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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댕댕이인줄 알았는데, 늑대라니!
작가 : 블랙다이아몬드
작품등록일 : 2021.12.26

# 여주.
- 홍임수(여, 35살, H 푸드의 대리)
“동생 대신 내가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
물에 빠진 동생을 구하지 못하고,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팥쥐가 된 철벽녀.


# 남주
-지국장(남, 30살 H 푸드의 낙하산 인턴.)
“외로워서가 아니라, 누나를 사랑해서. 누나의 가족이 되고 싶은 거야!”
교통사고로 가족은 잃은 그에게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준 그녀를 위해, 세상 밖으로 나온 순정남.

#서브 남
-최재현(남, 37살 H 푸드의 본부장)
“무서운 꼬맹이, 겁쟁이 오빠한테 시집와라.”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기에 대세를 따르는 실속파.

#서브 녀.
김희주(여, 30살, H 푸드의 이사)

“쫓겨난 주제에, 뭐가 그렇게 당당해! 그래서 더 짓밟고 싶어.”
열등감에 모든 걸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가식적인 콩쥐.

 
제 8화-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소개팅에 나간다!
작성일 : 22-01-06 22:38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5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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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부르게 널브러져 있던 정우가 물 틀어 놓은 샤워기처럼 요동치며 벌떡 일어났다.

 

 “버터 새끼! 한우만 안 먹었으면, 팰 수 있을 텐데. 자랑질 금지다.”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 내가 읊조렸다.

 

 “나도, 그게 자랑질이었으면 좋겠다. 정말로.”

 

 “뭐야? 썩은 동태 눈깔처럼, 표정이 왜 구려? 설마? 아니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 나 힘겹게 입을 떼다.

 

 “맞아. 강제로…내가 사랑하는 누나한테 몹쓸 짓을…….”

 

 우정의 등짝 스매싱을 날린 정우가 한탄을 쏟아냈다.

 

 “이론~불량 버터 새끼를 봤나! 그건 성추행이야! 그건 사랑이 아니라, 성추행… 누나가 뭐래? 고소장 접수 하신데?”

 

 죄인처럼, 고개를 떨군 나는 힘겹게 입술을 달싹거렸다.

 

 “…고소해도 할 말이 없는데 …누나가 나를 평생 안 본다고 하면 어떡하지. 정우야.”

 

 코 빠뜨린 지국장이 안쓰러웠는지, 정우가 씩씩거리며 한숨 쉬듯, 말했다.

 

 “우선, 싹 빌어. 무조건! 손이 족발이 되도록. 빌어! 같이 가줄게. 나도 무릎 꿇고 빌게. 한우 먹은 죄로.”

 

 “…….”

 

  망연자실한 지국장에게 위로해줄 마땅한 말이나,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은 정우는 착잡한 표정만 짓고 있다.

 

 ‘모태솔로한테! 무슨 연애 상담이냐고. 진짜, 뭐라고 하냐? 지식인한테 물어봐? 나 혼자 가서라도, 누나한테 싹싹 빌어볼까? 불량 버터 새끼도, 답도 없는 새끼다.’

 

 생각에 잠긴 정우를 기대 찬 눈망울로 응시하던 지국장이 초조함에 먼저 입을 열었다.

 

 “너도 알지. 여자를 돌처럼 봤는데. 이상하게. 아니, 유일하게! 누나한테만 그렇게 안 되더라.”

 

 걱정을 자랑질처럼 하는 것도, 재주라는 생각에 정우가 구박했다.

 

 “아~씨! 식초도 안 마셨는데. 왜 신물이 올라오냐!”

 

 “어느새 내 시선은 누나에게 머물고. 누나의 몸짓 하나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그런 느낌. 너는 모르겠지만…….”

 

 “썩은 버터 새끼! 너의 자랑질을 듣고 있는 나 자신의 인내심에 경의를 표한다. 삼류 청춘 드라마 대사도, 너처럼 안 한다. 이래서 차였어!”

 

 정우와 시시덕거리며 답답한 속내가 조금은 풀렸다.

 

  “이게 죽으려고. 야! 먹은 한우 다 토해 내!”

