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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뉴턴스쿨엔 뉴턴이 없다
작가 : Perpetua
작품등록일 : 2022.1.3

국내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대안 국제학교 뉴턴스쿨,
뉴턴 같은 수학자가 나올 가능성은 없지만, 사과나무 아래서 여러 사건을 만들 학생들은 많다. 헝가리 의대반을 제외하곤 공부에 열심인 학생도 없다. 그래도 걱정하지 않는다. 대학에 갈 생각만 있다면 어느 대학이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낸다. 학생의 능력도, 선생의 능력도 아니다. 돈의 능력으로 보낸다.
윤태를 포함해 영호, 양이, 민준, 개화, 은경은 N반이다. N은 뉴턴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 정수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아무 생각도, 계획도 없는 아이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일상은 그리 나쁘지 않다. 바라보는 어른들만 답답할 뿐이다. 그들에게 변화가 찾아올까? 그들의 변화는 긍정적인 조짐일까?

 
15.
작성일 : 22-01-09 10:27     조회 : 200     추천 : 0     분량 : 3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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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집에 도착하니 미스터 성이 벌써 들어와 있었다. 저녁 먹고 들어온 사람치곤 이른 시간이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한나영씨의 우편물 하나가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었다.

 

 “여태 정 여사와 있었어?”

 

 열린 문에도 미스터 성이 노크했다.

 

 “저녁 얻어먹고 얘기했어.”

 “무슨 얘기?”

 

 나는 한나영씨에 대해선 말하기 싫었다.

 

 “학교 얘기. 탄원서 낼 거거든.”

 “탄원서? 왜?”

 “11학년부터 N반이 없어져야 하는데, 아이들이 원치 않아. 나도 그렇고.”

 “그게 가능해? 학교규칙이 있는데?”

 

 규칙을 무시하는 건 어른이라는 말이 목구멍에 걸려있었지만 내뱉지 않았다.

 

 “그래도 해보려고. 학생, 학부형, 교사들의 사인을 받으면 가능할 것 같아.”

 “근데 정 여사한테는 왜 갔어?”

 “탄원서 작성 도와달라고. N반 아이들이 요점정리는 했는데 문장력이 약해.”

 “도와주신대?”

 “마운틴의 허락을 먼저 받는 게 순서래.”

 “허락해 주실까?”

 “반반이야. 마운틴은 언제 만날 거야?”

 “학교가 어수선하다며?”

 “통화해 봤어?”

 “아직⋯. 전화하려고 했는데, 일이 많이 벌어지네.”

 

 많은 일 중엔 한나영씨의 일도 포함됐을 것이다.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씻고 자라⋯. 나중에 얘기하자.”

 

 나는 미스터 성이 나중에 무엇을 얘기하자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한나영씨에 대해선 더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알건 다 알았고,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어떻게 해도 되돌릴 수 없었다. 자꾸 생각하면 섭섭해지고, 섭섭해지면 기분만 망칠 뿐이었다.

 이제 미스터 성과 나만 보란 듯이 잘 살면 됐다. 미스터 성도 가족사진을 만들어 한나영씨에게 보내면 딱 좋은 결말이었다. 그런데⋯ 내겐 어느 쪽도 딱 좋은 결말이 되긴 힘들 것 같았다.

 

 신나는 곡을 연속해서 틀어놓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비누칠은 하지 않고 계속 샤워기의 물만 뒤집어쓰고 있었다.

 물살을 뚫고 여러 영상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임신테스트기를 보며 겁에 질린 한 여학생, 아빠라는 자리를 졸지에 꿰차게 된 한 남학생, 어디서도 용서받지 못할 결과에 대한 두려움, 자신이 좋아하는 것까지 포기해야 할 상황, 아기에 대한 책임을 지려고 아둔한 머리를 굴렸을 두 학생.

 미스터 성과 한나영씨가 짧게나마, 함께,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위로가 됐다. 최악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없었던 얄궂은 감정들이 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글로벌한 두 여자아이도 다가왔다. 그 아이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글로벌한 교집합 관계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다.

 나는 왜 그동안 한나영씨를 찾지 않았을까? 그것이 후회됐다. 조금 일찍 찾았다면 글로벌한 가족 형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버거운 생각들로 머리에 과부하가 걸렸다. 곧 뻥하고 터질 것만 같았다. Yeah Yeah Yeahs의 ‘Heads Will Roll’이 울려 퍼졌다.

 나는 머리를 마구 흔들었다. 내 머리를 잘라버리고 싶었다. 귀도 막고, 눈도 막고, 생각도 막으려면, 내 머리를 잘라 어디론가 날려 보내야 한다. 노래 가사처럼 해야 한다.

 

 젖은 몸을 닦지 않고 침대에 던졌다. 무거운 머리를 파묻었다.

 잠인지 졸음인지 몽롱한 시간이 한참 동안 머물렀다. 벌거벗은 몸이 추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불로 몸을 돌돌 말았다. 목이 따끔거렸다. 침을 삼킬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다.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통증은 온몸으로 퍼졌다.

 누군가 내 몸을 발로 차는 것 같았다. 오래전에 내가 했던 행동이었다. 그 아이들도 이렇게 아팠을 것이다. 이제 나도 그 아픔을 알 것 같았다.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니 그만 패라고 소리쳤다. 미안하다고 용서를 구했다. 그래도 용서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아⋯ 아프다⋯. 정말 아프다⋯. 엄마, 엄마, 나 좀 돌봐줘. 나 지금 너무 아파⋯. 빨리 와서 나 좀 보살펴줘⋯. 왜 나만 모른 척하는 거야⋯? 나는 이렇게 아픈데, 왜 다른 아이들만 챙기는 거야⋯?

