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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멸망하는 세계에서 벗어나는 방법
작가 : 해디타
작품등록일 : 2022.1.15

“그러면, 어쨌다는 거지?”

기가 찬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고의 흐름을 끊는듯한 소리에 번쩍 눈이 뜨였다.
눈을 뜨고 처음 마주친 건, 자신을 향해 검을 겨누던 그 남자의 얼굴이었다.

“누, 누구세요?”

당황함에 제 위에 놓인 천조각을 부여잡고 벌떡 일어나 몸을 물렸다.

“누구냐니, 내가 묻고 싶은 말이군.”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남자가 입을 열었다.

“갑자기 나타나, 갑자기 쓰러지고, 갑자기 일어나더니 내게 누구냐고 묻나?”

냉랭한 말투에 이제 막 일어난 머리에 피가 돌았다. 눈을 껌뻑이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천천히 반추해본다.

.
.
.
세계구급 순장에 저항하는 성녀 노아의 이야기입니다.

 
#2 소년
작성일 : 22-01-15 20:59     조회 : 164     추천 : 0     분량 : 5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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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거기, 누군가 계십니까?”

 

 들려온 소리에 깜짝 놀라 발을 멈췄다. 그나마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 목소리가 어린아이의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형님?”

 

 아이의 목소리는 무척 가냘파서, 도망치고 있던 와중인 미나에게도 애처롭게 느껴졌다. 저도 모르게 소리가 나는 쪽으로 한 발짝 다가섰다. 방문을 살펴보니 언젠가 자신이 갇혀 있었던 방과 똑같은 구조였다. 이 아이도 갇혀 있는 걸까?

 

 “저기, 혹시 갇혀 있니?”

 “…….”

 

 자신이 찾던 ‘형님’이 아닌 걸 알자 아이는 곧바로 침묵했다. 경계하는 듯한 정적 속에서 미나는 다시 한번 말을 걸었다.

 

 “나도 갇혀 있다가 탈출하는 중이야. 너만 괜찮다면, 이 문, 열어볼 테니까―.”

 “섣부른 행동 하지 마세요.”

 

 냉랭한 소년의 목소리가 울렸다.

 

 “저라고 탈출을 시도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까? 잡히면 더 호된 꼴을 당하게 될 뿐입니다.”

 

 들려온 말에 미나는 울컥했다. 아니 지금 구해주려는 사람에게 무슨 막말이야?

 

 “얘. 이쪽은 선의로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는 건데 감사라도 하면 어디 덧나니?”

 “구해달라고 한 적 없습니다.”

 

 새침하게 잘라 말하는 소년의 말에 미나는 더더욱 기가 막혔다.

 

 “아, 그래. 그럼 그 오지 않는 형님인가를 기다리면서 더 지내보시던지!”

 

 울컥하는 마음에 소리를 질러버렸다. 앗차 싶은 마음에 입을 막으며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다행히 듣고 달려오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가슴을 쓸어내리는데 다음 위기가 닥쳤다.

 

 “……우.”

 

 우? 제 귀에 들려온 소리에 문에 잠시 귀를 기울였을 때였다.

 

 “으아아아아앙, 형니임―!”

 

 아까 그 가냘픈 소리의 주인공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우렁찬 울음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깜짝 놀란 미나가 다급히 소년을 달랬다.

 

 “저기, 내가 미안해, 사과할테니까―.”

 “으흑, 흐윽, 형님…….”

 “그 형님이라는 사람이 누군지 말해주면, 내가 당신이 여기 갇혀 있다고 말해줄게.”

 “다, 당신을, 뭘 믿고……. 흐윽.”

 

 소년은 훌쩍이면서도 투덜대었다. 어휴, 꼬맹이가 의심만 많아서는. 미나는 투덜대며 작게 주문을 외웠다. 방 안으로 신성력이 흘러들어가, 모이는 느낌이 났다.

 신이 자신에게 알려준 ‘능력’. 그것은―.

 

 “어, 이건……?”

 “예쁘지? 내 능력으로 만든 거야.”

 

 자고로 어린애를 달랠 때는 반짝거리는 장난감이 최고랬다.

 리트라는 물의 신. 고로 그 신에게 능력을 받은 자신은 물을 자유로이 조종할 수 있었다. 물의 결정화도 자유로웠다.

 

 “……예쁩니다.”

 

 방금 전까지와는 다르게 조금 솔직해진 아이가 말했다. 울음이 잦아든 걸 보며 미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조금 조용해진 아이가 이윽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정도로 섬세한 결정은 저에게도 불가능합니다. 당신은 혹시…….”

 “거기 누구냐!”

