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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로맨스, 그 찌질함에 관하여
작가 : 열해
작품등록일 : 2022.1.2

찌질한 과거를 청산하고 다시금 사랑을 시작하려던 나.
찌질함은 결코 벗어낼 수 없는 것이었다!

 
7화
작성일 : 22-01-14 00:01     조회 : 191     추천 : 0     분량 : 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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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화>

 

  그날 이후 내 삶은 꽤 괜찮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담임의 말대로 슈퍼 히어로가 된 정도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녀와 나 사이를 가로막는 빌런들은 없었다. 그렇지만 난 고삼이었다. 목표가 정해졌고, 터무니없는 내 현재 상황을 생각해서라도 난 공부를 해야만 했다. 놀랍게도, 십구 년 만에 처음으로 공부가 즐거웠다. 공부하느라 주어진 하루가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로, 난 학구열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매일 네 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았다. 그래도 전혀 피곤함을 느끼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매일 같이 내게 기름을 부어주었기에 절대 식을 틈이 없었다. 난 틈틈이 교무실로 찾아가 그녀와 학습법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고, 그녀는 정말 성심성의껏 내게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 지칠 법도 했지만, 그녀는 찾아갈 때마다 환한 미소로 나의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많이는 아니지만, 외모에도 조금씩 신경을 썼다. 미용실에 갔을 때 과감히 유행하는 짧은 커트로 머리를 잘랐고, 머리를 다듬는 방법도 배워왔다. 왁스를 사서 미용실 아주머니가 알려준 대로 아침마다 연습을 했다.

  순조로운 하루하루였지만, 틈틈이 병모의 눈치를 살폈다. 병모는 늘 외로워 보였다. 죄책감이 들 때도 있었지만, 선뜻 나서서 다가서진 못했다. 사실 날이 갈수록 병모에게 할애할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다. 공부도 해야 했고, 반장 노릇도 해야 했으며, 무엇보다 그녀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 나에겐 무엇보다 중요했다. 점점 욕심이 커져만 갔다. 매일 틈틈이 만나고 있긴 했지만, 늘 수프 없이 끓인 라면을 먹는 것처럼 허전할 뿐이었다. 좀 더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어도, 내겐 정우가 없었다. 이럴 땐 어떡하고 저럴 땐 어떡해야 하는지 꿀팁을 선사해 줄 존재가 없어졌으니, 그저 답답해할 뿐이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더더욱 정우가 원망스러웠다. 친구를 찌질하게 생각하고 있었으면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든가 해야지, 그냥 떠나버린다? ‘넌 찌질해’라는 한 마디만 남기고? 마음 한구석에선 정우를 필요로 하고 있었지만, 난 억지로 그 마음을 숨기고 내 힘으로, 뭐든 해내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정우 대신, 지식인과 유튜브를 벗 삼아 연애 팁을 전수 받기로 했다.

  잠들기 전 집에서 컴퓨터 화면에게 수업을 받는 중이었다. ‘번호따는 법’을 검색했다. 당연히 검색하기 전엔 ‘이딴 걸 누가 물어보고 누가 답을 해’라고 생각했지만, 난 아주 깊고 깊게 몰입했다. 검색 결과는 상상 이상으로 방대했다.

 

  ‘대놓고 물어보는 게 속 편함’

  ‘휴대폰 안 가져왔다고 하면서 빌린 다음 자기 번호로 걸기’

 

  팁이랍시고 많은 이들이 글을 써놓았지만, 딱히 끌리는 건 없었다. 그나마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선물을 주면서 번호를 알려줄 것’이었는데, 번호를 알아내는 게 아니라 먼저 알려주는 게 이치에 맞다는 것이었다. 상대도 마음이 있으면 먼저 연락이 오게 되어 있다는 내용은 내가 봐도 그럴싸했다. 그런데 갑자기 선물을 준다? 그게 영 마음에 걸렸다. 선물이라면 뭔가 이유가 있어야 할 것 같았고, 또 갑작스러운 선물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했다. 괜히 생각이 많아졌다. 그때,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났다. 난 부랴부랴 화면을 끄고 공부하던 척을 했다. 어머니였다.

 

  “성현아, 여태 공부하는 거야? 피곤하지 않아?”

  “아녜요. 괜찮아요. 무슨 일 있으세요? 왜 안 주무시고…….”

  “너 얼마 뒤에 스승의 날인 거 알지? 선생님 선물이라도 드려야 하지 않을까 해서.”

 

  ‘선물’이란 단어에 난 화색이 되었고, 들떠버렸다. 역시, 언제나 나의 구세주 역할은 어머니가 해주신다.

 

  “아, 그러네요. 스승의 날엔 선생님께 선물을 드려야죠! 뭐가 좋을까요?”

  “아무래도 연배가 좀 있으시니까 홍삼이나 뭐……. ”

  “좋은 것 같아요!”

  “그래? 그럼 다행이고. 선물은 내가 준비할 테니까 넌 신경 쓰지 말고 공부만 해.”

