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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로 정했어
작가 : 게으른몽상가
작품등록일 : 2022.1.12

그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거짓과 선택의 연속 속에서 하연이 내릴 수 있는 선택은 많지 않았다.
20년 만에 나타나 대리 맞선을 봐달라는 쌍둥이 언니 정아의 부탁을 받았을 때도
그랬고, 그가 내건 계약 결혼을 선택했을 때도 하윤은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는
사면초가에 갇혀 있었다.
그리고 그 선택의 끝, 하윤은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버진로드를 걸을 준비를 하고 있다.
버진로드의 끝,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그를 향해…….

그래, 너라면 가능할지도.

첫눈에 알아봤다. 그녀는 자신이 맞선을 보기로 한 상대가 아니란 것을.
내색하지 않으려 하지만 초조해하는 기색이 무슨 말만 해도 경직되는 표정이
그리고 그럼에도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자신을 마주하려는 너의 가상한 노력에
차라리 너라면 이 지긋한 맞선을 끝내고, 결혼을 해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백번째 맞선에서 만난 민하연이라는 여자는 그의 몸과 마음을 동하게 만들어 버렸다.


게이라고 소문난 한보그룹의 후계자, 장유혁.
그는 벼랑 끝에 선 하윤에게 한 줄기 빛이었고, 하늘에서 내려온 동앗줄이었다.

“나와 새로운 거래를 하죠. 기간은 내가 원하는 때까지.”

병석에 누워 있는 엄마, 돌도 지나지 않은 호적에도 올리지 못한 딸 꽃님.
하연은 눈을 질끈 감고, 끝을 알 수 없는 위험한 거래에 손을 잡아 버렸다.
이 거래의 끝은 해피엔딩인 신데렐라일까 아님 못 오를 나무를 함부로 오른 자의 처절한 말로일까.

 
쌍둥이 언니 민하영
작성일 : 22-01-14 07:34     조회 : 169     추천 : 0     분량 : 4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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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하연은 신발을 대충 벗어 던지고 텅 빈 집안으로 들어섰다.

 누군가 가녀린 몸을 짓밟고 지나간 듯 온몸이 욱씬거렸다.

 방으로 들어선 하연은 넓게 깔려 있는 이불 위로 풀썩 쓰러지듯 몸을 뉘었다.

 엎드린 그녀의 코끝에 포근한 아기의 분내가 느껴졌다.

 

 “우리 꽃님이…….”

 

 괜히 울컥 감정이 치우치자 콧날이 시큰하고 주책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를 만나기 위해 겨우 6 개월 밖에 되지않은 아기를 본인의 어릴 적부터 이모라고 부르며 가깝게 지낸 은실에게 맡겼다.

 꽃님이 그녀의 품에 온 이후 단 한 번도 떨어져서 지낸 적이 없는데 오늘 처음으로 아기를 떼어놓고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왔다.

 아직도 몇 시간 전에 있었던 일들이 모두 꿈처럼 느껴졌다.

 정말 자신이 저지른 일이 맞는지 현실감이 없었다.

 

 “보고 싶다, 우리 꽃님이…….”

 

 말랑하고 따뜻한 아기가 그리워 아기 이불을 품에 끌어안은 채 하연은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이제는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은 한달 전, 쌍둥이 언니인 정아가 찾아온 그날이었다.

 그날도 하연은 꽃님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으에에에에에엥.”

 

 아기의 울음소리에 꿈 속을 헤매고 있던 하연의 눈이 반짝 떠졌다.

 벌떡 몸을 일으켜 울고 옆에 누워 울고 있는 아기를 안아 올리고 등을 토닥여 주었다.

 

 “우리 꽃님이 일어났구나? 배고파서 일어났어? 벌써 맘마 먹을 시간이네.”

 

 머리맡에 놓인 전자시계가 새벽 3시를 알려주고 있었다.

 아이의 울음이 잦아들도록 등을 토닥이며 하연은 방금 꾸었던 꿈을 상기했다.

 

 ‘새삼스럽게 그런 꿈을 꿀 건 뭐야.’

 

 20년도 지난 일인데 아직도 어제 일처럼 선명한 꿈에 당혹스러웠다.

 아기의 울음이 잦아들자 하연은 능숙하게 한 손으로 아이를 안아 들고 1.5룸의 중문을 열고 나가 분유를 타기 위해 나갔다.

 젖병에 보온병에 넣어둔 따뜻한 물을 붓고, 분유를 넣기 위해 분유통의 뚜껑을 연 하연이 분유통 안을 보고 작게 탄식했다.

