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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뉴턴스쿨엔 뉴턴이 없다
작가 : Perpetua
작품등록일 : 2022.1.3

국내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대안 국제학교 뉴턴스쿨,
뉴턴 같은 수학자가 나올 가능성은 없지만, 사과나무 아래서 여러 사건을 만들 학생들은 많다. 헝가리 의대반을 제외하곤 공부에 열심인 학생도 없다. 그래도 걱정하지 않는다. 대학에 갈 생각만 있다면 어느 대학이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낸다. 학생의 능력도, 선생의 능력도 아니다. 돈의 능력으로 보낸다.
윤태를 포함해 영호, 양이, 민준, 개화, 은경은 N반이다. N은 뉴턴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 정수를 의미한다. 한마디로 아무 생각도, 계획도 없는 아이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일상은 그리 나쁘지 않다. 바라보는 어른들만 답답할 뿐이다. 그들에게 변화가 찾아올까? 그들의 변화는 긍정적인 조짐일까?

 
10.
작성일 : 22-01-07 14:01     조회 : 182     추천 : 0     분량 : 8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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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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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반도 공연을 하기로 결정했다. 바자회 때 손님을 모으기 위한 작전이었다.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밤의 여왕 아리아 부분만 연기하기로 했다. 여왕은 은경이, 딸은 개화가, 무대 공포증이 있는 양이는 무대 뒤에서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줄거리 요약 발표는 미래가 하고, 남자들은 여장하고 시녀 역할을 하기로 했다.

 

 “축제 끝날 때까지 여장 그대로 있는 거야. 남성적인 섹시함이 돋보이는 코믹 버전으로 가야 해. 어때?”

 

 은경은 남자들의 의상과 분장에 신경을 썼다.

 

 “치마 입고 운동하라고?”

 

 나는 난감했다. 발차기를 하다 보면 속이 고스란히 보일 것이다.

 

 “스타킹으로 커버하고 드레스를 조금 걷어 올려 고정하면 돼. 어우동 한복처럼. 내가 남자들 의상은 책임질게. 분장은 물론이고.”

 

 미래가 신이 났다. 미래의 손에 나를 맡겼다가는 또 어떤 생명체로 변형될지 모른다.

 미래는 사람을 변형시키는 취미가 있었다. 그런 과정에서 묘한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았다.

 지난 학기 할로윈 데이(Halloween day) 때 나는 미래의 꼬임에 빠져 쌍쌍분장을 허락했다. 쌍쌍분장까진 아이디어가 괜찮았는데 내가 유령신부를, 미래가 유령신랑을 했다는 게 주목받는 부분이었다.

 나는 은색 가발에 드레스를 입고 미래와 돌아다녀야 했다. 그때의 사진은 아직도 학교 계단 벽면에 전시돼 있다.

 

 어쨌든 나도 오늘부터 다리 근육 운동에 신경 써야겠다. 영호는 매일 운동을 해서 아주 멋진 몸을 가지고 있다.

 

 “양이도 나와 의상과 분장을 똑같이 하자. 인사도 해야 하니까.”

 “아⋯ 그래도 괜찮을까⋯? 나도 여왕 의상은 입어보고 싶은데⋯, 이상할 것 같아. 아이들이 웃으면, 어떡하지?”

 

 은경의 말에 양이의 얼굴이 수줍음으로 가득했다.

 

 “양이, 걱정하지 마. 네가 드레스 입으면 제일 예쁠 거야.”

 

 영호가 양이에게 엄지척을 보내며 용기를 줬다. 영호의 강압적인 눈짓에 민준과 나도 엄지척을 보냈다.

 

 “알았다! 내가 제일 예쁘게 분장해줄게. 다들 뿅 가도록!”

 

 미래도 양이에게 용기를 줬다.

 

 “그럼 양이와 나는 수시로 가사를 외우자. 서로 입 모양을 맞춰야 하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 네가 이태리 장인의 선글라스를 꼈을 때부터, 나는 계속 그 노래만 불렀어⋯. 하도 많이 불러서, 다 외워. 이젠, 정말, 완벽해….”

