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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로 정했어
작가 : 게으른몽상가
작품등록일 : 2022.1.12

그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거짓과 선택의 연속 속에서 하연이 내릴 수 있는 선택은 많지 않았다.
20년 만에 나타나 대리 맞선을 봐달라는 쌍둥이 언니 정아의 부탁을 받았을 때도
그랬고, 그가 내건 계약 결혼을 선택했을 때도 하윤은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는
사면초가에 갇혀 있었다.
그리고 그 선택의 끝, 하윤은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버진로드를 걸을 준비를 하고 있다.
버진로드의 끝,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그를 향해…….

그래, 너라면 가능할지도.

첫눈에 알아봤다. 그녀는 자신이 맞선을 보기로 한 상대가 아니란 것을.
내색하지 않으려 하지만 초조해하는 기색이 무슨 말만 해도 경직되는 표정이
그리고 그럼에도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자신을 마주하려는 너의 가상한 노력에
차라리 너라면 이 지긋한 맞선을 끝내고, 결혼을 해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백번째 맞선에서 만난 민하연이라는 여자는 그의 몸과 마음을 동하게 만들어 버렸다.


게이라고 소문난 한보그룹의 후계자, 장유혁.
그는 벼랑 끝에 선 하윤에게 한 줄기 빛이었고, 하늘에서 내려온 동앗줄이었다.

“나와 새로운 거래를 하죠. 기간은 내가 원하는 때까지.”

병석에 누워 있는 엄마, 돌도 지나지 않은 호적에도 올리지 못한 딸 꽃님.
하연은 눈을 질끈 감고, 끝을 알 수 없는 위험한 거래에 손을 잡아 버렸다.
이 거래의 끝은 해피엔딩인 신데렐라일까 아님 못 오를 나무를 함부로 오른 자의 처절한 말로일까.

 
솔직함과 무례함은 한끝 차이
작성일 : 22-01-18 07:24     조회 : 173     추천 : 0     분량 : 4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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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연은 차의 맛이 어떤지 느낄 수 없었다.

 자신을 주시하는 그의 시선에 온몸이 발가벗겨지는 기분이었다.

 

 “어릴 때 한국을 떠났다고 들었는데 돌아오니 어때요? 많이 달라졌죠?”

 “네, 그렇네요. 많이 달라졌더라고요.”

 

 달라지긴 매일 보고 다닌 곳인데 크고 작은 변화야 있었지만 하연에게는 매일이 그날이고 그날이었다.

 

 “대학에서 뭘 전공 하셨죠?”

 “아…….”

 

 잠시 말문이 막혀 버렸다. 뭐라고 했더라? 하연은 하얗게 변해버린 머릿 속을 헤집어 정아가 무심하게 지껄이던 말들을 끄집어 냈다.

 

 ‘내가 보기에는 이래도 영문학 전공했잖아. 적성에도 맞지 않는 거 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니? 결국 졸업도 못하고 떼려쳤지만. 다시 생각해도 잘 한 것 같아. 머리 아픈 글씨들 들여다 보고 있다가 내가 딱 정신병자 되기 직전이었거든.’

 

 “여, 영문학이요.”

 “그러셨군요. 영문학이라. 좋아하는 작가는 어떤 작가죠?”

 

 뭘 이런 질문을 해. 하연이 살짝 눈을 치켜뜨며 그를 바라봤다.

 회사 면접도 아니고, 마치 그에게 추궁을 당하는 기분이었다.

 

 “좋아하는 작가는 버지니아 울프입니다. 또 궁금하실까봐 미리 말씀드리지만 그녀는 20세기 모더니스트이며 서설가이자 비평가이고, 특히 자기만의 방이라는 작품에서 여자는 자기만의 재산과 방해받지 않고 창작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방을 가져야 한다고 한 것이 인상 깊었죠. 언젠가 나도 나만의 방을 갖고 싶었거든요.”

 

 조금은 화가 난 듯 강한 어조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그녀를 유혁은 물끄러미 바라봤다.

 

 “내 질문이 불쾌했나보군요. 보통 맞선에 그런걸 묻지 않나요?”

 “보통 맞선에서는 취미는 뭔지 주말에 뭐를 하는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그런 것들을 묻죠.”

 “솔직히 그런 것들은 궁금하지 않아서요. 그냥 솔직하게 내가 궁금한 걸 물어본건데 불쾌했습니까?”

 “솔직함과 무례함은 한 끗 차이죠. 마치 취조하듯이 저를 대하시는데 불쾌하지 않을 수 있나요.”

 

 조금 전의 긴장감은 온데간데 없이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거리하는 그녀를 보며 유혁이 설핏 웃었다.

 

 ‘재미있네.’

