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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하나가 되지 못한 기록
작가 : wiin
작품등록일 : 2022.1.4

결국... 나는 끝을 볼 수가 없었다... ,

 
34.교수의 기억
작성일 : 22-01-09 21:14     조회 : 214     추천 : 0     분량 : 5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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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12월 25일 수요일~ 2003년 1월 1일 수요일

 두번째 살인 이후로 2003년 1월 1일이 되기 일주일 전.

 

 내가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살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고시원의 주인은 배가 불룩 튀어나와 두꺼비를 닮은 중년의 아저씨였지만 그런 그에게는 아주 작고 귀여운 아이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오현, 곧 5살이 되는 세상물정 모르는 순수한 영혼을 가진 그 아이를 1년 가까이 지켜봤다.

 

 그의 눈은 죽어 있는, 살아있지 않은 사람의 눈을 하고 있어서 마치 다른 이들이 자신에게 관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듯이 무관심해 보였다.

 

 그 나이 때의 아이들은 어느 한 곳에 관심이 생겼다 사라지고 금방 또 다른 곳에 관심이 생기며 호기심이 많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어른의 탈을 쓴 것 마냥 그에게는 감정이라는 단어가 없어 보였다.

 

 그를 낳아준 여자는 그가 태어나자마자 도망쳤다고 한다. 그 뒤로 고시원의 주인인 그의 아버지가 그를 키워왔다. 하지만 그에게 애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항상 아이를 방치했으며 놀음을 하느라 바빴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그를 키우는 일은 고시원의 마음씨 착한 학생들이었다. 이 마저도 몇 명 없었지만 그를 향한 사랑은 실제 부모보다 몇배는 더 컸었다. (그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해 표정의 변화가 없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를 위해 한 행동은 없었다. 아니, 하지 못한 게 맞다. 감정이 없어 보이는 아이지만 그래도 어린 아이이다. 아직 물들지 않은 순수한 아이, 부모가 버린 불쌍한 아이.

 

 그런 아이에게 나의 흉측한 몰골을 보여줄 수가 없었다. 얼굴의 끔찍한 화상자국은 1년동안 치료를 하여 없어졌지만 세월의 풍파를 혼자 맞은 듯한 주름, 그리고 수많은 잔 상처들이 있어 아직은 누구에게도 당당히 보여줄 수가 없었다. 특히 그 어린 아이에게는 그랬다.

 

 그래서 나는 멀리서 그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두번째 살인 이후, 나는 무작정 사람들을 해치지 않기 위한 나만의 룰을 만들었다.

 

 첫번째, 1월 1일 한 가정만. 그를 추모한다는 생각이기도 하고 나는 무작정 사람을 살인하는 살인마가 아니기 때문이다.

 

 두번째, 불필요한 쓰레기를 죽이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두번째와 연관된다. 무조건 살인을 하는게 아니다. 그 가정에서 구원할 수 있는 순수한 영혼이 존재하냐는 문제였다.

 

 나는 나만의 룰을 만든 뒤, 바로 서울에 올라왔고 고시원에 자리 잡아 주위를 탐색하며 내년에 이루어질 구원의 대상자를 물색하려 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구원자란 임무를 준 신의 대행자인 그가 나를 이끌어주고 있었기에 이 사실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고 금방 증명이 되었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굳이 여기저기를 찾지 않아도 바로 앞에 구원의 대상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대상자는 바로 오현이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나면 그를 구원해준다. 어떻게 보면 그를 구원해주는 일이 나의 첫 정식 임무였다. (1년 전, 그의 동생을 구원해준 일은 내가 임무를 받기 위한 초석이었다.) 그 뒤, 이 일은 내 첫 임무였기에 일주일전부터 나는 흥분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남은 일주일동안 완벽한 계획을 위해 동선을 몇 번이고 체크했다. 날마다 방치되어 있는 현이를 보면서 평소보다 분노가 쌓였지만 완벽한 계획을 위해 참고 또 참았다. 집행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를 완벽하게 구원해주기 위해서는 내 감정을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

 

 흥분과 분노가 수시로 바뀌는 날들이 지나고 드디어 1월 1일 되었다.