 

 양이가 자신했다. 모두가 키득거렸지만 이제 은경은 언성을 높이지 않았다. 그저 양이의 말을 들리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토론 휴식 시간이 되자, 양이와 영호는 단어 쪽지시험을 계속했다. 영호는 양이를 위해 일부러 시험을 늦게 끝냈다. 체크된 부분도 영호가 제일 많았다. 마운틴은 쪽지시험 점수를 매기지 않았다. 틀린 부분만 고쳐줄 뿐이었다.

 

 “볼링장은 언제 갈까? 금요일 오후가 좋겠지?”

 

 마운틴이 볼링장 얘기를 하자 아이들이 함성을 질렀다.

 

 “볼링장 예약은 누가 해줄래?”

 

 내가 손을 번쩍 들었다. 미스터 성이 회원인 볼링장이 있었다. 시설도 좋지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마운틴의 돈이 조금이나마 절약될 것이다.

 

 “그럼 윤태가 예약하고, 저녁은 볼링장에서 피자 먹자. 괜찮지?”

 

 마운틴의 제안에 영호가 벌떡 일어나 노래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임박사와 함께 춤을’이었다.

 

 “완전히 좋다 신나 웃자~! 완전히 좋다 신나 릴랄랄라~~~!”

 

 민준과 내가 노래를 부르며 합류하자 여자아이들이 뒤를 따라 추기 시작했다. 지난 학기 캠프 때 장기자랑으로 연습한 거라 춤과 노래가 척척 맞았다.

 

 ***

 

 정 여사가 갈비찜을 해놓고 나를 기다렸다.

 

 “오늘은 일찍 가야 해.”

 “왜? 무슨 일 있어? 아파? 저녁 같이 먹어. 혼자 먹기 싫어.”

 

 정 여사의 컨디션을 살피며 내가 투정을 부렸다.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았다.

 

 “저녁은 아빠 들어오시면 함께 먹어. 일찍 오신다고 했어.”

 

 정 여사가 가방과 겉옷을 챙겼다.

 

 “그럼 주말에는 마운틴 만날 수 있어?”

 “채 선생님? 왜?”

 “뵙고 싶대. 예전부터 정 여사 시 좋아했나 봐. 제대로 인사드리고 싶대.”

 

 나는 정 여사의 가라앉은 기분을 올려주고 싶었다.

 

 “고맙네. 이번 주말엔 힘들고, 다음에 하자. 내가 채 선생님께 전화 드릴게.”

 “왜 주말엔 안 돼? 약속 있어?”

 

 정 여사가 고개만 끄덕였다.

 

 “무슨 약속인데?”

 

 내게 말 못 할 약속은 없다고 생각됐다.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것이다. 얼굴빛이 좋지 않았다. 나는 정 여사가 또 아플까 봐 걱정됐다.

 

 “내가 집까지 같이 가줄까?”

 “괜찮아. 아직 날이 환해.”

 “아프면 큰일이야! 조심해야 해!”

 

 내 걱정에 정 여사가 내 등을 쓰다듬었다.

 

 “걱정하지 마. 너 대학 갈 때까지 죽지 않을 테니까.”

 “무슨 말이 그래? 죽을 정도로 아파?”

 

 내 말에 정 여사가 숨은 숨을 내쉬었다. 정 여사의 눈에 잠시 투명한 막이 덮이다 사라졌다. 눈물이 고일 만큼 아픈 게 틀림없다.

 

 “집에 가자마자 약부터 먹어. 알았지? 내가 대학 가고, 졸업하고, 취직하고, 장가가고, 자식 낳을 때까지 건강해야지!”

 “그 많은 걸 하긴 할 거야?”

 

 정 여사가 웃었다. 힘겹게 웃었다.

 

 “할 테니까 기다려!”

 “알았어. 기다릴 게 또 생겼네.”

 

 정 여사는 가끔 뜻 모를 말을 했다.