 

 너무 오랜 시간을 지체했던 탓인지, 아니면 소란스럽게 한 탓인지. 복도 저 끝에서 이쪽을 알아채고 달려오는 소리가 났다. 더이상 문을 열 여유는 없었다. 미나는 다급하게 소년에게 외쳤다.

 

 “얘! 형의 이름은?”

 

 복도 너머의 소리를 들은 탓인지 잔뜩 긴장한 소년이 외쳤다.

 

 “케인! 케인 드보르자크에요!”

 

 복도 너머에서 가까워져 가는 발소리를 들으며 미나는 다급히 도망쳤다.

 

 그 후로는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달리고, 달리고, 달렸다. 복도 너머에서 들려오던 발소리가 멀어지고 난 뒤, 몸에는 여기저기 생채기가 생겼다. 있는 힘껏 속도를 내다가 복도에 놓인 잡동사니에 몸을 부딪친 탓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익숙한 복도가 나왔을때는 거의 울 뻔했다.

 익숙한 복도. 익숙한 문. 다행히 사람은 없었지만…….

 

 똑똑.

 두드리는 소리에 안 쪽에서 움츠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얘, 너 이름이 뭐니?”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는 문 건너편의 소년이 입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알베르. 알베르 드보르자크. 당신은?”

 

 나는…….

 자신을 누구라고 밝히면 좋을까, 잠시 고민했다.

 그렇지만 얼굴을 보이지 않는 상태라면 솔직해져도 좋지 않을까?

 

 “미나. 유미나라고 해.”

 “미나? 신기한 이름이네요.”

 “뭐, 네 이름도 내 입장에선 특이해.”

 

 문 너머로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미나도 다시 따라 웃고 말았다.

 

 “저보다 결정을 더 잘 만드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너도 결정을 만들 수 있어?”

 “네. 신성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이건 좀 놀랐다.

 하긴, 신의 말로 미루어보면 ‘성녀 노아’를 제물로 바친 것은 신전이라고 하니까. 신전에 신성력을 가진 아이가 있는 것 자체는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

 다만…….

 

 “너는 왜 여기 갇혀있는거야?”

 “신성력을 가지고 있는데, 신전에 자원해서 오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뭐? 신전은 강제로 사람을 징집하는거야?”

 “……그럴 수 밖에 없어요, 신의 분노를 거스를 수 있는 건 신성력 뿐이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소년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당신, 신전 밖에 나가본 적이 없군요?”

 “아, 아무래도 그런 편이지…….”

 “밖은 온통 폐허에요. 신전이 유지될 수 있는 건 신성력을 가지고 있는 사제와 무녀님들이 신성력으로 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인거고요.”

 “그 말은…….”

 “이 나라엔 비가 내리지 않은지 7년이 지났어요.”

 

 7년?

 7년이라고?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지난날의 회상.

 

 ―나를 섬긴다고 하는 그 신전에서 이 아이를 내게 제물로 바쳤다. 고작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말이다.

 

 고작?

 고작이라는 말로 요약하기엔 조금 많이 무리가 있지 않습니까, 신님? 7년이면 모든 작물이 말라죽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도 당연하지 않습니까?

 미나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미나가 있던 곳에서도 인신공양 설화는 있었고, 그건 매번 신의 분노라 불리는 천재지변을 잠재우기 위한 일들이었다. 물론 현대인으로서는 매우 야만적인 행위라고 생각하지만, 그 사람들은 그렇게 하면 신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뭐, 이 세계에서의 그 결과는 멸망이지만 말이다.

 

 “미나는 진짜 세상을 하나도 모르네요. 정말 무녀 맞아요?”

 “마, 맞아. 너도 봤잖아, 내가 만든 거.”

 “하긴. 저도 신성력은 강한 편인데. 당신이 만든 게 훨씬 섬세했어요.”

 “뭐, 그런거지. 여기서 나가본 적 없으니까.”

 

 그 말은 사실이었다. 이 세계에 와서 이 곳에 갇혔으니 다른 곳을 볼 여유는 없지 않은가. 일단 밖을 본 적도 없다.

 

 “저기, 같이 나가지 않을래? 내가 이 문, 열어볼 테니까.”

 

 문 안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소용없어요. 저번 사건 이후로, 이번엔 자물쇠 자체를 바꿔버렸거든요. 특수한 열쇠가 없으면 열리지 않는다고 했어요.”

 

 미나는 그 말을 듣고 문을 열어보려 애썼지만, 소년의 말대로 열리지 않았다.

 한참 동안을 낑낑대던 미나를 보다 못한 알베르가 그만두라고 몇 번이고 청하고 나서야, 미나는 자물쇠를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고마워요. 나까지 데리고 나가려고 해줘서.”

