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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17인_나를 찾아서
작가 : 범인은바로나
작품등록일 : 2021.12.27

거친 파도를 타고 육지로 오는 순간, 17살 이전의 기억은 사라졌고 대한민국에 없는 사람으로 나오게 된다. 하나씩 사건이 터질수록 환각, 환상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것은 과연 현실일까 나의 깊은 내면에 있는 누군가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일까.....

 
14인
작성일 : 22-01-03 22:52     조회 : 191     추천 : 0     분량 : 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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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시끄러운 사람들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이곳은 병실이 아닌 하늘이 보이는 야외의 공간이었다. 나의 옷차림은 병원복 그대로였고 옆에는 휠체어 하나가 부서져 있었다.

 

 “괜찮으세요?”

 

 나에게 안부를 물어보는 그 누군가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누구세요?”

 “아, 저는 서부 경찰서 강력 2팀, 조항호라고 합니다. 일단 응급처치를 위해 병원으로 모셔가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병원에서 잠들었던 것 같은데 밖에 왜 나와 있는 거죠?”

 “일단 조사하고 있으니, 제가 병원에 다시 도착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또 다른 형사는 누군가에게 손짓했고 들것을 든 구급요원들이 나를 구급차로 데려갔다. 나는 또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형식적인 검사 절차를 끝내고 1인 병실에 나를 배치해 주었다.

 

 생각보다 다친 곳은 없었고, 다친 것을 생각하자니 혜원이가 생각났다. 하지만 이곳은 전에 있던 병원이 아니었다. 형사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몇 시간을 그곳에 갇혀 있자니 답답해, TV를 틀었다.

 

 “긴급 속보입니다. 유명 기업의 박정남 회장이 불법 성매매와 도박 의혹으로 검찰에 입건되어 조사 중이며 그의 둘째 부인 장 씨는 불법 마약 밀매를 한 사실이 들어나자 첫째 부인의 딸인 박 모양을 폭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해 현재 공개 수배 중이라고 검찰이 발표했습니다.”

 

 회장의 첫째 부인의 딸이 사망했다고 보도한 뉴스를 듣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내가 나의 세상에 있을 때 혜원이는 누군가에 의해 죽었거나, 상황이 악화하여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자기 딸을 죽이고 권위를 찾기 위해 가족을 죽이는 박정남 회장은 소시오패스였다.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양심의 가책이 없는 사람이었다. 친구의 죽음에도 이제는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 나도 이제 사이코패스가 되어가는 것일까, 슬픔보다는 분노가 몸의 중심부에서 뜨겁게 올라오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 한정적으로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TV에 나오는 회장의 얼굴을 보며 올라오는 분노로 그것을 뚫어지다 못해 죽이고 싶은 마음을 다 해 바라보았다. 욕조에서 만났던 그녀에게 느낀 숨 막힘을 그에게도 보여 주고 싶었다.

 

 정말 내가 그것을 할 수 있다면 눈에 뵈는 것 없이 내 안에 숨겨진 힘을 분출할 것이다. 주위의 전구들이 빛이 들어왔다 나갔다 반복했고 TV의 패널이 산산조각이 났다. 작은 폭발음에 밖에 있던 경찰들과 아까 봤던 형사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이게 무슨 일이죠?!”

 “잠깐 TV 보려는데 폭파되어버렸네요.”

 “일단 이곳을 치우는 동안 잠시 저랑 이야기 좀 하실까요?”

 

 형사는 관계자에게 치우라는 몸짓을 하더니 나를 병원 정원 옥상으로 데려갔다. 옆에 있던 자판기에서 따듯한 커피 2잔을 내려오더니 한 잔을 주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지금 제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시면 놀라시겠지만 일단 침착하게 들어주세요.”

 “네”

 “지민씨 친구 분인 박혜원씨가 오늘 아침에 사망하셨습니다. 알다시피 전에 많이 다치셔서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악화하여 그렇게 되신 것 같아요.....”

 

 멍하게 넋을 놓고 있는 나의 반응에 당황한 듯 형사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제가 물어볼 게 좀 있는데요. 강력 1팀의 김수환 형사님 아시죠?”

 “네, 담당 사건 형사님이었어요.”

 “전에 입원에 계시던 병원 CCTV 확인했을 때 형사님이 지민 양을 휠체어에 태워 밖으로 나갔었는데 기억이 날까요?”

 “어제, 밤에 있었던 일들은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분이 주신 비타민 음료를 먹었던 게 마지막 의식이었던 것 같아요.”

 “비타민 음료요?”

 

 형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핸드폰에 무언가 적었다.

 

 “병원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퇴원 절차를 밟고 집에 데려다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핏기도 아물지 않았고 의식 없는 나를 굳이 휠체어에 태워 가며 그랬는지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김 형사님하고 통화할 수 있을까요?”

 “그게, 지금 김수환 형사님이 실종 상태입니다.”

 “네?”

 “분명 형사 명의로 된 차가 그곳에 있는데, 사고 현장에는 지민 양만 있더라고요.”

 

 비타민 음료를 먹은 후에 나의 의식이 사라졌다면, 김수환 형사도 박정남 회장 같은 부류의 사람이었다. 잘못을 알지만 돈이나 권위를 가지기 위해 진실을 알고 있는 우리를 죽이려 한 것이다.

