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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달의 노래
작가 : 유니s
작품등록일 : 2019.9.20

한 여자가 임신을 했다. 그런데 아이아빠는 누군지도 모른다? 더욱이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누군가 빼앗으려 하다니............도대체 평범했던 그녀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아이를 지켜줘!!

 
뜻밖의 도움
작성일 : 22-01-04 14:23     조회 : 197     추천 : 0     분량 : 5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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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보경이 그를 쳐다보았다.

 종종 사장은 하고 싶은 말을 할 때면, 말끝을 흐리곤 했다.

 그런 다음 담배를 피우며 본론을 얘기할 것이다.

 담배에 민감하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변했기에 그녀는 바에서 몸을 조금 떼었다.

 

 “집안에 선산(先山)이 하나 있어."

 

 역시나 사장이 담배를 하나 꺼내었다.

 하지만 그는 불은 붙이지 않고서 손으로만 만지작거렸다.

 

 "거기에는 시제(時祭)를 모시는 사당도 있지. 근데 거기가 상당히 외진 곳이라 출입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집안의 어른들도 거의 발길을 끊을 정도니, 어느 정도 인지 알만 하지?

 그래도 집안에서 보수공사를 꾸준히 한 덕택에 관리는 잘 되어 있어.

 사람들에게 방해받을 일이 없어서 내가 가끔 이용하곤 해.

 보경씨도 가보면 알겠지만, 산속이다 보니 조용하고, 공기도 맑아서 지낼만은 하거든.

 여행지의 숙소같진 않지만."

 

 그가 숨을 한 번 고른다.

 

 "저.........그래서 말인데, 보경씨가 당분간 거기서 지내는 거 어때?"

 

 보경에게 아주 좋은 제안이었다.

 마땅히 갈 곳이 있지도 않았다.

 더욱이 그의 말대로 인적이 드문 곳이라면, 숨어 지내기에 아주 제격인 장소였다.

 어디로든 가야했지만, 누구도 그녀를 찾지 못할 장소가 필요했다.

 짐작컨데, 여자는 보경이 집을 벗어난 사실을 알면 반드시 찾으려 할 것이었다.

 보경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우리 집안사람이 아닌 이상, 누구도 거기에 사당이 있는지 몰라.”

 

 보경의 대답을 기다리던 사장은 만지작 거리던 담배를 입에 물었다가 다시 담배갑에 넣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사실 보경은 이미 마음의 결정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제안을 덥썩 받아들이기엔 너무 과분한 느낌이았다.

 사장이 그런 제안을 하리라곤 상상도 못했지만,

 자신이 그의 사생활을 침범하는 것 같아서 썩 내키지 않은 것이다.

 

 그들이 그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사이는 아니지 않은가?

 

 마음의 갈등이 교차하다보니 보경은 말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를 지켜보던 사장이 망설이는 눈빛을 간파했는지, 다시 운을 뗐다.

 

 "이건 순전히 내 호의니까, 부담갖지 말아."

 

 “그게..........너무 과분하게 도움을 주시는 것 같아서요."

 

 “과분하긴. 보경씨는 그냥 편안하게 받아줘. 지금까지 여기서 적은 월급에도 군말없이 일해준 것에 대한 나의 작은 감사의 표시라고 생각해주면 좋겠어."

 

 "아니에요. 오히려 사장님이 제 사정을 많이 봐주셨잖아요. 여기서 일할 때는 정말 즐거웠는걸요. 그런데 이런 제안까지 해주시다니..........그냥 받아들이기가 너무 죄송스러워요."

 

 "괜찮아. 보경씨는 고맙게 받아주기만 하면 돼.”

 

 사장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혹시라도 그녀가 제안을 거절할까봐 내심 걱정되었던 것이다.

 그녀를 측은하게 여긴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마음속으로 그녀를 돕고 싶었다.

 지금까지 그럴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그는 이제야 도울 기회가 생겨서 내심 기뻤다.

 

 “ 자, 그럼 결론이 났으니, 바로 실행에 옮기자고. 갈 길이 멀어.”

 

 “지금 바로 출발인가요?”

 

 사장이 성큼성큼 가게를 나섰다.

 보경은 황급히 그를 뒤따라갔다.

 그는 대답 대신, 가게의 출입문 앞에서 보경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녀가 서둘러 가게를 나오자, 문을 잠그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보경씨는 나만 잘 따라와."

