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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51구역
작가 : 바스트록
작품등록일 : 2022.1.1

화성. 군인. 그리고 그들. 돌아갈 수 없는 병사들을 엄습하는 미지의 감염체와 그 속에 얽힌 음모. SF 아포칼립스 미스터리.

 
20화 한 대위
작성일 : 22-01-07 20:21     조회 : 173     추천 : 0     분량 : 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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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한수아는 에어로크를 통해 로버에서 나와, 깨진 반구 모양의 거대한 연구소 폐허에 들어섰다.

 

  폐허 안쪽은 어두컴컴했지만 뚫린 천장으로 빛이 드문드문 새어 들어왔다. 전력은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는 MBS의 가슴팍에 달린 라이트를 켰다. 그러자 어둠 속에 갖춰져있던 참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럴 수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열정 넘치는 사람들로 가득했었는데…. ”

 

  한수아가 혀를 내둘렀다.

 정말 처참했다. 흉가를 방불케하는 연구소의 어두운 복도에는 썩지도 못하는 시체들이 금방이라도 일어날 듯이 눈을 부릅뜨고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바로 ‘열정 넘치는 사람들’이었다.

 

 

  연구소는, 우리가 MUIT에서 탈출하기 직전에 지휘본부와 함께 폭발했다. 감염자 무리가 우리를 쫒아온 시점부터 예상은 했지만, 연구소에 살아남은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금방이라도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복도를 걸어가며 한 대위의 연구실로 향했다.

 

  한수아는 폐허 속에서도 능숙하게 길을 찾았다. 내가 그것에 감탄하자 그녀는 그게 뭐가 대단하냐는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여기에서 1년은 지냈어요. 서준성 씨도 조금 어두워졌다고 집에서 길을 잃지는 않잖아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그때 돌연, 슈트의 불빛이 비추는 발치에 감염자의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공포스러운 얼굴에, 나란히 걷던 한수아가 비명을 지르며 내게 와락 매달렸다.

 

 “괜찮아요 한수아 씨, 그냥 감염자입니다.”

 

  그 감염자는 다리가 잘려 움직이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는 라이트의 불빛에 움찔거리면서도, 한 대위가 사라져서 그런지 그 외에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나는 그녀를 달래며 소총으로 감염자의 머리를 꿰뚫었다

 

 -푸슉.

 

  그녀는 그제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내게서 떨어졌다.

 

 “…고마워요. 귀신같은 거에는 약해서요.”

 

  얼마 동안 나나 그녀나 서로 눈을 마주 보지 못했다.

 

  잘 생각해보니, 귀신보단 감염자가 무서운 것 아닌가 싶었다.

 

  그들은 실제로 우리를 죽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것은 웃기면서도 슬픈, 우리가 그만큼 끔찍한 사건들에 찌들어 버렸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그나저나 이 짓거리들도 이젠 정말 끝이었다. 한 대위의 USB 안에 들어있는 정보들을 가지고 지구로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아, 카터 브라운 대령에게 정보로 값을 치르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터였다.

 

  MUIT의 괴멸이나 연구자료의 유출이나 우리나라에는 그다지 좋은 소식들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 끝에 타국에게 빚을 지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느덧 도착한 한 대위의 연구실은 다행히도 아직 잘 보존되어 있었다.

 

  전력이 끊겨 문은 내가 직접 열어야 했지만, 아직 문 너머에는 미약하게나마 공기도 남아있을 만큼 멀쩡했다.

 

  문을 열자 바람소리가 들리며 난장판이 된 그의 널찍한 연구실이 한눈에 들어왔다.

 

  내가 처음 이곳에 들렀을 때부터 이곳은 이미 감염자들이 난장판으로 만들고 간 뒤였기 때문에, 그 이후로 연구실은 폭발 속에서도 지극히 잘 보존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나와 한수아는 지체하지 않고, 한 대위의 책상 아래 바닥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 금고로 다가갔다.

 

  그 금고는, 먼저 한 대위의 행적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이곳을 조사하다가 발견한 적이 있었지만, 도무지 들고 갈 방법이 없어 포기한 것이었다.

 

  이 금고 안에 무엇이 들어있었는지 진작에 알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지도 모를 일이었다.

 

  한수아가 몸을 숙여 금고의 잠금장치에 그녀의 눈동자를 가까이 대었다. 그러자 흉터가 남은 그녀의 왼쪽 눈을 잠금장치에서 뻗어 나온 광선이 천천히 훑더니, 이윽고 금고의 두터운 문이 열렸다.

 

  금고 안에는 조그만 USB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기에 우리가 찾는 물건이 어떤 것인지 헷갈릴 일은 없었다.

 한수아는 그것을 조심히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거인 것 같아요. 감염자에 대해 아빠가 밝혀낸 모든 정보와 새어나가면 안 되는 비밀 하나. 왠지 두근거리네요.”

 

  이 USB를 그대로 브라운 대령에게 가져다준다면 우리의 신변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었다. 그의 온화해 보이는 인상 사이사이로 튀어나오던 철저히 계산적인 면모를 나는 잊지 않고 있었다.

 

  한 대위가 말하는 ‘다른 나라에 새어나가면 안 되는 비밀’과 우리의 목숨을 두고 저울질하는 브라운 대령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물론 저울은 전자 쪽으로 기울 것이다.

 

 “지금 내용을 확인하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먼저 그 비밀이라는 것을 보고 못 본 척 지워버리거나, 우리끼리 함구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저도 그 말 하려고 했어요. 잘 생각해봤는데, 감염자들을 통해 알아낸 비밀이라는 거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요. ‘다른 나라’라고 한다면 대놓고 화성 연합군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우리는 두 명의 만장일치로 브라운 대령에게 넘겨주기 전에 USB의 내용을 훔쳐보기로 했다.