 쉬운 말 속에 어려운 뜻을 담아 얘기했다. 시인은 그렇게 말하는 습관이 있나 보다. 그래서 시가 어려운 모양이다.

 내게 시는 제일 소통이 어려운 문학이다.

 

 미스터 성이 오고서야 나는 정 여사의 기분이 왜 우울한지 알았다.

 

 “오늘이 남편 기제사잖아. 이번 주는 쉬시라고 했는데 너 때문에 오신 거야. 주말에 납골당 가실 계획인가?”

 “기운이 너무 없어서 아픈 줄 알았어.”

 “며칠은 우울하시지 않겠냐? 남편 생각도 나고.”

 “작년에도 이렇게 우울했었나?”

 

 나는 정 여사가 우울했던 기억이 나질 않았다.

 

 “작년? 작년 이맘쯤엔 넌 해외 봉사 갔었잖아? 아니, 여행이었지?”

 

 빈정대는 미스터 성에게 나는 토를 달지 않았다. 맞는 말이긴 했다.

 미얀마로 열흘간 봉사를 갔는데 여행 수준이었다. 최고급 호텔은 물론이고 양치질도 미네랄워터로 했다.

 우리가 한 것이라고 가난한 동네를 방문해서 가난한 학생들에게 물품을 전달하고 두어 시간 동안 놀아준 것이 전부였다. 거창한 플래카드도 미리 준비해 가서 거창한 사진과 조작된 책자 한 권을 남겼다.

 남이 보면 감쪽같이 속을 봉사였다. 그때 쓴 비용을 차라리 기부하는 게 진정한 봉사였다.

 

 미스터 성과 나는 갈비 냄비를 바닥냈다. 하느님이 나를 보우한 건 그것뿐이었다.

 미스터 성이 돈까지 못 벌었다면 우리는 거지 중에 상거지가 됐을 것이다. 미스터 성과 나는 한 끼가 기본 2인분이었다.

 

 “몇 년이 지났는데도 그렇게 우울해?”

 “사랑하는 사람과 하루아침에 헤어지는 건, 큰 고통이야.”

 “꼭 사랑을 아는 사람처럼 말하네?”

 

 내가 미스터 성을 비꼬았다. 사랑이란 단어의 정의가 수시로 바뀌는 사람이었다. 그 부분은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의 유전인자가 전달되지 않았다.

 두 분의 유전자를 받았다면 제대로 된 아름다운 사랑을 했을 것이다. 어린 나이부터 저질적인 실수는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웬일로 내 비꼼에도 대꾸가 없다.

 

 “J볼링장 예약 좀 해줘.”

 “언제? 몇 시? 왜?”

 “금요일, 5시, N반 단합대회”

 “N반? 학생들만?”

 

 나는 잠시 갈등했다. 마운틴이 온다고 하면 어떻게든 끼어들 것이다. N반 단합이 아닌 자신과 마운틴의 단합 시간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불금이다. 다시 불금을 성스럽게 보내는 것 같았다. 스포츠 게임개발로 회의도 많다고 들었다. 물론 핑계일 것이다. 정 여사가 오는 날만 겨우 집에 와서 저녁을 먹었다.

 

 “8명이니까, 두 레인은 필요해.”

 

 내가 참여 인원만 말했다.

 

 “8명? 채 선생님도 오셔?”

 

 하여튼 빠르다. 나는 전학 온 학생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려다 참았다. 치사한 방어법이었다.

 

 “마운틴이 쏘는 거야.”

 “야, 선생이 돈이 어디 있어? 내가 낼게. 피자도 필요하겠네?”

 

 이럴 줄 알았다. 쓸데없이 끼어드는 건 수지과다.

 

 “됐어! 다른 곳으로 예약할 거야.”

 “왜? 내가 다 해줄게!”

 “여자를 그런 식으로 꾀니까 정상적인 만남을 못하는 거야! 생각 좀 해! 마운틴이 좋아하겠어?”

