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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뉴턴스쿨엔 뉴턴이 없다
작가 : Perpetua
작품등록일 : 2022.1.3

국내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대안 국제학교 뉴턴스쿨,
뉴턴 같은 수학자가 나올 가능성은 없지만, 사과나무 아래서 여러 사건을 만들 학생들은 많다. 헝가리 의대반을 제외하곤 공부에 열심인 학생도 없다. 그래도 걱정하지 않는다. 대학에 갈 생각만 있다면 어느 대학이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낸다. 학생의 능력도, 선생의 능력도 아니다. 돈의 능력으로 보낸다.
윤태를 포함해 영호, 양이, 민준, 개화, 은경은 N반이다. N은 뉴턴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 정수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아무 생각도, 계획도 없는 아이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일상은 그리 나쁘지 않다. 바라보는 어른들만 답답할 뿐이다. 그들에게 변화가 찾아올까? 그들의 변화는 긍정적인 조짐일까?

 
16.
작성일 : 22-01-09 10:41     조회 : 184     추천 : 0     분량 : 4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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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 아팠어?”

 

 마스터 성의 물음에 나는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느낌 그대로 말했다.

 

 “조금 아플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아프더라고. 옷을 입고 자야 했는데, 깜박했어.”

 

 노란불 신호에도 미스터 성은 미리 속력을 줄였다. 천천히 차를 멈췄다.

 빨간불 신호로 바뀌기 전에 빠르게 지나가던 사람이었다. 폭풍 질주를 수시로 했다.

 

 “건강관리 잘해. 아주 힘들더라, 자식이 아프니까. 약 챙겼지?”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학교로 진입하는 도로에 들어서자 미스터 성이 서행 운전을 했다. 그러다 비상등을 켜고 차를 옆으로 세웠다.

 미스터 성이 헛기침을 한 번 했다.

 

 “정 여사 시집에서 모소대나무에 대한 시를 읽었어. 이야기처럼 쓴 시라 내겐 제일 쉽게 다가오더라. 모소대나무가 자신의 성장을 기다려주지 않고 떠나가는 사람을 향해 소리 지르더라. 기다리라고, 지금 뿌리심을 뻗는 중이라고, 뿌리심을 제대로 뻗어야 탄탄한 줄기를 뻗을 수 있다고. 자라나는 아이를 대변한 시 같았는데 내겐 나를 대변하는 것처럼 읽히더라. 제대로 된 아빠가 되는 것도 시간이 필요해. 너도 좀 기다려주라.”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내 인생에도 세모가 많아. 네 시험지처럼. 그 세모가 정답 쪽으로 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 물론 처음부터 정답처럼 깔끔한 아빠들도 있겠지. 그런 사람들과 비교하면 너만 불행해져. 대신 다른 부분에서 만회하는 것도 있을 거야. 내가 많이 미안하다⋯.”

 “됐어. 그만해.”

 

 나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나는 침을 삼키듯 눈물을 삼켰다.

 

 “네 엄마도 어쩔 수 없었을 거야. 나도 아주 섭섭했는데, 그래서 힘들었는데, 네 엄마는 더 힘들었을 거야. 똑똑한 여자였어. 나보다 훨씬. 그러니 나름 지혜로운 결정을 했던 거야, 그때는. 나는 오래전에 이해가 됐는데, 이젠 네가 이해해줄 차례야.”

 

 나는 계속해서 눈물을 삼켜야 했기에 고개만 끄덕였다.

 

 “내게 묻기 싫으면 네 엄마한테 직접 물어봐. 주소스티커에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 있어. 이젠 자연스럽게 말해도 돼. 우리 모두 그 정도는 컸잖아? 아프지 않을 것 같으면 독일도 한번 다녀오고.”

 

 미스터 성이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다 할 말을 계속했다.

 

 “너와 난⋯, 함께 사는 가족이니까, 서로 모든 걸 알아야 해. 그래야 어디가 아픈지 알지. 그래야 치료약도 제대로 구할 수 있어.”

 

 나는 또 고개만 끄덕였다. 미스터 성의 차가 부드럽게 학교 건물 앞으로 다가섰다.

 

 “언제든 컨디션 안 좋으면 집으로 가. 정 여사님 계시는 거 알지? 나도 일 마치는 대로 들어갈게.”

 

 미스터 성의 손이 내 손등을 두드렸다. 하지만 얼굴은 앞만 보고 있었다. 나는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다.

 

 “이제 약 먹었으니까 아프지 않을 거야. 그리고 죽 맛있더라. 제법 죽 같았어.”

 

 나는 얼른 차에서 내려 학교로 뛰어들어갔다.

 

 ***

 

 교실로 들어가려고 할 때 종이 울렸다.

 

 “헤이, 브로(bro). 누가 너를 아프게 했니?”

 

 앤디가 교실에서 나오며 내게 주먹을 내밀었다. 나도 주먹을 마주쳤다.