 새 분유통을 뜯은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분유통이 거의 비워져 있었다.

 차라리 젖이라도 돌면 좋을텐데 그럴 수 없으니 줄어든 분유의 양에 조바심이 났다.

 

 “알바비 들어오려면 며칠 더 남았는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서준에게 부탁을 하면 되겠지만 매번 그에게 자꾸 손을 벌리는 것 같아 미안했다.

 엄마의 속상한 마음을 모르는지 어깨에 가만히 고개를 기대고 있던 꽃님이가 칭얼거렸다.

 고소한 분유 냄새를 맡은 것이 분명했다.

 

 “으응, 미안. 잠깐만. 금방 타줄게.”

 

 속상한 마음을 꾹 억누르며 분유를 덜어 젖병으로 담으며 괜스레 서러워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아침부터 때 아닌 청승에 헛기침도 몇 번했다.

 하지만 코끝으로 들어오는 아기 특유의 젖내에 마음이 조금씩 진정되는 듯 했다.

 분유를 타서 흔들며 방으로 돌아온 하연이 꽃님이를 품에 편안하게 안고 젖병을 물렸다.

 은은하게 켜 둔 수면등으로 인해 젖병을 든 자신의 손가락을 꼭 잡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아기와 눈을 맞출 수 있었다.

 

 “어이구, 우리 아기 배가 많이 고팠구나? 그런 줄도 모르고 엄마가 쿨쿨 잠만 자고 미안해.”

 

 열심히 쭉쭉 젖병을 빨던 아기는 어느 정도 배가 찼는지 꼬물꼬물 하연의 새끼손가락을 손으로 앙팡지게 움켜쥐고 눈을 마주치며 뭐라고 옹알이를 했다.

 

 “어…… 어…… 어…….”

 “어어, 그랬어. 우리 꽃님이가 엄마한테 할 말이 많았구나. 우웅. 그래. 그래.”

 

 아기의 옹알이에 맞춰 대꾸를 해주자 꽃님이가 활짝 웃으며 화답했다.

 분유를 다 먹이고, 트름을 시키고, 기저귀까지 갈아주고 나자 배부르고 뽀송해진 꽃님이는 발을 잡고 놀다가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

 

 8시에 아기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놓으려면 7시까지 여유가 있었지만 다시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쌕쌕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이 든 꽃님이가 깨지 않게 조심히 일어난 그녀는 좌식 책상 위의 스텐드 불을 켜고 앉았다.

 책상 앞에 놓인 오래된 노트를 꺼내어 펼치니 중간에 꽂혀 있던 사진이 나타났다.

 하얀 타이즈를 신고 머리에 리본이 달린 머리핀을 한 하영이 핑크색 드레스를 입고 낡고 평범한 원피스를 입은 하연의 손을 잡은 채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8살 때의 기억이라 희미하지만 어쩌면 그때 하연은 이미 두 사람의 이별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해맑은 하영과 다르게 하연의 표정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잘 지내겠지?”

 

 이따금씩 하영을 떠올리긴 했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감상에 젖어 있기에 그녀는 너무나 사는 것이 팍팍했고, 바빴고, 고달팠다.

 하연은 조심스럽게 사진 속 어린 하영을 손으로 더듬었다.

 자신과 똑닮은 얼굴로 성격이 밝고 싹싹했던 그녀에게 새로운 부모들은 첫 눈에 반해 버렸다.

 그에 반해 차분하고 조용한 하연은 언제나 하영의 원 플러스 원으로 그분들의 애정을 받기는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결국 그분들이 선택한 것은 밝고 사랑스러운 하영이었고, 두 아이를 함께 책임질 수 없으니 두 사람의 이별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기분이 점점 더 깊이 가라앉자 하연은 탁 소리가 나도록 노트를 덮어 원래의 자리에 꽂아 두었다.

 

 “좋은 분들 같았으니 잘 지내겠지.”

 

 20년 전 헤어진 자매의 걱정보다 현실의 본인의 삶이 더 시급했다.

 그때, 꽃님이 때문에 소리를 죽여 놓은 휴대폰의 화면이 반짝 켜졌다.

 서준으로부터 온 메시지였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아르바이트 끝났나?”

 

 작년에 제대를 한 서준은 현재 학교에 복학해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 역시 하연과 같은 보육원의 출신으로 성인이 되어 독립을 하기 전까지 그녀와 함께 같은 그룹 가정에서 생활을 한 친구였다.

 

 [문 앞에 꽃님이 분유 2통뒀어. 일어나면 가지고 들어가.]

