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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3
작가 : 갈마루
작품등록일 : 2016.9.5

선(善)은 승자의 역사이고 악(惡)은 패자의 더럽혀진 이름일 뿐, 선과악은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았어! 정말 선과 악이 싸우는 거라 믿는 거야? 천만에! 악(惡)과 악(惡)이 싸우는 거야!

 
4화. 거룩의 땅
작성일 : 16-10-30 16:49     조회 : 630     추천 : 0     분량 : 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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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거룩의 땅

 

 

 

 

 

 

  사방은 온통 자작나무들뿐이었다. 길을 잃어버린 아이랑은 사방을 두리번거렸지만 도무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도대체 이곳이 어디이며 또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미지에 대한 두려움은 호흡을 더욱 거칠게 만들어 아이랑은 가쁜 숨을 격하게 토해내고 있었다. 회색빛 하늘이 자신의 주위를 빙빙 도는 것 같은 현기증마저 느껴졌다. 어지러움을 견디지 못한 아이랑은 자신의 곁에 서있던 자작나무를 부둥켜안고 눈을 감았다. 아이랑이 두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자 사방에서 수군대며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어지럽게 들려왔다.

  “저주받은 남자가 왔어”

  “왜 하필이면 우리의 숲에 온 거야?”

  “어머 어떡해? 징그럽게 나를 안았어.”

  “너를 사랑하나봐.”

  “사랑할 수 없는 남자잖아?”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면 저주가 이루어져 그 자의 사랑을 받아줘서는 안 돼!”

  “그러기엔 모습이 너무 흉측해.”

  “그래도 영혼이 순수한 남자야.”

  자신의 귀를 어지럽히는 소리에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아이랑은 두 눈을 부릅뜨고 황급히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사방을 둘러보던 아이랑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잠시 전까지만 해도 곧게 뻗어있던 자작나무들이 제 멋대로 어지럽게 휘어져 있었다. 모두들 하나같이 무엇인가 말을 하다 정지해버린 것처럼 입을 쩍 벌린 채 굳어있었다. 두 눈을 의심한 아이랑은 자신의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는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자작나무들은 제각각 몸통의 한부분에 사람의 입술모양을 한 입을 벌리고 있었고 입술 안으로 크고 넓적한 이빨이 위아래로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아이랑은 두 눈을 다시 감았다. 그와 동시에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수군거리는 소리가 또 들리기 시작했다.

  “어머 어떡해? 우리가 하는 말을 들었나봐?”

  “그럴 리가?”

  “표정 봤어? 우리말을 알아들은 게 분명해.”

  “맞아! 알아들었어.”

  “그렇다면 그냥 둘 수 없지.”

  무언가 위협적인 분위기가 감돌자 아이랑은 다시 두 눈을 번쩍하고 떴다. 그러자 이번엔 잠시전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왼쪽으로 한껏 몸을 젖히고 있었던 나무가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한껏 휘어진 채 입을 쫙 벌리고 굳어있었다. 아이랑은 고개를 돌려 자신이 안고 있는 자작나무를 보았다. 자신의 코앞에서 입을 벌리고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오른쪽으로 한껏 휘어져 있었다. 그때였다.

  “나 좀 그만 놔줄래? 갑갑해 죽겠어!”

  아이랑이 부둥켜안고 있던 자작나무가 휘어져있던 몸을 일으키면서 자신에게 말을 하는 것이었다. 아이랑은 화들짝 놀라며 엉겁결에 안고 있던 팔을 풀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아이랑의 등 뒤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얏! 그렇다고 나를 밟으면 어떡해?”

  아이랑이 상체를 돌리며 고개를 숙여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자 자신의 발뒤꿈치아래서 꿈틀거리는 자작나무뿌리가 보였다. 아이랑은 황급히 발을 들고 돌아서며 말했다.

  “미… 미안!”

  그러자, 주변의 나무들이 일제히 숙였던 몸을 일으키며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사방이 소란스러워졌다.

  “이곳엔 왜 온 거야?”

  “나도 몰라!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네가 오면 우리도 위험해져 어서 돌아가!”

  “너는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어.”

  “그래 그건 절대 용서 받을 수 없는 일이야. 왜 그랬어?”

  “무슨 소리야?”

  이곳이 어디며, 왜 자신이 이곳에 있는지는 아이랑이 정작 그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었다. 주변의 자작나무들이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질문들에 아이랑은 정신이 다 혼미할 지경이었다.

  “그녀가 오기 전에 어서! 돌아가!”

  “그녀? 그녀가 누군데?”

