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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51구역
작가 : 바스트록
작품등록일 : 2022.1.1

화성. 군인. 그리고 그들. 돌아갈 수 없는 병사들을 엄습하는 미지의 감염체와 그 속에 얽힌 음모. SF 아포칼립스 미스터리.

 
21 비수
작성일 : 22-01-07 20:22     조회 : 171     추천 : 0     분량 : 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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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소를 나서기 직전에 한수아가 내게 나지막이 물었다.

 

 “서준성 씨, 이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녀의 감정을 긁는 목소리가 떨려왔다. 그녀의 말은 앞으로의 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말을 아꼈다. 솔직히 이제 갈피가 잡히지 않는 것은 나도 매한가지였다. 그러나 해줄 수 있는 것은 있었다.

 

 “실례 좀 하겠습니다.”

 

  언젠가 그녀가 내게 해주었던 것처럼, 나는 그녀에게 한 발짝 다가가 그녀를 내 가슴에 끌어안았다.

 

  내 품 속에 살아 숨 쉬는 그녀가 차갑고 공허하며 죽음만이 가득한 이 화성에서 내가 아직 혼자가 아님을 상기시켜주었다.

 그녀도 그렇게 느끼길 바랐다.

 

 “위로하시는 게 좀 느셨네요.”

 

  한수아가 한결 낫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에게도 통한 것이랴.

 

 “한수아 씨한테서 한 수 배웠습니다.”

 

  내가 웃으며 받아쳤다.

 

  걱정 가득한 얼굴의 이새안이 기다리는 로버로 돌아온 우리는 그의 앞에 한 대위의 연구 기록이 담긴 USB를 흔들어 보였다.

 

  물론 USB는 화성용이었기 때문에 한 대위의 볼펜의 경우와는 다르게, 에어로크 밖으로 가지고 나가도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두 분 다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러나 이새안은 우리 쪽에 더 신경을 써주었다.

 그에게는 로버에서 기다린 두어 시간이 제법 길게 느껴졌는지, 그는 우리의 무사함에 안도하며 순진하게 웃었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스무 살의 순진함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결국, 당장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았다. 브라운 대령에게 USB를 대가로 넘기고,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귀환하는 것이다.

 

  그것은 고작 세 명이서(심지어 한 명은 군인이 아니며, 다른 한 명은 부상자였다.) 화성 연합군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지구로 돌아가면 우리나라와, 화성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나라들에게 화성 연합의 만행을 알리고 그들과 힘을 합쳐 화성 연합군을 저지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위해서는 먼저, 브라운 대령 앞에서 비밀 같은 것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연기를 해내야만 한다.

 

 

 

 2037.7.17

 

 

  이튿날 새벽. 우리는 이동식 전투요새에 도착했다.

 

  지구에서 우리가 타고 온, 그리고 이제는 타고 갈 우주선이 거대한 전투요새와 100m 정도 떨어진 황야에 세워져 있었다. 이미 연료 충전이 끝나 언제든 출발할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었다.

 

 

  우리의 화물용 로버가 우주선을 지나쳐 이동식 전투요새로 다가가자 거대한 격납고 문이 열리며 로버가 올라갈 경사로를 마련했다.

 

  브라운 대령에게는 미리 연락을 해두었기에 화성 연합군은 자신들이 제공한 로버 대신 묵직해 보이는 화물용 로버를 끌고 돌아온 우리를 보고 놀라지 않았다.

 

  이동식 전투요새의 격납고가 로버를 꿀렁 삼켜버리자 격납고의 가압이 시작되었고, 밥솥 김 새는 소리와 함께 가압이 끝나자 브라운 대령이 직접 격납고 안으로 들어와 우리를 맞이했다.

 

 “영웅들의 귀환이군! 어서 오게나.”

 

  언제나처럼 그의 셔츠 주머니에 들어있는 통역 장치가 그의 말을 통역했다.

 

  그러나 그의 환대에 답해야 할 최 중위는 더 이상 여기 없었다. 그의 부재를 다시 한 번 가슴 아프게 실감하며, 나는 허둥지둥 MBS의 통역 기능을 찾아 겨우 대답했다.

 

 “충성. MUIT 소속 일병 서준성,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브라운 대령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두툼한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며 말했다.

 

 “임무가 상당히 고됐나 보군. 병력을 내어주지 못한 건 유감이지만, 그게 자네들을 위한 일이었다는 것을 잘 알 거라고 믿네.”

 

  이곳을 떠나기 전이었다면 그를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이제 그들의 실체를 안다. MUIT 감염자 습격 사건은 저들이 계획한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우리는 목숨을 걸어가며 그들의 뒤치다꺼리까지 해준 것이다.

 

 

  뻔뻔하게도 최 중위의 죽음에 유감을 표하려는 브라운 대령의 낯짝을 보자니 얼굴이 찡그려졌다.

 

 “상심이 큰가 보군. 감정도 추스를 겸, 먼저 푹 쉬고 6시간 뒤에 보세나.”

 

  브라운 대령이 내 표정을 잡아채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내비치며 말을 이었다.

 

 “…감사합니다.”

 

  나는 싸늘한 감각을 느끼며 목구멍에서 억지로 말을 끄집어냈다. 더 이상 그에게 의심을 살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는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 브라운 대령은 상당히 날카로운 사람이었다.

