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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뉴턴스쿨엔 뉴턴이 없다
작가 : Perpetua
작품등록일 : 2022.1.3

국내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대안 국제학교 뉴턴스쿨,
뉴턴 같은 수학자가 나올 가능성은 없지만, 사과나무 아래서 여러 사건을 만들 학생들은 많다. 헝가리 의대반을 제외하곤 공부에 열심인 학생도 없다. 그래도 걱정하지 않는다. 대학에 갈 생각만 있다면 어느 대학이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낸다. 학생의 능력도, 선생의 능력도 아니다. 돈의 능력으로 보낸다.
윤태를 포함해 영호, 양이, 민준, 개화, 은경은 N반이다. N은 뉴턴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 정수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아무 생각도, 계획도 없는 아이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일상은 그리 나쁘지 않다. 바라보는 어른들만 답답할 뿐이다. 그들에게 변화가 찾아올까? 그들의 변화는 긍정적인 조짐일까?

 
17.
작성일 : 22-01-09 10:57     조회 : 197     추천 : 0     분량 : 4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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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 성이 정 여사의 첫 시집을 흔들며 환하게 웃은 건 바자회 행사 준비로 한창 바쁠 때였다.

 나는 양이의 주문대로 모노스타토스가 되기로 했다. 미래는 정말 나를 음흉하고 포악한 인물로 잘 분장시켰다.

 지금 음흉한 인물은 내 앞에 떡 서 있는데 말이다.

 

 “드디어 해냈다!”

 “뭘 해냈다는 거야?”

 

 나는 미스터 성이 해냈다는 것이 나를 위한 진로상담인지, 그것을 핑계 삼은 마운틴과의 만남인지 알 수 없었다.

 정 여사의 시집을 흔들며 웃는 모습은 확실히 후자를 해낸 기쁨이었다.

 

 오래전부터 미스터 성은 마운틴에게 상담 요청을 한 상태였다.

 학교 상황 때문에 마운틴 앞엔 수시로 해결해야 할 일이 쌓여갔다. 상담이 줄을 이었다.

 마운틴은 미스터 성에게 양해를 구하며 상담 날짜를 미뤄야 했다. 마운틴이 생각하기에 내 상담은 순번만 빨랐지 급한 사항이 아니었다.

 나는 점점 예의 있는 학생으로 변해갔기에 구태여 미스터 성까지 만날 이유도 없었다. 마운틴은 응급한 학생부터 생각해야 했다.

 나와 마주칠 때마다, 아버지와 무슨 일 있니? 라는 말만 계속해서 물었다. 그럼에도 나는 미스터 성에게 상담을 취소하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마운틴이 자꾸 상담을 미룬다며 낙담까지 했기 때문이다.

 나를 위한 상담이 아닌 미스터 성을 위한 상담이 필요했다.

 나는 미스터 성에게 학교 상황을 말해줬다. 예정대로 바자회 행사를 하기로 했고, 마이클이 임시 교장직을 맡기로 했고, 어쩌면 마운틴이 교무부장을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학부형들부터 전학생이 반겼건만 미스터 성만 반기는 기색이 없었다. 직책을 맡으면 바쁘다는 게 이유였다.

 결혼하지 않은 여자는 영원한 싱글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걱정까지 했다. 걱정도 팔자다. 누구를 위한 걱정인지 속이 훤히 보였다. 김칫국을 김치통 채 들이키고 있었다.

 

 “웃음이 예술이야!”

 

 내 진로에 관한 얘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미스터 성은 마운틴에 대한 느낌만 줄기차게 얘기했다. 30분간의 상담이 2박 3일간은 한 내용처럼 길었다.

 

 “그래서 어떡하기로 했어?”

 

 내가 상담 결과를 물었다.

 

 “자주 보기로 했어.”

 

 미스터 성이 자기 마음의 결정을 말했다.

 

 “내 상담한 거 맞지?”

 “당연하지! 그럼 내 상담했겠냐?”

 “근데 왜 나에 관한 얘기는 아무것도 없어?”

 “아, 그건 너와 다시 얘기해 보겠다고 했어.”

 “뭘?”

 “정 여사님이 벌써 네 진로에 대해 의논했더라고.”

 

 정 여사와 마운틴이 만났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마운틴이 문학에 관심을 가진 것도 정 여사의 시를 읽고 난 후부터라고 들었다.

 신춘문예에 당선된 정 여사의 시는 토속어로 쓴 것이었다. 마운틴 부모의 언어이기도 했다.

 

 “너, 영화에 관심 많다며? 시나리오 책도 읽었다며? 생활 스포츠 개발에도 관심이 있었어? 아주 좋은 아이디어 같아!”

 

 미스터 성은 학부형으로서 나에 대해 말하러 간 게 아니었다. 나에 대해 들으러 간 것이었다. 분명 주객이 뒤바뀐 상황이었을 것이다.

