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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하나가 되지 못한 기록
작가 : wiin
작품등록일 : 2022.1.4

결국... 나는 끝을 볼 수가 없었다... ,

 
46.교수의 기억
작성일 : 22-01-09 22:14     조회 : 219     추천 : 0     분량 : 7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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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2002년 1월 1일 화요일

 나는 마치 목각인형처럼 가만히 앉아서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계속 밖을 응시하다 보니 신경이 예민해지기 시작했지만 거친 빗소만이 들려왔고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신문이나, 티비를 보면 형이 나오지 않는 곳이 없었다. 세상 사람들은 그를 아이들의 천사라 칭하며 칭찬하기 바빴다.

 

 나는 그에게 아무 쓸모도 없는 인간일 뿐이었다. 10년이 넘게 혼자 지내면서 그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여러 방면에서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그를 지키기 위해 다른 여러 운동을 배웠지만 이 모든 것들은 결국 그를 향한 것이 아닌 내 몸이 건강해지는, 그 이상이 되지는 않았다.

 

 여러 매체에서 그가 나올 때마다 나는 자살을 생각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그를 위해 하나라도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희망의 교차로에 놓여 있는 하루들이기 때문이다.

 

 괴로울 때마다 나는 그 날의 일을 떠올리곤 한다.

 

 그날 내 손에 묻어 있던 피와 고양감을 떠올리면 그 때의 뿌듯함이 밀려오곤 했지만 마치 담배 연기처럼 금방 사라져버렸다.

 

 아버지를 죽인 그 날에 난 형을 구원했었다. 즉 그에게 자유를 선물해 주었다. 내가 받았던 값진 터보 라이터의 비해서 귀중한 선물은 아니었지만 내가 처음으로 형에게 건넸던 나만의 귀중한 선물이었다.

 

 하지만 그저 살인만으로는 그를 위한 선물이 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또한 형이 살인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 날의 고양감은 나 자신도 알지 못하게 나를 잡아먹고 있었다.

 

 나에게 하루란 버티는 의미였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한심스러워 그를 지켜보는 일을 그만두고 시골로 내려왔다.

 

 시골로 내려와 그 동안 모은 돈을 이용해 작고 낡은 집을 샀다. 전기는 들어오지 않아 더 이상 그의 소식은 듣지 못했지만 그의 소식을 듣지 않아 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하루는 버티는 게 아닌 하나씩 포기하는 하루가 되어졌다.

 

 내 주의에는 이웃이 없다. 굳이 있다고 말하자면 산 아래에 사는 한 가족이 있었다. 그들을 본 적은 거의 없었지만 시내로 생활용품을 사러 가는 날에 그 집을 지나 치면서 사람 비명 소리를 듣고는 했다.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가족의 일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루들을 포기하는 나에게 주위를 둘러보는 자체가 모순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생활용품이 떨어져 시내에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 지역에 하나뿐인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집을 향해 걸어갔다.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주위에는 가로등 하나 없어 빛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나는 작은 손전등을 의지한 채 한걸음씩 나아갔다.

 

 작은 빛에 의지해 걷고 있을 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요!”

 

 나는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손전등을 비췄다. 빛이 향하는 곳에는 한 남자가 큰 돌에 앉아 있었고 손에 소주병을 들고 있었다.

 

 “잠시만 내 말 좀 들어줄 수 있어요?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자신의 옆에 앉아 보라며 손으로 돌을 쳤다. 그리고 새 소주병을 꺼내며 나에게 건넸다.

 

 나는 그냥 갈까 했지만 왠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자리에 앉아 소주병을 까고 한 입 마셨다.

 

 그는 내가 소주를 한 입 마시는 모습을 보더니 대가를 줬으니 이제 자신의 차례라는 듯 자신의 이야기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는 대부분이 자신이 하는 일들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는 시내에 있는 중국집의 주방에서 일을 한다고 말했다. 그 곳에서 요리를 배워 돈을 모아 자신만의 가게를 차릴 거라는 자신의 목표도 이야기했다. 하지만 주방장의 텃세 때문에 제대로 배우지는 못한다는 어디선가 들어볼 법한 누군가들의 이야기였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소주병에는 남아 있는 술이 없었다. 그래서 그의 발목 아래에 있는 비닐봉투를 조심스럽게 열어 새 소주병을 꺼내 뚜껑을 까고 한입에 들이 삼켰다.