 

 “어른들이.”

 “그렇지. 어른들이 제일 골칫덩어리지? 그래도 능력 있는 네가 이해해줘라.”

 

 내 말에 앤디가 장단을 맞췄다. 앤디는 자신의 어깨로 내 어깨까지 부딪치며 지나갔다.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는 그의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우리 윤태 왔구나! 우쭈쭈쭈- 아팠쪄영? 약 먹었쪄영? 아야주사 맞자쪄영?”

 

 미래가 다가와 내 엉덩이를 두드리는 시늉을 했다.

 

 “왜 왔어? 우리가 병문안 가려고 했는데! 가서 밥도 먹고, 게임도 한 판 하고,”

 “야동도 한 판 돌리고.”

 

 영호의 말에 민준이 호응했다.

 

 “아픈 애 혼절시킬 일 있니? 야동으로 힘 빼게.”

 

 은경이 목소리를 키웠다.

 

 “야동⋯? 그게 뭐야⋯? 왜 힘이 빠져⋯?”

 

 양이가 궁금한 듯 다가왔다. 영호가 얼굴이 발개지며 민준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때 개화가 나섰다.

 

 “윤태네 아파트 동이 야, 동이야. 게다가 28층에 살아서 엘리베이터를 타도 힘이 빠져. 엘리베이터 고장 나면 혼절, 죽음 직전이야.”

 “아⋯ 그렇구나⋯. 우리 빌라는 라동인데, 저층이야. 힘 빼지 않아도 돼. 혼절할 일 없어서 좋아⋯.”

 

 양이의 말에 모두가 빵 터졌다. 책상을 치고 난리가 났다.

 

 “윤태 환영이 이렇게 거창해? 한 번씩 아파도 괜찮네.”

 

 마운틴이 내 출석을 확인했다.

 얇은 주황색 니트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목 부분을 하얀 블라우스가 받쳐주니 더욱 화사해 보였다.

 

 “선생님, 오늘 짱입니다!”

 

 내가 두 손으로 엄지척을 보냈다.

 

 “윤태가 이제 완전히 나았구나! 내 미모를 알아보는 걸 보니.”

 

 아이들이 마운틴의 썰렁한 개그에 모두 학교를 떠나겠다며 가방을 챙겼다. 마운틴이 얼른 문을 닫으며 아이들을 막았다.

 교실이 웃음소리로 꽉 찼다.

 

 ***

 

 수지는 학교를 그만뒀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수지가 짐 챙기는 모습을 본 사람은 없었다. 교무실에는 수지가 쓰던 책상까지 사라졌다. 교무실의 책상 배치도 완전히 달라졌다.

 수지라는 인물을 기억할 만한 것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완전한 제거 작전이었다. 각종 유언비어가 떠돌았다.

 조 이사장이 엄청난 돈을 줘서 외국으로 보냈다는 소문이 제일 정확한 것 같았다. 한두 푼에 물러날 수지가 아니었다. 여러 소문에도 당당한 여자였다.

 조 이사장이 그렇게 많은 돈을 뿌렸다면 분명 각서에 공증까지 받았을 것이다. 그러니 외국인교사 사이트에 어떠한 풍문도 올라오지 않는 거라고 영호가 말했다.

 여전히 영호는 우리의 소식통이다.

 

 수지의 업무는 마운틴과 초등부 강사가 나눠 맡았다.

 마운틴만 일이 많아졌다. 물론 다른 교사들의 일도 조금씩 많아졌다. 수지보다 실력 있는 교사를 초빙할 거라는 소문이 퍼졌다. 물론 유별난 학부모의 입을 막기 위한 소문일 가능성이 컸다.

 분명 손익을 계산한 조 이사장은 강사 몇 명만 초빙할 것이다.

 

 아침 쪽지시험도 없어졌다. 그렇게 쪽지시험을 반대했던 학생들의 반대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누구를 위한 폐지냐, 학생들을 위한 쪽지시험 아니었냐, 등등 제일 건성이었던 학생들이 큰소리를 쳤다. 몇몇 학부형들까지 나섰다.

 그래서 레벨테스트를 한 후, 레벨에 맞는 쪽지시험을 보겠다는 공고가 나왔다. 그랬더니 레벨이 다른 학생들 간에 다툼이 벌어졌다. 결국 쪽지시험은 폐지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조 이사장은 가끔 눈에 띄었다. 아침마다 학교엔 나오는 것 같았는데 학생들 앞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점심시간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매일 반찬 점검을 하던 사람이었다. 학생들의 영양이나 위생 상태가 걱정스러워서 하는 검사는 아니었지만 주방까지 꼼꼼히 챙겼었다.

 

 “지금 이건 급한 게 아니야.”

 

 토론시간에 영호가 탄원서 얘기를 꺼내자 마운틴이 말했다.