 “왜 싫어해? 돈이 굳는데? 여자들은 자기 돈 쓰는 거 싫어해.”

 

 미스터 성은 갈비 소스에 밥까지 비벼 먹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다 먹은 그릇을 치웠다. 어린아이에게 얘기하듯 하나하나 설명하는 것도 지쳤다.

 

 “알았어. 예약만 해줄게. J볼링장에서 해. 회원 디스카운트 되니까.”

 

 아직 남아있는 눈치는 있는가 보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

 

 “바자회 때 새 남자를 데리고 온단다. 마지막 남자래. 너희 같으면 믿겠니? 어느 부분의 신경선을 마비시키면 정상으로 돌아오니?”

 

 미래의 눈썹 끝이 매섭게 올라갔다. 이제 N반 아이들은 각자 손전등을 가지고 있었다. 교실 내 비상용 손전등은 사용하지 않았다.

 여학생들에겐 손전등도 패션이었다. 특이한 모양과 색깔을 잘도 구해왔다. 역시 은경의 손전등은 이태리 장인의 손끝이 살짝 닿은 것처럼 특이하고 화려했다. 삼색의 작은 조명과 빛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까지 있었다.

 어떻게 비춰도 본연의 얼굴은 나오지 않았다. 외계에서 온 정체 모를 생명체나 스릴러의 주인공처럼 변해 있었다. 잘못된 조명 하나에 사람의 얼굴이 이렇게 변할 수도 있었다. 전혀 다른 인물을 탄생시켰다.

 

 조명을 받은 미래의 눈은 ‘스플라이스’의 나오는 드렌과 비슷했다. 다종의 유전자와 인간 여성의 유전자를 결합해 만든 생명체는 성장과 습득 능력이 뛰어났다.

 지금 미래도 그랬다. 엄마가 보여주는 모든 언행을 금방 습득하고 있었다. 판단능력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모습이 만들어질 것이다. 까딱 잘못하면 이상하게 변형돼 윤리와 도덕과는 거리가 먼 생명체로 세상을 어지럽게 살 것이다. 그런 행위에 환멸을 느낀다면 스스로 이 더러운 세상을 떠날지도 모른다.

 부모라는 조명 하나가 이리도 무서운 얼굴을 만들 수 있었다. 이리도 무서운 결말을 낼 수 있었다.

 

 “그냥 멋대로 살다가 가게 놔둬. 우리가 어떤 반란을 해도 어른들은 변하지 않아. 한때 나는 아빠를 멸종돼야 할 동물로 봤는데 요즘 들어 생각이 달라졌어. 생활방식이 다른 인종으로 보면 어떨까 싶어. 세계사를 보면 우리의 사건은 작은 에피소드 축에도 못 들어. 일일이 예민할 필요가 없단 얘기지.”

 

 민준이 먼저 자신의 방법론을 말했다.

 초등학교 때 캐나다로 이민 갔던 민준네 가족은 아빠의 배신으로 엄마가 자살했다. 그냥 자살한 게 아니라 민준 엄마도 온갖 추태를 부리다 지쳐 죽은 것이었다. 그럼에도 민준 아빠는 캐나다에서 멋진 삶을 살고 있었다.

 

 “먼저 죽으면 지는 거야. 아무도 기억하지 않아.”

 

 민준은 외조부모와 살고 있다. 외조부모는 한때 기름 부자였다. 지금은 주유소 세 개만 남아있는 상태라고 들었다.

 

 민준의 가족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렇다. 머리만 훌륭한 민준 아빠는 외모만 훌륭한 민준 엄마와 결혼했다. 민준의 외가는 민준 아빠의 훌륭한 머리를 대대손손 이어가길 바랐다. 그래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캐나다 명문대에서 교수 자리까지 받은 민준 아빠는 이민을 선택했고, 그곳에서 돈 많고 세련된 한국 여자를 선택했다.

 민준과 민준 엄마가 캐나다로 갔을 땐 이미 민준 아빠의 마음은 떠난 상태였다.