 

 꽤나 알딸딸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고 이 동네에 온 뒤로 형 생각이 안 난 적은 지금이 처음이었다. 왠지 모를 해방감에 취한 나는 그의 끊임없는 이야기들을 들어주었다.

 

 그가 한창 이야기를 하다 그가 사는 집의 이유 모를 비명소리가 궁금해졌다.

 

 “갑자기 궁금한 게 있는데… 당신 집을 지나갈 때 가끔 들리는 이상한 소리는 무슨 소리입니까? 이 동네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티비를 볼 수 없을 텐데…”

 

 나의 질문이 마치 하면 안 되는 말이라도 되는 듯이 그가 나를 쳐다보자 나는 순간 말 실수를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다른 대화 주제로 바꾸려고 할 때 그가 입을 열었다.

 

 “나이도 나랑 비슷해 보이는데 말 놓을까요?”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우리 서로 이름을 모르네. 내 이름은 산이야. 정산.”

 

 “나는 형식, 박형식.”

 

 뒤늦게 서로의 이름을 물어보고 우리는 각자 손에 있던 술을 한입씩 마셨다.

 

 “저… 형식아, 너는 형제가 있어?”

 

 그의 뜬금없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잠시 동안이지만 생각나지 않던 형이 생각났다.

 

 나는 다시 술을 한입 마시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나는 나이가 아주 많이 차이나는 어린 동생이 한명 있어.”

 

 그의 눈가가 촉촉해져 가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난 말이야. 내 동생을 위해서라면 주방장이 하는 욕은 평생 들으라 해도 살아갈 수 있어. 내 진짜 목표는 내 동생이 나처럼 살아가지 않았음 하는 거야. 좋은 것 보고, 맛있는 거 먹고, 그리고 학교가서 공부도 배우고,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거지...”

 

 촉촉한 그의 눈가에서 거칠면서 아주 작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런데… 그게 안돼. 그 사람에게 도망쳐야만 하는데, 내게 힘이 없어. 애초에 그를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나한테는 없는 거야...”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흐느끼기 시작했다. 한 손에 들린 소주병안의 술들은 그의 몸의 리듬에 맞춰 출렁거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그 날의 일들이 떠오르면서 기분이 안 좋아졌다. 나는 그의 뒷통수를 바라보며 그 사람이 누구인지 물어봤다.

 

 “아버지…”

 

 그의 짧은 대답은 내가 왜 기분이 안 좋아졌는지를 다 설명했다. 그의 함축적인 말들을 하나씩 해석해 보자면 그는 아버지에게 어떠한 이유로든지 폭언이나 폭행을 당한다. 이는 그의 동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런 상황에서 동생을 데리고 도망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옛 내 모습이 생각나면서 그날의 일이 더 생생하게 떠오르기 시작했고 갑자기 형이 보고 싶었다. 형을 생각함과 동시에 아버지가 생각나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지금 내 옆에 내가 겪었던 상황에 처한 이가 있고, 나는 해결방법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를 죽여.”

 

 나는 아주 담백하게 말을 내뱉었다. 그리곤 그의 흐느낌이 멈추더니 나를 쳐다봤다.

 

 “아버지를 죽이고 동생을 데리고 도망쳐. 아니 살아가. 이건 도망치는 게 아니야.”

 

 그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코웃음을 쳤다. 그가 옷소매로 눈물을 닦고 술을 한입 마시더니 우느라 사래가 걸린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아니, 그럴 수는 없어. 만약 그가 갑자기 죽더라도 나는 그에게 묶여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거야. 내 몸과 마음은 모두 커버릴 대로 커버려서 순수하지 못하거든. 그의 아들이기 때문에 나는 이미 그에게 물들어 버린 거지.”

