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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51구역
작가 : 바스트록
작품등록일 : 2022.1.1

화성. 군인. 그리고 그들. 돌아갈 수 없는 병사들을 엄습하는 미지의 감염체와 그 속에 얽힌 음모. SF 아포칼립스 미스터리.

 
24화 사색
작성일 : 22-01-07 20:26     조회 : 156     추천 : 0     분량 : 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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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7.7.18

 

  대기권을 돌파할 때쯤 화성에서의 마지막 하루가 지났다. 오늘부터 고요해진 우주에서의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진동과 소음이 완전히 잠잠해지자 안전바가 올라왔다. 나는 그것이 감격스러웠다. 화성으로 올 때는 안전바가 이틀 내내 올라가지 않았다.

 

  하 소령은 일병인 우리가 어지간히도 못 미더웠었나보다.

 

  나는 그래서 화성으로 올 때는 못 했던 ‘하늘에 둥둥 떠 있기’를 곧바로 실천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별 감흥은 없었다.

 

  화성 연합이라는 거대한 단체와 맞써야 하는 내가 이렇게 여유롭게 있어도 되나 싶었지만, 사실 우리가 할 일은 더 이상 없었다.

 

  우주선을 모는 것은 자동 항행 장치의 몫이었고 우리는 우주선이 엡실론 우주정거장에 도착할 때까지 살아 있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정말 효율적인 업무 분담이다.

 

  그래서 나와 이새안은 창밖으로 보이는 우주의 광활한 풍경을 감상하며 하릴없이 시간을 축내기로 했다. 그것 말고는 할 것도 없었다.

 

  한수아는 우리와는 다르게 할 일 거리가 있었다.

 그녀는 우리가 머무르는 콕핏과는 다른 공간에서 한 대위의 연구자료들과 그가 남긴 기록들을 살펴보며 감염자에 대한 연구를 계속했다.

 

  그 자료들은 우리가 브라운 대령에게 USB를 넘겨 주기 전에, 미리 백업해 둔 것들이었다.

 

  그녀는 그중에서도 한 대위의 녹음 파일들을 자주 들었다.

 

  하지만 그 행동은 딱히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보다는 그의 목소리가 그리워서, 그리고 그녀의 목적을 뚜렷하게 하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그 증거로 내가 그녀에게 식사를 가져다주러 갈 때마다 그녀는 축축하게 젖은, 동시에 결의가 느껴지는 눈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절대로 수세미 맛 비상식량이 맛없어서 나올 수 있는 눈빛은 아니었다.

 

 

 

  나는 문득 이새안에게도 진실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우리는 화성 연합군의 손아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수 있었다.

 

  시간도 넉넉했고, 무엇보다 그는 사활을 함께 한 동료로써 진실을 알 자격이 있었다.

 

  나는 혹시 몰라 한수아에게 맛없는 비상식량을 가져다주는 김에, 그것에 대한 동의를 구했다. 한수아도 긍정했다.

 

  나는 한수아가 머무르는 임시 연구실을 나와 탈출용 포드와 출입구, 우리가 화성으로 올 때 썼던 창문 없는 객실 그리고 제법 긴 복도를 지나며 이새안이 진실을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생각해 보았다.

 

  처음 봤던 그는 마냥 여려 보였지만 그가 감염자들과 맞서 싸웠을 때나, 다리에 총을 맞고도 정신을 잃지 않던 모습들을 생각하면 그것은 내 착각이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역시 사람은 겉만 보고는 모르는 법이지.’

 

  그런 이새안이었기에, 나는 그가 화성 연합군이 저지른 만행을 알고 나서도 자제력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 믿음이 아주 잘못되었다는 것을 나는 조금 더 빨리 알아차려야만 했다.

 

  그러나 과거로 발걸음을 향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기에.

 

 

 

 

 

 

 

  콕핏에 도착한 나는 대뜸, 헬멧을 벗고 있는 이새안에게 물었다. 그의 색이 옅은 머리칼이 중력 없는 콕핏에 나부꼈다.

 

 “화성은… 어땠어?”