 

 오후 5시, 그가 집을 나섰고 나는 곧바로 그의 뒤를 따라 쫓아갔다. 차를 타고 약 1시간쯤 달려 도착한 곳은 주위에 건물은 하나도 없이 풀만 무성한 들판이었다. 그가 차에서 내려 어떠한 장애물도 없는 들판속으로 들어가 거침없이 걷기 시작했다.

 

 꽤 깊게 들어왔을 때쯤, 허름한 비닐하우스가 보였다. 그는 자연스럽게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계획대로 그 근처에 있는 큰 나무에 숨어 그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지난 1년간 그를 조사한 결과, 그는 도박 중독자로 꽤나 많은 돈을 잃었었다. 그렇다고 고시원을 운영하는 그가 돈을 대출하는 일은 없었지만 최근에 들어 이들에게 고시원 건물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장면을 목격했었다. 그 뒤, 더 완벽한 시나리오가 내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밤이 찾아오고 늦은 밤 11시가 되어서야 그가 비닐하우스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어두워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가 꽤나 분노에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가 돈을 잃은 게 틀림없었다. 그가 비닐하우스에서 나오면서 그의 뒤를 따라 건달이 두 명이 같이 나왔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워낙 우렁차서 내가 있는 나무 뒤까지 들려왔다.

 

 “어이, 오씨 알지? 당신 건물은 이제 우리꺼야.”

 

 비쩍마른 건달이 말했다.

 

 “한번만… 딱 한번만 기회를… 건물까지 없으면…저는…”

 

 비쩍마른 건달옆에 같이 있던 곰을 닮은 덩치 큰 건달이 느린 말투로 말했다. 그의 말이 작고 워낙 느려 그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나는 두 귀를 집중해서 겨우 들었다.

 

 “한가지 방법이 있어…”

 

 “당신 몸이… 있잖아… 담보를 걸고… 돈을 따…”

 

 그는 덩치 큰 건달의 말에 한참을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얼마를 받을 수 있습니까?”

 

 비쩍마른 건달이 웃음을 보이고 손가락으로 숫자를 표현하며 말했다.

 

 “잘 생각했어. 원래 이만큼인데, 특별히 이만큼 챙겨 줄게.”

 

 덩치 큰 건달이 자신의 자켓 주머니에서 종이와 칼을 주섬주섬 꺼냈다.

 

 “지장 찍어.”

 

 종이와 칼을 받아들인 그는 잠시 망설이다 자신의 손가락을 살짝 찌르더니 이내 종이위에 손가락을 꾹 눌렀다.

 

 “그럼, 다음주에 보자고.”

 

 비쩍마른 건달이 말했다.

 

 두 건달은 다시 비닐 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그는 그들을 뒤로한 채 한숨을 쉬며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그의 뒤를 쫓았다.

 

 그가 방심하는 틈을 노려 나는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가 놀랐는지 잽싸게 뒤를 돌아봤다. 하지만 그가 내 얼굴을 확인할 틈을 주지 않고 나는 그의 머리에 망치를 꽂아 내렸다. 그렇게 그는 저항할 여유도 없이 그대로 쓰러졌다.

 

 나는 그의 다리를 잡고 질질 끌어 사람이 다니지 않는 근처 산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를 적당한 나무에 묶어 놓고 뺨을 때리며 그를 깨웠다.

 

 그가 정신을 차리기 시작하면서 눈을 반쯤 뜨고 주위를 확인하더니 나를 발견했다.

 

 “너, 너 뭐야? 나한테 왜 그러는거야?”

 

 “나 알아봐?”

 

 “206호 총각 맞지? 아니, 그전에 이것 좀 풀어줘. 내가 당신한테 뭘 했다고.”

 

 “아저씨, 아직 감이 안 잡혔어? 당신은 죄인, 나는 집행자. 우리의 관계는 딱 그 정도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는 그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굽히고 그를 쳐다봤다.

 

 “그래, 죽기 전이니 왜 자신이 죽어야 하는지는 알아야겠지.”

 

 나는 다시 무릎을 피고 그의 주위를 맴돌며 마치 학교 선생처럼 말을 했다.

 

 “첫째, 당신은 자신의 아이를 방치했어. 현이를 아프게 한거야. 그리고 둘째…셋째… 모두 다 같은 이유이고.”

 

 “그게 무슨…”

 

 그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두려움이 공존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제 이유를 알겠지?”

