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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로맨스, 그 찌질함에 관하여
작가 : 열해
작품등록일 : 2022.1.2

찌질한 과거를 청산하고 다시금 사랑을 시작하려던 나.
찌질함은 결코 벗어낼 수 없는 것이었다!

 
5화
작성일 : 22-01-10 11:42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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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김준수는 조금씩 조금씩 날 죄어왔다. 정우에 대해 ‘여자 냄새 맡고 다니는 변태’라는 이야기를 퍼뜨렸으며, 덕분에 그 절친인 나 역시 같은 부류일 것이라는 소문도 퍼지기 시작했다. 다행이라면 다행히, 타격감은 없었다. 애초에 학교에서 나라는 존재는 거의 존재감이 바닥인 녀석이었다는 것이 문제 아닌 문제였다. ‘걔 친구가 변태인데 걔도 변태겠지’라는 소문이 퍼져서 복도를 지나가면 모든 여학생들이 나를 힐끗힐끗 쳐다본다거나, 교무실에 불려가서 추궁을 당한다거나 해야 하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마도 ‘그래? 근데 걔가 누군데?’라는 식으로 끝이 났을 것이다. 소문은 퍼지다가 금세 사그라들었다. 몇몇 남학생들만 진짜인지 물어보다 말았을 뿐이었다. 실제로 정우가 대놓고 냄새를 맡아서 피해를 본 여학생도 없었고, 심지어 학교도 그만두고 사라져버렸으니, 대중의 관심을 크게 받을 만한 사건은 아니었다. 나에겐 분명 호재였다. 김준수도 나에게 조금씩 관심을 끄기 시작했으니까.

  난 김준수가 두렵지 않았다. 사랑에 눈이 멀어서인지 뵈는 게 없어졌는지, 어디 한번 붙어보자는 심정이었다. 매일 밤 유튜브를 보며 빌런 퇴치법을 연구했다. 이론적으로는 간단했다. 김준수의 빌런스러움을 만천하에 알리는 것. 그런데 딱히 방법이 없었다. 내가 김준수가 했던 그대로 어떤 소문을 퍼뜨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괜히 나섰다가 알아서 멈춘 변태 이미지가 다시 들고 일어설 수도 있었고, 무엇보다 김준수는 교실 안과 밖에서의 모습이 너무 달랐다. 교실 안에서는 왕처럼 군림했지만, 밖에서는 모두의 인정과 관심을 받는 훈남 모범생일 뿐이었다. 게다가 정우라는 조력자 없이 거대 빌런에게 맞선다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다름없었으니,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바위가 알아서 굴러떨어지길 기다리는 것,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이 다였다. 기회가 오면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여러모로 쉽지 않았다. 김준수는 계속해서 그녀 곁을 맴돌았다. 내가 끼어들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자주 그녀를 찾아가고 있었다. 가끔 김준수가 밖에서 공을 차고 놀고 있거나 교실에서 떠들고 있는 틈을 타 그녀에게 찾아가곤 했지만, 그것도 쉽지가 않았다. 더군다나 그녀는 나보다 김준수에게 더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같았다. 괜한 질투심인지도 모르겠지만,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는 김준수가 나보단 나아 보였을 것이다.

  정우 말대로라면 김준수는 후배 여학생과 잘 되고 있을 터, 괜히 그녀에게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을 것이었다. 정말 김준수의 꿈이 국어 선생님이란 건가? 난 믿지 않았다. 김준수랑 선생님이란 직업은 괜히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내 친구를 제거하고 내 자리를 빼앗고 있는 빌런일 뿐! 난 빌런의 정체를 드러내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김준수는 철두철미했다. 개방된 공간에선 늘 웃으면서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같이 다니는 무리도 하나같이 마찬가지였다. 김준수에게 가려져서 그렇지 따로 떼어놓고 보면 다들 성적도 나쁘지 않고, 남자가 봐도 멋진 녀석들이었다. 물론 교실 안에만 들어오면 그 존재만으로도 공포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굳이 그 무리에 밉보일 짓을 하려는 학생도 없었다. 정우에게 한 짓을 생각해보면 분명 그들만의 세상을 펼치는 공간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난 그 장면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김준수가 무리와 함께 교실 밖을 나서면 나도 뒤따라 일어섰고, 방과 후에 몰래 따라가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성과는 늘 없었다. 김준수 무리는 모두 학교가 끝나면 각자의 학원으로 갔고, 따로 나쁜 짓을 하기 위해 작당 모의를 하지는 않았다. 한 달 넘게 노력해도 아무런 성과가 없었지만, 기회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오고야 말았다.