 

 하연은 ‘아차’ 싶었다. 자신을 탐색하는 그의 눈빛과 말투가 싫어서 자신도 모르게 본래 성질 그대로 나와 버리고 말았다.

 

 “그럼, 질문을 바꾸죠. 정정아씨는 뭘 좋아합니까. 주로 쉬는 날 뭐하죠?”

 “아…… 음…….”

 

 막상 적절한 질문이 돌아오자 그것은 그것대로 당황스러웠다.

 머릿 속으로 계속 하영처럼 생각해야한다고 되뇌이며 머리를 굴렸다.

 

 “딱히 하는 것이 없습니까? 취미나 좋아하는 것 같은 질문 하라더니 빈말이었군요.”

 “아니요, 하는 거 많거든요? 쇼,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고, 책도 보고요.”

 “요즘은 어떤 영화가 재미있죠? 영화를 본지 너무 오래라. 다음에는 영화 보죠.”

 “네?”

 

 말문이 턱 막혀 버렸다. 오늘이 마지막이 아니었어?

 한 번만 대신 나가주면 된다고 했는데 본의 아니게 에프터를 받게 되어 당황스러웠다.

 

 “그, 글쎄요. 스케줄 확인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

 “그럼, 내일쯤 다시 연락 드리죠. 스케줄 확인해보고 알려줘요.”

 “아, 네.”

 

 이정도 외모의 남자라면 하영도 만족할 것 같았다.

 조금 무례하긴 하지만 재력과 비주얼을 골고루 갖췄으니 약간의 비틀린 성격이야 하영도 만만치 않으니 어울릴지도.

 

 “사실, 오늘 약속을 깜박하고 다른 선약이 잡혀 있었습니다. 미안하지만 오늘은 여기서 헤어지죠. 대신 주말 데이트에는 확실히 보상하겠습니다.”

 “데, 데이트요?”

 “영화보고 밥 먹으면 데이트 아닌가? 어쨌든 내일 연락드리죠.”

 

 남자는 나타날 때처럼 조용히 퇴장했다.

 룸에 홀로 남은 하연은 정신이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무사히 잘 넘겼다는 안도감과 에프터를 어떻게 해야하지? 고민스러웠지만 그것까지 걱정하는 것은 하연의 몫이 아니었다.

 하연은 휴대폰을 꺼내 정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 벌써 끝났어? 어떻게 됐어?

 “내일 다시 연락할테니 주말에 영화볼건지 알려달래.”

 - 뭐? 에프터를 받았단 말이야? 야! 대충 있다가 오라니까 에프터를 받으면 어떻게 해.

 “나도 의도한 건 아니었어. 난 오늘까지만 나오기로 한 거니까.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해. 싫으면 네가 거절하면 되잖아.”

 - 아이참, 아빠 친구분 아들이라 거절하기도 쉽지 않단 말이야.

 “네가 쉽지 않은게 나는 쉬웠겠니? 어쨌든 난 내가 해야 할 일은 했어. 끊는다.”

 - 야! 잠, 잠깐만! 민하…….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이것으로써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일은 모두 끝냈다고 생각했다.

 

 “아! 옷이랑 돌려줘야 하는데…….”

 

 전화를 끊고 나니 자신이 두르고 있는 것들에 대해 떠올랐다.

 난처했지만 나중에 문자로 연락처를 물어보자 생각하며 일어났다.

 우선 이 숨막히는 공간에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

 

 

 서준은 잠투정을 부리는 꽃님이를 안은 채 1시간 가까이 좁은 집안을 서성이며 고군분투 중이었다. 낮에는 방긋방긋 잘 웃고, 잘 놀고, 낮잠도 잘 자더니 밤이 되니 기가 막히게 제 엄마를 찾으며 칭얼거렸다.

 

 “히잉, 흐이잉.”

 “오오~ 누가, 우리 꽃님이를~ 누가 우리 꽃님이를 속상하게 했어.”

 

 자신의 어깨에 폭 기대어 꿍얼거리면서도 좀처럼 잠이 들지 않아 앉지도 못한 채 등을 토닥이며 서준은 시계를 흘끔거렸다.

 어느새 시간은 11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민하연, 너 너무 수상해. 시간이 몇시인데 아직도 안 들어오는 거야.”

 

 꽃님이가 자신과 잘 지내는 것은 알고 있지만 딸을 두고 오랫동안 집을 비울 그녀가 아니었다. 날갈 때 손에 들려 있던 수상한 짐가방도 그렇고, 행동도 그렇고 서준은 여러 가지로 하연이 수상쩍었다.

 

 삑삑삑삑!

 

 도어락 소리가 들리자 어깨에 기대어 있던 꽃님이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제 엄마가 온 것을 아는지 버둥거리며 문쪽으로 가려는 아기를 안고 서준이 중문을 열자 피곤함이 영력한 하연이 딸을 향해 팔을 뻗었다.