 

 “그냥 엄마도 다른 남자 만나서 잘 살면 좋았잖아? 왜 죽냐고? 바보같이. 아빠는 너무도 잘살고 있어. 새 가족 데리고 수시로 한국에 들락거려. 자꾸 보니까 나도 괜찮더라고. 동생도 나쁘지 않아. 일단 착해. 나보다 훨씬 이해심도 많고. 우리가 어른들 땜에 원수처럼 살 필요는 없지 않냐?”

 

 지금은 전래동화 얘기하듯 담담하게 말하지만, 민준은 한동안 정신과 치료를 집중해서 받았다. 요즘은 한 달에 한 번 상담을 받는다고 들었다.

 의욕상실 증세가 심각했는데 모든 것을 인정하고 털어내니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결론이 났다고 했다.

 

 “아빠가 우리를 배신한 게 아니라, 아빠에게 새 사랑이 찾아온 거야. 엄마와 나보다 더 사랑하는 대상이 생긴 거라고. 엄마는 아빠 때문에 죽을 것 같았겠지만, 아빠도 그 여자와 헤어지면 죽을 것 같았던 거야. 그냥 쿨하게 행복을 빌어주며 헤어질 순 없었나? 돈 있겠다, 미모 있겠다, 그땐 젊었잖아? 나름 괜찮은 조건 아니냐?”

 

 민준도 미스터 성이 가진 잣대로 조건을 측정했다. 민준 엄마에게 미스터 성과 같은 마인드가 있었다면 절대 자살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신 누가 고달팠을까를 생각해보니 답은 금방 나왔다.

 이래저래 피해자는 자식이었다. 죄 없는 자식만 고달팠다.

 

 “어쨌든 태어났으니 살아야지. 제대로 살아야지. 나는 강남에서 제대로 살 거야.”

 

 은경이 자신의 포부를 말했다. 방법은 빠진 포부였다.

 ‘태어났으니 제대로 살아야 한다’는 말은 앤디가 자주 했다. 앤디는 유전자 변형을 긍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봤다. 슈퍼돼지의 돌연변이는 고기를 많이 얻는 시각으로 보는 것이 아닌 건강한 돼지를 탄생시키는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게 인간의 변형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그저 건강한 돼지가 보기 좋았다. 건강한 육체이니 건강한 머리도 가지고 있을 것 같았다.

 

 “결론은, 가족을 떠날 거면 살아서 떠나는 게 좋아. 죽어서 떠나는 것보단.”

 

 영호가 생뚱맞은 결론을 냈다. 그 생뚱맞은 결론에 나는 정 여사가 떠올랐다. 이어 미스터 성이 떠올랐다.

 미스터 성과 나를 만든 한 여자가 떠올랐다. 그 여자는 살아서 떠났을까, 죽어서 떠났을까?

 이제야 그것이 궁금했다.

 

 “아⋯ 그렇구나⋯. 우리 아빠는, 나 때문에, 살아서 떠났어⋯. 고마운 거네, 그지?”

 

 양이도 아빠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생겼다. N반의 20분 대화는 날이 갈수록 큰 변화를 가져왔다.

 

  7.

 

 

 우리 팀은 껑충껑충 뛰었다. 내가 9프레임에서 연이은 스트라이크와 스페어 처리로 역전을 한 것이다. 긴장했던 몸이 풀리니 150대를 넘겼다.

 마운틴과 나와 미래와 양이가 한 팀이고, 영호와 민준과 개화와 은경이 한 팀이 돼 세 번째 게임을 하고 있었다. 마운틴은 에버리지가 140대였다. 볼링 치는 폼도 근사했다. 우리 팀은 마운틴과 내가 볼링을 제대로 칠 줄 알았고 미래는 90대였다. 양이가 볼을 굴리는 수준이었지만 중앙으로 보내는 볼이 많아 점수를 냈다. 모든 운동에 실력이 있는 영호는 평균이 170 이상이었다. 민준은 120대, 개화와 은경은 들쑥날쑥했지만 80대 이상을 쳤다.

