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현대물
달의 노래
작가 : 유니s
작품등록일 : 2019.9.20

한 여자가 임신을 했다. 그런데 아이아빠는 누군지도 모른다? 더욱이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누군가 빼앗으려 하다니............도대체 평범했던 그녀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아이를 지켜줘!!

 
컨텍트
작성일 : 22-01-13 14:46     조회 : 202     추천 : 0     분량 : 525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데미안」은 보경이 고등학교 때 읽었던 책이었다.

 당시에는 책의 내용이 너무 철학적이어서 잘 이해되지 않았었다.

 더구나 너무 오래전에 읽었기에 내용도 거의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표지에 적혀있는 이 구절은 아주 강렬하게 남아있었다.

 

 그녀는 호흡을 가다듬고, 새로운 마음으로 첫 장을 펼쳤다.

 

 이 일은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었다.

 한글을 아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책을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막상 시작해 보니, 이런 단순한 일도 아무런 준비도 없이 시작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읽기는 혼자서 눈으로 읽는 것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듣는 이를 고려하여 글을 읽어가는 속도를 맞추고, 한 챕터를 읽고 나서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시간을 두기도 해야 했다.

 한마디로 내용에 빠져들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독자가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읽어야 하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 일이 생각보다 흥미로워서 꽤 마음에 들었다.

 비록 한시간 남짓 읽었을 뿐이지만.

 

 

 보경은 소년을 처음 만났을 때를 꿈꾸고 있었다.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의식 중에 작은 실마리라도 찾아보려는 것이리라.

 그러나, 소년과의 만남에서는 어떤 문제점도 느껴지지 않았다.

 

 꿈은 어느새 황금빛 꽃밭으로 바뀌어 있었다.

 거기에서 크고 아름다운 나비들이 춤을 추듯날개를 나풀거리고 있었다.

 나비는 그녀의 손에 잡힐 듯 주위를 맴돌았다. 보경은 손에 아슬아슬 잡힐 듯 하면서도 안잡히는 나비를 쫓았다.

 그러는 사이 나비들은 슬그머니 꽃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나비가 사라지자, 끝없이 펼쳐졌던 꽃밭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당황한 보경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돌아보니, 어느덧 다시 익숙한 공간으로 돌아가있었다.

 소년의 방이었다.

 낮게 웅성거리는 음성이 들려왔다.

 여자의 목소리다.

 

 “도련님, 이제 곧 움직일 수 있게 될 거예요. 이번에는 건강한 육체에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그것˙이 거기에서 잘 자라고 있어요.”

 

 여자가 소년에게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소년은 언제나처럼 무표정했다.

 그는 여자를 빤히 쳐다보다가 지루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다.

 그게 뭐그리 대수롭냐는 듯이.

 

 소년을 바라보던 여자는 휠체어 옆에 무릎을 꿇었다.

 그런 소년의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자는 달래듯이 그의 손을 꼭 붙잡고서 굳게 맹세했다.

 

 “제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그것˙을 가져올 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아홉 달은 금세 지나가요.”

 

 비정하고, 냉정하기만 할 것 같은 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래도 소년은 아무런 미동이 없다.

 그녀의 태도 따위는 그에게 전혀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그는 뭔가를 찾는 것인지 오로지 창밖의 어딘가로 시선이 향해 있었다.

 

 깊은 밤,

 창밖은 한없이 어두웠다.

 그 사이로 둥근 달이 떠있다.

 아주 크고 밝은 달이었다.

 커다란 창을 통해 달빛이 방안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보경은 그들을 보고 있었다.

 그 방안에서 분명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그녀의 존재를 눈치 챈 사람은 없다.

 거기에 보경은 존재하지 않았다.

 

 뭐지?

 

 그녀가 눈앞에 목격한 장면은 꿈이라기에 너무나 생생했다.

 여자의 목소리도, 소년의 표정도 모두 사실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방안을 걸어보았다.

 매주 방문했던 방이라 어색함은 없었다.

 바닥에 깔린 폭신한 카펫의 감촉도 그대로였다.

 그곳의 모든 것이 감각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그들은 보경의 존재를 감지하지 못했다.

 보경은 자신이 투명인간이라도 된 것 같았다.

 그래서 였을까?

 갑자기 그녀에게서 지금까지는 없던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그녀는 대담하게 책장에서 책을 한 권 집어들었다.

 

 「데미안」이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보경이 소년에게 맨 처음 읽어준 책이다.

 그녀는 책을 들고서 다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여전히 그녀를 감지하지 못했다.

 내친김에 그녀는 그 책을 들고서, 그러나 소리는 나지 않게 살금살금 걸어서 그곳에서 빠져나갔다.

 

 보경이 깨어났다.