 

 “늦었는데 우리 아기 왜 아직 안 잤어.”

 “엄! 엄! 흐어어어어엉.”

 

 하연을 보자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는 꽃님이로 인해 서준은 당황스러웠다.

 여태 잘 놀고, 잘 먹고 품에 안겨 잠이 들랑말랑 했으면서 제 엄마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리니 꼭 자신이 괴롭히기라도 한 기분이 들었다.

 

 “야, 야! 민꽃님. 너 너무 한 거 아니야. 여태 삼촌이랑 잘 놀아놓고, 이러기냐?”

 “너어, 우리 꽃님이 꼬집은 거 아니야?”

 “이야, 모녀가 생사람 잡네. 여태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팔 빠지는 줄 알았구만.”

 “큭큭, 알아. 원래 그래. 어린이집에서도 내내 잘 놀아놓고서는 내가 데릴러 가면 서럽게 울더라고. 선생님말로는 종일 날 기다리는 눈치라고 하더라. 고생했어. 오늘 정말 고마워.”

 “뭐 나도 나름 재미있었어. 같이 산책도 가고 우리 데이트했다. 그치, 꽃님아~”

 

 금세 눈물을 멈추고 엄마 품에 안겨 자신을 향해 방긋 웃어 보이는 꽃님이의 말랑쫀득한 볼을 콕콕 찌르며 서준이 웃자 꽃님이도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꽃님이에게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웃겨주는 서준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뭉클했다.

 꽃님이를 처음 안은 그날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곁에서 힘이 되어준 그가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집까지 가려면 피곤하겠다. 차 끊기기 전에 얼른 가봐.”

 “끊기면 뭐 자고 가지뭐. 설마 민하연이 내쫓기야하겠어.”

 

 농담같은 그의 말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서준이 자신의 자켓과 가방을 집어 들었다.

 

 “야야, 농담. 농담! 내가 설마 여기서 재워달라고 비비적거리겠니? 방이라고 달랑 하나인데. 나 간다. 문단속 잘하고! 오늘의 빚은 조만간 집밥으로 받으러 온다.”

 “알았어. 진짜 고마워. 조심히 가.”

 “그래. 꽃님아~ 삼촌 간다~ 빠빠이.”

 

 서준은 마지막까지 꽃님이의 손을 잡고 흔들며 인사를 나누고는 집을 나섰다.

 그를 보내고 하연은 한참동안 그 자리에 서서 문을 바라봤다.

 오늘처럼 이따금씩 서준이 선을 넘어 자신의 속을 내비칠 때면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했다.

 자신의 이기심에 치가 떨렸고, 그에게 미안했지만 이 세상에 자신이 믿을 사람이라고는 병원에 누워 있는 엄마와 그가 전부였다.

 

 “미안해, 미안해.”

 

 들릴 리 없는데 닫힌 문을 향해 작게 사과했다.

 

 “마마! 마!”

 

 관심을 요구하는 꽃님이로 인해 하연의 가라앉은 마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잘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눈이 말똥거리는 아기를 달래서 재울 시간이었다.

 꽃님이가 생기며 하연은 자신만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한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엄마기 때문이었다.

 

 등 뒤로 닫혀진 철문 너머 중문이 닫히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서 있던 서준이 힘겹게 계단을 내려섰다.

 

 “미친놈.”

 

 조금 전 자신의 치기 어린 행동에 후회가 밀려왔다.

 거절도 못한 채 굳어 버리는 하연은 자신이 끝까지 자고 가겠다고 우긴다면 거절 못했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모르지 않으면서도 자신에게 미안해서 거절 못했을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시들해져 가는 하연을 보면 가슴이 아팠다.

 그녀 또래에 활짝 피어 있는 여자들을 보면 서준은 자연스럽게 하연을 떠올렸다.

 서준은 기다리는 중이다. 그녀가 마음을 열어 줄 때까지.

 자신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벗어나 한걸음 다가와주길 바랬다.

 완벽한 설레임의 대상이 아니어도 좋았다.

 그저 자신이 그녀의 고단함을 좀 덜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을텐데 하연은 친구라는 선을 그어둔 채 멈춰 서 있었다.

 다음 달이되면 인턴쉽이지만 대기업에 취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서준은 인턴쉽을 잘 마치고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는 것이 목표였다.

 첫 월급을 받는 날, 그녀에게 청혼할 생각이다.

 이제는 너의 어깨의 짐을 나눠서 지고 싶다고, 고백하며 안아줘야지.

 설레이는 상상을 하며 서준은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힘차게 골목을 뛰어 내려갔다.

 그렇게 해서라도 가슴 속에 터질 듯이 부풀어 있는 하연에 대한 감정을 터트려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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