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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51구역
작가 : 바스트록
작품등록일 : 2022.1.1

화성. 군인. 그리고 그들. 돌아갈 수 없는 병사들을 엄습하는 미지의 감염체와 그 속에 얽힌 음모. SF 아포칼립스 미스터리.

 
23화 귀환
작성일 : 22-01-07 20:24     조회 : 164     추천 : 0     분량 : 4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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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시간의 준비 시간은 상당히 짧은 것이었다. 해외여행을 간다고 해도 그보다는 더 걸릴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성외 여행’이다.

 

  준비가 어떻게 그렇게 빨리 끝날 수 있었냐 하면, 단순히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얼마 없었기에 챙길 수 있는 물건도 없었던 것뿐이었다.

 

  식량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오늘 점심식사만 해도 이동식 전투요새 내부의 식당에서 해결했다. 한마디로 빈털터리였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우주선에는 혹시 모를 우주 표류를 대비해 출발 전, 식량과 물 같은 물자들을 넉넉하게 보급해둔다. 그것은 우리가 타고 왔던 이 우주선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이 우주선은 더 장기적인 표류와 비상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탈출용 포드나 무기 몇 정도 구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화성으로 올 때는 그러한 보급품들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능숙한 파일럿과 자동 항해 장치 덕분에 아무런 장애도 없이 단 이틀 만에 화성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그 말은 즉, 우리는 번거롭게 물자들을 챙기는 대신, 아직 포장도 뜯지 않은 ‘지구 귀환 보급품 패키지’를 사용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마치 샴푸나 칫솔, 그리고 드라이기 따위를 가져가지 않아도 되는 호텔에 들어서는 기분이었다.

 

  연료는 화성 연합군과의 거래 내용에 포함된 항목이었기 때문에, 이미 진작에 충전되어 있었다.

 

 “정말 이렇게 떠나게 되네요.”

 

  한수아가 실감이 안 난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녀는 이곳에 거의 1년 가까이 머물렀다. 우리가 오기 훨씬 전부터 화성의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풍경을 바라보며 살아온 것이다.

 

  일주일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이곳에 머문 나조차도 이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데, 그녀는 오죽하겠는가.

 

 “그러게요, 마지막까지 정은 안 가는 행성이었어요.”

 

  이새안이 맞장구쳤다.

 이곳에 살아 있는 생명체라고는 끔찍한 패러사이트와 더 끔찍한 화성 연합군 밖에 없으니 정이 안 갈 만도 했다.

 

  한수아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원래 입던 연구원용 우주복보다 견고한 MBS로 갈아입기로 했다.

 여벌의 MBS가 우주선에 구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수아가 슈트를 입으러 간 사이, 나와 이새안은 우주선의 콕핏에 앉아 자동 항행 장치를 가동했다. 그러자 곤뇽과 비슷한 목소리의 전자음이 말을 걸었다.

 

 -자동 항행을 위해서는 권한자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

 

 “!!!”

 

  그건 예상치 못한 문제였다. 나는 우주선이 키만 꽂으면 시동이 걸리는, 날아다니는 자동차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무나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한 나라의 보배였다.

 

  적어도 최 중위가 있었더라면 어떻게 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와 이새안은 한낱 일병이었다. 정말 아무런 권력도 권한도 없는 일병.

 

 “이건 전혀 생각 못 했습니다.”

 

 “어… 어떡하죠?”

 

  나와 이새안은 허둥댔다.

 

  발만 동동 굴러야 하는 상황에,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우주선의 통신 장치를 켰다. 한국에 연락을 취할 생각이었다.

 

  지금까지는 방법도 기회도 없었지만, 이제는 우주선이 있다. 상황을 말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될 것이다. MUIT의 괴멸을 내 입으로 말해야 한다는 사실은 좀 껄끄러웠지만 불물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송신 버튼을 누르고 말했다.

 

 “여기는 화성. MUIT 소속 일병 서준성입니다. 들리십니까.”

 

 -치이이이이이이익.

 

 “이건 큰일인데요….”

 

  통신장치마저도 작동하지 않았다. 이건 큰일이었다. 통신장치 없이는 착륙에도 어려움이 생길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미확인 비행물체로 간주되어 격추당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구 궤도 근처의 우주 정거장에 정박하여 사정을 말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장에 우주선을 출발하는 것에서부터 문제가 생겼으니, 그 문제는 고려할 가치도 없는 것이었다.

 

 “화성 연합군에 도움을 청하는 방법밖에 없나.”

 

  나는 최후의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적에게 도움을 받는 것은 수치일 뿐만 아니라, 그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할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고민 또한 부질없는 짓이었다.

 

 “서준성 일병님, 화성 연합군은 이미 떠나갔잖아요.”

 

 “…”

 

  이제 정말 여기서 발만 동동 구르다가 굶어 죽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식량은 넉넉했기에 우리는 조금 오랫동안 발을 구를 수 있을 것이다.

 

  한수아가 MBS로 갈아입고 돌아온 것은 그때였다.

 

  그녀는 콕핏의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962명의 감염자 무리로부터 살아남은 두 명의 용사가 시트에 나란히 앉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무슨 일이예요?”

