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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로맨스, 그 찌질함에 관하여
작가 : 열해
작품등록일 : 2022.1.2

찌질한 과거를 청산하고 다시금 사랑을 시작하려던 나.
찌질함은 결코 벗어낼 수 없는 것이었다!

 
6화
작성일 : 22-01-12 00:09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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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떨렸다. 김준수 무리 중 한 명 정도는 남아있는 게 아닐까? 담임의 말을 곱씹어보면 분명 놈들은 계획대로 일 처리를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밀고자로 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 지금 화장실로 향하는 걸음이 옳은 것인지 도통 판단이 되질 않았지만, 그래도 난 계속 걷고 있었다. 도망치기라도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간 화장실에 김준수 무리는 없었다. 우리 반 병모라는 아이가 있었을 뿐.

 

  “병모야, 여기 다른 애들은 안 왔어? 김준수 있잖아, 걔 친구들이라든가…….”

  “반장. 문자 보낸 거 나야. 너 내 번호 몰랐어?”

  “어? 문자라니?”

  “너 내가 문자 보고 온 것 아냐?”

  “네가 날 여기로 불렀다고?”

  “응. 내가.”

 

  예상치도 못한 인물이었다. 병모는 김준수 무리의 핵심 멤버였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김준수 무리가 하루도 빠짐없이 괴롭힘의 대상으로 삼는 멤버. 늘 그 무리에 둘러싸여 있었으니 핵심 멤버라고 불러도 될 정도였달까. 병모는 김준수 무리뿐 아니라 거의 전교생 모두가 무시하는 학생이었다. 인터넷 소설을 읽는다는 이유는 그렇다 치더라도, 본인이 아이돌 멤버와 사귀고 있다는 식의 내용이나, 초능력으로 괴물들을 물리친다는 내용의 글을 직접 쓰곤 했다. 김준수와 무리는 병모의 노트를 빼앗아 큰 소리로 읽으며 병모를 민망하게 만들었다. 병모는 늘 모두의 놀림감이었다.

 

  “네가 날 왜 불렀는데? 무슨 할 말 있어? 교실에서 해도 되잖아. 내가 지금 좀 급한 일이 있는데…….”

  “나도 있었어.”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나 지금 급하다니……. 있었다고? 어디? 언제? 여기?”

  “그래. 너 옆 칸에.”

  “김준수 애들이랑 나랑 얘기하는 거 들었어?”

  “다 들었지. 녹음도 했어.”

  “녹음? 설마, 그럼 그때 휴대폰 소리난 거, 네 거였어?”

  “맞아. 난 걸리는 줄 알고 심장 터질 뻔했거든? 근데 다행히 네가 나오더라고.”

  “그랬구나……. 잠깐만, 너 녹음은 왜 했어? 그걸로 혹시 네가…….”

  “그것도 맞아. 학교 끝날 때까지 참았다가 경찰에 신고했어.”

  “경찰? 학교 쌤들도 아니고? 경찰이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5분도 안 돼서 나타났어. 그러더니 정류장에서 김준수 잡아가던데?”

 

  놀라운 이야기였다. 어찌 되었든 나의 그녀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단 것이었기에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맙다. 너 좀 대단하네. 경찰에 신고라니.”

  “근데 있잖아, 너 정우 학교 그만둬서 같이 놀 친구 없지 않아?”

  “응? 그야 뭐……. 그래도 학교 다니는 데는 별문제 없어. 그건 왜?”

  “내가 생각해봤는데, 너랑 나랑 좀 잘 맞을 것 같아서. 우리 친구 할래?”

 

  ‘친구 할래’라는 표현은 동화책이나 소설책에서도 보지 못했었다. 이토록 어색하고 민망한 말을 하다니. 병모에겐 미안하지만 정말 찌질해 보였다. 더 솔직히는 기분이 나빴다. 왜 우리가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한 것인지. 자존심도 상했다. 내가 이 정도로 찌질해보였단 말인가? 병모와 같이 다니는 모습을 보면 아마도 ‘찌질이 커플’이라든가, ‘끼리끼리’라는 수식어가 온몸에 덕지덕지 달라붙을 것만 같았다. 상상도 하기 싫었다.

 

  “친구? 우리는 원래 다 친, 친구잖아. 친구 하자니, 그게 무슨 말이야. 아, 근데 병모야. 나 정말 너무 급해서 교무실 좀 가볼게. 미안!”

 

  난 얼른 뛰쳐나와 교무실로 향했다. 웬만한 육상부 애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다. 교무실 문 앞에서 헉헉거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슬며시 문을 열었다. 다행히 교무실엔 그녀가 있었다. 조금은 수척해 보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가 맞았다. 그녀 주변엔 몇몇 선생들이 모여서 전날의 이야기에 대해 나누고 있는 모양새였다. 아마 그녀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을 것이었다. 난 안심하며 다시 교실로 올라갔다.

  김준수와 무리가 사라진 교실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반 전체에 활기가 도는 기분이었고, 모두가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그간의 설움이 사라진 교실에서 나 역시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그리고 그간 시야에 잡히지 않던 인물도 눈에 띄었다. 병모였다. 병모는 김준수를 쫓아낸 자신의 업적을 밝히고 싶기라도 한 것인지 슬쩍슬쩍 반 아이들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굉장히 뿌듯해 보였다. 인정할 만했다. 덕분에 빌런들이 제거되었고, 위험에 빠졌던 그녀를 구출할 수도 있었……. 순간 무언가가 뇌리를 스쳐가며 강력한 잽을 날렸다.

 

  ‘난 뭐 했지?’