 

  우리는 치료부터 받았다. 이새안의 경우는 왼쪽 허벅지에 박힌 총알을 빼내는 수술을 하기 위해 입원해야만 했다. 나는 며칠 전 감염자들이 MUIT를 습격했을 때 입은 상처들을 다시 한 번 치료했고, 한수아는 연구소가 폭발할 때 다친 왼쪽 눈의 상처를 검사받았다.

 

  그러고 나서야 우리는 저번과 같은 숙소에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네 개의 침대 중 두 자리가 비었다.

 

 ‘…’

 

  다치거나 죽은 사람들이 절반을 넘어섰다. 이새안의 부상이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중위와 양준혁의 공백은 천천히, 그리고 착실히 내 마음에 쐐기를 박고 있었다. 나는 분노와 슬픔을 뚜렷하게 곱씹으며, 지구로 돌아가 화성 연합군에게 그들의 죗값을 치르게 할 것을 다짐했다.

 

  뿌득 하고 어금니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아침이 밝았다. 침대에 눕긴 했지만 한 숨도 자지 못하고 천장만 쳐다보며 시간의 흐름을 그대로 맛보았다. 정신은 맑았다.

 

  화성 연합군. 그들의 기고만장한 뒤통수를 후려줄 생각에, 우리를 기만하던 저들을 기만할 생각에 감정이 격양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상실감과 슬픔, 그리고 공허함을 분노로 대신하여 표출할 대상을 찾고 만 것이다.

 

 

  착잡하던 감정들이 하나로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대로 고개만 돌려 한수아의 침대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도 눈을 부릅 뜬 채로 천장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역시 잠이 올 턱이 없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이제는 입는 것이 익숙해진 MBS에 능숙하게 몸을 집어넣었다. 훈련소 첫날엔 허둥대면서 입던 군복을, 며칠만 지나면 눈 감고 꼬물대면서도 입을 수 있게 되는 것과 같았다.

 

  나는 이 슈트를 처음 입던 날을 떠올렸다. 그날은 우리가 마음 편히 쉴 수 있던 마지막 날이었다. 그날 아침, 최 중위가 대뜸 부대 소개를 시켜주겠다며 일방적인 통보를 하고 돌아갔고, 이어서 양준혁은 웅얼대며 이새안에게 슈트를 입는 방법을 물었다. 신기하게도 이새안은 MBS를 처음 입을 때부터 제법 능숙하게 움직였던 기억이 난다.

 

  이 모든 것이 오래전 일 같았지만 2주도 채 지나지 않았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그 이후로 벌어졌지만, 만약 그때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무력했던 나를 고무시키고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했던 그들을 사신의 나룻배에서 끌고 나올 것이다. 물론 그때의 나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겠지만, 지금의 나는 내 죽음만큼 끔찍한 남겨진 자들의 고통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 무거운 책임감은 덤으로.

 

 

  MBS의 날렵하게 생긴 헬멧을 머리에 쓰고 브라운 대령을 만날 준비를 했다. 그러나 준비라고 해 봤자 남은 건 마음의 준비뿐이었다.

 

  한수아도 어느새 담담하게 새하얀 연구원용 가운을 걸치고 있었다.

 

  이새안은 치료를 위해 아직 입원해 있었으므로 카터 브라운에게 보고를 하게 되는 건 우리 둘 뿐이었다.

 옷매무새를 다듬던 한수아가 내 쪽으로 돌아섰다.

 

 “서준성 씨, 그런 화난 표정 지으면, 전부 들켜버릴 거라구요.”

 

  준비를 마친 듯한 그녀가 허리에 손을 얹으며 내게 말을 걸었다. 이상했다. 나는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서있었기에 그녀에게는 내 표정이 보이지 않을 터였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지적에 흠칫 놀라며 나도 모르게 얼굴에 띄우고 있던 서글픈 분노를 지워냈다.

 

 

 “어… 어떻게 안 겁니까?”

 

  내가 눈이 둥그레지며 물었다.

 그러자 쓴웃음을 짓는 그녀가 답했다.

 

 “표정을 안 봐도 평소랑은 다르게 무서운 분위기가 풍겨요.”

 

  그녀의 짐작은 정확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브라운 대령 앞에서는 절대 내비치지 않을 겁니다.”

 

  내가 밤을 새워 연습한 것은 감정을 숨기는 일이기도 했다. 내 실수로 그녀까지 위험하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의 희생은 단연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다른 부분인 것 같았다.

 

 “그건 걱정 안 해요. 서준성 씨를 안 믿으면 누굴 믿겠어요.”

 

  그녀가 우물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냥, 서준성 씨가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어버릴 것 같아서 그랬어요.”

 

 

  그녀가 하는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할 순 없었지만, 나를 걱정해주는 것 같았기에 나는 짧게 감사를 표했다.

 

 “신경 써줘서 고맙습니다.”

 

 “…”

 

  그때 숙소의 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그럼, 갈까요 한수아 씨.”

 

  우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문 앞에 섰다. 문이 옆으로 스르륵 밀리며 푸른 슈트를 입은 병사가 나타났다.

 

 “카터 브라운 대령 님의 호출입니다.”

 

  그가 경직된 어조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나도 경직된 어조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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