫어 고개를 돌려버렸다.

 “흑, 선생님...”

 하나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슬픔과 눈물에 태호의 마음이 더 언짢아졌다. 그가 고개를 돌려 하나를 보았다.

 지난 3년 동안 두 번이나 그녀의 담임이었다. 늘 예쁜 제자였다. 함께 웃고, 함께 고생하던 지난 3년이 스쳐 지나가자 태호의 눈빛이 흔들렸다.

 하나의 눈물을 닦아 주고 싶어 손이 올라가려다 주먹을 쥐었다. 깊은 한숨을 쉰 태호는 힘들게 말했다.

 “휴~ 교실로 돌아가. 아무 말 하지 말고..., 그냥 돌아가라.”

 더는 자신의 말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 그의 의지에 상심한 하나는 흐느끼며, 뒤 돌아 상담실을 뛰어나갔다.

 그런 그녀를 가만히 보던 태호는 마른 세수를 하며 털썩하고 의자에 앉았다.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자식... 그러게 왜 그런 말을 해서 널 아프게 하게 해.”

 태호는 4년 전 하나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씁쓸한 얼굴에 그늘이 졌다.

 그날은 선선한 가을이었다. 태호는 오랫동안 만난 여자친구였던 혜림을 가슴에 묻었다.

 교통사고만 아니었다면 어쩌면 자신의 아내로 살았을 그녀가 이곳 납골당에 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흐흑, 흑흑”

 “아저씨, 이거요.”

 혜림을 보며 울고 있던 태호는 갑자기 쥐어진 손수건에 살짝 놀랐다. 눈을 들어 앞에 서 있는 여자아이가 보였다.

 중학생인지 어려 보이는 아이가 태호에게 손수건을 주면서 자신을 빤히 보고 있었다. 얼떨결에 손수건을 받은 태호는 우는 모습을 들켜 민망했다.

 “우는 것도 인생의 한 부분인데, 너무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요.”

 어린아이의 말에 기가 찬 태호는,

 “꼬마 아가씨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헤헤, 우리 아빠가 그랬어요. 인생은 희로애락을 다 느끼며 사는 거라고. 힘들 때가 있으면 좋은 때도 오는 거라고.”

 “아빠의 인생철학이 너무 심오한데? 그래, 아빠랑 같이 왔어?”

 태호는 여자아이의 아버지를 찾으며 두리번거리자, 그녀가 곧 슬픈 표정을 짓는 게 보였다.

 “오늘 아빠 기일이라 인사하러 온 거예요. 작년에 돌아가셨거든요.”

 태호는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담담하게 하는 여자를 보며 그녀에게 손수건을 돌려줬다.

 “너도 손수건이 필요한 거 같은데, 여기.”

 태호가 손수건을 내밀자, 하나는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저 이제 그렇게 많이 안 슬퍼요. 아빠가 언제나 여기에 있다고 했어요.”

 하나는 자신의 심장 부근에 손을 대며, 미소를 지었다.

 “아저씨 누구 때문에 여기 왔는지, 왜 그렇게 서럽게 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도 아저씨 여기에 있잖아요. 그러니까,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하나는 태호의 가슴을 가리키며, 그의 눈을 보았다. 하나의 연한 갈색 눈은 많은 말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나이도 어린 여자애가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궁금해졌다. 왠지 모르지만 마음이 따뜻해져 왔다. 그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고마워.”

 “하나야, 김하나! 너 거기서 뭐해?”

 “이모!”

 이모의 부르는 소리에 벌떡 일어난 하나는 이모에게 손을 흔들고는 태호를 쳐다봤다.

 “아저씨, 힘내세요.”

 태호는 자신에게 파이팅을 외치고, 이모라는 여자의 손을 잡고 가는 하나를 보다 하늘을 보았다.

 그날은 유난히 하늘이 더 파랗게 보였다. 하나는 모를 것이다. 그날 자신이 얼마나 많은 위로를 받았는지...

 그리고, 일 년도 안 돼 그녀를 새로 부임한 교정에서 만나게 될 줄 몰랐다. 또한.... 오늘 그녀에게 고백을 받았다.

 당당하면서도 부끄러워하던 하나를 떠올린 태호는 한숨을 쉬며 떨어지지 않는 발을 옮겨 교무실로 향했다.

 
작가의 말
 

 내용이 수정되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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