 

  갑자기 얼굴이 달아올랐다. 병모의 시선이 날 향할 때 난 일부러 고개를 숙였다. 그냥 돌린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마치 김준수와 눈이 마주칠 때처럼. 자존심이 상했다. 그녀를 구출한 건 내가 아니라 병모였고, 애초에 계획했던 빌런 제거 작전 역시 결국은 병모가 다 해낸 것이었다. 적어도 내 주변에선 가장 찌질하다고 여긴 녀석이었는데……. 병모가 해낼 동안 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숨기만 바빴었다는 사실이 너무 괴로웠다. 그리고 이 고통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종례 시간이었다. 담임은 교실에 들어와서 인사도 생략한 채 모두를 집중시켰다.

 

  “자! 다들 앉아! 급히 해 줄 이야기가 있다. 얼추 이제는 알겠지만, 우리 학급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다행히 큰 용기를 낸 학생 덕분에, 사태가 심각해지는 걸 막을 수 있었다. 잘하고, 칭찬받을 행동을 했는데, 숨길 필요가 있겠나. 반장! 일어나!”

 

  난 그때까지도 담임이 심부름이라도 시키려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야기의 흐름이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반장이 우리 학교의, 아니지. 우리 사회의 영웅이야! 어제 반장이 무슨 일을 했는지 아나? 급박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용기를 내서 경찰에게 알리고, 악한 행동을 한 녀석들을 처단한 거야. 누가? 우리 반장! 백성현이가!”

 

  뜬금없어도 이토록 뜬금없는 장면은 난생처음이었다. 잽만 맞다가 이젠 강력한 훅이 날아왔다. 난 다운되기 직전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내가 아니라, 병모가 한 일인데. 주머니 속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슬그머니 꺼낸 휴대폰엔 병모의 문자가 와 있었다.

 

  ‘네가 했다고 했어. 친구로서 선물이야!’

 

  담임은 계속해서 날 예찬하고 있었고, 그 틈에 병모는 멀리서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친구? 선물? 이게 다 무어란 말인가. 이 자식이 날 엿 먹이려고 작정이라도 한 것인가. 도통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계속해서 담임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그래도 자신의 학생이었는데, 조금 심하다 느껴질 정도로 김준수 무리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그것도 대놓고. 그런데 또 듣고 보면 담임의 그 비난이 이해되기도 했다. 김준수 무리는 평범한 학생들은 절대 상상할 수도 없는 범죄행각을 벌여왔던 것이다. 정우가 연락했다가 김준수에게 호되게 당해야 했던 그 여자 후배. 그 후배도 김준수에게 당했다. 약에 의한 것이었고, 그전에도 여러 명이 당했다고 했다. 증거 사진을 남겨놓고 신고하지 못하게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 현실 속에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에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담임이 나가고 몇몇 아이들이 내게 몰려들었다. 대단하다며, 멋있다며, 심지어 고맙다고 말하는 녀석도 있었다. 난 굉장히 뻘쭘해 하며 화장실로 도망치듯 나왔다. 그리고 병모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이번엔 네가 화장실로 좀 와 줄래?’

 

  병모는 굉장히 환한 얼굴로 화장실을 문을 열고 들어왔다. 매우 뿌듯해 보였다. 선물 받은 친구의 고맙단 인사가 듣고 싶은 모양이었다.

 

  “야, 너 왜 그래? 뭐 하는 짓이야?”

 

  병모는 놀란 눈초리였다. 본인이 생각했던 반응이 아니었을 테니.

 

  “반장. 왜, 왜 그래? 화났어?”

  “내가 지금 화가 안 나게 생겼냐? 너 나 가지고 장난쳐? 그냥 네가 했다고 하면 되잖아. 나한테 왜 그러는데?”

  “말, 말했잖아. 친구로서 선물 준 거라고. 난 애들한테 막 관심받거나 그러는 건 필요 없거든. 너한텐 필요해 보이길래…….”

  “닥쳐! 내가 너한테 그런 부탁한 적 있어? 그래. 네 말대로 난 더는 찌질하게 안 살아. 그러니까 나한테 관심 좀 꺼. 제발!”

 

  난 그렇게 말하고는 재빨리 화장실에서 나왔다. 욕을 하고 싶었는데, 해본 적이 없어서인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대충은 병모가 알아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난 급히 교무실로 갔다. 담임에게 모든 걸 솔직하게 털어놓을 작정이었다. 내가 아니라고, 병모가 한 것이라고.

  교무실 문을 열자 누군가 깜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반대편에서 나와 동시에 문을 열려고 했던 것 같았다. 반대편의 그 사람은, 그녀였다.

 

  “아효 놀래라. 앗, 성현아!”

 

  그녀의 표정은 알 듯 모를 듯 어려웠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표정보다 더 어려운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내 생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녀가, 내 손을 잡았다.

 

  “성현아. 얘기 들었어.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마침 만났네. 덕분에 쌤이 별 일없이…….”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전날 일로 많이 놀란 눈치였다. 그것보다 난 우리의 손과 손이 맞닿아 있다는 사실에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생각의 회로는 자주 그랬던 것처럼 복잡하게 꼬여버렸다. 그녀는 계속해서 손을 놓지 않고 날 바라봤다. 몸이 녹아내리는 듯했다.

 

  “성현아. 왜 그래? 표정이 안 좋네. 성현이도 많이 놀랐구나!”

 

  찰나일지도 모를 그 순간에 엉켜있던 회로가 빳빳하게 펴지며 한마디 말을 내뱉었다. 의도하지도, 의도하지 않은 것도 아닌 말이었다.

 

  “아녜요. 전 그냥 할 일 한 거예요. 선생님 괜찮으시니, 다행이네요.”

 

  순간 내 머릿속은 새까매졌고, 오직 날 바라보며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만이 보였다. 그리고, 나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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