 

 메시지를 확인한 하연의 눈이 반짝 커졌다. 마치 자신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본 듯 마음 졸였던 분유를 사준 것이 고맙기도 했지만 미안함이 울컥 치밀었다.

 하연은 얼른 그의 번호를 눌렀다.

 

 - 안 잤어?

 “꽃님이 분유 먹이고 막 다시 재웠어.”

 - 내가 깨운줄 알고 깜짝 놀랐네.

 “너 뭐야~ 네가 분유를 왜 사줘.”

 

 고마웠지만 고맙다는 말보다 투정 어린 말이 먼저 튀어 나갔다.

 목소리까지 울먹이게 될까봐 꼴깍 숨을 삼켰다.

 

 - 뭐긴 뭐야, 꽃님이 삼촌이지. 삼촌이 조카 분유도 못 사주냐?

 “미안하니까 그렇지.”

 -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내가 사주고 싶어서 사는 건데. 우리 조카님 배부르게 먹고 볼 포동포동한거 보면 뿌듯하고 좋아서 그래.

 “고마워, 서준아. 정말 고마워.”

 - 얘가 겨우 분유 두통에 왜 감동먹고 그래. 사람 민망하게. 누가보면 뭐 대단한거 사준줄.

 “나한테는 정말 대단하고 큰 거야.”

 - 그렇게 고마우면 나중에 밥이나 해주던가. 요즘 부쩍 집밥이 그리워.

 “알았어, 이번 주말에 집으로 와. 내가 맛있는 것 해줄게.”

 - 다른 거 말고, 된장찌개. 그거면 돼. 나 된장찌개 좋아하는 거 알지?

 

 끝까지 그는 사람을 참 면목 없게 만든다. 그녀의 사정 뻔히 알고 있으니 혹시 없는 살림에 무리할까봐 미리 선수를 치는 것이 분명했다.

 

 “그건 차리는 사람 맘이지. 넌 몸 가볍게 입이나 들고 와서 먹어.”

 - 아싸!! 된장찌개!! 얼른 더 자. 출근하면 종일 서 있어야 하는데.

 “너도 얼른 들어가서 자. 그래야 학교 가지.”

 - 알았다. 끊는다.

 

 전화를 끊은 하연은 설핏 눈가에 맺힌 이슬을 닦아냈다.

 그에게 받은 이 은혜를 언제 다 갚을 수 있을까.

 조용히 현관문을 열고 나가 문 앞을 확인한 하연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분유 2통이라며…….”

 

 문 앞에는 분유와 기저귀, 세제에 휴지까지.

 박스 한가득 생필품이 담겨 있었다. 결국 하연은 터져 버린 눈물로 한참동안 현관앞에 서서 흐느꼈다.

 

 

 * * *

 

 

 마트에서 일을 마친 하연은 꽃님이를 데릴러 가기 전 집을 좀 정리할 생각에 서둘러 집으로 종종 걸음을 쳤다.

 골목 어귀에 들어서면서부터 새빨간 외제차 1대가 그녀의 시선을 끌었다.

 낡은 빌라만이 들어선 이 동네에서는 본적이 없는 차가 좁은 골목을 전부 막은 채였다.

 

 “저렇게 세워두면 사람들한테 욕 먹을텐데…….”

 

 워낙 주차난이 심한 동네라 자칫하면 비싼 차의 외관에 흠집이 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의 관심은 시들해졌다.

 한시라도 빨리 집에 들어가 후다닥 정리하지 않으면 꽃님이를 데려갈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안녕!”

 

 자신을 기다릴 꽃님이를 생각하며 급한 걸음을 재촉하며 계단을 오르려는데 외제차의 문이 열리고 차량만큼이나 붉은 원피스 차림의 여자가 내려 인사를 건넸다.

 하연은 자신을 향해 경쾌하게 인사를 건네는 여자를 가만히 바라봤다.

 금발의 웨이브진 긴 머리, 하얀 피부와 붉은 입술.

 어딘가 낯익은 그녀가 얼굴의 반을 가린 검은 선글라스를 벗는 순간 하연은 심장이 멈춰 버리는 줄 알았다.

 

 “너…… 너…….”

 “오랜만이야, 하연아. 설마 나 잊은건 아니지?”

 

 화사하게 웃어 보이는 여자의 얼굴이 거울 속에서 매일같이 보던 자신의 모습과 너무 흡사하면서도 너무나 이질적이었다.

 

 “어, 언니…….”

 “그래, 나야. 민하영.”

 

 놀라서 그대로 굳어버린 하연을 향해 20년 전 헤어진 쌍둥이 언니가 상큼하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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