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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51구역
작가 : 바스트록
작품등록일 : 2022.1.1

화성. 군인. 그리고 그들. 돌아갈 수 없는 병사들을 엄습하는 미지의 감염체와 그 속에 얽힌 음모. SF 아포칼립스 미스터리.

 
22화 피 없는 전투
작성일 : 22-01-07 20:23     조회 : 179     추천 : 0     분량 : 4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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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브라운 대령의 집무실에 올 때마다, 이 방이 영화에 나오는 보안관 사무실과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히는 의심이 들었다.

 

  그만큼 바깥과는 딴판의 분위기였다. 가죽 카펫이 깔린 나무 바닥에 들어서며 내가 말했다.

 

 “일병 서준성, 호출 받고 왔습니다.”

 

  그러자 탁자에 팔을 괴고 담배를 한 모금 빨던 브라운 대령이 웃음 가득한 어조로 우리를 반겼다.

 

 “어서 오게, 영웅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쁘네.”

 

 ‘실험장 안의 영웅 아닙니까.’

 “화성 연합군의 지원 덕에 해낼 수 있던 일입니다.”

 

  생각과 말을 분리하는 것은 힘들었다. 눈빛을 다듬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어려울 뿐 불가능은 아니다. 실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밤 동안 감정이 잘 정리됐나 보군. 다시 한 번 유감을 표하네. 아, 어서 자리에 앉게나.”

 

  그는 손짓으로 자신의 탁자 앞쪽에 있는 긴 소가죽 소파와 차 테이블을 가리켰다. 우리가 자리에 앉자, 그는 양 손가락을 마주 대며 임무 보고를 요청했다.

 

  나는 감염자 무리가 대부분 괴멸했다는 사실과 최 중위의 전사, 그리고 한 대위의 연구자료를 회수해온 것에 대해 그에게 보고했다. 당연히 화성 연합군의 실체를 알아냈다는 사실은 매끄럽게 숨겼다.

 

 

  보고를 들은 브라운 대령은 담뱃불을 비벼 끄고는, 한수아를 향해 물었다. 그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그쪽은 한정근 대위랑 동료였다고 들었는데…, 맞나? ”

 

  한수아가 그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려져 있지 않은 듯했다.

 

 “그렇습니다.”

 

  한수아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한 대위는 우리 쪽에서도 알아주는 연구자였지. 그의 능력을 높게 사서, 그에게 알파를 기증해 준 것도 내가 결정한 일이야.”

 

  이건 그의 시험이었다. 내가 완고한 것처럼 보이자 한수아를 노린 것이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수아는 흐트러짐 없이 말했다.

 

  브라운 대령은 거기서 한 수를 더 두었다.

 

 “그런데… 듣자 하니 감염자들의 통솔자가 한 대위였다고 하더군.”

 

  그는 북실거리는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한수아는 동요하지 않는 듯 보였지만 나는 그녀의 타들어가는 마음이 짐작이 되었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게지. 그가 연구에 미쳐 감염자가 되어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네. 자네도 필시 그랬겠지?”

 

 “…”

 

 “옛 동료라고 감싸는 짓은 하지 말게. 이번 일로 수 백 명의 사람이 죽었어. 연구자로서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은 한정근 대위는 한국의 역사에도 붉은 줄로 남을 것이네.”

 

  이런 구렁이 같은 작자를 보았나. 그는 거의 대놓고 한수아를 추궁하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MAR로 그의 머리를 날려버리는 상상을 했다. 분노가 가라앉지는 않았다.

 

 “맞는 말씀입니다. 옛정으로 흔들리기에는 그는 너무 큰 죄를 지어버렸습니다.”

 

 ‘…!’

 

  한수아가 대답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도울 수 없는 이 상황이 원망스러웠다.

 

  브라운 대령은 잠시 골똘히 고민하는 듯하더니, 온화한 표정으로 말했다. 물론 그것은 더 이상 온화해 보이지 않았다.

 

 “아, 이거 미안하게 됐네. 내가 너무 몰아붙였군. 화성의 안전을 수호하는 자리라 이런 일에는 무심코 예민하게 군단 말이지.”

 

 ‘안전을 수호한다니, 잘도 말하는군.’

 

  더 이상 그의 알량한 수에 놀아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감염자들에 대한 자료가 담긴 USB를 손에 내밀며 말했다.

 

 “대령님, 여기 저희 쪽에서 거래 조건으로 제시했던 감염자 연구자료입니다.”

 

  브라운 대령은 멋대로 화제를 돌린 나에게 웃는 얼굴로 눈총을 주었다. 나는 그것을 못본 척 했다. 그러자 그는 USB를 집어 들었다.

 

 “MUIT 본부까지 다녀오느라 고생 많았네. 이걸로 서로 빚은 없는 것이겠지.”

 

  그 말대로다. 더 이상 화성 연합군에 볼일은 없다.

 

 “화성 연합군과 거래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나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마음에서 우러나온 척하며 내뱉었다.

 

 “나도 자네들과 같은 전사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기뻤네. 지구까지 조심히 돌아가게.”

 

  브라운 대령은 마지막까지 본성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미 그의 목구멍 안에 도사리고 있는 독사를 보았다. 그는 우리가 조금이라도 수상한 낌새를 보였다면 가차 없이 우리를 제거했을 것이다.

 

 

  나와 한수아는 브라운 대령의 집무실에서 나와 우울하게 빛나는 푸른 금속재 복도를 아무 말 없이 걸었다.

 

  숙소로 돌아가서도 우리는 얼마간 말이 없었다. 침묵을 깬 것은 한수아의 한이 서린 한탄이었다.