 

 내 우정의 헤드록 기술로 얼굴이 시뻘게진 정우가 캑캑거렸다.

 

 “있는 놈들이 더 한다고! 치사한 버터 새끼야. 내 배 째! 네가 그러니까, 누나한테 거시기나 차이지. 꼴~ 좋다.”

 

 “너 어떻게 알았냐! 우리 집에 CCTV라도 달아났어? ”

 

 "야, 이거 놔! 놓으라고. 캑캑… 똥이지 된장인지 꼭 먹어봐야 아냐! 딱 보며 알지!"

 

 “그러셔. 도사 나셨네. 그럼, 내 손에 네가 오늘 죽는 걸 알고 있겠네. ”

 

 얼굴 빨개진 정우가 소리쳤다.

 

 “임수 누나! 미친 버터 새끼, 뻥 차버리세요.”

 

 “내가 오늘, 네 위장에서 한우 숨은그림찾기 한다. 먹은 거, 다 뱉어. 개념 없는 임차인아.”

 

 “이 버터 새끼야, 평생 혼자 살아라! 캑캑.”

 

 

 ***

 

 오늘도 어김없이!

 

 나온 배를 만지작거리며 커피를 마시던 박 부장이 손가락질로 나를 불렀다.

 

 ‘할 말 있으면. 지가 올 것이지. 꼭 똥개 부른 듯, 손가락질로 사람을 불러. 교양 머리는 쌈 싸 먹었지! 퇴사 기념식으로, 저놈의 손가락을 부러뜨릴 거야. 반드시!’

 

 박 부장의 자리로 세월아 네월아, 천천히 걸어갔다.

 

 “네. 부장님. 부르셨습니까.”

 

 “어때? 생각해 봤어?”

 

 ‘귀찮다. 제발 관심 좀 꺼줘.'

 

 의자를 한껏 뒤로 제친 박 부장이 눈을 내리깔고 거만하게 말했다.

 

 “다 자네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한 번 만나 봐. 만나는데, 돈 들어? 아까워서 그래.”

 

 ‘응. 돈 들어. 차는 공짜로 마시니? 또 내 황금 같은 내 시간은 어떻게 보상할 건데. 문어 대가리, 박 부장아!’

 

 “내일 점심시간에 약속 잡아 놨어.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내가 좀 신경 썼다. 홍 대리.”

 

 원치도 않는 쓸데없이 소개팅 주선에, 오리발을 내밀며 순진한 척 반문했다.

 

 “네? 뭘 잡아요? 부장님.”

 

 생색내듯, 박 부장은 잔뜩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일장 자랑을 늘어놨다.

 

 “남자한테 차일까 봐, 그래. 괜찮아. 그쪽에다가 이미 말해뒀어.”

 

 ‘저 문어 새끼! 씹어 먹을까? 연포탕을 끓여버려! 하지 말라는 짓은 오지게도 한다.’

 

 “홍 대리가 나이가 많다는 거. 걱정하지 말고, 만나 봐. 그리고 또 차이면 또 어때? 다 그렇게 사는 거지.”

 

 ‘제발!~그 정성으로 업무나 제대로, 눈치껏! 해라. 아래 사람 힘들게 하지 말고. 이놈의 박 부장아!’

 

 끓어오르는 화를 삼키며, 고개를 떨구며 힘없이 말했다.

 

 “부장님 관심에 감사드리지만. 소개팅에 저를 내보내셨다는 이유로 행여 부장님이 욕을 들으실까 봐, 걱정입니다. 그러니, 더는 애쓰지 마세요! 제발~부장님.”

 

 찰떡같은 내 비아냥거림을 개떡같이 칭찬으로 새겨듣던 박 부장은 헤벌쭉 웃었다.

 

 “에~이! 무슨 내가 애를 쓴다고. 다~부하 직원을 아끼는 마음에서. 하는 거지. 그리고 내일 반차 휴가 줄 테니까. 데이트 잘해. 홍 대리 화이팅~.”

 

 기가 막혀 졸도할 것 같아, 서둘러 자리로 돌아왔다.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고!

 

 하나같이 말 한마디씩, 기어이 보탰다.

