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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도플갱어
작가 : 글묵
작품등록일 : 2020.8.7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도플갱어. 그로 인해 한 가정의 평화에 균열이 생긴다.
그는 돈을 물 쓰듯 쓰면서 가족들의 환심을 사려한다.
뿐만 아니라 진짜의 애인을 찾아 가 진짜 행세를 하며 애인을 가로채고 직장까지 찾아 가 장난을 친다.
가짜의 장난질에 진짜는 가정과 직장에서 위기를 맞고 애인까지 뺏길 처지에 놓인다.

 
23화. 도사
작성일 : 22-01-14 12:38     조회 : 188     추천 : 0     분량 : 4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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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화. 도사

 

 소라가 없는 방에 혼자 누워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허전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했다.

 그새 정이 들었나.

 두만은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세수하고 나서 두만은 마스크 팩 두 장을 가지고 안방으로 건너갔다.

 

 “안자고?”

 

 정미가 이부자리를 펴고 있었다.

 

 “자야지.”

 “뭐, 할 말 있어?”

 “엄마”

 “응”

 “내가 엄마 딸 맞지?”

 

 정미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아직 그녀에겐 이 아이가 내 딸이다. 라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아직은 너도 내 딸이고, 그 아이도 내 딸이야.”

 “아빠 생각은 어때요?”

 “나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온종일 먹을 것을 사주고 놀아 준 대가가 이것인가 하는 생각에

 속에서 스멀스멀 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그래요. 엄마·아빠 처지에선 그럴 수밖엔 없겠지.”

 

 두만은 애써 화를 억누르며 부부의 말에 동조하였다.

 

 “서운해도 어쩔 수가 없어.”

 “두 분 누워 보세요.”

 “왜?”

 “팩 해 드릴게요.”

 “너나 해.”

 “누워 봐요.”

 

 동식과 정미가 나란히 누웠다.

 두만은 마스크 팩의 비닐 포장을 벗겨내고 동식과 정미의 얼굴에 정성스럽게 붙였다.

 

 “십오 분 있다가 떼고 주무세요.”

 “피부가 억수로 호강하네.”

 

 동식이 웃으면서 말했다.

 

 “주무세요.”

 

 두만은 조용히 방을 나갔다.

 

 ***

 

 산골 오지의 아침이 밝았다.

 도사가 군불을 넣어 준 덕에 일행은 뜨끈한 방에서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전날의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었다.

 일행 중 소라가 제일 먼저 눈을 떴다.

 

 소라가 겉옷을 걸치고 조용히 방을 나갔다.

 마당엔 어젯밤 일행들을 품어줬던 텐트가 허연 물기를 품고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텐트에서 잠을 잤더라면 밤새 많이 떨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들지 않은 산골의 아침은 꽤 쌀쌀하였다.

 찬 공기가 뺨을 훅 스치고 지나갔다.

 옷깃을 여미고 조심스럽게 마당을 둘러보았다.

 굴뚝엔 허연 연기가 봄 아지랑이처럼 포슬포슬 피어올랐다.

 도사가 불을 지피는 모양이다.

 천천히 아궁이를 향해 걸었다.

 도사의 왜소한 등이 쓸쓸하게 아궁이를 등지고 있었다.

 

 “도사님”

 

 도사가 말없이 삭정이를 부러뜨려 아궁이에 집어넣었다.

 

 “산골이라 꽤 춥네요.”

 

 소라가 슬며시 도사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도사가 슬쩍 옆으로 비켜 앉아 앉을 자리를 터주었다.

 

 “도사님”

 “난 아는 게 없어.”

 도사가 벌떡 일어났다.

 

 “알고 계시잖아요. 말씀해 주세요.”

 “내가 뭘 아는데…….”

 

 도사가 역정을 냈다.

 

 “제 처지를 딱하게 여기시고 한 번만 좀 봐 주세요.”

 

 소라가 황소같이 선하고 큰 눈을 끔뻑이며 애원 조로 말했다.

 

 “아침은 먹고 가야지.”

 

 도사가 애써 왜면 하듯 한 마디 툭 던지고는 어디론가 걸어갔다.

 소라가 종종걸음으로 뒤를 따라갔다.

 모퉁이를 휙 돌아 도사가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녀도 따라 부엌으로 갔다.

 부엌엔 이미 몇 가지 나물 반찬과 밑반찬이 조촐하게 차려져 있었다.

 

 “가서 사람들 깨워요. 어서 밥 먹고 떠나야지.”

 

 “도사님”

 “기다려요!”

 “네?”