 

 “우리에겐 급해요.”

 “다른 반은 가기 싫어요.”

 “혹시 선생님이 맡기 싫어서 그러시는 거예요?”

 

 영호의 말에 민준이 이유를 덧붙였고, 개화가 마운틴의 적극적이지 않는 이유를 캐물었다.

 

 “너희가 아니라도 나는 담임을 맡아야 해. 그러니 잘 아는 학생들을 계속 돌보는 게 좋지. 담임을 자주 바꾸는 건 좋지 않아. 한 선생님이 꾸준히 관리하는 게 학생에게도 좋거든.”

 “그럼 뭐가 문제예요? 지금이 적기인 거 같아요.”

 

 나는 조 이사장이 기가 죽었을 때 밀어붙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학교에서 그런 식의 딜(deal)은 안 좋아. 우선 올곧은 교장을 영입해야 해. 그게 힘들면 현재 선생님 중 한 분에게 도움을 청해야지. 나는, 마이클이 적당한 분인 것 같아. 국제학교이자 대안학교인 이 학교에 알맞은 인물이야.”

 

 마이클은 교육학과 사회학을 전공했고, 사회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 학교에서는 세계역사와 사회, 에세이를 담당했다. 한국인 아내가 있어 한국말도 제법 잘했지만, 교내에선 하지 않았다. 농구시합을 할 때 가끔 한국 욕지거리를 한다고 영호가 말했다.

 마이클은 네 명의 자녀를 둔 능력 있는 아빠였다. 여기서 말하는 능력은 종족 번식을 의미한다.

 경제적인 능력 배양엔 그리 소질이 없는 것 같았다. 가난해서 찾아온 나라인데 여전히 가난했다.

 음식이나 간식을 돈 주고 사 먹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공짜만 열심히 먹었다.

 특히 맛없어 보이는 사과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의 아내는 유치원 교사라고 했다. 그래서 교육비가 절약된다며 좋아했다. 마이클의 아이들은 엄마가 교사인 유치원에서 감면을 받았고, 이 학교에 입학하면 더 큰 감면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 감면 혜택에도 이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선생은 마이클 한 사람뿐이었다. 이번 학기 때 마이클 2세가 초등부에 들어왔다. 뭐가 그리 좋은지 항상 싱글벙글한다.

 

 “박사학위가 없잖아요? 교장은 박사학위가 필요하다면서요?”

 

 미래가 교장을 거쳐 갔던 인물들의 학위를 나열했다.

 

 “지금은 선생님의 학위가 제일 높잖아요? 박사학위 수료던데.”

 

 내가 덧붙였다.

 심 목사도 박사학위가 있었지만 종교학이었다. 조 이사장의 처남이라고 들었다. 몇 번째 부인의 처남인지는 정확히 모른다.

 

 “학위가 중요하니? 그러니 아무나 가치 없는 학위를 만들려는 거야. 국외대학에선 담임의 추천서를 제일 신뢰해. 국내대학도 점점 변하고 있고. 그나마 학생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담임이니까. 학교를 잘 이끌 분이 교장이 돼야 해. 학교는 사유재산이 아니야. 자신이 투자했다고 자신의 소유물이 아니라고.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야.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학생 외엔 누구도 주인행세를 할 수 없어.”

 

 마운틴의 말에 아이들이 옳소! 하며 박수를 쳤다.

 

 “그럼 교장 선출에 대한 탄원서를 만들죠? 조백호 이사장이 가치 없는 박사학위를 사방에 뿌리기 전에.”

 

 미래의 의견에 또 옳소! 하며 박수가 나왔다.

 

 “지금 과학 시간이니? 옳소, 질소, 이산화탄소 외치게?”

 

 마운틴이 또 썰렁한 개그를 했다. 아이들이 머리를 쥐어짜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아⋯ 개그는 정말, 어렵구나⋯. 선생님도 금방 터득하시긴 힘들 것 같아⋯.”

 

 양이의 말에 마운틴이 얼굴을 가리며 웃었다.

 

 “괜찮아요, 선생님. 교사에겐 결코 쉽지 않은 분야일 거예요⋯. 얘들아, 맞지?”

 

 양이의 고난도 개그에 모두가 배를 움켜잡으며 웃었다.

 
작가의 말
 

 “내 인생에도 세모가 많아. 네 시험지처럼. 그 세모가 정답 쪽으로 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 물론 처음부터 정답처럼 깔끔한 아빠들도 있겠지. 그런 사람들과 비교하면 너만 불행해져. (...) 네 엄마도 어쩔 수 없었을 거야. 나도 아주 섭섭했는데, 그래서 힘들었는데, 네 엄마는 더 힘들었을 거야. 똑똑한 여자였어. 나보다 훨씬. 그러니 나름 지혜로운 결정을 했던 거야, 그때는. 나는 오래전에 이해됐는데, 이젠 네가 이해해줄 차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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