 

  너무 포괄적이고 엉성한 질문이었지만, 이새안은 소년 티가 남은 희고 어수룩한 얼굴을 씰룩거리며 열심히 고민했다. 긴 고민 끝에 그가 되물었다.

 

 “글쎄요… 서준성 일병님은 어떠셨어요?”

 

  질문이 되돌아올 줄은 몰랐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답할 수 있었다.

 

 “슬프고 후회되는 일들이 많았지. 나 자신도 많이 변하게 됐고. 가끔은 시간을 되돌리고 싶기도 해.”

 

  정말 마음속에 있던 그대로의 감상이었다.

 이새안은 내 대답을 듣고 다시 골똘히 고민하더니 답했다.

 

 “저도, 서준성 일병님이랑 비슷한 심정인 것 같아요….”

 

  역시 그도 비슷한 감정이었을 것이다.

 나는 예상했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이 슬프고 끔찍한 일들이, 사실은 누군가에 의해 계획된 일이라면 어떨 것 같아?”

 

 “네?”

 

  이새안이 누가 봐도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그의 감정은 얼굴에 전부 드러난다.

 

 “감염자들이 습격한 것도 한 대위가 감염된 것도. 그로 인해 생긴 일들까지 전부, 어떤 사람들이 고의로 벌인 거였다면 받아들일 수 있겠어? ”

 

  이새안의 낯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이었다.

 

 “그만…그만 하세요! 그런 농담은….”

 

 “아니, 진실이야. 화성의 51구역과 MUIT는 그들의 실험장이었어. 모든 사건들은 그들에 의해 일어난 거야.”

 

  이새안은 고개를 가로 지으며 소리쳤다.

 

 “그만하시라니까요! 그런 게 진실이라면… 그럼 저희는 뭘 위해서…!”

 

  그렇다. 우리는 무얼 위해 목숨을 걸었을까. 그러나 적어도, 우리들의 희생이 의미를 가지게 하려면 세상에 그 진실을 알려야 했다.

 

 “그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진실을 알고, 그걸 세상에 알려야 해. 그게 살아남은 자들의 책무니까.”

 

  이새안의 표정이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는 혼란스러운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화가 난 것 같기도 했다. 둘 다인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원흉인 놈들의 이름은…”

 

  그러다 돌연 이새안의 표정이 모두 사라졌다. 그의 생기 있던 눈매가 매정해 보였다. 그의 온몸에 감돌던 어수룩하고 똘망한 기운이 모두 빠져나가고 껍데기만 남은 느낌이었다.

 

  나는 당황해서 말을 잠시 끊었다가, 다시 숨을 들이마시고 말을 이었다.

 

 “화…”

 

 “Martain Republic, 화성 연합군.”

 

 

 

 

 

 

 

  내 말을 가로챈 것은 이새안이었다.

 

 ‘그걸 어떻게….’

 

  이제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게 된 것은 내 쪽이었다.

 말을 해야 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새안에게는 한 대위의 USB 안에 있던 녹음 내용을 들려 준 적이 없었다. 혹여라도 화성 연합군에게 들킬까, 말을 할 때도 먼저 두 번, 세 번 생각했다. 그가 알고 있을 리 없다.

 

  벙어리가 되어 버린 나 대신 이새안이 입을 열었다.

 그의 인상은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소년의 티는 사라지고 눈빛에는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어떻게. 라는 표정을 짓고 계시군요. 나를 너무 신뢰하셨나 봅니다. 서준성 일병님.”

 

  그는 말투와 목소리마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더 이상 그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아니, 처음부터 읽을 수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는 이새안이 아니었다.

 

 “쭉 비밀에 부치고 계셨다면 성공할 수도 있었던 건데. 아, 정정하겠습니다. 모르는 척 넘어가 드릴 수도 있었을 텐데요. ”

 

  그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말투로 나를 비꼬며 MBS의 허리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냈다.

 

 “넌… 넌 누구냐. 이새안을 어떻게 했지?”

 

  나는 앓는 듯한 탄식을 내뱉었다.

 그러자 그는 권총의 총구로 자기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그것은 불쾌한 골짜기가 느껴질 정도의 기괴한 움직임이었다.

 

 “아, 이새안 말씀이십니까?”