 “때가 되면 다 밝혀질 거야. 그 말만 믿고 기다리라고…….”

 “기다린다고 해결 날 일이 아니잖아요. 제게 방법을 좀 가르쳐주세요.”

 “방법은 없어요.”

 “도사님”

 

 한편 방 안에선 하나와 정후와 백수가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소라는 어디 갔지?”

 

 하나가 말했다.

 

 “아까 밖으로 나갔어. 아마도 마당에 있을 거야.

 별 소득 없이 떠나게 되었으니 속이 무척 상할 거야.”

 

 백수의 말에 하나가 근심 어린 한숨을 쉬었다.

 

 “내가 나가 볼게.”

 

 하나가 방을 나갔다. 이때 소라가 다가왔다.

 

 “소라야.”

 “어. 일어났어?”

 “속 많이 상했지?”

 “아냐. 괜찮아. 어서 밥 먹고 서울 가자.”

 

 하나가 소라를 가볍게 포옹하였다.

 

 “힘내자. 분명 길은 있을 거야.”

 

 도사가 지은 아침밥을 얻어먹고 일행은 그곳을 떠났다.

 소득 없이 떠나서인지 모두 기분이 착 가라앉아있었다.

 

 “얘들아.”

 “응”

 

 하나와 백수가 동시에 대답하였다. 정후가 힐끔 쳐다보았다.

 

 “나 괜찮아. 그러니까 너희 너무 속상해하지 마.”

 “이러는 네 속은 새까맣게 타서 재가되었겠다.”

 

 하나가 안쓰러운 듯 소라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정말 괜찮대도……. 와, 여기 공기 하난 정말 죽인다.”

 

 소라가 두 팔을 벌려 심호흡을 하였다.

 세상의 공기는 다 빨아들일 듯 깊고 긴 호흡이었다.

 

 “그래, 공기 하나는 정말 죽인다. 서울은 미세먼지 때문에 난린데…….”

 

 하나가 쓸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서울 가지 말고 그냥 여기서 살까?”

 

 백수가 장난스럽게 말하였다.

 

 “그럴까?”

 

 그럴까. 하고 너스레를 떠는 소라의 심정은 어쩌면 진심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

 

 두만은 아침 일찍 일어나 정미를 도와 부엌일을 하였다.

 생각 같아선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싶었다.

 하지만 일분일초도 헛되이 쓸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조촐한 아침상이 차려졌고, 가족들이 식탁에 둘러앉았다.

 

 “노반지 누나는 언제 와?”

 

 소식이 두만을 힐끔 쳐다보며 물었다.

 

 “저녁에 오겠지.”

 

 그렇게 간과 쓸개를 다 빼주면서까지 온갖 비위를 다 맞춰줬지만,

 여전히 그는 반지였고 소라는 노 반지였다.

 괘씸한 놈!

 확실히 녀석은 발암물질이었다.

 넘어올 듯하다, 어느 순간에 돌아서 버리는,

 어디로 튈지 모를 미세먼지와도 같은 녀석이다.

 

 “엄마”

 “…….”

 

 정미가 대답 대신 두만을 쳐다보았다.

 

 “우리 소식이 수능도 얼마 안 남았는데, 족집게 과외 한 번 시켜 보는 게 어때?”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자는 심정으로 말했다.

 

 “수능? 소식이 너 수능 보니?”

 “아니?”

 

 순간 두만은 혼란스러웠다.

 

 ***

 

  “수시 합격했는데. 수능을 왜 봐?”

 

 정미와 동식이 의혹의 눈초리로 두만을 쳐다보았다.

 

 “지난번엔 노반지 누나도 고삼이 학교에 늦게 가도 되냐고 그러더니…….”

 

 소식의 말에 정미와 동식이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었다.

 

 “둘 다 나한텐 1도 관심이 없어.”

 

 소식이 볼멘소리했다.

 

 “미안해. 누나가 요즘 하도 정신이 없어서…….네가 이해 좀 해 줘라.”

 

 소식의 투정으로 두만은 위기를 모면하였다.

 조금 전만 하여도 발암 녀석. 미세먼지 같은 놈이라고 욕을 했는데…….

 녀석에게도 이런 아름다운 면이 있었다.

 두만의 입가에 설핏 미소가 피어났다.

 

 아침상을 치우고 나서 두만은 소식의 방을 찾아갔다.

 

 “누나가 너한테 선물 하나 하고 싶은데, 갖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봐.”

 “됐어.”

 “말해 봐.”

 “근데 누나!”

 “응”

 “누나는 돈이 어디서 나서 자꾸만 선물하려고 하는데…….”

