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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흡혈 퇴마사
작가 : 제이드Q
작품등록일 : 2022.1.2

빙하 속 바이러스, 우주로 부터 날아든 괴물질에 의해 초토화된 지구.
흡혈귀 출신 파로크는 지구 정화를 위해 인간으로 환생한다.
숨어 있는 사악한 영혼들을 퇴마하는 임무를 맡고 내려온 파로크의 앞날은..

 
날개잃은 천사 2
작성일 : 22-01-07 15:23     조회 : 184     추천 : 0     분량 : 5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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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톡톡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했다.

 

 “휴. 그래 알았다, 알았어. 이 살찐 만두... 쳇.”

 

 그녀가 주먹을 폈다.

 

 도도하고 강하고 색기가 좔좔 흐르는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오자마자 꼴사납게 비에 젖은 꼴로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그녀는 천사들 중에서도 매일같이 씻고 향수를 뿌리며 몸치장을 절대 게을리 않았다.

 

 매끄러운 비단 드레스가 비에 젖는 꼴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며. 서둘러 비를 피할 곳을 찾았다.

 

 몸을 움직이자 허리까지 길게 늘어져 있던 탐스러운 머리칼이 우아하게 흔들렸다.

 

 천사가 아닌 요녀가 어울리는 육체였다.

 

 높은 굽이 달린 검은 부츠를 신고 급히 걸음을 옮기던 그녀가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찌푸린 얼굴을 치켜들고 점점 짙게 변해가고 있는 구름 사이를 노려보았다.

 

 보랏빛 눈동자가 사납게 번들거렸다.

 

 불만에 가득 차 있는 하얀 얼굴. 뾰족한 콧날, 붉고 윤기가 도는 입술은 살짝 벌어져 있었고. 그 사이로 하얀 치아가 엿보였다.

 

 -척

 

 한 손을 허리께에 붙이고 서 있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날씨라도 좋을 것이지. 왜 하필 지금 비를 뿌려대고 난리냐구요.”

 

 목소리가 허공 속에 메아리쳤다.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름답던 눈동자가 불안스레 흔들렸다.

 

 사방 천지, 어디를 둘러봐도 딱히 비를 피할 만한 곳이 없어 보였다.

 

 부서지고 무너진 벽돌, 반쯤 잘려나간 나무들, 검게 그을린 주택들, 높다란 건물이 몇 개 보이긴 했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살찐 만두 같이 허여멀건 얼굴을 가진 놈을 떠올리며 다시금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에게 임무를 부여해준 존재는 저기!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최상위 천계에서도 한참이나 더 가야 간신히 마주칠 수 있는 곳에 존재하고 있지만.

 

 절대지존이라 할 수 있는 그분을 향해 투덜거릴 수는 없었다.

 

 때문에 그녀의 분노는 고스란히 서류뭉치를 들고 사무적으로 딱딱하게 말을 내뱉던 허연 멀건 면상을 가진 녀석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담에 만나면 그냥 확!”

 

 그녀의 목소리는 가느다란 빗줄기 사이로 사라졌다.

 

 심란한 마음에 다시 천계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욕구가 불쑥 치밀어 올랐다.

 

 언제나 곁에 있던 친구들과 동료들, 그리고 등에 달려 있던 아름다운 날개도 그리웠다.

 

 점점 짙어지는 구름 사이로 창백한 햇살이 한줄기 쏟아져 내렸다.

 

 -잘해봐.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그녀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는 것 같았다.

 

 어깨를 으쓱 한 에오는 곧 굳었던 얼굴을 폈다. 그러면서 무너지고 부서진 벽과 쓰레기가 나뒹구는 바닥을 가로질렀다.

 

 30분쯤 걷자, 조금 전보단 깨끗해 보이는 곳이 드러났다.

 

 빗줄기가 가늘어지더니, 이내 그쳐 버렸다.

 

 간신히 구름 사이를 비집고 쏟아져 내리던 햇빛은 그대로였다. 짙은 구름 덩어리들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가 완전히 지고 나면 그때 가서 본격적으로 비바람이 시작될 모양이었다.

 

 아무튼 간에.

 

 그녀에겐 다행이었다.

 

 날개가 있었더라면 그깟 비야 내리건 말건 신경조차 쓰질 않았겠지만.

 

 움직일 때마다 걸어 다녀야만 하는 인간들이 참 불편하겠다는 생각을 하던 그녀가 갑자기 우뚝 걸음을 멈췄다.

 

 뚫어져라 앞을 응시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점점 커졌다.

 

 “이게 뭐야?”