 

  다음 날 학교 수업을 마치자마자 난 동네 제과점으로 갔다. 그녀에게도 스승의 날을 핑계로 선물을 줘야겠다고 생각했고, 부단히 검색한 결과 가장 부담이 적고 무난한 선물이 초콜릿임을 알아냈다. 초콜릿과 함께 예쁜 카드도 한 장 샀다. 결과적으로 난 그녀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이렇게 잘 풀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이 딱 맞아떨어졌다. 그녀는 스승의 날 당일 저녁에 바로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

 

  ‘성현아! 단비쌤이야. 저장해놓고 궁금한 거 있을 때 연락해^^’

 

  그녀에게 받은 첫 메시지. 난 이 메시지를 토시 하나 안 틀리고 다 외웠다. 머릿속에 새겨놓고 지치는 일이 생기면 이 메시지를 떠올렸다. 이후 틈만 나면 메시지를 보냈고, 그녀는 나의 어떤 이야기도 다 들어주었다. 갈수록 확신이 생겼다. 내 앞에 펼쳐지는 러브 스토리는 절대 일방통행이 아니라고, 그녀도 내게 마음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난 그렇게 믿었다.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면서 성적도 부쩍 상승했다. 정말이지 목표가 있다는 게 중요한 듯 싶었다. 첫 모의고사에선 별 소득이 없었지만, 두 번째엔 그래도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만한 숫자들이 성적표에 찍혀 나왔다. 그리고 난 이제 그녀와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선생님, 저 성적 좀 올랐어요!’

 ‘역시! 열심히 잘 하고 있구나^^’

 ‘그래서 말인데요......’

 ‘??’

 ‘저녁 사주시면 안 될까요!’

 ‘그래, 꼭 사줄게^^’

 ‘언제요? 저 이번 주에도 괜찮아요!’

 

  다이렉트로 오던 답장에 잠시 틈이 생겼다. 아마도 난 그녀가 자신의 스케쥴을 보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역시나, 5분 정도 뒤에 온 답장엔 기대했던 답이 있었다.

 

 ‘이번 주는 힘들고.. 다음 주 월요일? 학교 끝나고 같이 나가자 그럼^^ 먹고 싶은 것 생각해놔!’

 

  독서실에서 난 미친 듯이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러댔다. 사랑에 빠진 남자의 전형적인 모습이랄까? 뭘 해도 술술 풀리는 내 인생 최고의 시즌이라고, 난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녀와 난 월요일 방과 후, 함께 시내버스를 타고 옆 동네에 있는 피자 가게에 갔다. 피자가 콧구멍으로 들어가는지 목구멍으로 들어가는지 헷갈릴 정도로 그녀에게 잔뜩 홀려 있었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성현아. 근데 있잖아, 너 지금 말 한마디도 안 하는 것 알아?”

  “아, 그랬나요?”

  “문자로는 말 잘하면서. 내가 불편한 건 아니지?”

  “그게 아니라……. 떨려서…….”

  “떨려? 왜?”

  “선생님이랑 밥 먹고 있잖아요…….”

  “그게 왜 떨려? 나 무서워?”

  “네? 아니요, 그럴 리가요!”

  “뭐야, 왜 그러는지 말해봐. 편하게. 다 들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말해.”

  “저, 선생님.”

  “응.”

  “선생님 저 좋아, 하죠?”

 

  이게 아니었는데……. 단어의 조합이 잘못되어 버리고 말았다. 십구 년 동안 내 입에서 나온 말 중 가장 최악이었다. 대답을 해야 하는데 왜 묻고 난리였던 거냐고! 리모컨을 찾아서 되감기를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잠시 망설이긴 했지만 나보다 노련한 측면에선 훨씬 앞서 있던 그녀는 당황함을 감추고 답을 주었다.

 

  “그럼! 너 같은 학생만 있으면 교사할 맛 나지. 얼마나 이뻐하면 이렇게 밥까지 사주겠니!”

 

  의도하지 않은 질문 때문일까. 그녀의 답은 나의 들뜸이 뒤집혀 순식간에 아래로 가라앉게 했다. 무언가 두꺼운 펜으로 우리 사이에 선을 그어놓는 기분. 아직 내가 어려서, 남자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애써 자위했다.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을 땐 아무렇지 않은데, 그녀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내가 너무도 한심스러웠지만, 수줍음이 많아서라고 다시 한번 위로했다.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우린 저녁 식사 후 헤어졌다. 머쓱한 인사만 나눈 채 그녀는 떠나갔다. 그녀의 발걸음이 유독 빨라 보였던 건 왜였을까? 이대로는 독서실에 가서도 자꾸 후회만 될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메시지를 썼다. 자신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선생님! 졸업할 때까지만 기다려주세요!’

 

 

 

 

  답장은 오지 않았다. 그래도 속은 편했다. 문자 메시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얼까를 떠올려보기로 했다. 우선 내게 가장 필요한 건 ‘어른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야 그녀가 나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꼬리를 물고 자꾸만 질문들이 따라왔다. 그냥 어른만 되면 모든 게 완벽해지는 걸까? 대학은 가야 하지 않을까? 그것도 잘 가야 할 것 같은데…….

  결과는 나왔다. 난 공부를 해야 했다. 그녀 앞에 당당해지기 위해, 난 대학도 가고, 교사도 되고, 성공한 남자가 되기로 다짐했다. 내 십 대의 끝자락은, 오직 그녀만을 향해 있었다.

  이날 이후 나의 하루는 처절하고 애절하게 흘러갔다. ‘사당오락’이란 말을 현실화시켰다. 네 시간 이상 자면 불합격한다고 생각하며 매일 2시까지 독서실 불을 밝혔고, 여섯 시에 기상하여 매일 전교에서 가장 먼저 등교하는 학생이 되었다. 분명한 목표는 노력으로 이어졌고, 노력은 많은 것을 증명해주었다. 성적이란 결실이 맺어질 때마다 나의 의지는 더욱 불타올랐고, 결과적으로 수능시험도 나쁘지 않게 치를 수 있었다.

  아마 졸업 직전 겨울방학이었던 것 같다. 그녀는 방학임에도 밀린 업무 때문에 학교에 있다고 했다. 난 미친 듯이 달려 학교로 갔다. 마침 정문엔 그녀가 짐을 싸서 나오는 중이었다. 난 그녀에게 달려가 그녀를 와락 안았다.

 

  “쌤! 저 대학 붙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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