 나도 엄마가 필요해⋯! 그동안 엄마가 많이 필요했는데, 왜 이제야 나타난 거야⋯? 빨리 오라고⋯! 정말 아프다고⋯! 엄마⋯! 엄마⋯!

 

  9.

 

 정 여사가 보였다. 오늘은 오는 날이 아니었다. 벌써 날이 환했다.

 

 “몇 시야?”

 “지각이다!”

 

 정 여사가 웃으며 소리쳤다.

 

 “그렇게 발가벗고 자니까 감기 걸리지! 야동 봤니?”

 

 나는 얼른 몸을 가렸다. 손에 옷이 잡혔다. 이불을 들쳐 아래도 확인했다. 아랫도리도 입고 있었다.

 

 “뭐야? 정 여사가 입혔어?”

 “그래, 볼 거 다 보면서 입혔다! 아이고, 그새 많이 컸더라!”

 “나를 깨웠어야지! 함부로 남자 몸을 만지면 어떡해!”

 

 그때 미스터 성이 죽을 들고 들어왔다.

 

 “남자긴 남자더라. 매달려 있는 거 보니. 너무 크고 무거워서 옷 입히는데 힘들었다.”

 

 미스터 성이 정 여사에게 죽을 넘기며 말했다.

 

 “어서 먹어. 죽 먹고, 약 먹고, 학교 가. 오후에는 갈 거라고 했어. 너 때문에 아빠도 출근 못 하셨잖아.”

 

 나는 미스터 성을 힐끔 봤다.

 

 “천천히 먹어. 나도 씻고 준비해야 하니까.”

 

 미스터 성이 내 방을 나갔다.

 

 “근데 정 여사는 왜 왕림하셨어?”

 “성윤태 아프다고 아빠가 꼭두새벽부터 전화했어. 와보니 열도 다 내렸더구먼. 밤새 너를 간호한 것 같더라. 약도 먹이고, 물수건도 올리고⋯. 자식이 무섭긴 무섭다. 학교 쉴래? 채 선생님이 전화 달라고 하셨어.”

 “갈 거야.”

 

 나는 빠르게 죽을 먹었다. 목도 따끔거리지 않았다.

 

 “죽 맛있네.”

 “아빠 손맛이 들어갔거든. 야채도 전복도 다 가위로 잘랐더라. 가위손처럼.”

 “미스터 성이 죽을 끓였어?”

 “한참 죽 쑤다가 안 되니까 전화한 거야. 내가 보충 좀 했지만, 아빠가 다 한 거야.”

 

 죽 한 그릇 만들면서 주방만 엉망으로 만들었다며 정여사가 미스터 성의 죽 쑨 상황을 설명했다.

 

 “대단한데! 죽도 만들고. 왜 자꾸 이상해지는 거야?”

 

 나는 죽을 싹싹 비웠다.

 

 “고마우면 고맙다고 말해. 죽 그릇 비우는 걸 보니 학교 가도 되겠다.”

 

 정 여사가 약을 내밀었다. 약을 단번에 삼키는 나를 바라보며 내 등을 토닥였다.

 

 “우리 윤태, 다 컸어. 정말 사내야. 장해!”

 “나도 잘 알아.”

 

 나는 천연덕스럽게 정 여사 쪽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정 여사가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눈물 몇 방울이 순식간에 떨어졌지만 아무도 보지 못했다.

 

 “입 닦아.”

 

 정 여사가 휴지를 내밀었다. 나는 고개를 들지 않고 코를 풀었다. 자연스럽게 눈물도 닦았다.

 

 “힘들면 하루 쉬어도 돼.”

 

 미스터 성이 넥타이를 매며 들어왔다.

 

 “할 일 많아. 마운틴한테 전화해줘. 학교에 갈 거라고.”

 “알았어.”

 

 미스터 성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채 선생님이야! 마운틴이 아니고.”

 “알아! 채산아 선생님!”

 

 미스터 성이 휴대폰을 들고 나가며 마운틴과 통화했다.

 네네, 괜찮을 것 같습니다, 네네, 감사합니다, 네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등등의 말이 전부였다.

 미스터 성의 말주변이 형편없었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정 여사도 나를 보며 웃었다.

 

 “촌스럽게 긴장은. 긴장한 거 맞지?”

 “처음엔 다 그래.”

 

 내 말에 정 여사가 쉬쉬거렸다.

 

 “맛있는 거 많이 해놓을게. 힘들면 집으로 와.”

 “오늘 여기 있을 거야?”

 “이제 다 커서 괜찮다고 했는데, 아빠가 걱정되나 봐. 윤태가 밥 잘 먹는지 보살펴 달란다. 아빠가 오실 때까지 너와 함께 있을 거야.”

 

 정 여사가 양팔을 벌렸다.

 나도 모르게 정 여사 품에 얼굴을 묻었다. 가슴이 먹먹했다.

 
작가의 말
 

 이제 미스터 성과 나만 보란 듯이 잘 살면 됐다. 미스터 성도 가족사진을 만들어 한나영씨에게 보내면 딱 좋은 결말이었다. 그런데⋯ 내겐 어느 쪽도 딱 좋은 결말이 되긴 힘들 것 같았다.

 (...)

 글로벌한 두 여자아이도 다가왔다. 그 아이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글로벌한 교집합 관계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다.

 (...)

 빨리 오라고⋯! 정말 아프다고⋯! 엄마⋯!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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