 

 짙은 구름 덩어리, 안개 같은 것들이 허공 위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조금 전엔 아무것도 없었는데. 이상하네.”

 

 그것들은 작게는 주먹만 한 것에서부터 크게는 1층 주택 만한 것까지 다양했다. 둥글거나 길쭉하거나 울퉁불퉁 튀어나온 것들도 있었고, 무슨 모양인지 감을 잡을 수 없는 것들도 많았다.

 

 “부유령?”

 

 붉고 도톰한 입술이 움직였다. 절로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였다.

 

 처음엔 당혹스럽고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차츰 그녀는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임무는 퇴마와 관련이 있다. 흡혈 전생을 가진 인간 초보 퇴마사가 농땡이를 부리는 지 살펴야 했고, 가끔 그를 돕기도 하고 관리도 하고. 경우에 따라선 천계에 머물러 있는 상급 관리자에게 잘못된 점을 전달해야만 하는 임무.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흥미롭거나 달콤하거나. 그런 건 전혀 기대할 수가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영혼들이 보이는 건 당연했다.

 

 “온통 칙칙하고 뿌옇고.”

 

 에오가 투덜거렸다. 영혼들의 색이 꼭 이렇게 무채색 일 필요가 있을까.

 

 빨갛고 노랗고 주황에...

 

 “그런데 이 자식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아직까지 그녀는 퇴마사 이름조차 모른다. 그녀가 아는 거라곤 그의 전생이 흡혈귀였다는 것, 그리고 오랜 시간 불구덩이 속에서 굴러다녔다는 것 정도였다.

 

 채 열 개도 되지 않던 부유령들이 점차 그 숫자가 더해갔다.

 

 그녀의 눈동자가 빠르게 영혼들을 훑었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영혼들의 모양이 시시각각 변할 수 있단 거였다.

 

 처음엔 둥근 모양을 하고 있다가 순식간에 두 개로 갈라져 버리기도 했다.

 

 에오는 퇴마술에 대해선 상식이 거의 없었다. 주문을 외워 그들을 완전 소멸시키거나 그들만의 세상으로 돌려보내거나. 둘 중 하나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는 어서 빨리 자신이 살고 있던 천계로 올라가고 싶을 뿐이었다.

 

 소리 없이 다가온 부유령 하나가 그녀 곁을 맴돌았다.

 

 짙은 회색 털 뭉치 같은 그것은 이내 그녀의 몸을 톡 건드렸고, 에오의 입에서 헉, 소리가 흘러나왔다.

 

 너무 놀라서 하마터면 비명을 내지를 뻔했지만.

 

 겨우 인간 영혼 하나 때문에 비명을 지를 순 없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부유령들. 장난을 치는 것 같기도 했고, 뭔가 말을 하고 싶은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에오는 영혼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이마에 살짝 주름이 잡혔다.

 

 “답답하잖아. 능력을 주려면 좀 제대로 주던가.”

 

 갑자기 그녀 주위를 맴도는 부유령들이 점점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뱅글뱅글 돌기도 하고, 휙휙,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그녀의 살과 매우 가깝게 맞닿을 만큼 다가와 머물다 곧바로 사라지기도 했다.

 

 “흐음, 이건 좀.”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말을 흐렸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부유령에 관해 그녀가 알고 있는 사실은 몇 개 없었다.

 

 그것들은 말 그대로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다가 영혼의 파장이 맞아떨어지면 아무에게나 들러붙는 특징이 있었다.

 

 또한 매우 외롭기 때문에 일단 한번 들러붙으면 매우 끈질기게 인간을 물고 늘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불쌍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부유령을 감싸줄 순 없었다.

 

 -툭!

 

 곁을 맴돌던 부유령들 중 하나가 그녀를 슬쩍 건드렸다.

 

 “헉!”

 

 축축하고 차가운 느낌.

 

 에오가 몸을 움찔거렸다.

 

 그저 떠도는 영혼일 뿐인데, 몸에 와닿는 감촉이 이렇게나 생생하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길 한복판에 멈춰서 있던 에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여길 벗어나는 게 좋겠어’

 

 그녀가 몸을 움직였다.

 

 목적지는 50미터 앞, 붉은 벽돌 건물.

 

 하지만 채 몇 발자국 걷기도 전에 허공을 맴돌던 부유령들이 빠르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했다.

 

 그녀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처음에 그녀는 부유령들이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단순히 그런 것이 아니라고 느껴졌다.

 

 -쿠악!

 

 “아이 깜짝이야!”

 

 갑작스런 외침에 그녀가 빽 소리쳤다.