 

 남수호가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보경은 그의 발빠른 행동에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오히려 느긋한 것보다는 나았다.

 비록 그가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고, 그의 넓은 보폭을 따라가느라 숨도 찼지만,

 마음만은 어쩐지 점점 편안해졌다.

 

 「하이드」를 떠나 십분쯤 걷다보니, 어느새 미로 같은 골목의 끝자락에 다다랐다.

 그는 컨테이너하우스처럼 보이는 직사각형의 회색 건물 앞에서 멈춰섰다.

 그러고는 현관문으로 보이는 문앞에서 거침없이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눌렀다.

 

 띠띠띠띠.

 

 건물의 문이 열렸다.

 

 “들어와.”

 

 그가 열린 문의 손잡이를 잡으면서 보경에게 말했다.

 그녀가 그의 말에 따랐다. 등 뒤로 출입문이 조용하면서도 묵직하게 닫쳤다.

 수호는 현관을 지나 거실로 보이는 장소에 멈춰섰다.

 보경도 그를 따라 멈추었다.

 그들은 숨을 고르는 듯, 잠시 침묵의 순간을 보냈다.

 

 그곳은 평범한 가정의 거실이라고 여길 만한 장소였는데, 상당히 넓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테이블이나 커다란 텔레비전, 혹은 장식장같은 가구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무채색으로 이루어진 이 넓은 공간에 거실이라고 여길 만한 가구라고는 검고 긴 소파가 전부였다.

 

 “보경씨, 뭐해? 거기 우두커니 서있지 말고, 앉아서 좀 쉬고 있어."

 

 수호가 뒤돌아서며 말했다.

 사실 보경은 이 무미건조한 거실에서 소파에 앉아도 되는지 망설이고 있었다.

 어쩐지 여기에서 소파는 가구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다른 가구들과 어우러져야 소파도 소파의 구실을 하는 것이지, 이렇게 덩그러니 홀로 있으니, 마치 박물관의 전시품이라도 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작품에 감히 앉을 수는 없지 않은가?

 

 보경이 망설이는 사이 수호가 말했다.

 

 "사당까지는 거리가 좀 되니까, 그 전에 간단히 뭐 좀 먹자. 내가 요깃거리 좀 준비할게. 샌드위치에 우유, 괜찮지?”

 

 보경이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입맛은 없었지만,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것이 떠올랐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뱃속의 생명체를 떠올렸다.

 뭐라도 먹어둬야 한다.

 어찌되었든 이 생명체를 잘 간직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떨어지면 안되었다.

 그녀는 검은 소파에 걸터앉았다.

 그제야 수호는 그녀가 앉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주방으로 들어갔다.

 

 소파에 앉으니 보경은 점점 자신의 상황이 보이기 시작했다.

 수호의 도움이 아주 고맙기는 했지만, 그가 그녀를 도울만한 이유는 전혀 없었다.

 더구나 남의 도움을 꺼리는 성격인지라 더욱 불편했다. 그렇지만 현재로썬 그의 도움이 절실했고. 그래서 고맙게 받을 수 밖에는 없다.

 지금은 남을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보경은 여자에게서 벗어나는 일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뱃속의 생명체에 대해 떠오른 것이다.

 갑자기 보경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에 대해선 아무런 준비도 그 어떤 것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찌보면 당연하지 않은가?

 

 그녀가 기혼자도 아니고, 그 흔한 연인조차 없는데, 느닷없이 임신이라니.

 이런 일을 어떻게 감당할까?

 그리고 여자에게서 벗어난다 한들 과연 혼자서 이 생명체를 낳을 수나 있을까?

 아빠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이 생명을 낳아서 기를 수나 있는 걸까?

 생명체에 대해 떠올리자,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그녀는 생명체의 존재에 대해 생각이 깊어질수록 점점 초조하고 불안해졌다.

 그때,

 주방에서 수호가 나왔다.

 

 “보경씨, 이거 먹자.”

 

 그가 샌드위치가 수북하게 쌓인 접시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머그컵 두 잔을 들고서 소파로 다가왔다.

 테이블이 없다보니, 수호는 그녀가 앉아 있는 소파의 옆자리에 접시를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보경에게 머그잔을 하나 내밀었다.

 안에는 새하얀 우유가 담겨있었다.

 그가 빈 손에 샌드위치를 집으며 자리에 앉았다.