  누군가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아이랑에게 서둘러 돌아갈 것을 요구하자 아이랑이 그렇게

 되물었다.

  “죽음! 그녀가 오면 우리 모두 죽어.”

  “이렇게 머뭇거릴 시간 없어! 빨리 돌아가!”

  “이런 젠장! 그녀가 오고 있어. 빨리 우리의 숲에서 나가라고!”

  자작나무들은 일제히 격양되어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아이랑은 자신을 향해 알 수 없는 소리를 쏟아내는 자작나무를 빙둘러보았다. 그때였다. 누군가 떨리는 목소리로 또다시 소리쳤다.

  “이미 늦었어! 그녀가 왔어.”

  그 소리와 함께 무엇인가 인기척을 느끼고 황급히 고개를 돌린 아이랑의 불안한 시선에 한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온통 검은 옷을 입고 눈처럼 하얗게 센 머리카락이 땅에 닿을 듯 길게 늘어뜨린 늙은 노파였다. 소름이 돋을 것처럼 사위스러운 모습의 노파가 매섭게 아이랑을 노려보았다. 그때,

  “이런 젠장! 이게 다 아이랑 너 때문이야.”

  “아이랑 너는 용서받을 수…없…어.”

  주변의 자작나무들은 일제히 아이랑에 대한 원망을 쏟아내며 빠르게 죽어가고 있었다. 아이랑이 주변을 둘러보자 풍성했던 자작나무 숲은 사라져버렸고 바싹 말라 죽어버린 자작나무들의 앙상한 가지들이 볼품없이 늘어져 있었다. 숲을 가로지르는 한줄기 바람에 마른 나뭇가지 하나가 ‘똑’하는 소리와 함께 맥없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아이랑의 시선이 떨어진 나뭇가지에서 노파에게로 향했다. 그와 동시에 노파의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아이랑의 목을 감아쥐었다.

 

  “악!”

 

  비명소리와 함께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아이랑의 얼굴은 식은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그런 아이랑의 얼굴을 연신 핥고 있는 이리를 손으로 밀쳐내며 아리랑이 말했다.

  “운랑! 그만!”

  그러자, 이번엔 그 옆에 있던 커다란 이리가 꼬리를 흔들며 아이랑에게 다가와서 아이랑의 얼굴을 핥으려 하자, 아이랑이 손으로 이리의 입을 막으며 말했다.

  “풍랑! 너도!”

  운랑과 풍랑은 삼년 전 아이랑이 죽였던 이리의 새끼들이었다. 아이랑은 자신의 잘못으로 어미를 잃은 새끼 이리들을 데려와 정성으로 키웠고 한 주먹 만큼이나 작았던 이리들이 이제는 어지간한 송아지보다 더 덩치가 커졌다.

  “또 악몽을 꾼 게냐?”

  “한아비! 며칠째 똑같은 꿈이야! 뭔가 꺼림칙해.”

  “쓸데없는 소리! 몸이 허약해진 것일 뿐이다. 그나저나 해가 중천에 떴다 이놈아! 이제 그만 일어나!”

  아이랑이 자리에서 일어나 어슬렁거리며 움막 밖으로 나오자, 가죽과 약초더미가 가득 실린 지게가 보였다.

  “한아비! 오늘은 나도 같이 가!”

  “안 돼! 한아비가 몇 번을 이야기해! 한아비 돌아올 때까지 너는 그냥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도대체 왜 안 된다는 거야? 나도 한아비랑 같이 마을에 가고 싶다고!”

 라고 아이랑이 투정을 부리자, 노인은 들은 채 만 채 하며 지게를 짊어지었다. 그리고는 서둘러 산기슭을 따라 산 아래로 터벅터벅 걸어 내려갔다.

  “무겁지도 않아? 내가 들어준다니까!”

  아이랑이 노인의 등을 향해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지르자, 노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대답했다.

  “인석아! 수랑이나 돌봐줘 이제 얼마 안남은 것 같다.”

  노인의 대답을 들은 아이랑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수랑은 노인이 기르던 이리였다. 아이랑을 처음 만났을 때가 두 살 되던 해였으니 이제 스물이 넘은 수랑의 나이는 사람으로 치면 칠십이 넘을 만큼 늙은 이리였다. 그런 수랑은 언제부터인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수랑!”