 

 이것들이 내게 장난을 쳐?

 

 에오의 가슴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짓궂게 구는 부유령들을 어떻게 혼을 내줄까, 하고 궁리하던 중.

 

 갑작스레 저만치 앞쪽에서 시커먼 안개 같은 덩어리가 피어올랐다.

 

 “음? 저건?”

 

 그녀의 눈동자가 부풀어 올랐다.

 

 허공을 맴돌던 것들과는 확연히 다른 놈이란 걸 재빨리 알아차렸다.

 

 크기는 대충 2층 주택 만했고, 색은 검은 연기처럼 짙었다.

 

 부유령의 가운데 부분이 꿈틀거리더니, 곧 두 개의 눈구멍이 생겨났다.

 

 새빨갛게 물든 눈, 길게 찢어진 검붉은 입술이 드러났다.

 

 “뭐, 뭐야!”

 

 그녀가 놀라 소리쳤다.

 

 영혼이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마음대로 자신의 생김새를 조절할 수 있었던가?

 

 에오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얀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이런 건 계획에 전혀 없는 일이란 말이야!”

 

 지금의 상황 자체가 짜증나고 불쾌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그나마 제일 상대하기 쉽다는 부유령 따위에게 놀림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질 않았다.

 

 “이것들이!”

 

 에오가 흥분하며 거칠게 말을 내뱉었다.

 

 가슴이 위아래로 오르내렸다.

 

 -촤르륵!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그녀의 손엔 어느새 검은 채찍이 들려있었다.

 

 -퍽!

 

 눈을 부릅뜬 그녀가 앞길을 막고 있는 부유령을 향해 기다란 채찍을 휘둘렀다.

 

 빠르게 날아간 채찍이 놈을 후려쳤다.

 

 한곳에 연기처럼 뭉쳐있던 부유령이 슬쩍 흩어지는 듯하더니, 이내 빠르게 원래의 형체를 갖췄다.

 

 “너!”

 

 에오가 빽 소리를 내질렀다.

 

 -쿠악!

 

 부유령이 소리쳤다.

 

 “뭐, 뭐야!”

 

 그녀가 다시 채찍을 휘둘렀다. 빠르고 거친 동작으로 허공을 찢은 검은 채찍은 곧장 부유령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그녀가 가진 무기로는 형체가 없는 영혼에게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했다.

 

 채찍을 손에 쥔 채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던 에오의 눈에서 불똥이 튀어 올랐다.

 

 애초에 그녀는 떠도는 영혼들을 건드릴 맘은 없었다.

 

 그런 건 초보 퇴마사한테 맡기면 될테니까.

 

 하지만 계속 귀찮게 한다면 그것이 영혼이건, 악마건 간에 그것들을 가만둘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붉은 입술이 달싹였다. 비록 날개는 없지만 이래봬도 그녀는 천사 출신이었다.

 

 그것도 악령과 맞서 싸우던 최전방 정예군단에 속한 몸이었다.

 

 “야! 너!”

 

 화가 단단히 난 그녀가 소리를 지르며 무작정 앞으로 돌진했다. 허벅지부터 종아리까지 길게 뜯어진 드레스 사이로 길고 매끄러운 다리가 드러났다.

 

 아찔한 굽 높이를 자랑하는 검은 가죽 부츠가 바닥을 딱딱 두드렸다.

 

 긴 머리칼은 바람에 거칠게 흩날렸고, 치켜뜬 눈동자 속에 박힌 보랏빛동공은 차갑게 물들었다.

 

 희고 가느다란 팔이 움직였다.

 

 아무런 무기도 없이 맨주먹을 휘두를 생각이었다.

 

 영혼이란 놈은 육체가 없으니 그녀가 가지고 있는 무기를 휘둘러 봤자, 지금 상황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 할 거다.

 

 칙칙한 빛깔을 띠고 부유령이 흐느적거렸다. 붉은색으로 물든 눈구멍, 양쪽으로 길게 찢어진 입술. 모두 그대로였다.

 

 도망치지 않는 것을 보니, 에오를 향해 올 테면 와보라고 말하며 비아냥거리는 듯했다.

 

 이윽고.

 

 그녀가 부유령 가까이 다다른 순간이었다.

 

 “어?”

 

 바닥에 반쯤 깨진 유리병을 밟은 그녀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에오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앞으로 내밀려던 팔이 크게 허공을 휘저었다.

 

 등 뒤로 커튼처럼 휘날리고 있던 검은 머리칼이 거칠게 요동치면서 그녀의 발이 주르륵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꺄앗!”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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