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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뉴턴스쿨엔 뉴턴이 없다
작가 : Perpetua
작품등록일 : 2022.1.3

국내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대안 국제학교 뉴턴스쿨,
뉴턴 같은 수학자가 나올 가능성은 없지만, 사과나무 아래서 여러 사건을 만들 학생들은 많다. 헝가리 의대반을 제외하곤 공부에 열심인 학생도 없다. 그래도 걱정하지 않는다. 대학에 갈 생각만 있다면 어느 대학이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낸다. 학생의 능력도, 선생의 능력도 아니다. 돈의 능력으로 보낸다.
윤태를 포함해 영호, 양이, 민준, 개화, 은경은 N반이다. N은 뉴턴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 정수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아무 생각도, 계획도 없는 아이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일상은 그리 나쁘지 않다. 바라보는 어른들만 답답할 뿐이다. 그들에게 변화가 찾아올까? 그들의 변화는 긍정적인 조짐일까?

 
11.
작성일 : 22-01-08 13:52     조회 : 180     추천 : 0     분량 : 6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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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정 여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전히 우울한지 걱정이 됐다.

 깨어보니 미스터 성은 사라지고 없었다. 새벽 골프 약속이 있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 간단히 아침 먹고 있어. 1시경이면 집에 도착할 거야. 함께 점심 먹자.

 

 한참 신호가 울린 뒤에야 정 여사가 전화를 받았다.

 

 “윤태, 밥 먹었어?”

 “아니, 이제 일어났어. 몸은 어때?”

 “괜찮아⋯.”

 “납골당 갔었어?”

 “응. 어제 갔다 왔어. 어제 재밌었어?”

 “어떻게 알았어?”

 “채 선생님께 다음에 만나자는 문자를 보냈는데, 단합대회 중이라고 하시더라. 좋았겠네?”

 

 정 여사는 어제 N반 모임을 알고 있었다. 미스터 성의 출현도 알고 있었다.

 

 “미스터 성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좋았지. 하여튼 낄 때 안 낄 때를 몰라. 눈치는 1도 없어!”

 

 정 여사가 웃었다. 이렇게라도 웃어서 다행이었다.

 

 아빠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몰라?”

 “누구한테? 나한테, 마운틴한테?”

 “둘한테 노력하면 안 돼?”

 “안 돼! 마운틴은 미스터 성과 어울리지 않아! 수준이 다르다고!”

 “아빠와 어울리는 여자가 수준이 낮았으면 좋겠어? 아빠는 나름 열심히 사는 사람이야. 아들 성윤태를 위해.”

 

 정 여사가 잔소리를 시작했다.

 말이 없는 것보다 잔소리하는 게 나았다. 지금은 그렇게라도 자꾸 다른 생각을 하는 게 좋을 것이다.

 떠난 사람을 생각하면 마음만 아플 뿐이다. 절대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은 빨리 잊는 게 상책이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잖아!”

 “아빠도 김칫국 마시며 즐길 나이야. 아빠 나이의 사람들을 봐. 얼마나 개망나니인데?”

 “개망나니? 정 여사도 그런 말 쓰네?”

 

 내가 키득거렸다.

 

 “개망나니의 개는 너희들이 아무 데나 붙이는 그 개가 아니야. 한 단어지. 결국 뜻은 비슷하겠다. 개가 정도가 심하다는 뜻이니. 망나니는 막된 사람을 뜻하고.”

 “강의하는 걸 보면 기운 없는 것도 아니네! 우리 도가니탕 먹으러 갈까?”

 

 정 여사의 컨디션을 생각하면 집에서 밥 먹는 건 무리였다. 그렇다면 외식이라도 해야 정 여사가 무언가를 먹을 것 같았다.

 

 “도가니탕 먹고 싶어? 냉장고에 음식 있잖아. 집에서 먹어.”

 “갈비는 오래전에 바닥났어!”

 “냉동실에 또 있어.”

 “언제 녹여? 도가니탕도 좋고, 감자탕도 좋고. 같이 먹자.”