 

 “야, 첫 만남부터 혼날 뻔했다!”

 

 혼날 뻔했던 사람이 싱글벙글한다. 게다가 첫 만남이란다. 미스터 성은 상담을 하고 온 사람이 아니었다.

 첫 데이트를 하고 온 사람이었다.

 

 “왜?”

 “왜긴 왜야? 자식에 대해 제대로 모른다고.”

 

 그렇다. 나는 미스터 성의 자식이다. 유전자검사를 하면 나는 미스터 성의 99.99퍼센트 친자로 확인된다.

 과학적으론 분명한데 인지적으론 불분명할 때가 많다. 그게 우리 부자의 팩트(fact)다.

 

 ***

 

 초등부가 먼저 장기자랑을 하기로 했다. 어릴수록 기다림에 빨리 지치기 때문이다.

 중등부 두 팀과 앤디의 기타연주가 이어진 뒤 N반이 공연하고, 밴드부가 마지막을 장식하기로 했다. 모든 공연과 시상이 끝난 다음 바자회를 여는 것으로 일정이 잡혀 있었다.

 N반은 옥상에서 미니 스포츠 겨루기와 음식 판매를 하기로 했다. 음식은 아이들이 열심히 실습해봤지만, 맛에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정 여사가 도움을 주기로 했다.

 

 정 여사가 시인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많아졌다. 마운틴이 정 여사의 시와 시집을 학교 창작사이트에 올렸기 때문이다. 성윤태의 ‘great aunt(고모/ 이모할머니)’로 소개돼 있었다.

 졸지에 나는 문학적인 유전인자가 흐르는 인격체가 됐다. 외국인교사들은 시인을 천재로 대우했다. 존경의 시선이 가득했다. 정 여사로 인해 내 수준이 급격히 상승했다.

 

 발표에 관심 있는 학부모는 초등부가 전부였다. 역시 초등부는 아직 부모들에게 무궁한 희망을 품게 하는 새싹이었다.

 중고등부 학부모는 누구에게든 눈에 튀고 싶은 사람만 참석했다. 정 여사와 양이 엄마만 제외하곤 모두가 화려한 외출이었다. 거기에는 영호 엄마와 미래 엄마도 끼어있었다.

 미래 엄마는 새 남자를 동반하지 않았다. 두 분의 화려한 등장에도 영호와 미래는 전혀 반가운 얼굴이 아니다.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네 아빠도 등장하셨다!”

 

 미래가 나를 툭 치며 소리쳤다.

 

 미스터 성이 나타났다.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 OST ‘파라다이스(Paradise)’가 흘러나오는 줄 알았다. 미스터 성의 걸음걸이는 드라마 주인공보다 리듬을 더 탔다.

 붉은 장미를 바구니에 가득 담아왔다. 미쳤다. 미치겠다. 붉은 장미를 흩뿌리며 걸어오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초등부 학부형들의 시선을 자식들 장기자랑에서 띄어놓을 정도였다. 그들은 입을 헤벌리며 미스터 성을 바라봤다.

 영호 엄마와 미래 엄마도 입을 벌리고 있었다. 선생들도 입을 벌리고 있었다.

 마운틴만 보지 못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까진 감이 오지 않는다.

 미스터 성의 눈동자가 리듬감 있게 돌아갔다. 나를 찾는 건지, 마운틴을 찾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내 촉 정확하지?”

 

 미래가 키득거렸다. 얄미운 계집애. 눈치는 미스터 성 못지않다.

 

 마운틴은 N반 발표를 챙기기에 바빴다. 은경과 양이의 의상과 노래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양이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아⋯ 어떡하지⋯. 실수할 것 같은데⋯.”

 

 양이가 걱정했다.

 

 “괜찮아. 있는 그대로 보여줘. 실수도 매력이 될 수 있어.”

 

 영호가 양이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줬다.

 

 “고양이, 이것만 생각해. 밤의 여왕 아리아는 전교생 중에 네가 제일 잘해. 아무도 정확한 가사를 몰라. 그러니 실수해도 괜찮아. 마음대로 불러. 절대 중간에 포기하지 마. 알았지?”

 

 마운틴이 양손으로 엄지척을 하며 양이를 응원했다.

 

 “선생님, 윤태 아빠도 오셨어요!”

 

 내가 알리지 말라고 했건만 미래가 재빠르게 보고했다.

 

 “정말? 성윤태, 아버지 오신다고 했어?”

 

 그제야 마운틴이 학부모들이 있는 자리를 내다봤다.

 두리번거리던 미스터 성이 우리를 발견했다. 아니, 마운틴을 발견했다.

 미스터 성이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니, 마운틴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윤태는 좋겠네. 예고 없이 아버지도 오시고.”