 

 “좋겠다. 홍 대리님은~. 박 부장님은 홍 대리님만 너~무 편애하신다. 저도 좋은 남자 좀, 소개해 주세요. 네~박 부장님.”

 

 마음에 없는 소리를 잘도 지껄이는 미친 두더지 지혜에게 진심 어린 분노로 쏘아댔다.

 

 “그렇게 부러워하는. 지혜 씨가! 저 대신 그 소개팅에 나가세요. 그럼 우리 둘 다! 참~행복하겠다. 어때요?”

 

 약을 올리던 미친 두더지가 몸을 땅속으로 도망가듯,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맞다. 거래처에서 팩스 오기로 했는데. 아직, 안 왔네요. 팩스 가지고 올게요.”

 

 시답지도 않은 변명을 해대는 지혜가 얄미워 소리쳤다.

 

 “잠시만, 지혜 씨, 어느 거래처가 팩스로 보내요? 다~이메일로 보내잖아. 이리 와봐요. 지혜 씨.”

 

 도망가는 미친 두더지의 머리통을 갈기고 싶다는 충동과 싸우고 있을 때.

 

 똥파리 김 과장이 윙윙거리며 내 옆을 맴돌았다.

 

 “동기로, 나 혼자만 과장되고. 먼저 장가까지 가서. 내심 미안했는데. 역시~우리 부장님이 센스 있게. 홍 대리를 챙기시네. 부장님 존경합니다.”

 

 동기랍시고. 헛소리를 지껄이는 똥파리 김 과장에게 온몸에서 우러나오는 울화를 담아 일갈했다.

 

 “그렇게, 나한테 미안한 줄 몰랐네. 정~미안하면! 과장 자리 내놓고, 퇴사하시던가! 그럼 혹시 알아? 내가 과장으로 승진할지?”

 

 “또 홍 대리, 말을 꼬아 듣는 경향이 있어. 내 말은 뜻은 그게 아니라, 동기 사랑하는 마음으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동기 타령 덕분에 나도 출세라는 걸 해보자. 김 과장님. 어떻게 생각해요?”

 

 말문이 막힌 김 과장은 되지도 않는 혼잣말로 도망갔다.

 

 “…아! 내 정신 좀 봐! 지혜 씨! 내가 부탁한 서류 다 작성했어요? 어디 갔지. 지혜 씨?”

 

 도망가는 잡것들을 쳐다보며, 한탄스럽게 명언을 읊조렸다.

 

 “놀고들 있다.”

 

 내 나이가 많은 거! 나도 안다.

 

 한 것도 없는데, 늘어나는 건 내 뱃살과 나이뿐 이었다.

 

 벌서, 35살 노처녀라니!

 

 그래서, 뭐! 어쩌라고. 자기들도 나이 먹으면서, 왜 나만 갖고 그래!

 

 내 만년 대리로 조용히 회사 다니겠다는데!

 

 그게 뭐가 문제라고, 저렇게 난리를 피우는지 정말 모르겠다.

 

 어쨌든, 우리 회사 정리해고, 1순위는 나다.

 

 단지 노처녀라는 이유로!

 

 밥 벌어먹길 식구가 없다는 이유가 해고 사유란다! 빌어먹을.

 

 이 개 같은 논리가 뭔 논리인지, 나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저들은 이해가 되는 모양이다.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21세기에조차 차별받다니! 발끝에서부터 서글픔이 밀려왔다.

 

 나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 잘난 회사의 논리에 따라, 애 엄마는 밥 벌어먹길 식구가 있지 않은가!

 

 그런데, 왜! 애 엄마까지 쫓아낸다, 말인가.

 

 국가 인구정책에 따라 애국자라고 치켜세울 때는 언제고.

 

 애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억지 신사임당으로 만들어 놓고, 쫓아내는 회사가 우리 회사다.

 

 날 다독이며 시원하게 웃던 내 사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시집까지 갔지만. 결국엔 얘 때문에 회사에서 해고됐다.

 

 이런 회사인데. 내가 뭘 기대할 수 있겠는가.

 

 아쉬운 놈이 우물 판다고.