  급식을 먹고 탈이 났는지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화장실을 찾았다. 수업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어선지 화장실을 텅 비어 있었고, 난 제일 끝에 칸에 급히 들어갔다. 아픈 배가 진정되고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있는데, 그때 김준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녀석의 무리와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

 

  “준수! 너 그 후배는 어떻게 된 건데? 끝났음?”

  “아, 걔 좀 지겹더라고. 어린 애 만나는 거 이제 좀 싫더라. 성숙한 여자가 좋다니깐.”

 

  대외적인 이미지가 사라진 교실 안에서의 모습, 빌런 김준수의 목소리였다. 혹시 몰라 난 조용히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몰래 녹음이라도 해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녀석들의 대화는 그들이 어떤 종류의 악당들이었는지 충분히 증명되는 내용이었다.

 

  “그 국어는 거의 넘어온 거?”

  “와씨. 저녁 사달라고 하니까 알겠다는 거야. 이제 진짜 다 끝난 거지. 너 그 약 준비했지?”

 

  내가 들은 단어는 분명 ‘약’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의사나 약사가 아닌 존재가 약을 언급하면 그 약은 대부분 부정의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 빌런들이 약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건, 무언가 나쁜 짓을 계획하고 있음이 분명하단 증거였다.

 

  “내가 타이밍 봐서 먹일 테니까 너희는, 그 어디냐? 그 찌질한 새끼 패버렸던 곳. 아, 그 공장 부지에서 대기타고 있어. 일곱 시쯤이면 가능할 것 같거든? 촬영 장비 잘 챙기고.”

 

  김준수와 무리는 내가 상상한 것 이상의 빌런이었다. 약에 촬영이라니. 정말 심각한 문제였고, 저 이야기만 들으면 그들이 노리는 대상은 나의 그녀였다.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막아야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갑자기 ‘띠링’하는 휴대폰 알람 소리가 났다. 갑자기 화장실 전체가 고요해졌다. 대신 김준수가 내가 들어가있는 화장실 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누구냐, 5초 아니 3초 안에 나와라. 뒤지기 싫으면.”

 

  방법이 없었다. 난 떨리는 손으로 겨우 문을 열었다. 김준수는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뭐야. 너 언제부터 있었냐. 이 새끼 너 뭐 했어? 녹음했어?”

  “어? 아니. 녹음이라니. 그런 것 안 했는데.”

  “야, 이 새끼 폰 한번 확인해봐. 녹음했으면 넌 뒤진다.”

 

  무리 중 한 명이 내 휴대폰을 가져가더니 강제로 잠금을 풀게 했다. 녹음할 생각을 하긴 했지만 실제로 녹음을 한 건 아니었기에 거리낄 것은 없었다.

 

  “녹음은 안 한 것 같은데? 이 새끼 그냥 유튜브 보고 있던 것 같아.”

 

  김준수는 갑자기 내 어깨에 자신의 두 손을 올리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야, 백성. 너 절친 어떻게 된 건지 들었지? 너도 똑같이 당하기 싫으면, 얌전히 입 다물어라. 무슨 말인지 알지?”

  “응. 나 아무 말도 못 들었는데?”

 

  난 나름 능청스럽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갑자기 김준수가 웃기 시작했고, 나머지도 따라 웃었다.

 

  “이 새끼 졸라 쫄았네. 우리가 막 죽이고 그러진 않아. 걱정하지 말고, 알아들었으면 꺼져.”