 

 정 여사 집 근처에는 묵은지 감자탕집이 있는데 값도 싸고 푸짐했다.

 

 “나가기 싫은데⋯.”

 “내가 사 갈까?”

 “그럼 배달시킬 테니 이쪽으로 와. 밥은 있으니까.”

 “오케이!”

 “택시는 안 돼! 버스 타고 와!”

 “오케이!”

 

 버스 시간을 검색해 보니 10분 남았다. 나는 벌떡 일어나 추리닝을 입었다. 눈곱만 떼고 달려나갔다.

 버스에 오른 뒤 미스터 성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정 여사와 점심 먹을 거야. 점심 해결하고 들어와.

 - 알서. 들어가는 길에 데리러 갈까?

 - 각자 알아서 가자.

 - 치사하다! 저녁은 같이 먹자. 응?

 

 이어 여자가 하트를 날리며 떼쓰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어울리지 않는 애교였다.

 왜 저런 식으로 변하는지 모르겠다. 상대를 파악하는 게 비즈니스의 기본일 텐데 자기 자식의 파악을 저렇게 못 하는 것도 연구감이다.

 

 - 생각해보고.

 

 나는 아직 미스터 성의 무례한 행동을 용서할 수가 없다. 어제 함께하고 싶었다면 내게 먼저 양해를 구하는 게 순서였다. 물론 양해를 구했어도 절대 허락하지 않았겠지만.

 

 ***

 

 내가 도착할 시간에 맞춰 정 여사가 감자탕을 데우고 있었다. 앉기가 무섭게 나는 밥부터 먹었다.

 

 “감자도 없으면서 감자탕이야?”

 

 나는 하나뿐인 감자를 정 여사 밥그릇에 올려놨다. 정 여사는 감자를 좋아했다.

 

 “붕어빵에도 붕어는 없잖아.”

 

 이제 정 여사가 농담도 했다. 얼굴도 밝아진 것 같았다.

 정여사는 감자의 반을 잘라 내 앞접시에 놓고 탕을 가득 담았다. 뼈에 붙은 살이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아빠는 식사하고 오신대?”

 “알아서 먹겠지.”

 “드시겠지! 이제 제대로 존대할 나이야.”

 “밥 먹을 땐 잔소리 스톱!”

 “그래, 미안.”

 

 내가 오길 잘했다. 정 여사는 아침도 먹지 않고 있었다.

 나는 어제 미스터 성이 마운틴 앞에서 보인 행동을 얘기했다. 볼링을 잘 치기 위해 너무 욕심을 부리다 보니 평균도 나오지 않았다.

 미스터 성은 에버리지가 200대로 선수급이었다. 모든 운동에 재능이 있었다.

 

 “150도 안 나왔어! 한 번은 마운틴이 이겼다니까.”

 

 승부욕이 있는 사람이 마운틴 앞에서는 껄껄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지막 게임은 마운틴과 미스터 성이 한 편이었고, 남학생들이 한 편이었는데, 예의 지켜야지, 능력 발휘해야지, 멋져 보여야지, 엄청 땀을 흐리더라고.”

 “여학생들은?”

 “노래방에 간다니까 분장하느라 정신없었지. 하여간 여자들이란, 보는 사람도 없는데 화장은 열심히 해.”

 “자기만족이지! 넌 누구에게 보이려고 멋 부려?”

 “하여튼 미스터 성이 열심히 스트라이크 날린 건 오직 마운틴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싶어서야.”

 “색안경 벗어. 아빠가 하이파이브를 마운틴하고만 했어?”

 “그건 아니지만, 느낌이 달랐어. 우리와 할 때와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니까.”

 

 엉큼한 인간. 그렇게라도 신체접촉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소년이 따로 없었다. 수시로 자신의 모습을 점검했다. 수시로 마운틴의 모습도 점검했다. 그 모습이 순진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마터면 속을 뻔했다. 미스터 성의 본모습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오해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미묘한 차이? 윤태가 그런 차이도 알아?”

 “내가 그걸 왜 몰라?”