 첫 번째는 몸풀기였고, 두 번째와 세 번째 게임으로 일주일간의 교실 청소를 걸었다. 결국 비긴 셈이 됐다.

 

 “이번엔 아이스크림 내기하자!”

 

 영호가 네 번째 내기를 걸었다.

 

 “아⋯ 난 힘들다⋯. 그냥 응원만 할래⋯. 영호오빠, 미안해.”

 “그럼 내가 빠질게.”

 

 양이의 말에 마운틴도 쉬겠다며 물러섰다.

 

 “선생님이 빠지시면 재미없지요. 제가 함께해도 될까요?”

 

 미스터 성이 나타났다.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짱가가 아닌 미스터 성이 나타났다. 성스러운 불금인데도 성스러운 일을 제쳐놓고 왕림했다. 아이들은 정말 짱가가 나타난 것처럼 미스터 성을 환호했다. 해결사가 나타났다고 좋아했다.

 아이들에게 해결사는 물주다. 물주를 반기지 않은 사람은 딱 한 사람뿐이다. 미스터 성과 동거인. 아빠를 아빠라 부르기엔 너무 어려서 부르지 않는 나 하나뿐이다.

 

 “다 끝났으면 어떡하나 했습니다.”

 

 미스터 성이 너스레를 떨었다. 물론 거짓말일 것이다.

 벌써부터 볼링장에 전화 걸어 우리의 진행 상황을 알아봤을 것이다. 어쩌면 일찍 도착해서 적절한 등장 기회를 살폈을지도 모른다.

 

 “이제 시작이에요!”

 “피자가 다 소화됐는데 잘 오셨어요!”

 

 영호와 민준이 신이 났다. 여자아이들은 미스터 성의 출현으로 귀가가 늦겠다는 메시지까지 가족에게 보냈다.

 가족으로부터의 확인과 허락의 절차가 끝나자 모두 모여 스케줄을 다시 짰다. 볼링이 끝나면 제대로 된 저녁을 먹고 노래방까지 가는 거로 계획을 잡았다.

 아이들의 모습에 미스터 성의 기분이 더 좋아졌다.

 

 “오늘 단단히 잡히셨어요. 저는 이 아이들을 말릴 능력이 없어요.”

 

 마운틴이 미스터 성에게 엄포를 놓았다. 미스터 성이 바라는 엄포였다.

 

 “말리지 마세요. 오늘 스트레스 좀 풀게 하지요. 윤태, 아빠가 끼어도 되지?”

 

 그제야 미스터 성이 내게 양해를 구했다. 이 시간 이후 쌓일 내 스트레스는 생각도 않았다.

 

 “바쁘다면서 어떻게 왔어?”

 

 내가 미스터 성에게 조용히 물었다.

 

 “갑자기 볼링으로 스포츠게임을 개발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그래서 달려왔지. 네 반 친구들과 의견도 교환하면 좋잖아.”

 “마운틴과 의견을 교환하고 싶은 거겠지!”

 

 미스터 성의 귀에 대고 내가 강한 어조로 말했다. 미스터 성이 내 어깨를 두드리며 소리 내어 웃었다. 웃음소리에 마운틴과 아이들이 우리를 쳐다봤다.

 

 “역시 아들이 반겨주니까 기운이 난다!”

 

 미스터 성이 내 어깨를 주물렀다. 손에 한껏 힘이 들어갔다.

 
작가의 말
 

 “집에 가자마자 약부터 먹어. 알았지? 내가 대학 가고, 졸업하고, 취직하고, 장가가고, 자식 낳을 때까지 건강해야지!”

 “그 많은 걸 하긴 할 거야?”

 정 여사가 웃었다. 힘겹게 웃었다.

 (...)

 “몇 년이 지났는데도 그렇게 우울해?”

 “사랑하는 사람과 하루아침에 헤어지는 건, 큰 고통이야.”

 “꼭 사랑을 아는 사람처럼 말하네?”

 내가 미스터 성을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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