 

 내가 품 안에 있던 칼을 꺼내자 그가 나에게 소리쳤다.

 

 “잠깐, 자네 원하는 게 돈인가? 돈이라면 얼마든지 줄게. 그리고 현이? 내 아이를 원해? 그럼 가져가. 제발 나만 살려주게.”

 

 그의 눈에서 닭똥만도 못한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나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그의 말에 화만 더 나기 시작할 뿐이었다.

 

 “아이를 주겠다고? 현이는 내가 데리고 갈거야. 그러니 걱정마. 아, 당신이 어떻게 죽는지는 알아야지. 그게 궁금했구나.”

 

 나는 칼을 그의 배에 갔다 대며 말했다.

 

 “원래 계획에 없던 건데… 당신 안에 있는 장기란 장기는 모조리 빼낼거야. 그리고 남은 피까지… 설명은 이만하면 되었지? 지옥 가서도 그렇게 쓰레기처럼 살기 기도할게.”

 

 나는 그의 목을 가차없이 그었다. 그런 다음, 그의 가슴 정중앙을 깊숙이 찔렀고 그를 묶고 있던 밧줄을 잘라내며 동시에 그의 배를 위에서 아래로 갈라냈다.

 

 그는 단 한순간에 죽지 못하고 자신의 배가 갈라지는 순간을 지켜보았다. 그의 배가 갈라지고 그는 뜬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자신의 배를 다시 붙이려는 듯이 그는 자신의 양손을 사용해 배를 가운데로 몰려 했지만 그에게는 그럴만한 재주는 없었다.

 

 그는 고통속에서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가 편히 죽는 과정을 허락할 수 없던 나는 그가 정신을 잃어 죽을 때까지 그의 장기 하나하나를 천천히 잘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목이 반으로 갈라졌을 때 이미 죽어 있었다.) 마치 외과의사라도 되는 마냥 깔끔하게 장기들을 하나씩 꺼냈다. 의학 전문지식은 없던 나였지만 어디를 잘라야 장기들을 온전히 꺼낼 수 있는지를 감각적으로 알고 있었다. (신이 내게 내려준 유일한 재능이었다.)

 

 나는 멈추지 않고 장기들을 꺼냈고 그 장기들을 한 곳으로 모아 근처 땅에 파묻었다.

 

 피까지 다 뽑힌 그의 시체를 사람이 들어갈 만한 큰 비닐에 넣어 그를 끌고 갔다. 그리고 비닐 하우스 근처, 오늘 오후에 미리 파 놓은 땅에 그를 집어넣고 숨을 죽인 채 조용히 다시 땅을 덮었다.

 

 이로서 집행은 끝났지만 나에게는 아직 할 일이 남아있었다. (나는 집행자가 아닌 구원자이다.) 며칠 뒤, 온 지역들이 들썩거리게 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뉴스에서는 도박장을 운영하는 장기매매 조직이 잡혔다는 소식을 전했고 그들에게 죽었던 피해자들 중 한명에는 그도 포함되어졌다. 그들이 장기매매를 위해 죽였던 이들이 꽤나 많아서인지 그가 그 안에 포함되어지는 과정은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러다 며칠 뒤, 경찰들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고시원에 찾아 왔다. 그들이 아이를 데려가려고 하자 내가 경찰들을 붙잡고 말했다.

 

 “저기, 이 아이 제가 데려가도 될까요?”

 

 경찰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이 아이, 어차피 고아원으로 보내지는 거 아닙니까? 제가 알기로는 주위에 친척들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데요?”

 

 “제가 아는 고아원 원장님이 계세요. 아주 훌륭하신 분이죠. 박형원 교수님이라고 유명하신 분인데…”

 

 그들은 잠시 생각하다가 기억났다는 듯이 나에게 말했다.

 

 “아, 그분이요? 당연히 알죠. 흠…”

 

 그들이 고민을 하다 나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대신 사건 종결 전까지는 저희와 정기적으로 연락을 하셔야 합니다.”

 

 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경찰들은 마지막까지 나에게 부탁한다는 말을 하며 고시원 밖으로 나갔다. 아주 작은 손이 내 손을 잡고 있다. 하지만 그 아이는 평소와 같이 여전히 내 얼굴을 쳐다보지는 않았다.

 

 “현아. 가자. 너가 있어야 하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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