 심장이 터질 듯이 두근거렸다.

 두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은 조금 전에 잠들었던 침실이었다.

 사당이다.

 

 휴!

 

 보경은 한숨을 돌렸다.

 

 어떻게 거기로 간 걸까?

 내가 본 게 꿈인 걸까?

 

 하지만 단순히 꿈이라고 여기기엔 너무 현실적으로 피부에 와 닿았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들의 대화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그것이 보경의 마음에 걸렸다.

 

 여자는 건강한 육체에서 ˙그것˙이 잘 자라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도 그녀가 말한 ‘그것’은 보경의 생명체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보경의 육체와 ˙그것˙이 필요로 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그것˙은 소년을 위한 것이다.

 그들의 대화에서 알게 된 사실이다.

 ˙그것˙은 소년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것˙은 소년을 움직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녀에게서 ˙그것˙을 빼앗아 걸 것이다.

 

 보경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식은땀이 척추를 타고 주르륵 흘렀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녀는 자신의 배를 움켜쥐었다.

 

 반드시 뱃속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

 

 그녀는 굳게 다짐하면서 다시 깊이를 알 수 없는 잠에 빠져들었다.

 

 

 예상치 못하고 사당에 머무르게 된 수호는 방으로 들어간 보경이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나오지 않자, 그녀가 일어났는지 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노크했다.

 하지만 방안에서는 대답이 없다.

 그는 살며시 방문을 열어 보았다.

 어두운 방안에서 침대 위로 보경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녀가 얼마나 깊은 수면에 빠져있는지 문틈으로 들어온 불빛을 느끼지도 못하고, 인기척에도 미동이 없었다.

 그는 곤히 잠들어있는 그녀를 잠시 지켜보았다.

 그녀는 유난히 잠을 많이 잘 뿐, 어디가 아프거나 그래보이지는 않았다.

 그는 방문을 닫고서 그의 방으로 향했다.

 

 방으로 들어온 그는 평소의 옷차림으로 갈아입었다.

 혹시라도 병원에 가야할 일이 생길지 몰라서 차려 입은 셔츠와 주름 잡힌 바지였다.

 지금 상황을 보면 굳이 시내에 나갈 일은 없어보였다.

 편안한 차림이라야 그가 일하기도 편했다.

 당분간 이곳에서 지내려면 이것저것 해야할 일들이 있다.

 그는 우선 부엌에 있는 식료품을 정리하기로 했다.

 고립된 상태에서는 식량확보가 우선순위였기 때문이다.

 당분간 보경과 함께 지내기 위해서는 식료품을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그녀는 임신부였고, 이곳에서 편히 지내도록 그가 도와줘야 했다.

 

 그녀를 보살펴야 한다!

 

 그것이 그의 사명처럼 느껴졌다.

 그러기 위해 그녀를 만난 것 같았다.

 

 사당의 주방에는 식료품 저장고가 있었다.

 그것도 꽤 많은 양의 식량이 저장되어 있었다.

 대부분은 저장이 용이한 통조림이었고, 일부는 몇 년이 지나도 상할 염려가 없는 말린 육포같은 유통기한이 아주 긴 음식들이었다.

 누군가 이 저장고를 보면 전쟁을 대비한 식량으로 여길 것이다.

 벙커의 형태를 띈 이 건물도 그와 같은 생각이 들 것이었다.

 이곳이 이렇게 만들어진데에는 그의 아버지의 아버지인 할아버지의 영향이 컸는데, 그가 일제강점기때 일본군을 피하고 싶은 욕망의 산물로 지은 건물이 바로 이 사당이었다.

 그러니 누가봐도 이곳은 전쟁을 대비한 장소가 맞다.

 

 수호는 간혹 이곳에 급히 왔을 때를 대비해서 통조림 외에도 말린 과일이라던지, 견과류같은 것들도 캔맥주와 함께 이곳에 구비해 두고 있었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식사에 신경을 안쓰고 싶어서 가볍게 먹기에 좋은 것들로 준비해 둔것이었다.

 오랫동안 바(bar)를 운영해 온 오너가 너무 요리를 안하는 것 같지만, 그는 그리 요리를 즐기지 않는 부류의 사람이었다.

 음식이라면 대충 입에서 거부감만 없으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임신부에게 아무 음식이나 줄 수는 없다.

 이제부터는 그녀를 위해 요리를 해야 한다.

 며칠은 어제 마트에서 봐온 식품들로 지낼 수 있다.

 그러나 그것도 그가 있기 때문에 얼마 못가서 떨어질 분량이다.

 그는 냉장고문을 열어 사온 식품들을 확인했다.

 길어봐야 일주일치의 분량이었다.