 

 “…억울해요. 아빠의 명예에 제 손으로 먹을 칠해가면서까지 살아남아야 한다니….”

 

  한 대위는 최선을 다했다. 그는 감염된 와중에도 화성 연합군의 계략을 알리기 위해 기록을 남겼다. 그는 적어도 누명을 쓰고 악인으로 남을 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도 결국 최 중위나 양준혁처럼 화성 연합군이 만든 거대한 실험장의 희생자인 동시에, 그것에 맞서기 위해 제 한 목숨을 바친 전사였던 것이다.

 

 

 “한 대위님은 한수아 씨를 절대 원망하지 않을 겁니다.”

 

  한수아는 그것이 입에 발린 말이라는 듯 내 눈을 피했다.

 

 “아뇨, 분명 실망하셨을 거예요.”

 

  그럴 리가 없었다. 신음 속에 서글프게 울리던 한 대위의 마지막 말을 기억하고 있다.

 

 “한 대위님은 감염된 상태로 불길에 타들어가면서까지 한수아 씨한테 미안해하셨습니다. 그런 분이 그렇게 생각하실 리가 없습니다. 오히려, 한수아 씨가 본인의 의지를 이을 수 있게 되어 기뻐하실겁니다.”

 

  한수아는 고개를 떨궜다. 울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빠가 그런 말을… 전 마지막까지 아빠라고 불러드리지도 못했는데….”

 

  인류는 화성에는 도달할 수 있었지만 후회스러운 과거에 도달하는 방법은 끝내 찾을 수 없었다. 과거는 마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열린 포도송이 같아서, 이미 일어난 일은 아무리 되돌리고 싶어도 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앞만 바라보고 나아가야 했다.

 

 “한 대위님과 사라져간 모두를 위해서도 무사히 돌아가야 합니다. 그게 살아남은 자들로써 저희가 다할 수 있는 책임 아니겠습니까.”

 

  그들의 원한을 풀기 위해서라도. 그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서준성 씨 말이 맞아요…. 미안해요, 언제나 도움만 받아서.”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맑은 눈망울이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나는 한수아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녀가 없었더라면 나는 감염자들의 첫 습격이 있던 날 밤, 정신을 놓아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를 뿌리칠 수 있었던 건, 지키고 싶었던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받아요. 그게 저 한테는 도움입니다.”

 

  그녀의 고양이 같은 눈매 속의 사슴 같은 눈동자에 내 얼굴이 비쳤다. 그녀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려다가 이내 눈물을 머금은 웃음을 지어버리며 말했다.

 

 “고마워요. 우리… 꼭 살아서 돌아가요.”

 

 “물론입니다.”

 

  나는 오늘따라 가녀려 보이는 그녀를 끌어안으려 다가갔다. 그리고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등골이 차가워졌다. 갈 곳을 잃은 내 양 팔은 허둥대다가 뒷짐을 지었다.

 

 “어… 음, 나중에 부끄러워하실까 봐 지금 끼어들게요.”

 

  생활복을 입은 이새안이 방 한 켠에서 머쓱하다는 듯이 뒤통수를 긁고 있었다. 수술이 끝난 모양이었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벌써 부끄러워진 내가 말했다.

 

 “제가 먼저 들어와있었는데요.”

 

 “…”

 

 “아, 이새안 씨. 수술은 잘 끝난거예요?”

 

  한수아는 그를 발견하고는 다행이라는 듯이 손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잠깐 놀라긴 했지만 그가 완쾌했다는 점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네, 지금 당장 지구로 돌아가도 될 만큼 쌩쌩해요.”

 

  이새안은 방긋 웃으며 답했다.

 

  이새안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화성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압력 차이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상처가 터지지 않게 하기 위한 최첨단 의료 기술이 도입되어야 했다. 그리고 그 첨단 의료기술은 내 등에 생겼던 화상이나 찢어진 상처 같은 것들은 그 자리에서 레이저 비스무리한 것으로 수십 분만 지져대면 아물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다.

 

  이새안의 총상은 입원을 해야 할 정도이긴 했지만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말끔하게 나은 듯했다.

 

 “후유증 같은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거야? 무리하게 우주선을 탔다가 상처가 벌어지기라도 하면….”

 

  그러나 나는 아무래도 그가 걱정되어 물었다.

 

  그러자 이새안이 왼 다리를 들어 허공에 어설픈 발차기를 날리며 대답했다. 그가 MBS를 입고 숱한 감염자들과 맞서 싸운 전사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모양 빠지는 발차기였다.

 

 “보세요! 멀쩡해요!”

 

 “…”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럼… 준비가 끝나는 대로 출발해도 될까?”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좋았다. 혹여 브라운 대령이 변덕을 부리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그전에 떠나야 한다.

 

 “네!”

 

 “그럼요.”

 

  둘도 같은 생각이었다.

 

  우리는 그 이후 화성 연합군이 보관하던 양준혁의 유해를 넘겨받아 제일 먼저 우주선에 안치시켰다.

 

  그로부터 세 시간 후에 준비가 끝났다.

 

  우리가 준비를 마치자, 화성 연합군의 이동식 전투요새는 그들의 본부로 돌아갔다. 왜냐하면 그들과의 거래는 끝났고, 그들은 우리 우주선의 뜨거운 애프터버너에 휩쓸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빌딩 하나를 눕혀서 옮기는 듯한 모습으로 거대한 전투요새가 멀어졌다.

 

  그제야 나는 브라운 대령이 변덕을 부리지 않았음에 섣부른 안도를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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