 

 “급하게 만들다보니 샌드위치에 넣을 만한게 잼밖에 없더라. 대신 다양한 종류의 잼을 넣었으니까, 골라서 먹어봐. 딸기, 땅콩, 누텔라, 버터, 이렇게 네 종류야.”

 

 그가 먼저 딸기잼을 바른 샌드위치를 집어들고는 크게 한입 베어 먹었다.

 바(bar)「하이드」에서도 간혹 보던 모습이다.

 보경이 가끔 회사에서 일찍 퇴근해서 「하이드」로 출근할 때면, 수호는 이른 저녁을 먹곤 했던 것이다.

 대게 그는 샌드위치나 햄버거같은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음식으로 식사를 대신했다.

 손님이 오기전에 미리 체력도 갖추고, 가게의 오너로써 준비를 해두려는 자세였다.

 

 보경도 그를 따라 샌드위치를 하나 집었다.

 노란빛을 띄는 것으로 보아 버터가 발라진 샌드위치였다.

 그녀는 한 손에 집고 있던 우유를 먼저 마신 후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물었다.

 빵은 촉촉하고, 버터는 고소해서 샌드위치 치고는 풍미가 느껴졌다.

 빵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그녀였지만, 배가 고프기도 했고, 빵도 생각보다 맛이 좋아서 손에 들고 있던 샌드위치를 금세 먹어치웠다.

 그다지 음식을 빨리 먹지도, 밀가루 음식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 그녀로썬 의외의 행동이었다.

 더구나 머그잔에 들어있는 우유까지 남김없이 마신 것이다.

 그러고 나자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몸이 나른해져왔다.

 

 "우유를 더 갖다 줄까?"

 

 수호의 음성이었다.

 서로 음식에 집중하느라 대화가 없던 차에 불쑥 중저음의 목소리가 그녀의 노곤함을 깨웠다.

 보경은 눈이 스르륵 감기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비피며서 정신을 차리고는 잔을 소파에 내려놓았다.

 

 "아니, 괜찮아요."

 

 "그래? 샌드위치라도 좀 더 먹어. 여기 많으니까."

 

 그가 접시를 들고 그녀에게 권했지만, 보경은 고개를 저었다.

 

 "이정도면 충분해요."

 

 "아참! 그렇지. 보경씨는 원래 뭘 많이 안 먹었지? 내가 깜박했네."

 

 수호가 접시를 치우면서 말했다.

 어쨌든 그는 그녀가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은 것 만으로도 흐뭇했다.

 

 “아니에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식사였지만 생각지 못한 수호의 배려였다.

 보경이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 일이다.

 그녀는 그의 친절이 고마웠다.

 

 “그럼 이제 먹는 건 이정도로 하고, 출발해 볼까?"

 

 보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거기에서 지내려면 식료품을 좀 사야해. 그곳에는 기본적은 생필품은 구비되어 있지만, 평소에 사람이 없어서 먹을 거라곤 통조림뿐이거든.”

 

 그가 주방으로 가면서 보경에게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이것 갖다 놓고 나올게."

 

 수호가 주방으로 사라지자, 보경은 햇살이 눈부시게 비치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실에 베란다는 없었지만, 벽면을 가득 채운 유리창으로 바깥 풍경이 고스란히 보였다.

 골목길의 끝이라 벽만 보일 것 같은 장소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창밖은 의외로 나무와 꽃들이 아기자기 하게 피어서 비추니, 삭막한 집안의 분위기를 상당히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다.

 컨테이너박스같은 이곳을 어째서 아무런 장식도 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자, 그럼 가볼까?”

 

 어느새 수호가 그녀 앞에 나타났다.

 그것도 아주 말끔한 모습을 하고서.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바뀌어있었다.

 말끔한 양복수트를 입고, 얼굴을 뒤덮고 있던 덥수룩한 수염도 깨끗하게 면도가 되어 있었다.

 평소에 「하이드」에서 일할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청바지에 티셔츠만을 고집하던 바텐더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사람이 달라보였다.

 

 “사.......사장님?”

 

 보경은 너무 놀라 말을 더듬었다.

 

 “면도를 좀 했어. 보경씨랑 동행하는데, 나쁜 사람처럼 보이면 곤란하잖아."

 

 그가 쑥스러운지 현관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대답했다.

 

 "자, 그만 쳐다보고, 날 따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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