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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뉴턴스쿨엔 뉴턴이 없다
작가 : Perpetua
작품등록일 : 2022.1.3

국내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대안 국제학교 뉴턴스쿨,
뉴턴 같은 수학자가 나올 가능성은 없지만, 사과나무 아래서 여러 사건을 만들 학생들은 많다. 헝가리 의대반을 제외하곤 공부에 열심인 학생도 없다. 그래도 걱정하지 않는다. 대학에 갈 생각만 있다면 어느 대학이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낸다. 학생의 능력도, 선생의 능력도 아니다. 돈의 능력으로 보낸다.
윤태를 포함해 영호, 양이, 민준, 개화, 은경은 N반이다. N은 뉴턴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 정수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아무 생각도, 계획도 없는 아이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일상은 그리 나쁘지 않다. 바라보는 어른들만 답답할 뿐이다. 그들에게 변화가 찾아올까? 그들의 변화는 긍정적인 조짐일까?

 
19.
작성일 : 22-01-09 11:32     조회 : 183     추천 : 0     분량 : 2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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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집에 들어와 보니 미스터 성이 영혼 없는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전 방송사 프로그램을 한 화면에 띄운 채 보고 있었다. 한국말은 나오는데 어디서 누가 하는 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밥 먹었어?”

 

 미스터 성이 나를 챙겼다.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밥 먹었어?”

 

 나도 미스터 성을 챙겼다. 미스터 성도 고개만 끄덕였다.

 미스터 성 앞에는 물 잔과 커피 잔과 와인 잔이 있었다.

 모두 빈 잔이었다.

 

 “불금인데 일찍 들어왔네?”

 “불금이나 즐길 나이냐?”

 

 전 방송사 프로그램을 한 화면에 띄우며 즐길 나이도 아니라고 약을 올리려다 참았다.

 갑자기 한 남자의 영혼이 가엽게 느껴졌다. 한 여자에게 마음을 저당 잡힌 채 사랑의 부스러기조차 받아내지 못하는 남자다.

 내가 많이 닮은 남자다. 그래서 더 안쓰러웠다.

 

 “운동이라도 하지?”

 “하고 들어왔어.”

 

 시계를 보니 10시가 넘었다. 나는 이온 음료수를 하나 꺼내 마셨다.

 

 “농구하러 나갈까? 밤참 내기 어때?”

 

 내 돈을 바쳐서라도 분위기를 바꿔야 할 정도였다.

 

 “달밤에 체조할 일 있냐? 게다가 농구는 왜? 시원한 곳 놔두고.”

 “요즘 마운틴이 농구 배우거든.”

 “농구? 누구한테?”

 “영호한테.”

 “학생한테? 개인 지도야?”

 “재능기부프로그램에서 하는 거야. 일주일에 한 번.”

 “아, 아깝다⋯. 축제 때 내 농구 실력을 보여주는 건데. 의상이 맞지 않아서 참았지.”

 

 미스터 성이 벌떡 일어나 슈팅 폼을 잡았다.

 

 “그날 슈팅까지 했으면 마운틴 눈 밖에 났어!”

 “왜?”

 “몰라서 물어? 얼마나 그날 진상이었는데!”

 

 하기야 진상은 자기가 진상인 줄 모른다.

 

 “내가 무슨 진상을 부려? 얼마나 예의를 지켰는데!”

 “장미꽃.”

 “유용하게 썼잖아!”

 “돈 봉투.”

 “그게 어때서? 기부금 내는 것도 잘못됐냐?”

 “다른 학부형과 비슷하게 내야지! 혼자서 유별나게 봉투가 뭐야?”

 “돈은 봉투에 넣어서 주는 거야! 그게 예의야. 미리 준비하는 것도 예의고.”

 

 듣고 보니 그건 미스터 성의 말이 맞는 것 같다.

 

 “하여튼 주인공의 자리를 넘보는 건 아니지.”

 “주인공?”

 “그날의 주인공은 학생이야. 농구공 넣기의 주인공은 영호고. 거기에서 잘난 척하려고 했어?”

 “그건 그러네. 실력 보여주지 않길 잘했네. 학부형 재능기부프로그램은 없냐?”

 “그럼 마운틴이 좋다 하고 배울 것 같아? 연애 프로 맞아?”

 “그건 나도 알지! 대신 얼굴은 뵐 수 있잖아. 얼굴을 자꾸 봐야⋯.”

 

 뒷말을 삼키며 미스터 성이 주저앉았다.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덩치 큰 어린아이가 따로 없다.

 나는 가방에서 정 여사 시집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뭐야? 아직 안 드렸어?”

 

 미스터 성의 발소리가 빠르게 따라왔다.

 

 “며칠이 지났는데 아직도 안 드렸어?”

 

 목소리에 기쁨까지 섞였다.

 

 “빌린 사람이 전해줘야지. 그게 예의야. 내일 자전거 타고 가.”

