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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뉴턴스쿨엔 뉴턴이 없다
작가 : Perpetua
작품등록일 : 2022.1.3

국내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대안 국제학교 뉴턴스쿨,
뉴턴 같은 수학자가 나올 가능성은 없지만, 사과나무 아래서 여러 사건을 만들 학생들은 많다. 헝가리 의대반을 제외하곤 공부에 열심인 학생도 없다. 그래도 걱정하지 않는다. 대학에 갈 생각만 있다면 어느 대학이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낸다. 학생의 능력도, 선생의 능력도 아니다. 돈의 능력으로 보낸다.
윤태를 포함해 영호, 양이, 민준, 개화, 은경은 N반이다. N은 뉴턴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 정수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아무 생각도, 계획도 없는 아이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일상은 그리 나쁘지 않다. 바라보는 어른들만 답답할 뿐이다. 그들에게 변화가 찾아올까? 그들의 변화는 긍정적인 조짐일까?

 
14.
작성일 : 22-01-08 14:44     조회 : 184     추천 : 0     분량 : 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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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두새벽에 집을 나왔다.

 미스터 성에게는 학교 버스를 타겠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물론 거짓말이란 것을 미스터 성도 알 것이다. 나는 학교 버스가 어디에 서는지도 모른다.

 학교 버스는 학기 전에 미리 신청한 학생들만 이용할 수 있었다. 이른 새벽에는 운행도 하지 않았다. 나는 버스를 기다렸다.

 어제 내린 비가 조금 맑은 공기를 만들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확실히 공기가 달랐다. 내뱉는 숨이 목구멍에 걸려 기침을 만들었다.

 기침은 계속 목구멍과 가슴에 통증을 일으켰다. 나는 가슴을 세게 두드렸다.

 

 이 시간 버스에는 지친 사람만 타는 것 같았다.

 새날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쾨쾨한 냄새만 가득했다.

 새날이 밝아오는 것도 지겨운지 모두 눈을 감고 있다.

 나도 좌석에 앉아 눈을 감았다. 잠은 오지 않는데 자꾸 몸이 늘어졌다.

 

 학교 근처 사거리에서 내렸다. 사거리에는 암 치료로 유명한 큰 병원이 있다.

 2년 전 친할머니 옆구리에 혹이 발견됐는데 이 병원에서 갖가지 정밀검사를 받았다.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는 건강검진을 받을 때만 귀국했다.

 이 나라를 불신하는 두 분이 그나마 신뢰하는 분야였다. 두 분은 신뢰가 아니라 편리라고 말했다.

 돈만 있으면 두 달 뒤에나 가능한 진료를 앞당길 수 있는 나라라고 했다. 순번은 불필요한 나라라고 했다.

 다행히 친할머니의 혹은 걱정할 사항이 아니었다. 그때 친할아버지가 보인 친할머니에 대한 염려는 정말 대단했다.

 미스터 성은 걱정스러운 얘기를 해도 혼났고, 걱정스러운 얘기를 안 해도 혼났다. 괜찮을 거라고 해도 혼났고, 심히 유감이라고 해도 혼났다.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어떤 말을 해도 친할아버지의 신경을 건드렸다.

 엔들리스 러브(Endless Love)가 따로 없었다.

 

 아침을 감자 수프와 코코아로 때우려고 병원으로 들어갔다. 병원 실내에는 P커피숍이 있는데 감자 수프가 맛있었다. 커피숍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1시간은 더 기다려야 했다.

 나는 24시간 편의점에 들어가 핫바와 이온 음료수를 사서 라운지로 나왔다. 사거리가 보이는 창가 테이블에 앉아 핫바를 먹었다.

 학교 건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 사거리를 지나가야 한다. 버스를 이용하는 학생도 여기에서 내려 긴 황단보도를 건너 걸어갔다.

 대부분 자가 등하교나 통학버스를 이용했는데 유별난 학생이 몇 명 있었다.

 그중 한 명이 영호였다. 영호는 부모가 학교까지 데려다주는 걸 강력히 사양했다.

 

 반대 방향을 보니 안전 조끼를 입은 청소부가 쓰레기를 찾으며 빗질을 했다. 생각보다 거리는 깨끗해서 건성으로 하는 빗질처럼 느껴졌다.

 거리가 너무 깨끗하면 청소부원들의 숫자도 줄어든다고 앤디가 말했다. 그는 휴지를 휴지통에 버려야 한다는 공중도덕심을 버리라고 소리쳤다.

 너무 바른 사회는 일거리를 줄게 만든다고 걱정했다. 나쁜 짓도 가끔 해야 경찰이나 형사가 먹고산다는 이상한 이론을 수시로 학생들에게 말했다.