 “당연한 건데. 누구든 갇혀있는 건 싫잖아. 게다가 너 같은 어린애를…….”

 “그러니까 이젠 가요. 슬슬 올 때 됐어요.”

 

 미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 세계에 와서 처음 맘 놓고 얘기할 수 있던 아이를 두고 가기는 맘이 편치 않았다.

 

 “혹시라도 형을 만나면, 안부 전해줘요. 나는 잘 지내고 있다고.”

 

 잘 지내다니. 이런게 무슨 잘 지내는 거야. 형 이름을 부르면서 울었잖아. 기다렸잖아. 그런 말을 해버리면 알베르가 울어버릴 거 같아서, 미나는 필사적으로 나오려는 말들을 삼켰다.

 

 “꼭, 꼭 전해줄게. 알베르. 형은 반드시 널 찾아올거야.”

 “……그랬으면 좋겠네요.”

 

 쓸쓸하게 들리는 말에 미나는 다시금 입술을 깨물었다. 잘 지내.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소년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돌아선다.

 

 그 때였다.

 조금 이른 발소리가 저벅저벅 이쪽을 향하는 것이 들렸다. 알베르가 소리죽여 외쳤다.

 

 “가요! 어서! 더 늦기 전에!”

 “저기, 저기 있다! 잡아!”

 

 상황을 파악한 사람들이 달려드는 통에 미나는 뒤돌아볼 새도 없이 정신없이 달렸다.

 

 “반대쪽 길을 막아!”

 “젠장, 여기는 너무 복잡하다고!”

 

 투덜대는 사람들을 피해 숨이 턱에 차도록 달리고 또 달렸다.

 추격자들을 피해 달리며 넘어지고, 부딪히면서도 그나마 밖으로 통하는 길을 찾아낸 것은 그녀가 가지고 있던 신성력으로 수로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몇 번이고 포기하고 주저앉고 싶은 마음을 추스르며 달리고 달렸다. 드디어 막다른 골목에서 무거운 철문 사이로 가느다랗게 들어오는 빛을 발견했을 땐 정말로 눈물을 터트릴 뻔했다. 미나는 젖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무거운 문을 온몸으로 밀쳤다.

 

 끼익-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간신히 문이 열렸다.

 오랜 기간 지하의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막 들이치는 햇빛에 비명을 질렀다. 잠시 눈을 가리곤, 서서히 눈을 뜨자 밝은 태양이 자신을 맞았다.

 

 “하.”

 

 드디어 밖으로 나왔다! 지긋지긋한 지하는 이제 안녕!

 그래도 양심적으로 몸을 움츠리고 한차례 주변을 둘러보았다. 출구 쪽에서 자신을 잡으려 대기하는 놈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다행히도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메마른 숲과―.

 메마른?

 한 박자 늦게 찾아온 위화감에 미나는 주변을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온통 갈색으로 시든 잎을 떨구고 있는 나무들. 노랗게 말라버린 풀들.

 

 ‘이 나라엔 비가 내리지 않은지 7년이 지났어요.’

 

 알베르가 말한 풍경.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은 심각했다.

 역시 신이란 존재의 말은 믿는 게 아니었다고 생각하며 미나는 이를 악물었다. 바짝 마른 주변을 보니 그제야 입이 말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긴장한 채로는 느끼지 못한 감각이었다. 한참을 달리고, 달리고, 달린 몸은 수분이 필요했다.

 

 “이, 일단……물을…….”

 

 충격 때문인지 아니면 긴장이 풀려서인지 후들거리는 몸을 추스르며 정신을 다잡는다. 물의 무녀에게 ‘물’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겠지만 그것도 기력이 남아있을 때의 얘기다. 미나는 흐려지는 정신을 다잡으며 근처에 있을 물의 기운을 좇았다.

 

 바싹 마른 덤불을 헤치며 나아가고 나아간다. 모든 것이 말라비틀어진 세상에서 그나마 작게 흘러오는 물의 기운은 미나에겐 마치 달콤한 향기처럼 느껴졌다. 옅은 향기를 좇아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조금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면, 물이…….

 

 비틀거리며 수풀을 제쳤을 때, 그녀는 한 남자와 마주쳤다.

 

 잠시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남자의 시선이 이내 날카롭게 변했다. 남자는 단숨에 허리춤에 있는 칼을 뽑아 겨누며 외쳤다.

 

 “누구냐, 너는! 신전의 사람인가?”

 

 아마도 자신의 옷차림 때문이겠지만, 이미 그런 건 신경 쓰이지 않았다.

 

 “무…….”

 “뭐?”

 “물 좀…….”

 

 그것이 미나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말이었다.

 

 

 
작가의 말
 

 수분 보충은 아주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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