 “그건 경험이 없으면 모르는데. 윤태도 미묘한 차이의 감정을 느껴봤구나? 언제 느꼈을까? 왜 나는 그걸 몰랐지?”

 

 정 여사의 얼굴에 궁금증이 가득했다. 나는 얼른 말을 돌렸다.

 

 “마지막 게임에서 겨우 실력을 보여줬어.”

 “다행이다. 자랑스러웠겠네?”

 “뭐가?”

 “아빠가 실력을 제대로 보여줘서.”

 

 그건 정 여사의 말이 맞았다. 실력을 못 보여주는 것보단 나았다.

 앞뒤가 맞지 않은 감정이지만 어쩔 수 없다. 내 아빠에게 능력이 있다는 건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스포츠 제품 수입업을 하는 사람이니 스포츠를 못하는 것보다 훨씬 전문적으로 보였다.

 

 “부자가 모처럼 즐겁게 보냈네.”

 “미스터 성이 즐겁게 보냈지!”

 “너는? 안 즐거웠어?”

 “반반”

 “왜 반반이야?”

 “몰라.”

 “아빠에게 애인 생길까 봐 서운해?”

 

 정 여사가 질질 돌리는 내 말을 단호하게 정리하며 물었다.

 

 “서운하긴 뭐가 서운해? 평생 다양한 애인이 있던 사람이야!”

 “그럼 아빠에게 마운틴을 뺏길까 봐 서운해?”

 “무슨 말이 그래? 마운틴은 선생님이야! 존경하는 선생님이라고!”

 “근데 왜 자꾸 심통이 날까? 마운틴 얘기만 하면 예민해지잖아? 존경하는 선생님은 그냥 자랑스러워해야지.”

 

 정 여사가 웃으며 백도 통조림을 하나 꺼냈다.

 

 나는 대꾸하지 않고 복숭아만 입안에 가득 넣었다. 복숭아를 오물거리며 이유를 생각해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마운틴은 멋진 교사다. 이제껏 볼 수 없었던 특별한 교사다.

 나는 학교가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마운틴과 얘기하는 것도 즐거웠다. 그런 교사만 있다면 청소년 문제는 대폭 줄어들 것이다.

 

 “하여튼 네가 말릴 일은 아니야. 기왕이면 멋진 분이 아빠의 파트너면 좋지. 사랑이란 감정을 일으키는 게 쉬운 줄 아니? 아빠는 더 어렵고 두려울 거야.”

 

 하기야 미스터 성은 사랑이 아니라 관계였다. 다양한 여자들과의 다양한 관계. 그래서 진정한 사랑이 뭔지도 몰랐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마운틴에게 다가간단 말인가. 아무리 내다봐도 산 넘어 산만 보였다.

 

 “내가 응원해도 힘들어.”

 “조금씩 다가가면 진심이 통할 때도 있어.”

 “그렇게 다가가다 파파할아버지 될걸? 갈 길이 멀어.”

 “그럼 네가 지름길을 알려줘!”

 “내가 왜? 자기 인생이니 자기가 알아서 찾아야지.”

 “그럼 너도 네 인생길 알아서 찾아. 제대로 빨리 찾아. 알았지?”

 “정 여사는 누구 편이야?”

 “부자간에 편가르기 하니? 꼭 편을 들어야 한다면, 나야 고용주 편이지!”

 “그렇게 말하면 서운하지! 내가 미스터 성보다 훨씬 정 여사를 생각해!”

 “아이고, 감사해라! 근데 네가 나를 더 부려먹잖아!”

 

 정 여사는 이제 기운이 없어 보이지도 않았다. 목소리까지 카랑카랑했다.

 

 ***

 

 미스터 성이 나를 데리러 왔다. 정 여사를 위해 도가니탕을 포장해왔다. 백도도 한 상자 있었다.

 미스터 성은 스포츠 게임개발에 대해 한참 정 여사와 얘기를 나눴다.