 “…….그건 말이지. 내가 그동안 가족들한테 너무 소홀히 대해서.

 내가 지금 이런 큰 벌을 받는 것 같아서…….”

 

 두만이 변명을 둘러대느라 전전긍긍하였다.

 

 “그래?”

 

 두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물 한도가 얼마야?”

 “한도?”

 “응”

 “양복 어때? 너 양복 없잖아. 졸업식에도 입어야 하고…….”

 “그래, 양복 사줘.”

 

 소식이 잠시 고민을 하다가 대답하였다.

 

 “좋아. 언제 시간 내서 양복 사러 백화점 가자.”

 “응”

 “쉬어.”

 두만은 소식의 어깨를 한 번 다독이고 방을 나갔다.

 

 ***

 

 가을 햇살이 포근하게 옷깃에 스며들었다.

 해를 등지고 걸으니 어느새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소라와 하나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힘들면 좀 쉬었다 가요.”

 

 정후가 말하였다.

 

 “그래요. 좀 쉬었다 가요.”

 

 일행은 등에 지고 있던 짐 가방을 내려놓고 잠시 숨을 돌렸다.

 정후는 가방에서 도사가 넣어준 도라지 차를 꺼냈다.

 차를 한 잔씩을 따라 일행에게 돌렸다.

 도라지 차는 쌉싸름하였다.

 

 “언제 도라지 차를 넣어주셨대요?”

 

 하나가 물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끓였나 봐요.”

 “여러 가지로 친절하시네.”

 

 백수가 쓸쓸하게 웃으며 말하였다.

 

 “때가 되면 다 밝혀진다고 도사님께서 말씀하셨는데, 정말 그럴까?”

 

 소라가 문득 생각이 난 듯 말하였다.

 

 “기다리라는 말은 나도 하겠네.”

 

 하나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분명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았어.”

 “알면서도 모른다고 했을까?”

 

 백수가 도리질하였다.

 

 “그냥 하는 소린 아닌 것 같았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친구들의 말에 소라는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소라는 썩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다.

 그런 사정이고 보니 설령 도사의 말이 빈말일지라도 믿고 싶었다.

 

 ***

 

 저녁 무렵에서야 소라와 친구들은 서울에 당도하였다.

 소라가 밥을 사겠다며 친구들을 데리고 어느 식당으로 들어갔다.

 

 “어제오늘 정말 고마웠어. 정후씨도 감사해요.”

 

 소라의 말에,

 

 “집에선 연락 없었어?”

 

 하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응. 없었어.”

 

 그러고 보니 엄마한테서 전화 한 통이 없었다.

 

 “엄마가 전엔 안 그러셨잖아. 틈만 나면 너한테 연락을 하셨는데. 하도 연락을 자주 하시니 친구들이 너보고 마마걸이라고 놀리기도 했는데.”

 

 하나의 말처럼 정미는 소라가 여행을 가거니 귀가가 늦을 땐,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하곤 했었다.

 그런 엄마가 잘 도착했냐. 언제 오느냐고 묻는 문자 한 통이 없었다.

 

 “너 없는 동안 가짜가 무슨 일, 벌인 건 아니겠지?”

 

 무심코 내뱉은 하나의 말 한마디에 소라는 마음이 불편했다.

 

 “얼른 먹고 일어나자.”

 

 소라는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다.

 이미 그녀의 마음은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

 

 집으로 가는 내내 소라는 마음을 졸였다.

 그렇게 마음을 졸이며 한걸음에 달려온 집 앞에서,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어떤 나쁜 일들이 기다리고 있어도 잘 견뎌 내리라 다짐을 하며,

 양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마침내 기운이 조금 났다.

 

 집에 들어오니 가족들이 저녁상을 막 물리고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밥은?”

 “먹었어요.”

 “피곤해 보이는구나. 들어가서 쉬어.”

 

 예전과 달라진 정미의 반응에 소라는 맥이 다 풀렸다. 피로가 전신을 파고들었다.

 빅팩을 벗어던져 놓고 침대에 벌렁 드러눕는데.

 

 “재미없었니?”

 

 두만이 관찰하듯 소라를 쏘아보며 물었다.

 

 “재미 좋았어.”

 “근데, 표정이 왜 그 모양이야!”

 “너무 잘 놀아서 그런 모양이지.”

 “어떻게 잘 놀았는데…….”

 “너는 나 없는 동안 어떻게 잘 놀았어?”

 

 소라가 되받아쳤다.

 

 “외식하고 노래방 가고 모처럼 우리 가족끼리 오붓하게 지냈어.”

 

 두만의 말에 소라가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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