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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뉴턴스쿨엔 뉴턴이 없다
작가 : Perpetua
작품등록일 : 2022.1.3

국내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대안 국제학교 뉴턴스쿨,
뉴턴 같은 수학자가 나올 가능성은 없지만, 사과나무 아래서 여러 사건을 만들 학생들은 많다. 헝가리 의대반을 제외하곤 공부에 열심인 학생도 없다. 그래도 걱정하지 않는다. 대학에 갈 생각만 있다면 어느 대학이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낸다. 학생의 능력도, 선생의 능력도 아니다. 돈의 능력으로 보낸다.
윤태를 포함해 영호, 양이, 민준, 개화, 은경은 N반이다. N은 뉴턴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 정수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아무 생각도, 계획도 없는 아이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일상은 그리 나쁘지 않다. 바라보는 어른들만 답답할 뿐이다. 그들에게 변화가 찾아올까? 그들의 변화는 긍정적인 조짐일까?

 
13.
작성일 : 22-01-08 14:27     조회 : 196     추천 : 0     분량 : 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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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집에 오자마자 냉동고에서 갈비찜을 내렸다. 통째로 물에 담갔다.

 

 “전자레인지에 무조건 돌리는 건 안 좋아. 본래의 맛이 없어. 미리 꺼내서 녹인 다음 끓여 먹는 게 제일 맛있어.”

 

 내가 혼자 생활할 경우를 위해 정 여사는 살림법도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든, 국외든, 미스터 성으로부터 빨리 독립하는 게 나 자신을 위해서도 좋다고 부추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독립해서 좋을 건 하나도 없었다. 커다란 집에, 관리비에, 생활비까지 주는 환경을 내가 왜 벗어나야 한단 말인가.

 

 “나중에 여친이 생겨도 네 공간이 편하지, 더부살이가 편해?”

 

 정 여사의 조언은 오직 미스터 성을 위한 것 같아 서운했다. 내게 여친이 생겨도 집에 데리고 오는 건 전혀 문제가 없었다. 미스터 성은 늘 자신의 스케줄을 얘기했기에 이 집은 내 공간이나 다름없었다.

 딱 한 가지, 신경 쓸 것은 있다. 미스터 성의 기분이다. 오늘 아침처럼 기분이 가라앉아 있을 때는 건드리지 않는 게 상책이다. 그렇다고 너무 모르는 척해도 안 된다. 적당히 비위를 맞추는 게 용돈과 비상금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됐다.

 

 “네가 아직 몰라서 그래. 그게 제일 자존심 상하는 일이야.”

 

 자존심? 내가 미스터 성에게 자존심 상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여태껏 미스터 성이 내게 모진 구박과 자존심 상한 말을 들었지 나는 별로 들은 기억이 없었다.

 나를 놔두고 외출할 땐 서운한 감정이 많았지만 자존심이 상하지는 않았다. 그것도 오래전 감정이었다. 이젠 별개의 독립된 인격체로 사는 게 훨씬 편했다.

 

 “배부른 소리 한다! 너는 좋은 아빠 만난 걸 감사해야 해!”

 

 정 여사가 이런 말을 할 때마다 나는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대들었다.

 

 “내가 왜 미스터 성한테 감사해야 해? 감사할 일은 1도 없어! 정상적인 부모 밑에서 행복하게 사는 아이들이 수두룩해! 게다가 난 실수로 태어난 아이야! 사랑이 아니라 실수라고! 내가 유전자 실험대상이야? 아무렇게나 만들게! 미스터 성은 죽을 때까지 나를 책임져야 해! 계획 없는 아이는 범죄야!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즐겁지 않은 대상이란 게 얼마나 비참한 줄 알아? 어린아이에게 무고한 죄를 뒤집어쓰게 한 인간들부터 감옥에 보내야 해! 세탁기 돌리듯 수천 번 정화시켜 내보내야 한다고!”

 

 한때는 이렇게 말했다. 한때라고 하기엔 좀 긴 기간이었다.

 물론 미스터 성 앞에서는 말하지 못했다. 정 여사 앞에서만 발악했다. 그땐 미스터 성이 나보다 엄청 몸집이 컸다. 힘도 셌다. 잘못하다간 한 방에 날아갈 수도 있었다. 잘못하다간 또 다른 나라로 유배 갈 수도 있었다.

 나도 꾀를 부릴 머리가 달려 있었다. 정 여사 언어록에 의하면 ‘지혜로운 생각을 만들어내는 머리’였다.

 

 “무슨 일을 벌이기 전에 딱 30초만 생각해라. 아니, 네 머리론 20초면 충분해. 넌 다른 아이들에 비해 머리가 좋아. 결국 누가 손해인가만 생각하면 금방 화를 다스릴 수 있어.”