 

 “기존 스크린볼링장보다 스페이스도 작으면서 가상 파트너를 선택하는 거예요. 혼자서도 할 수 있게. 공은 하나인데 입력에 따라 무게가 달라져요. 남녀 모델 뺨치는 멋진 상대도 고를 수 있다면 즐겁게 운동할 거예요. 아예 한곳에서 여러 스포츠를 경험하는 방법도 생각 중이에요. 연구원을 몇 명 영입했어요.”

 

 미스터 성의 말을 들어보니 내가 생각한 스포츠 게임과 전혀 다른 연구 개발이었다.

 어제 마운틴만 보러 온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나름 여러 생각을 하며 단합에 참여한 것 같았다.

 

 “사람은 사람과 즐겨야 하는데, 힘든 시대지요?”

 “골치 아픈 노력은 피하는 시대라, 저부터도 그래요⋯.”

 “가상 인물과 가까이하니 사람에 대한 감각이 도태되는 거예요. 서로 충고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가상 인물은 항상 상대의 요구에 맞춰주잖아요?”

 “요즘은 다른 버전도 많아요. 그래도 사람과는 다르지요.”

 “게임 상대를 역사적 인물이나 스포츠 영웅으로 하면 어때요? 인물에 대한 상식 자료를 넣는 거예요. 벌써 나왔겠죠? 내가 생각할 정도면.”

 “스포츠 영웅과 함께하는 운동? 알아봐야겠네요. 초상권 문제가 있어서 쉽진 않을 거예요.”

 

 미스터 성이 휴대폰에 메모를 했다.

 그러면서 정 여사의 안색을 살폈다.

 

 “힘드시겠지만 빨리 털고 일어나세요. 정 여사님 기분에 따라 우리 집 분위기가 달라져요.”

 

 미스터 성의 말에 정 여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 첫 시집 좀 빌려주세요. 절판이던데요?”

 “아이고, 뭘 읽어요? 두 번째 시집 읽었으면 됐지. 재미없어요.”

 

 미스터 성이 시집을, 아니, 문학에 관한 책을 그리도 열심히 읽는 건 처음이었다. 책이라곤 스포츠에 관한 책만 겨우 읽는 사람이었다.

 사무실엔 갖가지 책이 전시돼 있지만 말 그대로 전시용일 것이다. 진득이 앉아 책 읽는 모습은 할아버지도 본 적이 없었다고 했고, 나도 본 적이 없었다.

 

 “첫 시집은 추억에 관한 시라면서요? 제가 추억은 많거든요.”

 

 분명 여자와의 시간을 추억이라고 착각하며 말했을 것이다.

 하기야 내가 아는 여자와의 시간만 묶어도 장편 소설 분량이었다. 미스터 성이 정 여사의 책꽂이를 천천히 훑었다.

 

 “채 선생님과 윤태 진로 좀 의논해 보세요. 그때 채 선생님께 빌려달라고 하세요.”

 

 갑자기 정 여사가 마운틴을 대화에 끌어들였다.

 

 “왜 마운틴한테 빌려? 정 여사도 있잖아!”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찾기 힘들어. 오래된 책이라 창고 속에 있을 거야.”

 

 거짓말이었다. 분명 책꽂이 구석에 정 여사의 이름이 쓰인 시집이 있었다. 두 번째 시집은 두 번째 칸 구석에 꽂혀 있었고, 첫 번째 시집은 제일 위에 쌓여있는 책 속에서 있었다.

 나는 정 여사를 노려봤다. 정 여사도 내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러다 눈을 지그시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무슨 신호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내가 벌떡 일어나자,

 

 “그래, 전기 주전자에 물 좀 넣어줘. 보이차 좀 마시자. 아빠도 드시게 두 잔 부탁해.”

 

 나는 하는 수 없이 전기 주전자에 물을 붓고 스위치를 눌렀다. 컵 두 개를 꺼내 분말용 보이차를 담았다.

 나는 미스터 성을 흘겨봤다. 미스터 성의 얼굴이 벌게졌다.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아니에요. 윤태가 워낙 좋은 분이라고 해서 학부형으로서 관심을 갖았던 거예요.”