 

 그의 진심이 담긴 말들이었다. 그의 말처럼 그는 이미 순수하지 못한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 곳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이미 예전에 잃어버린 것이다.

 

 그의 말이 누군가 들으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새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가 그럴 수 없다고 확신했다.

 

 지금의 난, 내 스스로가 형을 위해서 도움이 되고 싶다고 느끼지만 어떻게 보면 그의 말을 지켜 나가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내가 아직 순수했을 때, 모든 두려움을 이겨냈고 그에게서 해방되었다. 비로소 내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을 구원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를 구원해주고 싶다.

 

 형을 구원해주고 난 뒤로 오랜만에 이 감정을 느껴봤다. 그 때의 희열감과 고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지금 마시고 있는 술보다 더 달았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와 더불어 그 또한 더 이상 이 미래에서 구원을 받을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그는 나와는 다르게 이미 스스로 구원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미래를 살아갈 자격을 갖춘 이는 오직 그가 언급한 그의 동생뿐이었다. (물론 그가 미래에서 구원을 받을 자격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죽음의 구원은 존재했다.)

 

 그 뒤로 나는 며칠동안 그의 동선을 확인했다. 그는 아침 일찍 집에서 나가 9시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또한 그는 항상 매주 화요일에 그 때 그 자리에서 술을 마셨다.

 

 약 한달을 그렇게 그의 모든 동선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화요일의 늦은 밤 9시, 비가 내렸다. 주위의 모든 소리를 지울 만큼의 빗소리는 나의 발소리마저 지웠다. 나는 검은 우비를 뒤집어쓴 채 그의 집으로 향했다.

 

 오늘 나는 그와 그의 동생을 구원한다.

 

 나는 불빛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철퍽 철퍽

 

 발이 땅에 닿으면서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큰 소리가 났지만 빗소리에 묻쳐 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마치 내 집인 마냥 자연스럽게 문을 열었다.

 

 밝은 빛이 나오는 집 안에는 한 여성이 엎드려 있었고 중년의 남성의 손은 그녀를 향해 있었다. 상황 자체로만 보면 그가 그녀를 때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불쌍한 여자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위해 온 게 아니다. 그녀는 구원의 대상이 아닌 그와 마찬가지로 집행의 대상이었다. 그들에게 아픔을 주는 그의 평소 행동들을 제외하고도 그녀의 무관심 또한 나에게는 집행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손을 높이 든 채로 시선만 내가 있는 곳에 머물렀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그는 손을 자신의 허리에 놓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당신 뭐야? 어떻게 들어 왔어? 얼른 나가!”

 

 그가 내 숨결 근처로 다가와 검은 우비를 뒤집어쓴 내 얼굴을 확인했다.

 

 “당신 저 위에 사는 사람 맞지? 남의 가정사 신경 끄고 집이나 가!”

 

 그는 짜증난다는 말투를 하며 내 얼굴 바로 앞에 서서 말했다. 그의 침이 내 얼굴 곳곳을 침범했다. 더러운 감정이 쌓이면서 얼른 이 모든 집행을 한시라도 빨리 끝내고 싶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공간에는 그와 그녀를 제외하고 그의 동생이 보이지 않았다. 그의 말처럼 헛간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 만약 그가 있었다면 이들을 집행하는 장면을 보여주기 꺼려졌겠지만 더 이상 머뭇거릴 필요가 없어졌다.

 

 내 품 안에 있던 칼을 꺼내 들어 정확히 그의 목을 그었다.

 

 이 모든 과정이 단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리고 순식간에 벌어졌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놀란 눈을 하며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는 더러운 피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가 쓰러지며 옆에 있던 중년의 여성이 엎드린 채로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아… 그녀의 얼굴에는 많은 상처가 있었다. 불쌍한 여자. 만약 그가 순수한 생명체였으면 미래에서 구원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아깝다. 그녀는 더럽혀진 불쌍한 인간이었다.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이 모든 상황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나는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속삭였다.