 

 예고를 하건 않건, 내 나이에 부모가 학교에 찾아오는 건 최악이다. 반겨줄 아이는 하나도 없다. 이건 진실 중에서도 확실한 진실이다.

 

 “자식이 영순위긴 영순위인가 보다. 바쁘신 분들이 상담에 바자회까지.”

 

 마운틴이 웃으며 나를 쳐다봤다. 미래가 히죽거리며 마운틴을 쳐다봤다.

 

 “윤태 아빠가 그러셨어요? 윤태가 영순위라고? 그래서 상담하는 거라고?”

 

 미래의 눈에 궁금증이 가득했다. 미래의 질문에 마운틴이 미래의 의상을 확인했다. 목에 두른 커다란 리본을 쪼그라들지 않게 고정했다.

 

 “궁금해? 궁금하면 오백 원.”

 

 오늘도 마운틴의 썰렁 개그는 계속됐다. 자꾸 연습하면 발전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았다.

 미래가 목을 길게 빼며 시선을 천장에 뒀다. 마운틴의 발전 없는 개그엔 답이 없다는 듯 숨을 후후 내쉬었다.

 

 “어머니가 그러시더라! 당신 인생의 영순위는 유미래라고. 넌 어머니가 상담하러 오신 것도 모르지?”

 

 마운틴이 미래의 리본을 톡톡 치며 말했다. 미래는 시선을 내리지 않았다. 숨도 후후거리지 않았다. 잠시 멈춤 상태였다. 그러다 강한 어조로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발까지 동동거렸다.

 

 “아, 정말⋯! 그 아줌마 왜 그런대요? 요즘 호르몬 분비에 문제 있어요! 감정 폭이 너무 글로벌해요! 심각한 수준이라니까요!”

 “가족이란 관계가 생각보다 무서워. 서로에게 껌딱지야. 까맣게 변해 보기 싫어도 떼어내기 힘들어. 이상하게 떼어내도 허전해. 그러니 조금씩 양보하는 습관을 들여. 요구만 하지 말고.”

 

 마운틴이 미래의 등을 쓸어줬다. 그리고 나를 보며 말했다.

 

 “윤태도 가족과 축제를 즐기고. 학생들에게 주려고 꽃까지 준비해오셨네. 고마우면 고맙다고 말해. 자꾸 목에서 삼키지 말고.”

 

 어디에서 많이 들어본 말을 마운틴도 했다.

 

 “사실, 저 꽃은 성윤태 아빠가,”

 미래가 또 나섰다.

 나는 미래의 가벼운 입을 막으며 눈을 부릅떴다. 미래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N반 발표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미래는 줄거리를 간단하고 흥미롭고 전달했다.

 은경의 립싱크는 완벽했다. 연기력은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역시 강남행은 남달랐다. 개화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가련한 역할을 잘 해냈다. 개화도 가련한 표정을 지을 줄 아는 아이였다. 나는 그냥 한쪽에서 조명을 받으며 눈을 부릅뜨고만 있으면 됐고, 시녀 역할을 하는 영호와 민준은 밤의 여왕의 격한 행동을 격하게 지켜보기만 하면 됐다.

 무대 뒤에서 양이는 정말 자신이 연기하는 것처럼 몸짓하며 아리아를 열창했다.

 

 은경이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한 건 극의 절정인 분노 폭발 장면에서였다.

 가짜 밤의 여왕은 무대 뒤에 있는 진짜 밤의 여왕의 손을 잡고 나왔다. 진짜 밤의 여왕은 잠시 당황했지만, 아리아를 멈추지 않았다.

 두 명의 밤의 여왕이 함께 아리아를 했다. 양이 뒤에 은경이 바짝 붙어 양이의 연기를 그대로 따라 했다. 마치 밤의 여왕 그림자가 있는 것 같았다.

 양이가 무대에 섰다. 당당히 자신의 무대를 만들었다. 양이의 아리아가 끝나자 청중들이 모두 기립 박수를 쳤다. 환호와 박수는 한동안 이어졌다.

 양이는 함박웃음에 손 키스까지 날렸다. 양이를 따라 출연진 모두가 청중들에게 손 키스를 날렸다. 정말 대단한 무대였다.

 

 
작가의 말
 

 “야, 첫 만남부터 혼날 뻔했다!”

 혼날 뻔했던 사람이 싱글벙글한다. 게다가 첫 만남이란다. 미스터 성은 상담을 하고 온 사람이 아니었다. 첫 데이트를 하고 온 사람이었다.

 (...)

 두리번거리던 미스터 성이 우리를 발견했다. 아니, 마운틴을 발견했다. 미스터 성이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니, 마운틴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

 양이가 무대에 섰다. 당당히 자신의 무대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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