 “그러니까 학부형으로서 만나 의논하시라는 거예요. 책은 구할 수 없으니까 빌리는 거고.”

 

 정 여사의 말에 미스터 성이 머쓱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보이차 두 잔을 투박하게 식탁 위에 올려놨다.

 

 “고마워. 자주 우울해야겠네. 멋진 두 남자도 찾아오고, 차 서비스도 받고.”

 

 정 여사가 내 등을 토닥이며 웃었다.

 

 ***

 

 돌아오는 차 안에서 미스터 성이 자꾸 나를 힐끔거렸다.

 

 “왜? 말해.”

 “내가 채 선생님 찾아봬도 돼?”

 

 나는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대답하지 않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거리는 한산했다.

 사거리 신호등 앞에서 미스터 성의 차가 멈췄다.

 한 가족이 강아지를 끌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엄마가 앞장서고 아이 둘이 강아지와 중간에서 걸었다. 아빠는 뒤에서 신호를 살피며 아이들을 보호했다. 앞장선 엄마는 수시로 뒤를 돌아봤다. 장난치는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엄마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결국 빠른 신호음 소리에 아빠가 아이들을 재촉했다. 양팔을 벌리며 아이들을 몰아붙였다. 아이들의 걸음이 빨라졌다.

 가족 모두 횡단보도를 무사히 건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차까지 들리는 듯했다. 엄마와 아빠의 얼굴도 웃음으로 가득했다.

 

 “학부형으로서 만난다며?”

 

 나는 좀 전보다 마음이 가라앉았다.

 

 “당연하지! 처음부터 뭘 하냐?”

 “거 봐! 뭘 할 생각이 있는 거지?”

 “그런 뜻이 아니잖아! 넌 왜 그리 비비꼬니? 네가 싫어하는 건 아무것도 안 해. 언제 내가 학교에 간 적 있어?”

 “누구 핑계를 대는 거야? 학교라는 공간에 관심 없는 사람은 그쪽 아니야? 오래전부터.”

 “네가 싫어해서 가지 않았던 거지.”

 “그래서 누구와는 밖에서 만났어?”

 

 치사하지만 왕재수 스토리를 끄집어내야 했다.

 

 “야, 그건 이미 자초지종을 말했잖아! 그땐 나름 옳은 방법을 택한 거야.”

 

 자신의 흑역사는 잘도 포장했다. 어쩜 저리도 옳은 방법과 이상한 방법을 구분하지 못하는지, 모든 일에 해결 방법이 괴상했다.

 

 “학부형으로서 예의 지켜! 첫인상이 끝인상이야! 난 마운틴에게,”

 “알아. 네가 마운틴을 많이 존경한다는 거. 조심할게. 만나도 돼?”

 

 미스터 성이 어린아이처럼 내 승낙을 기다렸다. 지금은 분명 나보다 어렸다.

 

 “내 장래에 관한 얘기만 해!”

 “그럼 내 장래에 관한 얘기하겠냐?”

 

 내가 걱정하는 부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세 살 난 아이 물가에 내놓은 것 같은 기분이 이러할 것이다. 조마조마하다.

 

 “먼저 문자부터 보내고, 전화 통화해. 아무 때나 전화하지 말고.”

 “오케이!”

 

 미스터 성의 차가 모처럼 속력을 냈다. 앞을 가로막는 차는 없었다. 오늘은 미스터 성의 차가 값어치를 좀 하는 것 같다.

 

 
작가의 말
 

 "아빠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몰라?”

 “누구한테? 나한테, 마운틴한테?”

 “둘한테 노력하면 안 돼?”

 “안 돼! 마운틴은 미스터 성과 어울리지 않아! 수준이 다르다고!”

 (...)

 “그럼 아빠에게 마운틴을 뺏길까 봐 서운해?”

 “무슨 말이 그래? 마운틴은 선생님이야! 존경하는 선생님이라고!”

 “근데 왜 자꾸 심통이 날까? 마운틴 얘기만 하면 예민해지잖아? 존경하는 선생님은 그냥 자랑스러워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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