 

 이젠 내 몸집이 미스터 성과 비슷해서 꿀릴 게 없다. 운동도 내가 더 많이 했고, 나이도 젊으니 싸워도 얻어터지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젠 힘으로 승부하는 무식한 짓은 하지 않는다. 더구나 가족에게 힘자랑하는 건 동물도 하지 않는 짓이었다.

 이 학교에 다니면서 나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환경의 아이라는 걸 수시로 깨달았다. 모름지기 인간은 아래도 보며 살아야 한다.

 

 “매일 값비싼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늘 배가 고플 때가 있지. 네 나이가 그럴 때야. 불우하다는 건 가난만으로 측정하는 게 아니거든. 너도 점점 깨닫고 있어. 그건 아주 큰 성장이야.”

 

 정 여사의 말대로 나도 차츰 깨닫게 됐다.

 특이한 학교에서 특이한 아이들을 보며 부분 부분 위로를 받고 있었다. 나도 어떤 친구에겐 위로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런 부분은 서로 상부상조하며 성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 30분 뒤 도착 예정

 

 미스터 성이 문자를 보냈다. 나는 갈비를 냄비에 넣고 데웠다.

 정 여사가 하는 것처럼 상을 정갈하게 차렸다. 숟가락과 젓가락도 수저받침 위에 올려놨다.

 

 “무슨 일이야? 또 사건 저질렀어?”

 

 미스터 성의 첫마디는 매번 내 성의를 후회하게 만든다. 집에 들어오기 전에 예의는 어디에다 팔아먹는 게 틀림없다. 나는 묵묵히 밥을 먹었다. 자존심이 상한다는 게 이런 것인가 보다.

 

 “정말 별일 없는 거지?”

 

 마지막 한 점의 갈비도 양보하지 않으며 미스터 성이 물었다. 이렇게 잘 먹는 걸 보면 별일까진 없는 게 분명했다.

 요즘 내가 불필요한 아량까지 넓어지고 있다.

 

 “내가 물어볼 말이야. 별일 없는 거지?”

 

 그럼에도 확인해야 했다.

 미스터 성도 불필요한 변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별일? 무슨 별일?”

 

 미스터 성이 먼저 커피를 내렸다. 설거지까지 내게 맡기려는 행동이다.

 오늘은 내가 낚였다. 나는 비누 거품을 한껏 만들어 설거지를 시작했다.

 미스터 성이 딸기를 채에 담아 휙 흔들었다.

 

 “뜨거운 물이야!”

 

 나는 얼른 찬물로 바꿨다.

 

 “괜찮아. 멸균도 되고 좋잖아.”

 

 미스터 성은 과학적인 머리도 바닥이었다. 섭씨 몇 도에서 멸균 효과를 내는지 기초상식도 없었다.

 기초상식 운운하면 시대가 달라졌다고 말할 것이다. 인터넷 검색으로 간단히 끝낼 지식을 복잡한 머릿속에 담아두는 행위는 시대에 뒤떨어진다나?

 내가 한마디만 더하면 당당한 후렴구가 나올 것이다. 이쯤에서 끝내는 게 상책이다.

 

 ***

 

 “넌 왜 네 맘(mom)에 대해선 안 물어?”

 

 한참 스포츠 뉴스에 정신이 팔렸을 때였다. 프로야구리그에서 외국인 투수들의 비중이 커진다는 보도를 하고 있었다.

 나는 Y선수의 팬이다. 미스터 성이 좋아하는 후배이기도 했다. 미스터 성과 체구도 비슷했고 투구하는 모습도 비슷했다. 사고만 치지 않았다면 미스터 성도 저런 멋진 선수가 됐을지도 모른다.

 미스터 성이 야구경기를 바라보는 눈은 확실히 남달랐다. 그런 눈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다. 후회는 애써 하지 않으려는 모습인데 아쉬움은 가득 담겨있다.

 미스터 성은 그런 아쉬움을 기부금으로 해결했다. 퇴학당한 학교에 기부하는 사람은 미스터 성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미스터 성의 말을 잘못 알아들었다.

 

 “넌 왜 내 마음에 대해선 안 물어?”

 

 라고 들었다.

 

 영어를 함부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 한국어 발음도 명확하지 않은 사람이 영어를 마구 섞어 쓰는 건 소통에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꾸했다.

 

 “뭐를 물어야 하는데?”

 “궁금한 게 많잖아. 특히 네 나이엔 엄마가 누구인지 알고 싶을 텐데. 벌써부터 알고 싶어야 하는 건데.”