 “어딜?”

 “몰라서 물어?”

 “이상하잖아?”

 “뭐가 이상해? 책 보러 가는 건데.”

 “서점에 책 보러 간 사람이 빌린 책 돌려주냐? 속이 훤히 보인다.”

 

 속 보이는 행동은 미스터 성이 일인자였다. 속 보이는 행동이 남녀의 거리감을 줄인다고 확신하는 사람이었다.

 이건 미스터 성의 연애록인데 그새 잊었나 보다.

 

 “속을 그대로 보이면 되지! 책 보러 온 길에 혹시 만날까 싶어 가져왔다고 해. 만나서 다행이라고도 하고.”

 “너무 훅 들어가는 거 아니냐?”

 

 훅 들어가는 행동도 미스터 성이 일인자였다.

 연애기법을 잊을 만큼 휴면기간이 길지도 않았는데 수준이 급격히 떨어졌다. 연애를 사업처럼 하던 남자였다.

 하기야 연애도 사업인 것 같다. 연애사업이란 말이 있는 걸 보면 그 사업에도 온갖 수단이 필수인 모양이다.

 그런데 왜 이번 연애사업은 제대로 못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시간 없어. 내가 성인이 된 다음에 시작하면 늦어. 거울 안 봐? 늙어가는 거 안 보여?”

 “내가 늙어간다고?”

 

 미스터 성이 얼른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자신의 얼굴을 세심히 훑었다. 그러다 머리 스타일을 바꿔가며 얼굴의 각을 세웠다.

 

 “이거 뭐야? 새치가 있네!”

 

 미스터 성이 새치 하나를 뽑으며 소리쳤다. 큰 재난이 일어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다 침대에 맥없이 대자로 누웠다.

 

 “새치가 아니라 흰머리일걸?”

 

 약을 올려도 대꾸가 없다. 흰머리 하나가 저토록 쇼크일 줄은 몰랐다.

 

 “백발인 젊은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쇼크를 받아? 염색하면 되지.”

 “흰머리 때문이 아니야. 노화 현상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쇼크지. 젊은 너는 모른다. 청춘? 순식간이야.”

 

 미스터 성은 눈까지 지그시 감았다.

 

 “청춘보다 더 청춘답게 즐긴 사람 아니야?”

 “그게 즐긴 거냐? 시간 때운 거지.”

 

 그제야 나는 미스터 성의 얼굴을 찬찬히 봤다. 그러고 보니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이마에 미세한 주름도 보였다. 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시간을 때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짓말 같은 말이 믿어지는 순간이다.

 

 “하여튼 경로당에서 파트너 구하기 전에 분발해. 이젠 정상적인 여자와 만날 시기야. 마운틴 정도의 파트너만 모시고 와. 내가 얼른 통과 사인해줄 테니.”

 

 내 말에 미스터 성이 벌떡 일어나 앉았다.

 

 “아⋯ 어떡하지⋯. 실수할 것 같은데⋯.”

 

 양이가 했던 말을 미스터 성이 똑같이 했다.

 

 “괜찮아. 있는 그대로 보여줘. 실수도 매력이 될 수 있어.”

 

 영호가 양이에게 해준 말을 나도 똑같이 해줬다.

 미스터 성이 다리를 덜덜 떨었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입술을 오므렸다. 생각이 많은 모양이다.

 그 모습이 가련해서 좀 더 정보를 줬다.

 

 “2층에서 책 보실 거야. 참치샌드위치 사 드려.”

 “참치샌드위치? 그거 네가 좋아하는 거잖아?”

 “마운틴도 좋아해.”

 “넌 뭐할 거야?”

 “약속 있어.”

 

 나는 욕실로 들어가 콘택트렌즈를 빼고 안경을 썼다. 미스터 성이 줄레줄레 따라왔다.

 

 “왜?”

 “아니, 그냥⋯. 뭐 할 거야?”

 “샤워할 거야!”

 “알았어. 샤워부터 해.”

 

 미스터 성이 눈치를 보며 물러났다.

 나도 오래전에 저런 적이 있었다. 미스터 성의 기분만 살피다 물러난 적이 있었다.

 이런 날이 오다니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작가의 말
 

 “그건 나도 알지! 대신 얼굴은 뵐 수 있잖아. 얼굴을 자꾸 봐야⋯.”

 뒷말을 삼키며 미스터 성이 주저앉았다.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덩치 큰 어린아이가 따로 없다.

 (...)

 “속을 그대로 보이면 되지! 책 보러 온 길에 혹시 만날까 싶어 가져왔다고 해. 만나서 다행이라고도 하고.”

 “너무 훅 들어가는 거 아니냐?”

 (...)

 “아⋯ 어떡하지⋯. 실수할 것 같은데⋯.”

 양이가 했던 말을 미스터 성이 똑같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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