 

 더럽고, 치사해도 밥은 먹고 살아야 하니.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죽어도 아버지의 장기판에 말이 되고 싶지 않은 나는 소개팅에 나가기로 했다.

 

 버티는 수밖에 없다.

 

 

 ***

 

 평일에 그것도.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직장 상사가 주선한 소개팅이라니!

 

 한동안 파스타도 쳐다보기 싫을 것 같다.

 

 레스토랑의 입구를 장승처럼 막고 있다 보니, 오가는 사람마다 나를 홀겨봤다.

 

 도살장 끌려가는 소처럼, 무거운 발걸음으로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

 

 적당히 어둡고.

 

 나름대로 활기차서, 연인끼리 오면 딱 좋은 곳이었다.

 

 미소를 머금은 매니저가 상냥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몇 분이세요?”

 

 어색한 미소로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아마도, 홍임수로 예약했을 겁니다.”

 

 예약 명단을 확인한 매니저가 배시시 웃었다.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날 빤히 바라보던 매니저가 속삭이듯 말했다.

 

 “대표님의 지인이신 박 부장님의 특별 부탁으로! 우리 레스토랑에서 가장 어둡고, 조용한 자리를 마련해뒀습니다.”

 

 ‘문어 대가리 박 부장 새끼! 아주 잘근잘근 씹어, 먹어주마!’

 “고객님을 위한 자리로 이동하겠습니다. 저 따라오세요.”

 

 갑자기 없던 편두통이 밀려왔다. 관자놀이를 누르며 매니저를 뒤따라갔다.

 

 ‘쪽팔리게 만드는 것도, 재주다. 팔팔 끓는 지옥의 연포탕에 집어 던져주마.’

 

 ***

 

 매니저가 안내한 자리에 앉아 소개팅할 남자를 기다리는 동안, 딱히 할 일도 없었다. 그저 멍만 때리다가 손목시계를 힐끔거렸다.

 

 그것도 지겨워, 통로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저 사람인가? 신나서 손을 흔들고 들어오는 걸 보니, 나랑 소개팅할 남자는 아닌 거 같고. 모르겠다. 다~귀찮다. 그냥 내 침대에 맹렬하게 덮치고 싶다.’

 

 그때.

 

 세미 캐주얼 입은 남자가 환하게 웃으며 걸어왔다.

 

 ‘설마? 저 실실거리는 저 사람은 아니겠지?’

 

 이런 생각하는 것조차 피곤해, 메뉴판으로 신경을 돌렸다.

 

 들뜬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홍임수 씨? 맞죠?”

 

 낯선 남자의 해맑은 인사에 화들짝 놀란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반듯한 이마를 돋보이게 올린 머리와 단정한 눈썹으로 깔끔한 이목구비에 부드러운 미소까지.

 

 커피 광고에서 나올법한 부드럽고 자상한 귀공자 스타일이라고 할까.

 

 “아! 네. 안녕하세요. 성함이?”

 

 이름도 모르고 소개팅에 끌려 나온 내가 새삼 한심스러웠다. 이런 내가 나도 싫은데, 그 남자라고 오죽할까 싶다.

 

 미소를 머금은 그 남자가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그 남자의 손길에 익숙한 향기가 묻어났다.

 

 

 ‘박하와 사과가 섞인 향인가? 오묘하고 시원한 향이다. 이거, 어디서 맡아본 향인데. 그 향수 이름이 뭐더라? 재미있는 이름 있었는데.’

 

 기억 속에서 향을 더듬고 있을 때, 소개팅하는 남자가 시원한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최재현입니다. 앉으세요.”

 

 “네. 안녕하세요. 홍임수입니다.”

 

 숨은 그림을 찾듯, 내 명함과 나를 그윽하게 쳐다보는 그 남자의 눈길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임수 씨라고 불러도 될까요?”

 

 “네. 재현 씨.”

 

 그가 웃었다. 왜 웃는지 모르겠지만.

 

 그가 웃기에. 예의상 억지 미소로 응대했다.

 

 “우선 식사부터 하시죠. 임수 씨는 뭘 좋아하세요?”

 

 ‘그냥 차나, 마시자. 피곤하다.’

 

 

 
작가의 말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선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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