 이온 음료수까지 다 마셨건만 20분도 지나지 않았다.

 나는 다리를 덜덜 떨며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렸다. 그러다 무의식적으로 가방을 열었다.

 국제 봉투를 꺼냈다. 내 다리는 더 빨리 덜덜거렸다.

 

 발신자에는 ‘샐롯 한(Charlotte Han)’이라고 쓰여 있었다.

 ‘한나영’이란 이름이 이렇게 변해 있었다. ‘나영’이란 예쁜 이름을 버리다니 안타까웠다.

 이제 그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내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독일에서 결혼해 살고 있으니 한나영씨의 가족은 그녀의 한국이름을 모를 것이다.

 나는 봉투에서 주황색 노트를 꺼냈다. 미스터 성이 한때 좋아했던 색이다. 표지를 넘겼다.

 속표지에 ‘우리 아들 성윤태’라고 쓰여 있다. 글씨 둘레를 여러 색깔의 꽃과 잎사귀로 장식했다. 아주 유치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누구를 뜻하는 건지 모르겠다. 첫 장에 초음파 사진이 붙어있었다.

 

  - (⋯) 의사 선생님이 산모가 건강하니 아기도 건강할 거라며 힘을 주셨다.

 

 이어 하트가 여러 모양으로 그려져 있다.

 철없는 모습이 그려졌다. 건강한 태아를 위한 주의사항이 이어지며 여러 페이지를 채웠다.

 

 남자라는 성별을 알게 된 모양이다.

 

 - (⋯) 우리는 아들 이름을 ‘윤태’로 지었다. 크게 빛나라는 뜻이다. 성윤태 파이팅! 무럭무럭 자라라!

 

 여기서 ‘우리’는 분명 나를 만든 고딩 남녀일 것이다. 철없이 웃고 까부는 모습이 상상됐다.

 초음파 사진은 다섯 장이 전부였다.

 

 - (⋯) 엄마란 정말 힘든 거구나⋯. 내가 이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을까? 윤태야, 엄마에게 힘을 줘⋯.

 

 한나영씨의 파이팅 넘치는 자신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힘을 잃은 글이 계속됐다. 마음의 변화가 온 것 같았다. 임신 우울증이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미스터 성이 야구를 그만뒀던 시점일 수도 있다. 분명 야구선수 ‘성범준’을 좋아했을 것이다. 학교와 운동을 그만둔 17세 소년. 모든 매력이 사라졌을 것이다.

 

 - 윤태야, 엄마야.

 언제쯤 아들이 이 글을 읽을 수 있을까?

 미안해. 먼저 할 말은 이 말이야. 그리고 사랑해. 평생 할 말은 이 말이야.

 행여나 우리 윤태가 모를까 싶어 이 말을 남긴다. 엄마와 아빠는 사랑했어. 아직도 그 마음은 남아있어.

 그러니 너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야. 그것만은 믿어주길 바란다. 아직 엄마는 어려서 능력이 없어. 더 성장해야 해. 날이 갈수록 그 부분만 확실하게 다가온다.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끝까지 옆에 있어 주지 못해 미안해. 나중에, 아주 나중에, 우리 이 아픔을 다시 얘기하자.

 멋지게 성장하길 기도할게.

 

 자식을 버려야겠다는 마음을 굳힌 모양이다. 짧은 이별의 글이 두서없이 쓰여 있었다.

 이유 같지 않은 이유도 나열돼 있었다. 그중 공부를 계속해야겠다는 말이 제일 터무니 없었다.

 공부할 머리가 있었다면 이런 사건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이런 결말도 맺지 않았을 것이다.

 독일에서 자식을 그리워하며 쓴 글이 몇 장을 채웠다. 조물주를 향해 기도하는 글도 있다.

 그리고 한나영이라는 여자의 사진이 붙어있다. 미스터 성의 학창 시절 앨범에서 본 사진이었다. 그리고 최근에 붙인 듯한 사진 한 장. 세월을 먹은 여자였다. 한나영씨를 닮은 여자였다.

 그 여자 옆에는 이상하게 생긴 종족이 세 명 있었다. 심심하게 생긴 한 남자는 독일산으로 현재 남편 같았다. 두 여자아이는 종족 번식의 결과물 같았다. 기껏해야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로 아직 심심해 보이진 않았다.

 사진 밑에 이름이 쓰여 있었다.

 

 - 만날 날이 있겠지? 네 동생 루이사(Louisa)와 엘라(Ella)야.

 

 누구 마음대로 동생이란 말을 쓰는지 모르겠다. 나는 동생까지 국제적으로 갖고 싶지 않다.