 

  난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난 그때부터 수업 시간 내내 그녀를 구출할 방법을 궁리했다. 교무실에 당장 찾아갈까, 아니면 학교가 끝나자마자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까. 하지만 모든 건 불가능했다. 김준수와 무리는 날 시종일관 감시하고 있었다. 심지어 종례가 끝난 뒤엔 한 명이 나에게 따라붙기까지 했다. 날 강제로 피시방에 데리고 가서 하지도 않는 게임을 하라고 시켰다. 정말 철두철미한 감시망이었다. 여덟 시가 넘어서까지 붙잡혀있던 난 혼자 길 한복판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난 결국 그녀를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이다. 아무 힘도 없고 용기도 없는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그녀가 도대체 무슨 일을 당했을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지옥 같은 밤이었다.

  왜 난 녀석들에게 신고하겠다는 협박을 하지 못했을까? 한심했다. 그리고 왜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 휴대폰이 울려버렸을까? 원망스럽기도 했다. 한창 눈물을 닦다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창밖으로 던져버릴 생각으로. 그런데 이상했다. 휴대폰이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정신 차리라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달까. 천천히 화장실에서의 상황을 떠올려보았다. 난 녹음을 해야겠단 생각을 했지만 그걸 행동으로 옮기진 못했다. 갑자기 그 순간 휴대폰 알람 소리가 울릴 이유가 없던 것이다. 휴대폰은 늘 진동 모드였고, 그 시간에 내게 온 메시지가 있거나 하지도 않았다. 이상했다. 그건 분명, 내 휴대폰의 울림이 아니었다. 그리고 녀석들 중 한 명의 것이 울렸다면 굳이 화장실 안에 누가 있을 거라는 의심을 하지 않았을 테니 그렇다면? 분명, 화장실엔 또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

  누구인지 모를 그 누군가가 내가 하지 못한 행동을 대신 해 주지 않았을까? 100에 가까웠던 걱정과 실망이 50으로 확 줄어들고, 그만큼을 기대와 희망이 채워주었다.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난 일찌감치 학교에 갔다. 교실에 들어가서 아침 종례가 있을 때까지, 난 창문에 매달려 그녀가 출근하는 모습을 찾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담임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까지 그녀의 그림자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걱정과 실망은 다시 70을 넘어섰다.

 

  “반장, 인사해라.”

 

  담임은 매일 같이 아침 종례 때마다 내게 인사를 시켰다. 권위적인 꼰대다운 행동이었다. 꼰대 교사들은 사회에서 대우를 못 받아서 비교적 상대하기 쉬운 학생들을 통해 자신의 권위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부류였다. 난 반장으로서 그 비위를 맞춰주는 역할이었고. 아침 첫인사에선 담임이 원하는 대로 모두가 바른 복장과 바른 자세를 갖추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난 인사를 하기 전 일어서서 교실을 한 번 죽 둘러보고 모두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곤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오늘따라 유독 지각생이 많았다. 빈자리가 눈에 많이 띄었다. 그리고 그 빈자리의 주인공들은, 김준수와 그의 무리였다. 난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반장! 인사 안 할 거냐!”

  “아, 넵! 차렷, 경례!”

 

  난 자리에 앉아서 이유를 알고 싶어 미칠 지경이라는 듯 다리까지 떨며 궁금해하고 있었다. 그걸 알았다는 듯 담임이, 이야기를 꺼냈다.

 

  “어제 우리 학급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몇몇 친구들이, 아니 그놈들은 친구도, 인간도 아니다. 자세한 얘기는 됐고, 너희는 쓸데없는 짓 하지말고 공부해라. 니들 고삼이다. 알겠나!”

 

  분명 녀석들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했다. 걱정과 실망은 30 밑으로 그 수치가 떨어졌고, 난 빨리 교무실로 가 그녀를 만나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로 메시지가 왔다.

 

  ‘백성현. 지금 당장 남자 화장실로 좀 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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