  아이랑이 수랑이 누워있는 쪽을 향해 이름을 부르며 달려가자 수랑이 힘겹게 고개를 들어 아이랑을 힐끔 한번 쳐다보고는 이내 고개를 떨궜다. 아이랑이 다가오자 수랑은 꼬리를 흔들며 아는 채 했다. 아이랑은 수랑의 목을 끌어안고 옆에 누웠다. 아이랑이 눕자 운랑과 풍랑도 아이랑 곁에 몸을 눕혔다. 하늘을 향한 아이랑의 시선에 나뭇잎들 사이로 부서지며 눈부시게 반짝거리는 햇살이 맺혔다.

  “수랑! 죽지 마! 난 아직 널 보낼 수 없어.”

  아이랑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수랑은 아이랑의 얼굴을 핥았다. 그러자 아이랑이 고개를 돌려 수랑의 입에 자신의 입을 맞췄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 아이랑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수랑과 운랑, 풍랑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은 기필코 마을에 가볼 거야! 마을에 가면 나를 죽이려는 사람들뿐이라고 말했지만 그건 다 겁을 주려고 한아비가 꾸며낸 거짓말이야. 니들 생각은 어때? 내말이 맞지?”

 그러자, 풍랑과 운랑이 아이랑을 따라 몸을 일으키고는 아이랑을 보며 혀를 길게 늘어뜨렸다.

  “거봐! 니들도 나랑 생각이 같은 거야! 그렇지?”

 풍랑이 두 눈을 껌뻑거렸다.

  “풍랑! 운랑! 한아비 오기 전에 금방 갔다 올 테니 너희들이 수랑을 잘 돌봐줘야 해! 알았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아이랑은 산 아래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아이랑이 달리자 풍랑과 운랑이 아이랑 곁으로 손살 같이 달려갔다. 그러자 아이랑이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꼬리를 흔들고 있는 운랑과 풍랑을 나무라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 돼! 너희들은 여기서 수랑을 돌봐줘야지!”

  라고 말하며 아이랑이 손으로 수랑을 가리키자, 풍랑과 운랑이 수랑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 모습을 보고 아이랑이 슬금슬금 뒷걸음치자, 풍랑과 운랑이 또다시 몸을 일으켰다.

  “안 돼!”

  라고 말하며 아이랑이 손바닥을 펴보이자, 풍랑과 운랑이 자리에 앉았다. 그러기를 몇 차례 하자 아이랑은 수랑과 그 곁을 지키는 운랑과 풍랑과 상당히 거리가 멀어져 있었다. 그러자 아이랑은 몸을 돌려 손살 같이 산 아래로 내달렸다. 얼마를 달렸을까? 한 시진 동안이나 쉼 없이 내달리던 아이랑이 산기슭을 타고 오르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달음을 늦췄다. 아이랑은 잰 걸음으로 걸으며 거친 숨을 고르는 사이 자신의 주위에서 헐떡거리며 숨을 고르는 기척을 느끼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 샌가 자신 곁에 다가와 꼬리를 흔들고 있는 풍랑과 운랑의 모습이 보였다. 아이랑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희는 의리가 없어! 수랑은 너희 엄마나 다름없는데 아픈 수랑을 내팽개치고 나를 따라오면 어떡해?”

  아이랑은 이렇게 된 마당에 더 이상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한 아비에게 말로만 전해들은 마을의 모습을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설렘과 흥분으로 가득 들어차 다른 생각을 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걸음이 더딘 것 같아 조바심이 났다.

 

  산 아래에 도착한 아이랑이 숲길을 벗어나자 드넓은 들녘이 시원하게 아이랑을 맞았다. 들녘을 지나온 바람이 아이랑의 코끝을 간지럽히자 아이랑은 가슴을 활짝 펴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아이랑이 다시 내달리자 풍랑과 운랑도 달음박질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내달리던 아이랑의 두 눈에 어딘지 낯설지 않은 낡은 움집이 보였다. 낡고 허름한 움집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듯 한쪽 벽면이 무너져 내려 비스듬히 쓰러져 있었다. 그 곁을 지나는 아이랑은 움집을 몇 번이고 힐끔거리며 보았다. 무엇이 자신의 눈길을 사로잡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움집을 볼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거렸다. 움집을 지나 언덕위에 오르자 자신의 발아래 펼쳐진 박달마을의 모습에 아이랑은 벌어진 입을 한동안 다물지 못했다. 한참동안 박달마을에 시선을 빼앗겼던 아리랑은 몸을 돌려 들녘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있는 움집을 되돌아보았다. 그 순간, 아이랑의 두 뺨을 타고 한줄기 눈물이 주르륵 하고 흘러내렸다. 저 낡은 움집이 왜 이렇게 서글프게 느껴지는 것인지…. 아이랑은 자신도 모르게 철퍼덕하고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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