 정말 이상한 한나영씨다. 이런 관계는 어떤 족보로 설명되는지 나는 아직 그 방면의 단어를 몰랐다. 아직도 터득해야 할 한국어가 너무도 많다.

 정 여사를 만나면 제대로 물어봐야겠다. 정 여사는 내가 질문하면 무척 좋아했다. 모르는 것을 알려는 자체가 큰 발전이라고 했다. 그것이 하찮은 것일지라도.

 

 ***

 

 “그게 뭐 그리 중요해? 네 마음이 중요하지.”

 

 정 여사도 대답을 회피했다.

 그저 포근한 시선으로 한나영씨의 가족사진만 바라봤다.

 

 “정 여사도 모르지? 정상적으로 살아온 사람은 용어조차 모를걸? 복잡해서.”

 “정상? 그건 뭐로 판가름하는 거야? 그냥 스텦(step 의붓)이란 단어 붙이면 돼. 호칭은 영어가 단순해서 좋아. 아이들이 착하게 생겼다, 그지?”

 “사진만으로 어떻게 알아?”

 “하기야 그렇지? 너도 사진은 엄청 쿨(cool)한 사내아이처럼 보여. 그래서 엄마가 사진까지 보낸 거야. 엄청 용기를 낸 거지.”

 “엄청 얼굴이 두꺼운 거지!”

 “그래도 네 궁금증은 풀렸잖아?”

 “내 궁금증이 뭔데?”

 “알면서 뭘 물어?”

 

 나는 정 여사의 밥통을 바닥냈다. 부대찌개도 바닥을 보이자 정 여사가 얼른 계란찜을 만들었다.

 

 “오늘 굶었어?”

 “아니,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파.”

 “키는 지금이 딱 좋은데⋯. 옆으로 쪄도 안 돼.”

 

 새우젓을 넣은 계란찜은 그냥 먹어도 맛있었다.

 

 “운동으로 풀어. 음식으로 풀지 말고.”

 “뭘?”

 “스트레스. 바자회 준비는 잘 돼가?”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뜨거운 계란찜이 입안에 가득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이변이 없는 한 N반 공연이 제일 재밌을 것이다.

 

 “문제는, 바자회를 할지 모르겠어.”

 “왜?”

 “학교에서 장닭싸움이 벌어졌어.”

 “장닭싸움?”

 “수지가 이사장 와이프에게 머리끄덩이까지 잡히고, 난리가 아니었어. 아직 수지도, 이사장도, 보이지 않아. 완전 개판이야.”

 “그건 그냥 닭싸움이야. 장닭은 수탉을 말하는 거야.”

 “아, 그래? 하여튼 대단했어! 대설특보감이야.”

 “어디서 눈이 많이 내린다니? 대서특보(大書特報)!”

 “아, 그래? 하여튼 어제 아침은 할 말이 많았는데, 마운틴이 나타나서 말리더라고. 거론할 거리도 아니니 우리 얘기만 하라고.”

 “맞는 말씀이네.”

 “근데 미스터 성도 그런 말을 하더라. 아주 거북했어. 점점 이상하게 달라져. 적응이 안 돼.”

 

 내가 미스터 성의 변화를 얘기했다.

 

 “너도 이상하게 달라져! 가끔 적응이 안 돼! 너무 멋있어서!”

 

 나는 정 여사의 과찬에 머리를 내밀었다. 정 여사의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여전히 따뜻했다.

 

 “엄마가 잘 살고 계시는 건 감사해야 할 일이야. 어른스럽게 행동해.”

 “어른이 아닌데 어떻게 어른스럽게 행동해?”

 “그럼 너도 미성년 같은 어른이 될 거야?”

 “어른이 되면 어른처럼 살 거야!”

 

 내가 괜히 투정을 부렸다.

 

 “하루아침에 어른이 되는 줄 알아? 그것도 연습이 필요해. 어른이 되는 것도 만만치 않게 어려워. 그러니 슬슬 준비해.”

 “알았어. 슬슬 준비할 테니, 부탁 하나만 들어줘.”

 

 나는 정 여사에게 탄원서를 써달라고 부탁할 참이었다.

 

 “싫어! 누가 성장하는 건데 내가 부탁을 들어줘? 설거지하고, 쌀 씻어 놓고 가!”

 
작가의 말
 

 “그래도 네 궁금증은 풀렸잖아?”

 “내 궁금증이 뭔데?”

 “알면서 뭘 물어?”

 (...)

 “엄마가 잘 살고 계시는 건 감사해야 할 일이야. 어른스럽게 행동해.”

 “어른이 아닌데 어떻게 어른스럽게 행동해?”

 “그럼 너도 미성년 같은 어른이 될 거야?”

 “어른이 되면 어른처럼 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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