 

 “저 세상에서는 행복하게 살길…”

 

 그녀의 목도 순식간에 그었다. 나는 또다시 더럽혀진 인간을 죽음으로써 집행했다. 그녀의 더러운 피가 목과 입에서 쏟아져 나왔고 이내 그녀의 몸을 덮었다.

 

 집행 도중에, 갑자기 문 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의 동생인가 싶어 문으로 다가가 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마루바닥 아래에 고양이가 울고 있다. 고양이인가 싶었지만 마루바닥 아래에서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의 동생임이 틀림없었다.

 

 아, 불쌍한 아이야. 조금만 기다리렴.

 

 나는 그가 안심할 수 있게 문을 지그시 닫았다. 그리고 그를 기다렸다.

 

 약 10분뒤,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의 얼굴은 시뻘개져 있었다. 아마 술을 마셔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유독 얼굴은 빨개져 있었고 그의 눈은 심하게 커져 있었다.

 

 그가 주위를 둘러보다 나를 쳐다보더니 이 상황을 다 이해했다는 듯이 내 옆으로 다가와 자리에 앉았다. 나는 그를 따라서 그의 앞에 앉았다.

 

 “당신… 내가 수없이 생각 했던 일들을… 결국에는 내가 하지 못했던 일을 했네…”

 

 “나는 너와 너의 동생을 구원해주고 싶은 거야.”

 

 나의 말에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그가 웃기 시작했다.

 

 “하하, 그래 그렇구만. 형식이, 너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구나.”

 

 “응… 내 손으로 아버지를 죽였어… 그리고 내 형을 구원했고.”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너도 알다시피 나는 이미 깊은 늪에 빠졌어.”

 

 “알고있어. 너는 살아서는 구원받지 못해. 살아서 구원받을 수 있는 사람은 네 동생뿐이지.”

 

 “그래 네 말이 맞아. 너는 알고 있었구나. 그래서 내 어머니도 죽인거고.”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칼을 잠시 줄 수 있어? 다른 사람의 손에 죽는 것도 좋지만, 이왕이면 내 스스로 구원받고 싶어.”

 

 나는 아무 의심 없이 그에게 칼을 건네 주었다. 비록 그와의 인연은 짧았지만 그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칼을 쥐면서 자신의 가슴을 바라봤다.

 

 “부탁 하나만 하지...”

 

 그가 아주 깊은 숨을 들이마시면서 말했다.

 

 “내 동생… 그 아이가 나의 아버지처럼 되지 않게… 그 아이를 지켜줘. 이게 내 부탁이야.”

 

 “내 모든 인생을 걸고 약속하지.”

 

 그는 나의 말을 듣자마자 빙긋 웃으며 자신의 가슴을 향해 칼을 찔렀다. 그리고 가슴과 입에서 피를 뿜기 시작했다.

 

 그의 순결한 그 일련의 과정들이 빛을 뿜어 댔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쓰러지며 아주 작은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넌 살인마가 아니야… 형식아… 넌 날 구원했어.”

 

 그가 남은 힘을 다 써서 내 손을 잡았다.

 

 “고마워…”

 

 그의 마지막 한마디에 이제껏 쌓아왔던 감정들이 터져갔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목표가 생겼다.

 

 그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아이들을 구원하는 일… 그리고 이 선한 구원의 과정을 이 세상속에서 더러워진 내가 아닌 모두 형에게 돌리기로… 일석이조의 상황이 내 미래에 대한 상상에서 그려졌다. 하지만 구원자의 역할을 형이 할 수 없을 게 분명하다. 어쨌거나 피를 묻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손에 피를 묻혀본 내가 형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로, 내가 그를 대신해 대행자 역할을 자처하는 거다.

 

 이 모든 목표의 확립이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나에게 인생의 목표를 준 그는 하늘에서 내려온 신의 전달자였음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전달자는 나에게 임무를 주었다.

 

 잠시 슬픔에 빠졌지만 정신을 차리고 눈물을 닦아냈다.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 밖을 나섰다.

 

 내 두번째 살인, 내가 다시 태어난 날, 2002년 1월 1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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