 

  그녀가 뒤에서 다가와서 내 의자에 손을 얹으며 물었다.

 나는 그녀가 상심할까 봐 머뭇거리다가, 숨기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자포자기하듯 입을 열었다.

 

 “자동 항행 장치를 사용하려면 권한자의 승인이 필요하고, 권한자의 승인을 받으려고 통신 장치를 켰는데, 통신 장치가 먹통이라 어쩔 수 없이 화성 연합군의 도움을 받으려고 했는데 그들은 이미 떠나갔습니다. ”

 

  될 대로 되라는 듯이 말했다.

 

 “네?”

 

 “그러니까…”

 ‘망한 것 같습니다.’

 

  나는 말을 삼켰다.

 그러나 한수아는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는 헬멧을 만지작거리더니, 그녀 나름대로 상황을 한 마디로 요약했다.

 

 “그러니까, 권한자의 승인이 없으면 우주선이 출발을 못 한다는 거죠? 별문제 아니네요.”

 

  하지만 그녀의 요약은 조금 잘못된 것 같았다. 지금 상황은 고지가 눈앞인데 쓰러진 전우들의 시체만 챙겨 돌아가야 하는 꼴이다. 별문제가 아닐 수가 없다.

 

 “아… 그게 말이죠….”

 

  이새안이 한수아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려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무시하고 자동 항행 장치의 콘솔로 다가갔다.

 

 -자동 항행을 위해서는 권한자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이변 없이 같은 메시지가 재생되었다.

 

 ‘그거 보십시요 한수아 씨….’

 

  하지만 이변은 있었다. 한수아가 지체하지 않고 콘솔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며 말했다.

 

 “MUIT 수석 연구원 한수아. 자동 항행을 승인합니다.”

 

 

  아주 간단하게 문제가 해결되었다.

 

 -승인되었습니다. 목적지를 설정하시겠습니까?

 

  나와 이새안의 걱정은 무색한 것이었다. 말단 병사인 우리와는 다르게 그녀는 수석 연구원이었던 것이다.

 MBS 슈트를 입은 그녀의 뒷모습이 빛나 보였다.

 

 “한수아 씨… 솔직히 좀 멋있었습니다.”

 

  나는 소심하게 손뼉을 치며 말했다.

 

 “이 정도 가지고 뭘요.”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아직 문제가 하나 남아있었다. 통신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한수아 씨 통신이 불가능해서 지구로 바로 가는 건….”

 

 “목적지는 지구 궤도 내 엡실론 우주정거장.”

 

 “…”

 

 -목적지가 설정되었습니다. 전 승무원의 착석이 확인되면 자동으로 항행을 시작합니다.

 

  한수아는 그대로 돌아서서 남은 자리에 앉았다.

 

  나는 화성으로 올 때와 마찬가지로 나란히 놓인 좌석 세 개 중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저번과 다른 것은 양준혁이 있던 위치에 한수아가 있다는 점과 이번에는 사방이 철판으로 막힌 객실 대신 밖이 보이는 콕핏에 타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수아 씨, 엡실론 우주정거장이 어딘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처음 들어보는 장소가 궁금해진 내가 물었다.

 

 “연구원들을 위한 우주정거장이죠. 그 어떤 나라의 간섭도 받지 않는.”

 

  딱 들어도 안전해 보이는 장소였다. 적어도 이곳보단.

 그녀가 말을 이었다.

 

 “화성으로 오기 전에 몇 주 동안, 저 중력에 적응하기 위해 그곳에 머문 적이 있었어요. 믿을만한 곳이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

 

  마음이 놓였다.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지만, 정말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안전바가 내려왔다. 롤러코스터에 올라타는 기분이었다. 안전바가 굳게 잠기자 기계음의 방송이 들렸다. 아무리 들어봐도 곤뇽과 완전히 똑같은 목소리라고 생각했다.

 

 -발사까지 1분 남았습니다. 자리에서 대기해주십시오. 중력권을 벗어나면 안전바가 자동으로 올라갑니다. 안전바가 올라가기 전까지는 헬멧을 착용해주십시오.

 

  두꺼운 금속 봉에 푹신한 완충제가 둘러져 있는 안전바는 몸을 완전히 옭아매고 있었기에, 사실 헬멧을 벗고 싶다고 한들 그럴 수 없었다. 물론 그럴 생각조차 없었다.

 

 -발사까지 20초 남았습니다. 엔진을 점화합니다.

 

  드디어 우주선의 선채에 진동이 울렸다. 선내의 철판이 떨리는 소리, 그리고 청소기 소리를 닮은 엔진음이 긴장감을 돋웠다.

 

 “언제 해도 떨리는 것 같아요.”

 

  왼쪽에 앉은 이새안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왠지 지구에서 떠날 때도 지금과 비슷한 광경을 본 것 같았다.

 

 “그러게.”

 

  안전바에 가려 뒤는 물론이고 옆도 절반 정도는 잘 보이지 않았다. 우주선이 과거로 시선을 향하지 말라고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이 우주선, 일부는 양준혁이 만든 것이라고 했다. 갑자기 그의 핀잔이 들려오는 것 같아 우주선의 정면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5… 4… 3… 2… 1 발사.

 

  우주선이 화성의 대기권을 뚫고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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