 

 “혹시, 제가 전에 있었던 병실에 음료병이 있으면 자세하게 조사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네, 제가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형사님, 저 혜원이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실 수 있을까요?.”

 “아, 제가 너무 말이 많았죠, 저랑 같이 가시죠.”

 

 엊그제 봤던 나의 친구 혜원은 이 세상에서 소멸했고 다시는 눈앞에서 볼 수 없었다. 우리는 그저 평범하게 과제를 끝내려 노력했을 뿐인데 삶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놨는지, 그것에 대해 나는 분노하고 또 분노한다. 사실 나도 혜원이가 당한 일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 오로지 나의 세계의 공간에 빠져나오지 못했고 이 상황을 잊어갔기 때문이다. 복잡한 감정으로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보러 그곳으로 갔다.

 

 북적거려야 하는 장례식장에는 숨이 막힐 정도로 조용하고 고요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나는 병원 복장에 한 손에는 링거를 든 채 그곳으로 향했다. 하얀 꽃들에 둘러싸여 있는 혜원이의 사진은 쓸쓸해 보였다.

 

 사랑받지 못한 유년 시절과 죽어서도 누군가에게 위로받지 못한 지금의 청춘은 말라가던 나의 말라가던 감정을 다시 깨워주었다. 슬프지 않았지만 내 얼굴에는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고 뒤에 있던 형사는 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죄송합니다. 혜원이 가족이나 유족들은 오지 않는 건가요?”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소매로 닦으며 형사에게 물어보았다.

 

 “어머니가 예전에 돌아가셔서 가족이 없다고 들었어요.”

 “그러면 장례 끝나면 어디로 가는지 알려주세요.”

 “네, 제가 알아보고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형사 주머니에 있던 전화기 소리가 요란하고 울렸고 고요했던 그곳의 경계를 깨웠다.

 

 “여보세요, 네 맞습니다. 네?”

 

 매우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았고 구석으로 몸을 돌아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지민씨, 지금 제가 일이 있어서 그런데, 병원까지 택시 타고 가실 수 있을까요?”

 “네...”

 “죄송합니다. 제가 택시비 드릴 테니깐 바로 병원으로 들어가세요!”

 

 그렇게 형사는 먼저 이곳에서 나갔다. 나는 마지막으로 혜원이의 사진에 묻은 먼지를 닦아주었고 증거품을 찾아 그녀의 아버지가 권위에서 내려올 수 있도록 다시 다짐했다.

 

 어둠과 고요로 가득한 곳에서 나와 해가 사라져만 가는 세상의 길목을 걷기 시작했다. 형사가 쥐여준 5만 원짜리 한 장으로 먼저 담배 한 갑을 샀다.

 

 구석진 화단에 쭈그려 앉아 독한 연기를 나의 속으로 빨아들였다. 오늘만큼은 나의 입에 넣어야 살 것 같았다. 평소라면 그저 사라져가는 연기만을 바라만 봤을 텐데, 사라지는 것에 대해 공포를 느꼈고 이것에 대해 오감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차가운 밤 공기와 독한 공기를 번갈아 마시며 담배 한 갑을 비워냈고 마지막 한 대를 피웠을 즘이었다. 주위의 시끄러운 소리가 잠잠해졌고 자욱한 연기가 지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멀리서 검은 그림자가 점점 나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고 그것은 중년의 남자였다.

 

 “마지막으로 형원이 보았니?”

 “형원이를 아세요?”

 “그럼, 나랑 아주 가까운 사람이었지”

 “진실을 알고 싶니?”

 “아저씨도 내 안의 나인가요?”

 “아마도?”

 “형원이도, 혜원이도 모두 소멸했어요. 이젠 이곳에 저는 혼자예요”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렴, 우리가 있잖니”

 “아저씨는 현실에 없는 저의 망상이잖아요”

 “그렇지 않아 우린 과거에 있던 사람이었고 지금은 벌을 받고 있는 것이야”

 “저는 과거에 얼마나 잘못했기에 이렇게 큰 벌을 받고 있을까요?”

 “우리가 선택한 일이란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 죄를 지었다고 해서 그 밑의 누군가까지 벌을 받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 그래서 너를 이해한단다.”

 

 중년의 남자는 입고 있던 누더기 야상에서 무언가 꺼냈다. 그것은 오래된 담배 한 갑이었고 나에게 건넸다.

 

 “지금의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네가 우리와 함께 있을 때, 의식이 없을 때는 우리가 대신 너를 보호해주고 세상에 사라져야 하는 놈들을 사냥한단다. 그냥 너는 지금 네가 앞으로 가야 하는 길로 나아가 그 끝에서 너의 해마를 되찾아 네가 이 몸의 주인이 되길 바란다.”

 

 내 손에 담배 상자를 쥐여 주고는 다시 그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자 멈춰있던 세상은 다시 바쁘게 움직였고 내 손에 들려있던 독한 담배 연기가 꺼졌다.

 

 그리고 내 한 손에는 그가 주었던 오래된 담배 한 갑이 들려있었다. 그 안에는 오염된 지도 한 장과 작은 편지 봉투 하나가 있었다. 봉투에는 ‘너의 모든 것들을 다 찾은 후에 보길’이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나는 회색 빌딩 숲 차갑고 어두운 길을 걸으며 내가 찾아야 하는 것들을 항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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