 

 “서준성 일병님! 이새안이라는 사람은 원래부터 없었어요!”

 

  그는 순간 목소리 몸짓 눈빛 분위기까지 이새안이 되었다가 다시 내가 모르는 남자가 되었다.

 

  온몸에서 오한이 느껴졌다. 그것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순수한 공포였다.

 

 “설마 처음부터 우리 사이에….”

 

  그는 입꼬리가 광대까지 올라가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토끼를 잡으려면 토끼가 될 뿐입니다.”

 

  그에게는 그렇게 단순하게 치부할 수 있는 일이었을까. 동료의 죽음에 눈물 흘리던 모습도, 생사가 오가는 순간에 자기 목숨을 내게 맡긴 것도,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던 일도.

 

 “모두 연기였나! 감정도 눈물도 네 이야기도?”

 

  그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경직된 석고 조각상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네, 물론입니다.”

 

 “…”

 

  그는 이제 흥미가 떨어졌다는 듯이 권총을 장전하고 전조도 없이 그것을 내게 쏘았다.

 

  -탕.

 

  총알은 내 MBS의 어깨 플레이트에 빗겨 콕핏의 기계 장치에 박혔다. 우주선의 불빛들이 한순간 깜박거렸다.

 

  죽음의 냄새다. 그것도 내게서 풍겨 오고 있었다.

 

  믿을 수 없었다. 이새안이 스파이였다. 그것도 화성 연합군이 심어놓은. 그리고 그가 지금 나를 죽이려 하고 있다. 나를 죽이고 나면 한수아도 죽일 것이다.

 

  창밖의 고요하던 우주가 모든 빛을 삼키는 공허한 우주로 바뀌었다. 이새안이었던 남자가 다시 권총을 내게 겨눴다.

 

 “젠장!”

 

  나는 의자 뒤로 몸을 던지며 두 번째 총알을 피했다. 그러나 종아리가 뜨거웠다. 나는 절뚝거리며 무기를 찾았다. 그러나 손에 잡힐 만한 것 자체가 드물었다.

 

  이윽고 그가 의자 뒤에 숨어 있는 나를 향해 걸어왔다. 잔혹한 현실이 목전까지 다가왔다.

 

  그때였다.

 

 “무슨 일 생겼어요?”

 

  복도에서 콕핏으로 이어지는 문 너머에서 한수아가 물었다. 그녀는 원래라면 들릴 리 없는 총성을 듣고 이끌려나온 것이었다.

 

 “안 됩니다! 들어오지 마십시요!”

 

  나는 문 너머에서 당황하고 있을 그녀에게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그러자 남자가 내 목소리의 방향으로 총을 쏘았다.

 

  나는 의자 뒤에서 뛰쳐나오며 콕핏의 기계 장치 뒤로 숨었다.

 

 “한수아 씨! 설명할 시간 없습니다! 당장 탈출 포드를 타고 도망가요!”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녀가 문의 콘솔을 조작하는 소리가 났다.

 나는 곧바로 내가 몸을 숨긴 기계 장치에 달린 감압 버튼을 눌렀다. 문 안팎의 압력 차이가 생기면 콘솔은 작동을 멈춘다. 이제 문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공기가 빠져나가자, 남자는 공중에 떠다니던 헬멧을 재빠르게 머리에 썼다.

 

 “저항하지 마십시요. 불필요한 손실은 원치 않습니다.”

 

  남자는 그 와중에도 차분하게 나와의 거리를 좁혀 오고 있었다. 네 발, 그리고 다섯 발 째 총알이 날아왔다. 그것들은 기계 장치에 박혀 스파크를 뿜어냈다.

 

 “손쉬운 쪽부터 하면 제 발로 나오시겠습니까?”

 

  그는 돌연 생각이 바뀐 듯 콕핏의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문의 콘솔에 권총의 남은 총알을 모두 박아 넣고 탄창을 갈아 끼웠다.

 

  그러자 문이 열렸다. 공기가 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문 너머에는 한수아가 영문도 모른 채 서 있었다.

 

 “안 돼!!”

 

  나는 남자에게 몸을 날렸다.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향해 총구를 돌렸다.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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