 

 그제야 나는 맘(mom)이 엄마를 뜻한다는 걸 알았다.

 

 “그런 거 묻는 걸 제일 싫어할 사람에게 물어? 눈칫밥이 몇 년인데. 그 정도 눈치는 나도 있어.”

 “눈치? 네가 눈치를 봤다고? 누가 들으면 내가 널 학대했는지 알겠다!”

 

 미스터 성이 바람 빠지는 웃음을 내뱉었다.

 이렇다. 어른이란 동물은 자신의 고난과 희생밖에 몰랐다. 어린 나이부터 내가 얼마나 눈치살이를 하며 버텼는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아이가 소리 지르고 울었다고 모든 걸 해소하며 성장한 줄 착각했다. 아이가 왜 소리 지르는지, 왜 자꾸 우는지, 관심 두지 않는 것도 학대다. 자유롭게 키운답시고 자녀의 문제를 수수방관하는 것도 학대다.

 그동안 내가 참아온 말을 타이타닉에 담아도 침몰할 것이다. 나도 나름 엄청 인내하며 살아온 인생이다.

 

 “엄마가 궁금하지 않냐?”

 “누군지 기억해?”

 “무슨 질문이 그래?”

 “오래된 일이잖아?”

 

 나는 ‘실수’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 자신만 비참해지는 것이었다. 정 여사의 말대로.

 

 “오래된 일이라고 사랑이 잊혀지냐?”

 

 지금 미스터 성은 남녀 간의 행위를 사랑이라고 표현했다.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관계라는 단어를 애용했다.

 미스터 성이 서류가방에서 국제 봉투를 꺼냈다. 그 안에서 작은 노트를 꺼냈다. 표지에는 Y라고 쓰여 있었다. 오래된 노트인지 주황색 표지가 군데군데 변색해 있었다.

 

 “볼래? 네 사진이야.”

 “됐어.”

 

 나는 이미 갓난아기 때의 사진을 봤다.

 어느 고등학생이 안고 있는 사진이었다.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학생이었다. 몸집만 컸지 머리가 텅 빈 수컷이었다.

 

 “네 엄마 사진도 있어. 지금 독일에서 살고 있어. 물론 가정도 있지.”

 

 내 추측이 맞았다. 나를 생산한 여자는 살아있었다.

 순간 가족을 떠날 거면 살아서 떠나는 게 낫다는 영호의 말이 떠올랐다. 살아서 떠난 아빠에게 고마워하던 양이의 말도 떠올랐다. 그땐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반대가 더 좋을 것 같다. 죽어서 떠나는 게 덜 섭섭할 것 같다.

 나는 자꾸 섭섭해지고 있었다. 가정까지 꾸리며 잘살고 있다는 한 여자에게 무척 섭섭했다.

 

 “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해?”

 

 그동안 최대의 편의를 제공했건만 인제 와서 내 마음을 들쑤시는 미스터 성에게도 섭섭했다. 괜히 기분만 가라앉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아직 소화되지 않은 갈비가 남아있었나 보다.

 

 “이제 너도 제대로 알아야지. 부모에 관해서는.”

 “뭘 제대로 알아? 고삐리가 여자 건드려서 아기 낳은 거?”

 

 가라앉은 기분이 내 언어를 수준 이하로 떨어뜨렸다.

 미스터 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무 정확한 사실만 말해서 말문이 막히는 모양이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대화엔 소질이 없어. 너와 하는 대화는 특히 그래. 이건 네가 보고 싶을 때 봐. 그런 다음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 대답은 잘 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직접 경험한 거니까.”

 

 미스터 성이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한참을 그대로 앉아 있었다. 언제부터 내렸는지 어둑해진 창문에 빗줄기가 흐르고 있었다. 요 며칠 계속된 미세먼지를 씻어내려면 한참 비가 내려야 할 것이다.

 빗물을 머금은 세상은 흐릿하고 더러웠다. 고층에서만 누릴 수 있는 화려한 야경도 선명하지 않았다.

 나는 블라인드로 어수선한 세상을 가렸다. 완벽하게 가렸다.

 
작가의 말
 

 “넌 왜 네 맘(mom)에 대해선 안 물어?”

 (...)

 “그런 거 묻는 걸 제일 싫어할 사람에게 물어? 눈칫밥이 몇 년인데. 그 정도 눈치는 나도 있어.”

 “눈치? 네가 눈치를 봤다고? 누가 들으면 내가 널 학대했는지 알겠다!”

 미스터 성이 바람 빠지는 웃음을 내뱉었다. 이렇다. 어른이란 동물은 자신의 고난과 희생밖에 몰랐다.(...)

 “누군지 기억해?”

 (...)

 나는 ‘실수’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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