 더욱이 대부분의 음식들이 간단히 조리해 먹을 수 있는 레토르트 식품들이었다.

 그녀 혼자서 지내기에 해먹기 편한 음식들로 장만한 것이었는데, 이제는 그도 있다.

 그는 주방 창문에 비치는 해를 바라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곳이 산중이라 해가 일찍 저물고 있었다.

 

 내일은 신선한 식료품을 사와야겠다.

 

 그가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보경은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수호는 그녀를 깨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녀가 깰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오늘도 그는 혼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가 저장고를 정리하면서 냉장고에 넣어 둔 캔맥주를 하나 꺼내어 뚜껑을 열었다.

 그러고는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냉장고에서 시원해진 맥주는 그의 속을 후련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인덕션의 전원 스위치를 켰다.

 저장고에 두었던 참치통조림을 가지고 와서 프라이팬에 넣고는 뭔가 허전해서 냉동고에 있는 손질된 냉동채소도 그 안에 넣었다.

 

 음식들이 프라이팬에서 기분 좋게 익어갔다.

 고소한 기름 냄새가 주방에 퍼져갔다.

 금새 저녁식사가 완성되었다.

 그동안 수호는 캔맥주를 모두 마셨다.

 그는 빈 캔을 재활용 봉투에 넣고서 다시 맥주를 한 캔 꺼내었다.

 그러고 나서 어제와 마찬가지로 음식을 담은 접시를 한 손에,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캔맥주를 들고서 거실로 나갔다.

 

 사당에서 지낼 때면 수호는 주로 거실에서 생활해왔다.

 음악을 듣고, 책도 보면서 대부분의 식사도 거실에서 해결했다.

 간혹이긴 하지만, 그도 거실소파에서 잠이 들기도 했다.

 오늘 저녁도 혼자 지낼 때처럼 소파에 앉아 식사를 했다.

 그러나 어제와는 달리 텔레비전 리모콘을 눌렀다.

 텔레비전을 즐겨보진 않아서 집에는 TV가 없지만, 이곳에 머무를 때면 가끔씩 스포츠를 보았다.

 사당은 텔레비전이며, 오디오와 음반들이 거의 아버지의 취향대로 꾸며져 있었기에 가구와 인테리어가 너무 화려한 것만 제외히고는 생활하는데 불편할 일은 없었다.

 

 수호는 청소년 시절 운동을 곧잘 했었다.

 그러다 보니 스포츠에는 지금도 어느 정도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래서 어떤 스포츠가 되었든지 간에 텔레비전에서라도 경기를 보면 꽤 즐거웠다.

 그가 켠 TV 화면에는 영국 축구경기인 프리미어리그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그는 경기를 보면서 접시에 놓인 음식을 한입씩 입안에 넣었다.

 그의 눈은 축구공을 차는 선수의 빠른 발놀림을 쫓고, 입은 음식을 씹었다.

 또한, 그의 한 손도 쉬지 않고, 캔맥주의 뚜껑을 열었다.

 캔이 열리는 경쾌한 소리가 마음을 열어준다. 그는 맥주를 시원하게 마셨다.

 액체가 그의 목구멍으로 흘러들었다.

 그의 목젖이 굵직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화면에 집중하여 있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4 탄생 2022 / 2 / 22 181 0 5535   
23 재회 2022 / 2 / 22 185 0 5186   
22 게스트 2022 / 2 / 22 194 0 5251   
21 통증 2022 / 2 / 22 188 0 4940   
20 카르페 디엠 2022 / 2 / 22 184 0 5613   
19 산 위의 집 2022 / 2 / 22 188 0 5408   
18 섬 안에서 2022 / 2 / 22 183 0 5284   
17 또 다른 달 2022 / 1 / 27 206 0 5360   
16 2022 / 1 / 24 201 0 5103   
15 세계의 끝 2022 / 1 / 20 196 0 5518   
14 목적지 2022 / 1 / 19 201 0 4825   
13 달의 아이 2022 / 1 / 18 205 0 5234   
12 휠체어를 탄 소년 2022 / 1 / 18 188 0 5471   
11 생명체 2022 / 1 / 17 202 0 5192   
10 커뮤니케이션 2022 / 1 / 14 209 0 5315   
9 컨텍트 2022 / 1 / 13 203 0 5253   
8 만남 2022 / 1 / 12 203 0 5386   
7 2022 / 1 / 11 199 0 5630   
6 안식처 2022 / 1 / 7 198 0 5296   
5 뜻밖의 도움 2022 / 1 / 4 197 0 5088   
4 고백 2022 / 1 / 4 206 0 4886   
3 변화 2021 / 12 / 30 212 0 4941   
2 시작 2021 / 12 / 30 216 0 4784   
1 2019 / 9 / 21 6 0 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