 나는 한수아에게 USB를 건네받아 그것을 슈트의 손목에 달린 디스플레이에 연결했다.

 

 -정보를 열람하시겠습니까?

 

  오랜만에 들어보는 MBS의 AI, 곤뇽의 전자음이 들려왔다.

 

 “그래.”

 

 -여섯 가지의 항목이 있습니다. 감염자 무리의 통솔 구조, 감염자의 약점, 감염자 혈액 구조, 패러사이트 감염 경로 및 방역법, 패러사이트의 활용 방안, 2037년 7월 10일, 중 어느 항목을 열람하시겠습니까?

 

  누가 봐도 날짜만 적혀있는 ‘2037년 7월 10일’이 수상한 냄새를 풍겨왔다. 그날은 한 대위가 실종된 날이기도 했다.

 

 “2037년 7월 10일.”

 

 -해당 파일은 녹음 파일입니다. 재생하시겠습니까?

 

 “그래.”

 

  나와 한수아는 마른침을 삼키며 한 대위의 음성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이윽고 녹음 파일이 시작되었다.

 

 

 

 

 “ 내 나머지 자료들을 봤다면, 감염자들이 감각과 기억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불행하게도 나는 지금 감염자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감염자들에게서 공유 받은 기억과 감각들을 통해 알아낸 사실을 내가 정신이 완전히 잠식당하기 전에 남기려고 한다.

 

 

  2030년 인류가 화성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최초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화성 북극의 빙하를 조사하던 한 연구원이 패러사이트가 잠들어 있던 얼음덩어리를 화성의 실험실에서 연구하다가 감염된 것이다.

 

  그가 최초의 감염자 ‘알파’였다. 알파는 인간이라는 종을 감염시킨 최초의 패러사이트로써 모든 감염자들의 중추신경이 되었다. 알파의 운동기관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 대신, 그는 모든 감염자들의 머리가 되어 그들을 하나의 팔다리처럼 통솔하는 역할을 한다.

 

  같은 실험실에서 발생한 추가 감염자들은 알파의 수족이 되어 머지않아 연구소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감염시켰다. 이것은 그들의 본성이었다. 그들에게 다른 종을 감염시키는 행위는 우리의 생식 행위와 가까웠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인간들을 감염시킨 것이다.

 

  그렇게 화성의 첫 선발대는 괴멸에 가까운 결과를 맞이했다.

 그러나 패러사이트와 감염자들은 위험성 때문에 포기하기에는 너무나도 귀중한 실험체였다. 오히려 그들이 보여준 능력에 환호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결국 화성 탐사에 혈안이 되어있던 전 세계 각국들은, ‘화성 연합군’을 조직하여 감염자들의 존재를 철저히 숨겼다. 그리고는 표면적으로는 탐사를 목적으로, 화성에 그들의 기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연구에 필요한 첨단 시설들이 들어섰고 감염자들을 통제하기 위한 병기들이 들어왔다. 연구는 눈부신 진전을 이룩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감염을 통제하기가 너무 어려웠던 것이다. 패러사이트는 곰벌레와 가까운 크기와 생명력을 가진 생물이었다. 기생 능력이 추가된 이 반불사의 작은 생명체는 작은 실수만으로 감염을 일으켰다. 그리고 한 번의 감염은 연쇄적인 참사를 의미했다. 다 합쳐 천 명에 가까운 희생자가 나오게 되자, 화성 연합군은 전략을 바꾸었다. 그들 대신 감염자 연구를 하는 동시에, 감염자 샘플이 되어줄 사람들을 찾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MUIT였다. 우리는 자신들이 실험체임을 자각하지 못하는 실험체였던 것이다. 962명의 감염자들을 모두 몰아넣은 것은 비밀로 한 채, 한국에 51구역을 순순히 내어준 것도. 그들이 알파의 정체를 숨긴 채 그것을 내게 기증해준 것도. 그들이 MUIT를 실험장으로 만들기 위한 계략이었다. 나는 감염자가 되어서야 진실을 알게 되었다. 이미 너무 늦고 만 것이다.

 

  다만, 화성 연합군이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다면 이 기록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다음 차례가 될 나라들이 지구에 줄을 서 있다. 그들을 구원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기록을 찾았다면 필시 내 딸이 곁에 있을 것이다. 부디 그녀를 무사히 지구로 데려다주었으면 한다. 그녀는 내 연구를 물려받을 유일한 적임자이자 소중한 딸이다.”

 

 

  재생이 끝났다.

 

 “…이건.”

 

  못 들은 척 지워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분노가 치밀었다.

 

  수백 명에 달하는 MUIT의 병사들과 연구원들이 죽었다. 하 소령이 죽었다. 양준혁이 죽었다. 최 중위가 죽었다. 한수아는 아버지를 잃었다. 이새안은 평생을 절뚝거리며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것들은 계획된 것이었고, 우리는 케이지 안에 갇힌 생쥐였다. 아니, 우리는 생쥐에게 던져진 먹이일 뿐이었다.

 

 

  심지어는 이런 케이지가 몇 개는 더 들어설 것이라고 한다. 우리의 희생은, 죽음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한수아 씨, 어떻게든 지구에 알려야 합니다.”

 

  한수아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네.”

 

  그녀야말로 가장 착잡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녀와 한 대위의 연구는 사실 모두 화성 연합군을 위한 것이었고, 한 대위의 감염 또한 그들의 소행이었다. 그녀의 동료 연구원들도 모두 죽었다. 내 분노는 그녀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우리는 연구소에 남아있는 저장장치 하나를 주워, 비밀이 담긴 녹음파일을 따로 저장하고, 원본은 삭제했다.

 

 

  이새안에게는 비밀에 대한 사실을 알리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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